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
2018년 12월 18일 23시 39분  조회:2676  추천:0  작성자: 죽림

[일상에 스민 문학]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저는 아직도 종이신문을 구독합니다. 새벽에 막 구워낸 듯한 빵과 같이 옅게 배어있는 기름 냄새가 참 좋습니다. 광고지가 많이 들어오는 날에는 왠지 제가 그 광고들을 다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제가 맡아서 하는 토요일 쓰레기 분리 수거에 신문을 버리지 않아 가족들에게 타박을 받는 것도 제 몫이랍니다. 

 

신문에서 가장 좋아하는 면은 주말에 배달되는 <북섹션>입니다. 요즘은 토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에 나오면서 약간 소개란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최신 책에 대한 동향이나 해외 출판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서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가끔씩은 작가들이 자신이 읽고는 소개해주소 싶은 책들을 소개하는 칼럼이 실릴 때가 있는데, 소개한 작품이 제가 읽어 본 작품일때는 왠지 모를 짜릿함 마저 느끼게 됩니다.

 

‘자신을 울게 만든 작품’이라는 내용으로 소설가 김연수가 인터뷰를 한 내용을 접했습니다. 그는 일본 아동문학가 ‘미야자와 겐지’의 시가 자신을 울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그는 동화 ‘강아지 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께서 생전에 존경했던 작가라고 합니다. 접해 본 적이 없어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일본에서는 국민 아동문학가였습니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늑막염으로 생을 마칠 때까지 농업 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평생 동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 즐겨보았던 일본 만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이 된, <은하철도의 밤>을 만들어 우리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내친김에 주말에 도서관에 들러 그의 책들을 모조리 찾아보았습니다. 말씀드렸던 <은하철도의 밤>을 비롯하여 <주문이 많은 음식점>, <첼로 켜는 고슈>와 자전적 이야기인<구스코부도리의 전기>등이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온 책은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40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책이었는데, 책 전체가 한 편의 짧은 시로 구성되어있는 책입니다.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고

 

절대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미소 지으며

 

 

 

(…)

 

 

 

동(東)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찾아가서 간호해 주고

 

서(西)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대신 져 주고

 

남(南)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北)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겨울엔 허둥대며 걷고

 

누구한테나 바보라 불려지고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김연수 작가의 동인문학상 수상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도 마지막에 수록된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라는 단편은 바로 이 시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감각적으로 다룬 작품인데,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제 자신을 되돌아 볼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명 존중 사상과 공생(共生)의 행복관을 담아내던 겐지의 동화들은 당시 주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배타적이던 일본에서는 외면당했다고 합니다. 결국 겐지의 동화는 그가 살아있을 때 빛을 보지 못하고, 마쳤다고 합니다. 거의 7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는 '겐지 붐'이라고 할 만큼 열광적인 독자군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의 작품은 일본 교과서에 오랫동안 수록되어 정서적 영감을 불어넣을 만큼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유튜브에만 들어가 보아도 그의 시를 암송하는 대회이며, 개인적으로 만든 비디오들이 즐비하니까요. 추운 겨울 날, 점심 식사 후에 한번 검색해보시고 암송해보시면 어떨까요?  

 

 

/정재엽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70 수선화야, 나와 놀자... 2017-06-24 0 2178
569 시의 제목이 때때로 주제를 요약하거나 암시하게 한다... 2017-06-24 0 2378
568 작가들의 책 증정은 타인의 존중이자 자아관리이다... 2017-06-24 0 3212
567 흑토변 시인 한영남, 두만강역 시인 윤청남 시집 "꽃" 피우다... 2017-06-24 0 3140
566 "6월"의 시모음 2017-06-24 0 2508
565 시는 어휘의 빈곤, 경박한 멋부리기, 산만한 이미지 등은 금물... 2017-06-24 0 2237
564 "손에 쥐고 있는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날이 있다"... 2017-06-24 0 2185
563 시를 읽을 때, 일단 그 시를 읽고 그림을 미리속에 그려라... 2017-06-24 0 2592
562 시인은 지성과 감성, 사고와 감정이 늘 융합통일이 되여야... 2017-06-24 0 2238
56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6진방언" 알아보다... 2017-06-20 0 2682
560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강원도방언" 알아보다... 2017-06-20 0 3095
559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황해도방언" 알아보다... 2017-06-20 0 2676
55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함경도방언" 알아보다... 2017-06-20 0 3685
55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연변방언" 알아보다... 2017-06-20 0 2751
556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북방언" 알아보다... 2017-06-20 0 3863
555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야생화 이름의 유래... 2017-06-19 0 2417
554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재미있는 식물, 나무이름의 유래... 2017-06-19 0 2644
553 중국 "양주팔괴"의 한사람 - 정판교 2017-06-19 0 4781
552 민들레야, 나와 놀자... 2017-06-19 0 2484
551 시작은 시에 생명이 없는것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2017-06-19 0 2302
550 망초꽃아, 나와 놀자... 2017-06-18 0 2272
549 시창작에서 고독은 최고의 창작환경이다... 2017-06-18 0 2111
548 시는 언어로 만들어진 그림... 2017-06-18 0 2360
547 [작문써클선생님들께]-프랑스 비행사 작가 생텍쥐페리 명언... 2017-06-16 0 6162
546 제비꽃아, 나와 놀자... 2017-06-16 0 2115
545 인류 최초의 시인은 원시사회에서 신체적 불구자???... 2017-06-16 0 2485
544 세계적 글쟁이들이 글쓰기 조언 41 2017-06-16 0 2381
543 장미꽃아, 나와 놀자... 2017-06-15 0 2355
542 시인은 자기자신의 원고를 "퇴고"할줄 알아야... 2017-06-15 0 2463
541 "오월의 짧은 그림자"야, 섭섭하다... 다시 놀자... 2017-06-14 0 3658
540 철쭉아, 나와 놀자... 2017-06-14 0 2413
539 시적 탐구의 과정은 곧 삶의 잉여적 표현이다... 2017-06-14 0 2284
538 시인의 눈물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렌즈"이다... 2017-06-14 0 2717
537 진달래야, 나와 놀자... 2017-06-13 0 2308
536 개나리야, 나와 놀자... 2017-06-13 0 2747
535 시작은 내적인 노예상태를 까부수어 나아가는 과정이다... 2017-06-12 0 2107
534 시인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또 하나의 열쇠가 있어야... 2017-06-12 0 2395
533 시인의 눈은 저 쪽의 세계를 명징하는 고감도의 눈이여야... 2017-06-09 0 2538
532 음악 전통속에서 새로운 시적인 표현을 만들어내다... 2017-06-09 0 2113
531 벗꽃아, 나와 놀자... 2017-06-09 0 2400
‹처음  이전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