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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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교육
2005년 08월 28일 00시 00분  조회:4202  추천:71  작성자: 우상렬
감정교육

인간은 감정과 이성의 통일체. 이 양자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룰 때 완미한 존재로 됨. 그런데 전반 인간의 이른바 발전 역사를 보면 이런 조화는 점점 깨여져 왔다. 과학으로 대변되는 이성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의 감정은 메말라간다. 인간의 비극. 그래서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계몽운동가 루소는 과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감정교육을 주장했다. 그는「감정교육」이라는 계몽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이것을 감정교육의 기본 도경의 하나로 삼았다.

루소는 선견지명의 계몽철학가임에 손색없다. 보라, 현재 우리는 자연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메말라 있는가?

나는 요새 그 제일 행복할 것 같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불쌍해 죽겠다. 괜히 큰 눈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메마른 그들. 핵가족에 달랑 하나만 생겨나는 그들. 아니 달랑 하나만 낳는 부모들. 부모들은 그들이 불쌍하다고 아니, 곱다고 할매할배처럼 키운다. 그래서 언젠가 중국중앙TV에서 때린 것처럼 그들은 무소불위의 ‘중국의 작은 황제’들이다. 그들은 唯我獨尊의 존재. 이른바 청소년범죄의 급증도 이런 ‘작은 황제’나 唯我獨尊 때문. 그들은 할매할배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형제자매도 모른다. 할매할배형제자매의 사랑도 못 받아보고 또 줄줄도 모른다. 좀 더 지나면 사촌이고 무어고 친척도 없다. 그들은 진짜 달랑 외톨로 남는다. 황제나 唯我獨尊은 원래부터 외로운가? 아니 계획생육의 죄. 자연의 순리대로 생기는 대로, 나올 대로 낳아야 되는 법. 여자들의 유방암이고 자궁암이고 하는 것도 이 순리를 어긴데 원인이 많다. 이 순리대로 낳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형제자매와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감정적으로 풍부해진다. 이런 거 다 아는데 뭐 살기가 어렵고 중국에 사람이 너무 많고 지구에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런 실제적이고 거창한 논리만 들이대면 내사 할말은 없지만. 우찌 우리 인간이 요 꼬라지가 되었노?

요새 어쩐지 자꾸 할매할배가 생각키운다. 빈가슴이나마 언제나 벌려주고 축 늘어진 젖가슴이나마 마음대로 만지게 하는 할매, 막내라 불쌍해서 그런지 항상 나하고만 겸상을 하던 에험에험 할배. 엄마아버지는 할매할배보다 자애롭지 못했으라. 할매보다 만지기 좋은 젖가슴 좀 만질라고 손만 뻗치면 다 큰 애가 하며 손을 탁 치내던 엄마, 그리고 거기는 왜 손 가, 내껀데 하고 눈썹을 치켜세우는 듯한 아빠, 그리고 좀 울어볼까 하면 항상 사내라는 놈이 하며 기압을 주던 아빠. 그래도 할매할배가 없는 이 마당에 엄마아빠가 생각키운다. 나에게 그렇게 많은 형제자매를 만들어 준 엄마아빠. 정말 그때 우리 집은 ‘사회주의대가정’이었어. 할매할배는 지고무상의 모택동 같았고 엄마아빠는 위의 눈치보기에 아래 눈길 주기에 바빳던 성장이나 시장 같았고 우리 형제자매들은 밥 먹고 똥 싸며 왁자찌껄 살아가는 인민들 같았다. 나는 이 ‘사회주의대가정’에서 ‘세상에 부럼 없이’ 아니, 모르는 것 없이 자랐다. 나는 누이동생과 할매할배엄마아빠에게 잘 보이기 위한 충성경쟁도 해보았고 형하고 욕을 먹으며 사나이의 의리도 배웠으며 동생에게 주먹 하나로 보스노릇도 해보았다. 우리는 찧고빻으면서 고운정 미운정 다 들었다. 그래서 내가 엄마아빠 따나 저 멀리로 갈 때, 나는 이미 희노애락의 다정다감한 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갑돌이갑순이, 정옥이, 영애, 길남이, 맹추 내하고 놀던 애들이 다 그리워난다. 그리고 그 똥개도 그리워난다. 뿔뿔이 다 흩어졌구나. 지금 너희들 시집살이장가살이에 바쁘고 바쁘겠구나. 그 달랑 잘 난 아이 하나 우생아인지 무언지로 키운다고. 그리고 꼬리를 흔들며 나를 졸졸 따라 다니던 똥개는 아무데서나 해제끼던 그 버릇 못 고쳐 애들은 몇 배나 낳았는지 아니면 언녕 어느 나리님의 단고기나 보신탕이 되었는지... 꼭꼭 숨으라 머리카락 보일라, 바따꿍! 길남이, 니 나하고 정옥이, 영애 고무줄 뛸 때 정옥이영애꺼 거시기 많이 훔쳐보았지. 그리고 정옥이, 영애 너희들은 맹추꺼 거시기 잘도 뒤졌지~ 그래서 맹추를 많이 울렸잖아. 우리는 갑돌이갑순이 장가시집갈 때 첫날 저녁 한 없이 울었지... 아,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우리 한 번 더 놀아볼까. 아이들을 데리고. 책보만 벗어던지면 전자유흰가, 아니 요새는 컴퓨터게임만 하는 아이들, 사람도 없는 컴퓨터세계에 빠져 어른들보고 인사할 줄 모르는 아이들, 지네들끼리는 제 잘 났다고 서로 픽픽 하며 콧대 세우기만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말이다.

나는 우리 엄마아빠에게 한 가지 한이 맺혀 있다. 나에게 누나 하나 만들어 주지 않은 거. 나는 학교에 다닐 때 누나 없는 콤플렉스에 누나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섰다. 그런 날은 열 받아 밥도 안 먹고 옷 입은 채로 그대로 뒤져 잔다. 빨리 죽어버리라고. 그래서 나는 사회에 나와 누나 하나를 삼았다. 그 누나는 나의 누나 없는 빈구석을 잘도 채워주었다. 나도 동생노릇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나는 음심을 품었다. 姐姐姐姐解決問題라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그래서 나는 넌지시 옛날이야기 하나 했다. ‘달래나 보지’. 옛날 옛적에 오랍누이가 앞뒤로 서서 길을 떠났다. 누나가 앞에 서고 동생이 뒤에 서서. 그런데 갑자기 삼단같은 비가 쏟아 부었다. 누나고 동생이고 옷이 다 젖어 몸에 착 달라붙었다. 뒤에서 걷던 동생은 누나의 착 젖은 바지에 그대로 드러나는 방둥이윤곽에 그만 음심이 발동되며 머리가 핑 돌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안되, 내 친누나잖아, 개돼지만도 못한 자식. 그는 돌맹이를 주어들더니 자기의 거시기를 찧 쪼았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누나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누나가 한 소리가 ‘달래나 보지’였지. 그리고 누나도 죽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먼 얘기가 아니고 우리 연변의 달래자전설이라고... 내 이야기가 끝나자 나의 누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달래나 보지’하고 묘한 웃음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달래’ 가지고 갈 데로 다 가보았다. 그러다가 ‘연상의 여인’바람에 편승하여 우리는 결혼인지 무언지 해서 요까지 왔다. 정말 남녀지간에는 우정이 없는가봐. 아니, 맺은 남매지간에도. 아니, ‘달래나 보지’의 피를 나눈 남매처럼 그런 치열한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누가 나빠서가 아니고 서로의 합의 속에 그런 ‘패륜’도 쉽게 이루어진다.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발전인지도 모른다. 요즘 애들 바로 이런 치열한 혈육의 정을 맛볼 수 없다. 그들은 바로 내 같이 어정쩡한 ‘姐姐’의 맛은 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묽은데다 쉽게 희석되고 흘러가기 쉬운 맛. 불쌍다.

그래도 요새 아이들 행복한데가 있다. 그리고 희망적인 데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행기’‘자동차’ 쾅, ‘돌격총’ 뚜르르, ‘칼’ 번쩍... 산비둘기 와삭와삭 뼈도 안 남기고 먹어 치우기... 마구 마스고 죽이기만 하더니 언제부터 부처님의 자비심도 깃드는가 放生할 줄도 안다. 그리고 겨울에 먹을거리 없어 삑삑 우는 저 산새들에게 좁쌀을 뿌려줄 줄을 알고. 우리가 클 때보다 낫다. 우리는 살기 바빠 放生이 무엇인지 몰랐고 좁쌀 죽 끓여먹기 바빳다. 저 放生하러 가는 아이, 우리 같이 가자!

200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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