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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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회사
2005년 08월 29일 00시 00분  조회:4234  추천:61  작성자: admin
걸어다니는 회사

회사의 규모 살리기,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경제논리.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어느 단계에서 이것이 유행이였다. 한국, 일본의 문어발식 그룹화, 중국의 합병식 集團化는 전형적인 보기가 되겠다. 그러나 아세아의 금융위기 때 대기업의 거품화, 비둔함이 드러나면서 규모의 경제추구가 한풀 꺾이는 듯 하다. 한국에서 문어발을 자르는 빅딜을 비롯한 구조조정은 그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대만을 비롯한 대기업 중심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해온 지구와 나라들은 끄떡 없었다. 그들은 작지만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신경을 썼다. 그래서 한국은 문어발식 거품경제의 안티테제로 김대중대통령 시기에 작지만 강한 기업을 육성하는 데로 경제정책방향을 돌렸다. 그것의 구체적 방안으로 논의된 것이 이른바 벤처기업 육성이였다.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최신 경제아이템창업을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IMF 때 우후죽순마냥 생겨난 벤처기업들.

사실 세계에서 벤처기업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 마이크로소프트 아이템 하나로 성공한 기업. 현재 세계 곳곳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곳에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것은 단연 컴퓨터왕자. 그래서 빌게이츠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사무실이나 작업장을 가지고 가장 큰 갑부가 되었다. 프로그램개발이라는 것이 워낙 머릿속의 아이템에다가 한번 개발되면 손쉬운 복제로 얼마든지 가지 뻗어나갈 수 있으니깐.

사실 자기의 장끼 하나로 세계무대를 주름잡으며 연간 거액을 벌어들이는 스타들도 하나의 기업체로 보아 무방하다. 한국 IMF 때 박세리 골프채 하나로 미국 우먼리그챔피언라운더를 주름잡으며 수억을 벌어들여 답답했던 한국인의 가슴을 얼마나 시원하게 해주었던가. 요새는 강수연이 그 뒤를 잇는 듯 하고. 박찬호, 선동열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의 야구계에 선풍을 일으키며 그들은 몸값은 몇 년간 천정부지로 뛰었던 것이다. 요새 잘 나가는 박지성, 이영표도 마찬가지다. 작지만 고 다구진 우리 동양인의 몸매로 덩치 큰 몸집의 유럽선수들을 제치고 활약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에 좋다.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문학예술계도 스타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록가수 마이클젝슨, 그가 어디 가면 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한번 공연 간다 하면 사람 실어 나르고 무대장치를 실어 나를 전세기 전용비행기만 둬서너대 뜨고 그가 드는 호텔은 대통령급 호화전용룸이다. 그가 먹여 살리는 인원은 매니저 , 보조출연자 및 스탭들 해서 저그마치 몇 백 명이나 된다. 한국의 나훈아, 조용필도 이에 못지 않는 것 같다.

문학의 경우를 보면 멀리는 그만두고 한국의 경우만 보아도 대단하다. 박경리, 16부의 대하소설『토지』를 쓴 한국의 1류 여작가. 그녀는 자기가 20여 년간 산 강원도 원주의 집터에다 토지문학공원을 꾸려 문학의 향훈을 일반 사람에게 풍기고 있다. 그리고 토지문학관을 꾸려 무료로 후학들을 키우고 있다. 이문열도 박경리와 같은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줄로 안다.

사실 이들 스포츠계 스타도 좋고 문학예술계 스타도 좋고, 그들이 받는 게임챔피언료든 출연료든 원고료든 실로 어마어마한 수자. 어간한 중소기업의 연간수입을 웃돈다. 그래서 이들을 가히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

현대는 먹고 살만한 시대가 되면서 스포츠, 문학예술 등 문화산업이 뜬다. 이런 스포츠, 문학예술은 인류보편의 정서와 맞아 떨어져 쉽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쉽게 다른 민족이나 나라에 문화적 상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노래, 드라마가 선두주자가 되어 중국대륙에 한류의 붐을 일으킬 수 있은 것은 그간의 사정을 잘 말해준다. 이런 문화산업은 개인의 장끼발휘가 관건적 요소로 작용한다. 현대는 경제전쟁을 치른다. 문화산업도 만만치 않은 한 몫을 한다. 그러니 하루 빨리 자기의 독특한 장끼를 가진 문화인재들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이것이 바로 투자가 가장 적은 걸어다니는 회사를 키우는 것이다.

이런 문화인재들을 키우자면 일단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받는 특성화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 많이 운운하고 있는 이른바 創新교육이라는 것도 이런 특성화교육을 논외로 할 수 없다. 개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은 제품을 찍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통적인 교육은 사실은 획일적인 인재제품을 만드는 교육공장에 다름 아니었다. 사실 전통이라고 할 얘기가 아니고 얼마 전 우리의 교육이 바로 이랬다. 그래서 이런 교육제도에 반발한 괴짜들이 자기의 장끼를 나름대로 알아서 발휘하며 걸어다니는 회사가 되기도 했다. 빌게이츠, 대학 2~3년 땐가 컴퓨터에 미쳐나는 자기의 적성, 장끼와는 전혀 안 맞는 학교교육에 반발하며 학교를 그만둔다. 그리고 자기 친구와 더불어 다른 사람의 창고를 빌어 초라하나마 자기 적성에 맞고 자기 장끼를 발휘할 수 있는 컴퓨터회사를 설립한다.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출발이다.

박세리, 어릴 때부터 지겨운 영어단어 외우기나 가감승제를 한 것이 아니고 골프치기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골프놀음을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골프가 재미있고 적성에 맞고 하니 푹 빠져 골프끼가 넘쳐나는 박세리가 되었다. 이문열, 한국의 명문 서울대학교에 다니다가 자기의 글 쓰는 적성, 장끼와 안 맞다 하여 중퇴한다. 그 다음 자기의 끼를 기껏 발휘하면서 소설 쓰기에 전념하니깐 오늘의 이문열로 되었다.

특성화교육, 사회발전의 한 표지. 특성화교육을 진행하는 데는 일반학교보다 전문학교를 많이 세우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기의 적성과 끼에 맞게 선택할 여지가 많아진다. 그리고 전 사회적으로 전문인재, 장끼가 있는 특수인재를 아끼고 사랑하며 튈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되자면 쓸데없이 넓은 博의 어중쩡한 ‘博士’보다 한 가지만이라도 뚝 부러지게 잘 하는 인재가 진짜 인재, 그리고 모난 돌이 먼저 징 맞는 그런 옹색함이 아니고 톡 튀는 괴짜가 천재만재라는 관념갱신이 필요하다.


200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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