皮
수림 속으로부터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노루며 멧돼지, 살쾡이, 호랑이, 늑대들... 아비규환의 비명소리 텔레비 화면을 붉게 물들인다.
황폐한 교외의 한 공장건물. 줄레줄레 건물 입구로 걸어들어가던 소무리, 하나같이 발가벗겨진 채, 디룽디룽 거꾸로 서서 출구로 나오고.
징, 꽹과리, 새납 장단에 맞춰 무대에선 둥~둥~~ 둥기당당, 달그락달그락… 춤꾼들이 노루며 소, 말, 양들의 팽팽한 뱃가죽을 신명나게 잡아두드린다…
곰이며 사슴, 너구리, 수달, 여우, 악어 등 온갖 동물들이 뚜벅뚜벅, 저벅저벅, 딸각딸각…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유들유들하고 귀티 나는 인간들의 어깨 위에 축 늘어진 채, 눈을 펀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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