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윤동주 시집과 여러 사람들...
2019년 01월 24일 01시 05분  조회:3762  추천:0  작성자: 죽림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윤동주 열풍이다. 영화 <동주>가 관객 110만 명을 돌파하였고, 윤동주 시집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1948년 1월30일에 정음사는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간행하였다. 여기에는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후배 정병욱이 가지고 있던 윤동주 자선시집의 시 19편과 연희전문학교 문과 동기 강처중이 보관한 시 12편 도합 31편이 실렸다.

 

 

유고시집 출간에 앞서 경향신문 기자 강처중은 윤동주의 시를 세상에 알렸다. 1947년 2월13일자 경향신문에 윤동주의 시 ‘쉽게 씌여진 시’가 주간(主幹) 정지용의 윤동주 소개 글과 함께 실렸다. 이 시는 일본 유학중에 윤동주가 강처중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한 시 5편중 하나이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중략)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6.3.

 

 

이 시 뒤에 윤동주의 연전 졸업앨범에 있는 사각모를 쓴 사진이 실렸고, 정지용은 윤동주의 생애를 소개하면서 “그의 비통한 시 10여 편은 내게 있다. 지면이 있는 대로 연달아 발표하기에 윤군보다도 내가 자랑스럽다”라고 적었다.

 

 

경향신문은 1947년 3월13일에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을 소개했다.

 

1947년 7월27일에는 세 번째로 시 ‘소년’을 소개했다. 그런데 경향신문의 윤동주 시 소개는 이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지용도 1947년 7월9일에 경향신문 주간을 사직하고 이화여대 교수로 복직하였다.

 

 

한편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2주기인 1947년 2월16일에 강처중 · 정병욱 · 윤일주 · 유영 등 30여명이 서울 소공동 ‘플라워 회관’에 모여 윤동주와 송몽규를 기리는 추도회를 가졌다. 이 추도회에 정지용도 특별히 참석했다. 이들은 윤동주 3주기 이전에 유고시집을 발간키로 하였다.

 

 

시집 출간을 주도한 이는 강처중이었다. 당시에 정병욱은 서울대 국문학과 4학년이었다. (송우혜, 윤동주 평전, 2016, p 487)

 

 

강처중은 정지용에게 시집의 서문을 부탁하였다. 강처중은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를 정지용에게 데리고 가서 윤동주의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게 했다.

 

 

그러면 정지용의 서문을 읽어보자.

 

 

서(序) – 랄 것이 아니라

 

 

(전략) 아직 무릎을 꿇을 만한 기력이 남었기에 나는 이 붓을 들어

 

시인 윤동주의 유고에 분향하노라. (중략)

 

내가 시인 윤동주를 몰랐기로소니 윤동주의 시가 바로 “시 詩”고 보면 그만 아니냐? (중략)

 

 

청년 윤동주는 의지가 약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정시에 우수한 것이겠고, 그러나 뼈가 강하였던 것이리라, 그렇기에 일적(日賊)에게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한 것이 아니었던가?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일제시대에 날뛰던 부일문사(附日文士)놈들의 글이 다시 보아 침을 배앝을 것 뿐이나, 무명(無名)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한(限)이 없는 시(詩)를 남기지 않았나?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

 

 

(후략)

 

 

1947년 12월28일

 

지용

 

 

 

한편 강처중은 유고시집의 발문을 지었는데, 그는 시인 윤동주의 사람됨을 말하면서 “동주의 시가 한 책이 되어 길이 세상에 전하여지려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강처중은 윤동주를 일약 민족 시인으로 발돋움시켰지만, 1950년 6.25 전쟁 이후 정지용과 함께 금기인물이 되었다. ‘남로당의 실세’로 활약한 강처중은 간첩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정지용은 월북했다.

 

 

그리하여 1955년 2월 윤동주 10주기 기념 증보판 시집이 정병욱과 윤일주의 손에 의해 출간될 때 정지용의 서문과 강처중의 발문은 아예 삭제되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향수’의 시인 정지용은 1988년에 해금되었고, 강처중은 영화 <동주>로 인하여 재평가를 받았다.

 

 

윤동주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의 시를 지켜준 이들이 여럿 있었으니.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90 "자그마한 세계" 2018-06-14 0 2530
1089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공상 2018-06-14 0 5107
1088 "비가 온다야 개미야 대문 걸어 잠궈라"... 2018-06-13 0 2582
1087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창공 2018-06-12 0 4630
1086 "꽃씨가 되여봄은..." 2018-06-12 0 2351
108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래일은 없다 2018-06-11 0 3504
1084 "우리는 '바다'에 관한 시를 쓸줄 모르외다"... 2018-06-11 0 2617
108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삶과 죽음 2018-06-11 1 9073
1082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초한대 2018-06-10 0 5333
1081 "할머니가 흘러간 그 시간의 탑이지요"... 2018-06-09 0 2702
1080 중국인민해방군 군가, 조선인민군행진곡 작곡가 - 정률성 2018-06-08 0 5338
1079 동시는 개구쟁이 애들처럼 써라... 2018-06-07 0 2605
1078 "너 이름 뭐니...." 2018-06-07 0 2690
1077 별, 별, 별... 2018-06-06 0 2552
1076 동시창작 다양화를 두고 / 김만석 2018-06-03 0 2735
1075 "삶의 꽃도 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2018-06-02 0 2546
1074 "나무들이 작은 의자를 참 많이도 만든다"... 2018-06-02 0 2599
1073 "엄마와 아빠는 늘 바쁜 바다랍니다" 2018-05-31 0 2705
1072 "쌍둥밤은 엄마하고 냠냠"... 2018-05-30 0 2484
1071 "소나무는 꿈을 푸르게 푸르게 꾸고 있다"... 2018-05-30 0 2894
1070 "햇살 한 줄기 들길로 산책 나왔다"... 2018-05-28 0 2558
1069 "조선의 참새는 짹짹 운다" 2018-05-26 0 2537
1068 천재시인 李箱의 련작시 "오감도 제15호" 뮤지컬로 태여나다 2018-05-24 0 2848
1067 맹자 명언 2018-05-22 0 4063
1066 노자 도덕경 원문 . 해설 2018-05-22 0 5069
1065 노자(老子) 도덕경 명언 명담 2018-05-22 0 3753
1064 노자 도덕경 명언 모음 2018-05-22 0 6633
1063 중국 노나라 유교 시조 사상가 교육자 - 공구(공자) 2018-05-22 0 6985
1062 중국 춘추시대 현자 - 노담(노자) 2018-05-22 0 5027
1061 "돌멩이를 아무데나 던지지 마세요"... 2018-05-22 0 2540
1060 김철호 / 권혁률 2018-05-16 0 2819
1059 미국 녀류화가 - 그랜드마 모제스 2018-05-04 0 5154
1058 청나라 화가, 서예가 - 금농 2018-05-04 0 4644
1057 청나라 가장 유명한 양주팔괴 서예가들 2018-05-04 0 2784
1056 "사랑의 깊이는 지금은 모릅니다"... 2018-05-04 0 2578
1055 미국 시인 - 칼릴 지브란 2018-05-04 0 4511
1054 박문희 시를 말하다(2) / 최룡관 2018-05-02 0 2964
1053 박문희 시를 말해보다 / 김룡운 2018-05-02 0 3200
1052 "산노루" 와 "숫자는 시보다도 정직한것이었다"... 2018-04-26 0 2790
1051 축구세계, 시인세계... 2018-04-25 0 3370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