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야 개미야 대문 걸어 잠궈라"...
<비에 관한 동시 모음>
+ 비 오는 날
둥지 없는 작은 새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나비들은, 잠자리, 풍뎅이, 쇠똥구리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맨드라미, 나팔꽃, 채송화...... 그리고
이름 모를 풀꽃들은 어떻게 지낼까?
그칠 줄 모르고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에는
죽도록 사랑하다가 문득 헤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양성우·시인, 1943-)
+ 빗방울은 둥글다
만약에
빗방울이
세모나 네모여 봐
새싹이랑
풀잎이
얼마나 아프겠니?
(손동연·아동문학가, 1955-)
+ 빗방울의 더하기
톡톡톡
잎새에 더해
초록빛 키우고
톡톡톡
꽃잎에 더해
꽃잎 웃음 키우고
톡톡톡
냇물에 더해
물소리 키운다
톡톡톡
더하면서
남은 키우고
톡톡톡
더하면서
제 모습은 뺀다.
(박소명·아동문학가)
+ 비 오는 날
낡은 구두는
젖은 발이 안쓰럽습니다
젖은 발은
새는 구두가 안쓰럽습니다.
(유희윤·아동문학가)
+ 비야 비야
비야 비야
그만 그쳐라
우리 아버지
구두가 샌다
울 집
지붕이 샌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런 건 견딜 수 있단다
비야 비야
부탁이다, 제발 그쳐라
네가 가꾼 산을
네가 뭉개다니
네가 가꾼 벼 포기
네가 쓸어 내다니
그쳐라 그쳐라
상추씨 도닥이던
착한 비야.
(유희윤·아동문학가)
+ 봄비 그친 뒤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남호섭·아동문학가, 1962-)
+ 풀밭에서
여우비
그친 뒤
풀밭에 갔더니
빛들은
풀잎으로
알몸을 가리고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부끄러운 아기 얼굴로
배시시 웃고 있었다.
(박유석·아동문학가)
+ 가랑비 오는 날
가랑비가 촉촉이 내렸어요.
꽃들 머리를 어루만지며
우리 머리를 어루만지며
하느님이 오늘만큼은 우리를
꽃으로 여기셨나 봐요.
꽃같이 여기셨나 봐요.
모처럼 오늘은
나도 한 송이 꽃이 아니었을까?
(박두순·아동문학가)
+ 가랑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들려 오는 머언 피리 소리
닫혔던 들판의
초록 대문이 천천히 열린다.
바위 틈에서
자갈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풀이며 나무들의
목마름도 풀리고,
소나무, 오리나무, 싸리나무, 느릅나무의
바짝 말랐던 입술에 노래가 흐른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보슬비
보슬보슬 보슬비가
잔잔한 호수처럼 내리고 있네요.
한사코 울어대던 뻐꾸기도
그 자장가를 들으며 졸고 있는가 봐요.
편지를 서너 줄 쓰다 말고
저기 관악산 숲 속을 바라봅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 아이의
큼직한 눈동자가 아롱거려요.
그 아이도 지금쯤 창문을 열고
무엇을 생각하며 울고 있을까.
소식이나 알려주듯 교회당 종소리가
고요하게 마음속에 울려옵니다.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나 혼자 집을 보는 한때입니다.
(장수철·아동문학가, 1916-1993)
+ 빗방울
어, 어
나뭇잎에 떨어졌네!
그럼
또르르
구슬 되어 굴러가지
어, 어
전깃줄에 걸렸네!
그럼
어디 한번
매달려 볼까?
대롱대롱대롱
아이고
힘 빠졌다
톡―.
(권오삼·극작가, 1943-)
+ 우산 파는 아줌마
주룩 주룩
큰 비가 내리는 날
버스 터미널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우산을 파는 아줌마.
새 우산이 아까운지
얇은 비닐 우비 하나 걸치고
옴츠린 채 덜덜 떨며
오는 비 다 맞고 있어요.
쏴아아 쏴아아아?
빗줄기는 더 세지는데
팔릴 줄 모르고 쌓여 있는 우산들.
아줌마 입술이 점점 파래져요.
나도 모르게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어요.
돈이 있다면
그 우산들을 몽땅 사드리고 싶어요.
빨리 집에 들어가시게요.
가던 길 멈추고
제가 든 우산을
씌워드리고 싶어요.
새 우산이 다 팔릴 때까지요.
날마다 엄마한테
깍쟁이 소리 듣던 제가
오늘만은요.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비 맞은 아빠
아침에 엄마가
하늘 쳐다보시며
―비 올 것 같으니
우산 갖고 가세요.
아빠도 엄마처럼
하늘 쳐다보시고
―뭐 괜찮을 거요!
저녁 때 비 맞고
돌아오신 아빠는
―허어 그것 참…
엄마가 아빠의 가방을
받으시면서
―제 말 들으셨으면
비 안 맞았지요.
오늘은 아빠에게
엄마가 이겼습니다.
(박홍근·아동문학가, 1919-2006)
+ 소나기
한 손에 지팡이
한 손에 보따리
꼬부랑 할머니가 언덕길 오를 때
오줌 마려운 먹구름이 할머니를 보았대.
쉬다 오르다
쉬다 오르다
땅만 보고 쉬엄쉬엄 올라가는
할머니를 따라가며
묵직한 배에 힘을 꽉 주고
검은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오줌은 나올락 말락
마침내 언덕 위
작은 대문이 닫히는 걸 보자마자
온몸에 힘을 뺀 먹구름은
솨솨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대.
(김정신·아동문학가)
+ 빗방울
구름이 끼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네.
연못 속에 연꽃들
우산 없이 어쩌나.
구름이 끼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네.
지붕 위에 흰 박들
비옷 없어 어쩌나.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비 온다
개미야 개미야
얼른 얼른 집에 가서
대문 걸어 잠궈라
지렁이야 지렁이야
얼른 얼른 나와서
대문 활짝 열어라.
(박혜선·아동문학가,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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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한 리발사가 축구팬의 뒤통수에 그가 가장 숭배하는 아르헨띠나의 축구명선수 메시의 얼굴모양으로 깎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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