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속에서 무한한 세상이 펼쳐진다...
2018년 06월 25일 22시 53분  조회:2566  추천:0  작성자: 죽림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

--박문희 시 <공감대>를 읽고서

□ 방순애


하이퍼시 쓰기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모든 것에 대한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열어젖히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리좀적 사유의 글쓰기입니다.

이른 바의 리좀(Rhizome)은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은유적 용어 혹은 철학 용어로서 원래의 리좀은 지하경을 의미합니다. 철학용어로서의 리좀은 이항 대립적이고 위계적인 현실 관계 구조의 이면을 이루는, 자유롭고 유동적인 접속이 가능한 잠재성의 차원으로, 관계 맺기의 한 유형입니다.

질 들뢰즈에 따르면 리좀은 시작도 끝도 갖지 않고 언제나 중간을 가지며 중간을 통해 자라고 넘쳐나면서 어떤 지점이건 다른 어떤 지점과도 연결 접속될 수 있고 또 연결 접속되어야만 합니다. 언제나 많은 입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탈영토화의 운동들과 재영토화의 과정들이 끝없이 가지를 쳐 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끌어내고 교대하며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갈 수 있게 합니다.

이런 리좀의 원리를 적용하여 아래 박문희 시인의 시 <공감대>을 분석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처마 밑에 숨어든 달빛 소나타
문틈으로 샌 부나비
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
앵금으로 떨어낸다

바람과 다툰 노을
기와의 귀에 아픔을 호소하고
음달 안고 자던 꿈에서 깨며
풀벌레 넋은 밤 노래 열창한다

뽕잎 포식한 밤 누에
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
세월에 비틀린 고목
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

--<공감대> 전문

이 시는 3연으로 되었는데 각각 다른 상상력의 조합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상력 공간의 이동이라 할 수 있고 지하경(뿌리줄기)에서 횡적으로 열매달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럼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1연: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처마 밑에 숨어든 달빛 소나타
문틈으로 샌 부나비
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
앵금으로 떨어낸다

1연 6행입니다. 1행에서 ‘다사한 허공’을 등장시킵니다. 시인은 상상의 공간에 ‘말뚝을 박’는다는 현재 시점을 끌어들입니다. 시가 동적으로 되여 있기에 한 장면의 영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2행, ‘처마 밑에 숨어든 소나타’ --1행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이미지입니다. 끝도 시작도 없이 중간으로 시작된 이미지를 시각화시켰습니다.

3~4행 ‘문틈으로 샌 부나비/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가 한 이미지이고 5~6행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앵금으로 떨어낸다’가 또 다른 이미지입니다. 부나비가 두개의 이미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탈영토화에서 영토화하고 재령토화에서 다시 탈영토화를 시도합니다. 이러한 것을 통해 초월적인 변형에서 무의식 속에 은폐되어있는 환영을 만들어 냅니다.

1련의 정적 단어는 ‘말뚝-소나타-부나비-불빛-가슴의 랑만’이고 동적 단어는 ‘박고-숨어든다-걸터앉아-떨어낸다’입니다. 이 두 가지 단어들이 한데 어울려 시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영상화로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뿌리줄기에 횡적으로 달린 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낙화생이 뿌리줄기에 달린 것처럼.

2련:
바람과 다툰 노을
기와의 귀에 아픔을 호소하고
음달 안고 자던 꿈에서 깨며
풀벌레 넋은 밤 노래 열창한다

2련은 두개의 이미지입니다. ‘노을’이 ‘아픔을 호소’하고 ‘자던 꿈에서 깨며’가 한 이미지이고 ‘풀벌레 넋’이 ‘밤 노래 열창한다’가 다른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노을’과 ‘풀벌레 넋’은 정적 언어이고 ‘호소’, ‘깬다’, ‘열창한다’가 동적 언어입니다. 이런 동적 언어로 하여 그림 같은 시각성을 보여줍니다. 탈영토화의 선에 의해 한 가지 다양체가 다른 다양체와 연결접속을 하였습니다. 납득이 잘 안 되는 것 같지만 지면을 따라 모든 방향으로 갈라지는 확장에서 구근과 덩이줄기 갈래 길에서 응고에 이르는 리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3연:
뽕잎 포식한 밤 누에
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
세월에 비틀린 고목
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

3련은 4행입니다. 한연에 두 가지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뽕잎 폭식한 밤 누에/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인데 여기서 ‘하현달 흘린 미음’은 환유적 표현을 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세월에 비틀린 고목/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입니다. 한 줄기에 두개의 열매가 접속되어 달려있습니다. ‘밤 누에’, ‘비틀린 고목’ 이 성질이 다른 언어를 한 개 연에 구사하여 수평적 건너뛰기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징은 방사형으로 확장할 수 있는 횡적 연접의 기법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총적으로 박문희 시 <공감대>는 3개 연에 7개의 이미지들이 횡적으로 연결접속을 하여 자기들만의 그림들을 영상화에로 이끌어갔습니다. 사물들의 공감대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물들의 연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시를 통하여 시속의 사물들이 서로 공감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려 하였습니다. 이 사물들은 이 시의 자연을 대표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감대’란 매개물을 통하여 자연물의 조화를 노래한 것 같습니다. 이들 이미지들은 어느 것도 시의 중심이 되지 않습니다. 무중심 이미지들이 중간에서 연결접속 되었습니다. 중심 이미지가 없는 시, 나름대로 나타내는 이미지로 된 하이퍼시라 하겠습니다. 박문희 시인님의 시 <공감대>는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시는 새로운 이미지의 생성을 강조하고 현실과 초월의 선에서 넘나들며 새로운 탐색을 요구합니다. 또한 사고의 확장과 무한한 연결 가능성을 통해 다양체를 추구하고 탈관념을 실현합니다. 구체적으로 단선구조의 틀을 깨고 다선구조의 틀을 새로 구축함으로써 시인의 상상을 객관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정적 이미지를 동적 이미지로 변환시켰습니다. 이처럼 문장을 구성할 때 가급적 추상적인 것을 극복하고 명사구와 동사구를 잘 응용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단 하나의 상징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때도 있는데 한수의 시 안에 여러 가지 참신한 이미지들이 접속되어 있다면 경우에 따라 그 아름다움은 몇 곱절 커질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형식으로 무수히 많은 다양체들이 접속점을 찾아 이미지로 연결된다면 시 속에 무한한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2018.4.29

/《송화강》잡지 2018년 제3기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70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새벽이 올 때까지 2018-07-25 0 3760
1169 윤동주 시집 원 제목 "병원"이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2018-07-25 0 3600
1168 윤동주와 정병욱 가옥 2018-07-24 0 2681
1167 "붓끝을 따라온 귀뚜라미는 홀로의 감방에서도 울어준다"... 2018-07-24 0 3186
1166 윤동주와 이양하 2018-07-24 0 2892
1165 사람이 1년에 800만번 숨을 쉬는데... 2018-07-24 0 2826
1164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무서운 시간 2018-07-24 0 3503
116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팔복 2018-07-23 0 6064
1162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위로 2018-07-22 0 3069
1161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장미 병들어 2018-07-19 0 2909
1160 윤동주와 윤석중 2018-07-18 0 4237
1159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자화상 2018-07-18 0 5867
1158 윤동주 동생 윤일주 2018-07-18 0 3023
1157 우리는 민족혼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2018-07-18 0 2468
1156 "윤동주 수업 늘이자"... 2018-07-17 0 3206
115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아우의 인상화 2018-07-17 0 4543
1154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새로운 길 2018-07-17 0 9471
115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창 2018-07-16 0 4681
1152 "리별은 인생의 보석이다"... 2018-07-15 0 2531
1151 "강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낸다"... 2018-07-15 0 2543
1150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양지쪽 2018-07-15 0 4502
1149 윤동주와 동시인 강소천 2018-07-15 0 3565
1148 [시시비비] - 력사는 력사이다... "선구자의 노래"의 내막?(6)... 2018-07-13 0 3849
1147 송몽규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였다... 2018-07-13 0 3596
1146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이런 날 2018-07-13 0 3448
1145 윤동주와 "4총사" 2018-07-13 0 3312
1144 "가슴속에 어머니라는 산(山) 하나 들고 있다"... 2018-07-12 0 2435
1143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이다"... 2018-07-12 0 2516
1142 윤동주 시작품에서 나오는 "레그혼" 2018-07-12 0 3246
1141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닭 1 2018-07-12 0 2445
1140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가슴 1, 2, 3 2018-07-11 0 3050
1139 윤동주와 숭실학교 2018-07-11 0 3848
1138 윤동주 시 리해돕기와 모란봉 2018-07-10 0 3531
1137 영원하다... 영원할... 영원하리... 2018-07-10 0 3730
1136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모란봉에서 2018-07-09 0 2829
1135 "저 바다 건너 배고픈 아이들 배불리는 빵 한덩이 되고싶다"... 2018-07-09 0 2360
1134 윤동주와 문익환 2018-07-09 0 2703
113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거리에서 2018-07-09 0 4365
1132 윤동주 시 리해돕기와 "륙첩방(다다미방)" 2018-07-08 0 4230
1131 윤동주와 정지용, 경향신문 2018-07-08 0 2566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