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신발> 시모음
2018년 02월 02일 02시 11분  조회:2611  추천:0  작성자: 죽림

<신발에 관한 시 모음>  


+ 구두에 관하여 

내 신발은 
어느 늙은 소의 가죽을 잘라 만든 것, 

내가 걸어다닌 길들의 역사, 
내 육체의 발이 오래 길들인 애인, 
일몰의 시각에 저 혼자 외로운 추락의 왕자, 

신발이 어느 날 갑자기 무겁다. 
문 앞에 기운 없이 웅크리고 있는 
헐벗은 개 한 마리, 
세상을 비관하지는 않았다. 

발은 불안한 바람을 딛고, 기우뚱 
발은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을 딛고, 기우뚱 
발은 공중변소도 다녀왔고, 
길에 함부로 버려진 오물도 밟는다. 

내 신발은 무겁다, 그것의 뒤축은 닳고 
그것은 내 걸음걸이의 오랜 습관을 말해준다. 

한밤중의 빈 구두는 말이 없다. 
침묵 속에 숨은 
한숨과 비명 소리를 듣는다. 

이미 저를 많이 버린 구두는 
비천하다, 삶도 저와 다를 바 없다. 
시간은 모두 질기고 뻣뻣한 것들을 부드럽게 만든다. 
굴종의 편안함이여, 헛된 욕망의 끝없음이여 
그러나, 언제까지 
굴종 속에 웅크리고 있을 것인가. 

오래 신어 이미 발의 일부가 되어버린 구두여, 
네 몸의 일부는 오래 닳고, 
내 걸음걸이는 가끔 기우뚱거린다. 
(장석주·시인, 1954-) 


+ 구두 한 켤레의 시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쑬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얼어 
한 소절도 듣지 못한 강물소리를 
구두 혼자 어떻게 듣고 왔을까 
구두는 지금 황혼 
뒤축의 꿈이 몇번 수습되고 
지난 가을 터진 가슴의 어둠 새로 
누군가의 살아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촉수가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 
고향 텃밭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구두는 초면 나는 구면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온 내게 
고향은 꽃잎 하나 바람 한 점 꾸려주지 않고 
영하 속을 흔들리며 떠나는 내 낡은 구두가 
저문 고향의 강물소리를 들려준다. 
출렁출렁 아니 덜그럭덜그럭. 
(곽재구·시인, 1954-) 


+ 네 켤레의 신발 

오늘 저 나직한 지붕 아래서 
코와 눈매가 닮은 식구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은 
얼마나 따뜻한가 

늘 만져서 반짝이는 찻잔, 잘 닦은 마룻바닥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소리 내는 창문 안에서 
이제 스무 해를 함께 산 부부가 식탁에 앉아 
안나 카레리나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가 긴 휘파람으로 불어왔는지, 커튼 안까지 달려온 별빛으로 
이마까지 덮은 아들의 머리카락 수를 헬 수 있는 
밤은 얼마나 아늑한가 

시금치와 배추 반 단의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마음으로 외는 시간이란 얼마나 넉넉한가 
흙이 묻어도 정겨운, 함께 놓이면 그것이 곧 가족이고 식구인 
네 켤레의 신발 
(이기철·시인, 1943-) 


+ 구두 한 짝 

비 맞고 있다 
개나리 덤불 후미진 데 
버려진 구두 한 짝, 
발이 아닌 흙덩이를 신었다 
어디서 어떻게 기막히게 알았는지 
어린 채송화가 와 뿌리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의 추억과 
냄새가 눈시울을 흔들어 놓기도 했지만 
끈 떨어지고 뒤축 닳은 뒤에도 
세상 넓어 누울 곳 남았는지 
채송화 거처로서 별 불평 없다 
사실, 사람이 신지 않으면 
구두는 아무도 밟지 않는다 
사람만이 구두를 신고 무언가 짓밟는다 
그럴 때마다 구두는 허리끈 풀며 
가까스로 발벗는 꿈에 젖었었다 
다시 사람 꿈을 이제 꾸지 않아도 되는 
오래된 구두 한 짝, 그 채송화네 
집 처마 끝으로 빗방울 소리 
수런수런 내리고 있다. 
(이진수·시인)                


+ 신발의 꿈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이 있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짝쯤 뒤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좌우가 바뀌거나 이쪽저쪽 외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얌전히도 줄을 맞추고 있다 
가지런한 침묵이야말로 침묵의 깊이라고 
가지런한 슬픔이야말로 슬픔의 극점이라고 
신발은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부르트도록 끌고 온 길이 있었을 것이다 
걷거나 발을 구르면서 
혹은 빈 깡통이나 돌멩이를 일없이 걷어차면서 
끈을 당겨 조인 결의가 있었을 것이다 
낡고 해어져 저렇게 버려지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내팽개치고 싶은 날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누군가 그를 완전히 벗어 던졌지만 
신발은 가지런히 제 몸을 추슬러 버티고 있다 
누가 알 것인가, 신발이 언제나 
맨발을 꿈꾸었다는 것을 
아 맨발, 이라는 말의 순결을 꿈꾸었다는 것을 
그러나 신발은 맨발이 아니다 
저 짓밟히고 버려진 신발의 슬픔은 여기서 발원한다 
신발의 벌린 입에 고인 침묵도 이 때문이다 
(강연호·시인) 


+ 신발論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마경덕·시인) 


+ 신발 벗고 들어가는 곳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독신녀 
그곳에 가보면 틀림없이 베란다에 
그녀의 신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한강에 뛰어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시멘트 바닥이든 시커먼 물이든 
왜 사람들은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신었던 것을 가지런하게 놓고 갈까? 
댓돌 위에 신발을 짝 맞게 정돈하고 방에 들어가, 
임산부도 아이 낳으러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뛰어내린 곳에 있는 신발은 
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영원히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그 방향 이쪽에 그녀가 기른 熱帶漁들이 
수족관에서 물거품을 뻐끔거리듯 
한번의 삶이 있을 따름이다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잘못 든 길들이 있었든가 
가서는 안 되었던 곳, 
가고 싶었지만 끝내 들지 못했던 곳들; 
말을 듣지 않는, 혼자 사는 애인 집 앞에서 서성이다 
침침한 밤길을 돌아오던 날들처럼 
헛된 것만을 밟은 신발을 벗고 
돌아보면, 생을 '쇼부'칠 수 있는 기회는 꼭 이번만은 아니다 
(황지우·시인, 1952-) 


+ 상가에 모인 구두들 

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유홍준·시인, 1962-) 

+ 향해일지 

영안실 뒤뜰에 노아의 방주 떠 있다. 
들어선다. 
뒷굽 안쪽까지 젖은 구두는 벗어두고 
벌써부터 구김살이 움켜쥔 넥타이는 풀어둔다. 
없는 게 없다. 
뻘건 국물엔 오늘 아침 잡았다는 소의 옆구리가 뜨고 
붉은 화투패에선 화사한 꽃들이 피었다 진다. 
환호성도 터진다. 
투망한 화투패로 한 두릅 싱싱한 지폐를 낚아 올리고 
푸른 새벽이 와도 충혈된 눈은 감길 줄 모른다. 
기우뚱! 기울어진다. 
배가 세찬 풍랑을 만날 때마다 
승객들은 기우는 쪽으로 쓰러져 불편한 새우잠이 든다 

이제 나서야 한다. 
뒤엉킨 신발 속에서 용케 딱 맞는 구멍을 찾아내고 
아직 하품이 덜 끝난 구두 속에 발을 쑤셔 넣는다. 
어디로 가는가? 
몸무게라도 재듯 잠시 구두 속에 서 있으면 
어느새 내 몸은 긴 돛대가 되어 
255미리 배 두 척 끌고 
또 어디로 힘겨운 출항을 하려는가? 
허공을 떠가는 고인의 배 한 척, 
상주는 발인을 걱정하는데 빗줄기는 굵어진다. 

다시 삶으로 회항할 수 있다면 
(김종보·시인, 경기도 화성 출생)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30 목련아, 나와 놀자... 2017-06-09 0 2760
529 시는 메모에서 완성하기까지 고심에 련마를 걸쳐야... 2017-06-09 0 2372
528 동시인은 "스스로 어린이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2017-06-09 0 2121
527 시인은 관습적으로 길들여진 자동화된 인식을 버려야... 2017-06-09 0 2222
526 시인은 시제목을 정할 때 신경을 써야... 2017-06-09 0 2463
525 문학성과 창조성이 없는 글은 수필도 아니며 죽은 글이다... 2017-06-09 0 2043
524 인공지능시대 미래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자세는?... 2017-06-02 0 2827
523 인간 글쓰기 지위 일락천장 추락되다... 2017-06-02 0 2692
522 인공지능 번역은 어처구니없는 번역... 2017-06-02 0 2793
521 세상은 교과서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2017-06-02 0 2076
520 인공지능 왈; "이 장기를 수술해 잘라내라".../수술의사: ???... 2017-06-02 0 2352
519 시인들이여, 정신 차리라! 로봇트 세계 최초 시집 발간했다!!! 2017-06-02 0 2597
51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우리 말 공부, 난제를 풀며 공부해야... 2017-06-01 0 2959
517 시계가 걸어온 길을 알고싶다...(3) 2017-06-01 0 3513
516 시계가 걸어온 길을 알고싶다...(2) 2017-06-01 0 3672
515 시계가 걸어온 길을 알고싶다...(1) 2017-06-01 0 3674
514 삶이란 련습없이 태여나서 실습없이 사라진다... 2017-05-31 0 2519
513 미래를 념려하다가 결국 현재와 미래를 다 놓쳐버리다... 2017-05-31 0 2323
512 수필은 원칙적으로 산문으로 쓰여져야... 2017-05-31 0 2561
511 [고향문학인소식]-원로시인 최룡관 고향 문학계 소식 전하다... 2017-05-31 0 2383
510 "수필쟁이"들이여, 수필이라는걸 알고나 씁니껴?!...(2) 2017-05-31 0 2950
509 "수필쟁이"들이여, 수필이라는걸 알고나 씁니껴?!... 2017-05-31 0 2513
508 시의 본질적인 문제를 인공지능이 파악할수 없다... 2017-05-28 0 2338
507 시인이라면 초고를 쓰는 고통을 감내할줄을 알아야... 2017-05-28 0 2488
506 시도 예술도 모르는 사회는 배부른 돼지의 세계이다... 2017-05-28 0 2816
505 시인은 인공지능이 시를 쓰든 말든 신경쓰지 말고 시를 쓰라... 2017-05-28 0 2594
504 수필쓰기는 자신의 삶을 가치롭게 꽃피우는 자각행위이다... 2017-05-28 1 2546
503 시간의 그 끝머리는 상처를 치유해주는 하나의 과정과 방식... 2017-05-28 1 2774
502 소금은 죽음에서 피여나는 생명의 꽃이다... 2017-05-28 0 2545
5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우리 말(어원)의 유래?... 2017-05-24 0 2821
500 시문학을 일상의 생활속에서 이어가는 삶은 아름답다... 2017-05-24 0 2516
499 생명은 타지 않으면 썩는다 / 박문희 2017-05-24 0 2671
498 시는 신비한 언어로 시행사이에 사색적인 공간을 엮어줘야... 2017-05-24 0 2640
497 시의 제목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2017-05-23 0 3006
496 시인은 쓰고자 하는것을 마음속으로 먼저 그려보아라... 2017-05-23 0 3335
495 시를 랑송할때는 시인의 느낌과 청중의 공감을 터득해야... 2017-05-23 0 3826
494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시와 씨름한 독일 시인 - 파울 첼란 2017-05-23 0 2994
493 허두남 우화시 고찰 / 최룡관 2017-05-23 0 2534
492 동시인들은 아이들을 위하여 랑송시 창작에 몰두해야... 2017-05-22 0 2068
491 시는 이미저리의 원형과 수사학적 기법을 잘 활용해야... 2017-05-22 0 2581
‹처음  이전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