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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시모음
2018년 03월 04일 05시 44분  조회:3953  추천:0  작성자: 죽림

<탐욕에 관한 시 모음>

+ 사자와 사람 

배부른 사자는 
사냥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먹이를 쌓아 놓고도 
투망을 던진다 

아직 굶주려 죽은 사자는 
지상에 없다 

그러나 
가장 많이 아사한 동물은 
인간이다 

사자는 
제 몫만 챙기면 
나누어 갖도록 두지만 

사람은 
곳간을 만들어 
먹이를 가두기 때문이다 
(임보·시인, 1940-) 


+ 마음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먹인 모시 적삼같이 
사물이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좇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박경리·소설가, 1926-2008) 


+ 인생이란 
  
남기려고 하지 말 것 

인생은 
남기려 한다고 해서 
남겨지는 게 아니다 

남기려고 하면 오히려 
그 남기려는 것 때문에 
일그러진 욕망이 된다 

인생이란 그저 
사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말 아니다 
(윤수천·시인, 1942-) 


+ 밭 한 뙈기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장작불 타다 

시골장터 
제 몸 태우고 있는 
장작불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갈길 바빠도 
순박한 눈빛 속 끼여 있는 것은 
내 가슴 속 나뭇가지 꺾어  
툭툭 던져 넣고 있기 때문이다 

탐욕의 통나무 
허연 재만 남고  
그 재, 바람에 날려 흩어지듯 
인생도 그렇게 태우고 가는 것이리라 

태워라 
불꽃 위에 자신을 던져라 
가볍게, 말갛게 살고 싶거들랑 
뿌리 깊은 욕망 뽑아 태워라 
(손희락·시인)) 


+ 화엄사에 오르다 

얼만큼 버려야 저 산처럼 조용할까 
얼만큼 멀어져야 저 들처럼 편안해질까 
여기까지 오면서도 떨쳐 버리지 못한 욕망 
가파르게 흐르는 물에다 떠내려보내도 
다 떨쳐내지 못한 뜻 이골 저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처럼 끝없이 쏟아져 내린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면서 
삶의 때묻은 발자국을 지우려 
먼 산을 보며 오른다 
이 길을 다 걸어 오르면 마음은 
전나무처럼 곧게 뻗어 오를까 
이 길 다 걸어 오르면 마음은 
풀처럼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게 될까 
그래서 화엄사를 볼 수 있게 될까 
(김윤현·시인, 1955-) 


+ 나무들을 보라 

나무들을 보라 
뜨겁다고 불평 불만인 세상 속에서 
따뜻함을 위해서 내미는 손 
욕심이 과하다 싶거나 
티끌이 섞였다 싶으면 
장마 속에서 말쑥하게 씻어내는 
삶의 현명함을 보라 
이물질의 생각들이 손금 사이로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 없이 손을 잘라내고 
추위에 알몸을 맡기고 
고통을 감수하는 숭고한 삶을 보라 
(한상숙·시인) 


+ 나무는 

사람은 겨울이 오면 옷을 자꾸 껴입는데 
나무는 옷을 한 겹씩 자꾸 벗어 내립니다 
다 벗고 더 넓고 높은 하늘을 얻어 입고 섰습니다. 
(정완영·시인) 


+ 나 늙어 산골에 살면  

나 늙어 산골에 살면 
이슬처럼 맑은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비록, 가진 건 없으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나눠주고 받고 싶습니다. 
도란도란 얘길 주고받으며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산골에서 
행복한 마음은 
언제나 따스한 햇살처럼 
온기를 느끼기에 충분하겠지요? 
(강해산·시인) 


+ 비울수록 채워지는 향기 

일상의 무게를 가늠하며 산다는 건 
아직도 욕심이 존재하고 있음이다. 
욕망의 늪은 끝을 보이기 싫어하지만 
작은 입자를 하나씩 덜어내는 일은 
결코 잃음이 아니다. 

비우는 일은 곧 채우는 일이다. 
꽃 진 자리에 꽃대가 서고 
물 나간 자리만큼 넓어지듯 
비워지는 자리마다 
행복의 향기가 들어와 앉는다. 

삶은 이렇듯 날마다 
조금씩 잃고 조금씩 비우는 일이다. 
덜어낸 만큼 성숙해지고 
모자라는 그 자리 채울 때마다 
인생의 향기가 넘쳐난다. 
(김숙자·시인) 


+ 빈 그릇 

차랑차랑한 이슬을 
동글동글 그대로 한번 담아보고 싶다. 

산뜻한 무지개, 그리고 
비 그친 뒤의 저 푸른 하늘을 

차곡차곡 
가슴이 넘치도록 
한번 담아보고 싶다. 

맑은 새소리 
밝은 햇살 
………… 
………… 

그런데 
그런데 
네가 앉은 그 곳에도 
내가 섰는 이 곳에도 
흩날리는 먼지. 
뿌연 먼지.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 
작은 나래 파닥거려 
그릇을 닦는다. 

담을 것만을 담고 싶은 
내 바램의 빈 그릇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 
(이무일·아동문학가) 

 



=========================덤으로 더...


고은 시인의 입장이 실린 영국 가디언 2일자 기사(가디언 캡처)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이 외신에 "부인과 나 자신에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일 '시인 고은 성추행 폭로 뒤 한국 교과서에서 지워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은 시인이 영국 출판사인 블루댁스 북스의 고 시인 담당자인 닐 애슬리(Neil Astley)씨를 통해 성명을 보내왔고 이 글에서 성추행 주장을 부정했다고 전했다. 

고 시인은 "나는 최근 의혹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데 대해 유감이며, 나는 이미 내 행동이 초래했을지 모를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뉘우쳤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몇몇 개인이 제기한 상습적인 비행(habitual misconduct) 비난은 단호하게(flatly)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나는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잠재워지기를 기다릴 것"이라면서 "하지만 사실과 맥락을 잘 알 수 없는 외국의 친구들에게는 부인과 나 자신에 부끄러운 어떤 짓도 하지 않았음을 밝힌다"고 했다. 

"지금 내가 이 순간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지닌 명예와 함께 내 글쓰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애슬리 씨는 "고 시인이 종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지난달 입원했고 지금 회복 중이지만 수술과 그에게 가해진 공적 비난의 결과 쇠약해진 상태"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한 일간지에 간략히 입장을 밝힌 후 그외 국내 언론과는 접촉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자신의 첫 공식입장을 외신을 통해 밝힌 것이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 후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서재를 본떠 만든 '만인의 방' 철거 결정을 내렸고 교육부 등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들을 삭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서울=뉴스1) / 권영미 기자 ungaungae



==================================


"바지 지퍼 열고...
 

장병호 2018.03.05. 
 
 
5일 블로그 통해 2008년 성추행 고발
"'격려 차원'이란 고은 변명에 경악해"
성추행에 대한 진정한 사과 요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시인 고은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외신을 통해 부인한 가운데 또 다른 성추행 폭로가 나왔다.

시인 박진성은 5일 자신의 블로그에 ‘고En 시인의 추행에 대해 증언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저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이자 방관자”라며 “지난날의 제 자신을 반성하고 증언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박진성 시인에 따르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은 2008년 4월 C대학교에서 주최한 강연회 이후에 벌어졌다. 박진성 시인은 “당시 H대학의 문예창작과 교수 K로부터 이 자리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고En(고은)을 만날 수 있는데다 뒤풀이도 있다고 들어 전날 밤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고 떨렸다”고 말했다.

강연의 감동은 뒤풀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박진성 시인은 “오후 5시께 술기운에 취해서였는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 고En 시인이 참석자 중 옆자리에 앉은 한 여성의 손을 만지기 시작했고 팔을 만지고 허벅지를 만졌다”며 “당시 20대였던 여성은 고En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 만으로 그런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진성 시인은 K교수에게 “안 말리고 뭐하는 것이냐”라고 말했지만 K교수는 “가만히 있으라”고 답했다. 박진성 시인은 “K교수에게 밉보일가 두려웠고 문단의 대선배 고En 시인에게 밉보일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또한 “고은 시인이 여성 3명 앞에서 지퍼를 열고 자신의 성기를 꺼내 흔든 뒤 자리에 다시 앉아 ‘너희들 이런 용기 있어?’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박진성 시인은 “2018년 ‘30년 전 격려 차원에서 그랬다’는 고En 시인의 변명을 보고 또 한 번 경악했다”며 “‘부끄러울 일 안 했다, 집필을 계속하겠다’는 고En 시인의 입장 표명을 보고 다시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추행과 희롱을 보고 겪은 시인만 적게 잡아 수백 명이 넘는다”며 “문단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왜 노(老) 시인은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박진성 시인은 “고En 시인에 대한 증언은 정말 수도 없이 많다”며 “그는 이 세계의 왕이자 불가침의 영역이자 신성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En 시인의 진정한 사과를 바라며 이를 묵살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저 역시 방관자로서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고 끝맺었다.

고은 시인은 지난해 12월 시인 최영미가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를 통해 발표한 시 ‘괴물’이 뒤늦게 주목을 받으며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고은 시인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 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최영미 시인이 곧바로 “제가 괴물에 대해 매체를 통해 한 말과 글은 사실”이라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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