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과학이 빚어낸 변화의 바람을 살펴보면 1769년 영국의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 의하여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 산업혁명이 전개되었으며 전기가 발견된 이후 1879년 에디슨에 의하여 발명된 백열전구가 어둠을 밝히면서 전기 문명의 생활시대를 열었습니다. 이후 컴퓨터의 등장은 과학 문명이 빚어낸 인류사의 가장 큰 변화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명의 역사를 세세하게 살펴보면 역사가 걸어온 소중한 시간을 바라보는 시계라는 인류의 발명품에서 비롯된 많은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컴퓨터의 등장 이후 오늘날 모든 업무와 산업의 공정이 컴퓨터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에서 그 역사를 헤아리면 곧 계산기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이는 컴퓨터가 엄밀하게 무한한 계산 능력이 있는 전자식 계산기(하드웨어)라는 점에서 출발하는 논지입니다. 이러한 계산 능력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곧 소프트웨어인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 역사를 헤아려보면 기계식 계산기의 발명을 만나게 되며 기계식 계산기의 기술적 바탕은 시계의 정밀한 기술적 구조에서 발달한 바탕에서 제작되었음을 살피게 됩니다. 이와 같은 시계의 뿌리를 헤쳐보면 오늘날 가장 긴요한 길잡이인 내비게이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고대에서부터 존재한 ‘아스트롤라베’(astrolabe)를 이해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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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롤라베’란 천체 관측기구의 일종으로 별과 행성의 위치와 경사의 각도를 측정하여 현재 위치의 위도를 측정하는 기구입니다. 이는 우주에서 태양의 궤도면은 평면상태가 아니지만, 평면으로 가상한 황도(ecliptic)로 칭하는 괘도에 놓인 별자리가 황도십이궁(zodiac) 12 별자리입니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면에서 춘분점과 추분점에서 교차하는 춘분교점을 기준으로 삼는 원리가 황도좌표계(黃道座標系)이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변함이 없는 춘분점과 적도면을 기준으로 천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지구 중심의 관측을 적도 좌표계라 합니다. 이러한 천체의 위치와 위도를 관측한 ‘아스트롤라베’는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별을 붙잡는다’는 뜻에서 유래된 어원으로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Hipparchos. BC,190~BC.120)가 처음 사용하였으며 8세기의 이슬람 천문학자 아르라함 알 파자리(Muḥammad ibn Ibrāhīm al-Fazārī)에 의하여 ‘아스트롤라베’가 금속으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기록은 이슬람 천문학자 ‘아비 바크르’(Abi Bakr)가 최초의 기계식 ‘아스트롤라베’를 제작한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가장 정확한 기록은 이슬람 스페인령의 톨레도(Toledo)에 살았던 천문학자 ‘알자켈’(Arzachel(1020~1087)이 정교한 기계식 ‘아스트롤라베’를 제작하여 이슬람 천문학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는 이슬람교의 살라트(salat)예배 의식에서 명확한 일출의 시각과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태어난 메카의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배경에서 당시에 많은 ‘아스트롤라베’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기계식 ‘아스트롤라베’가 가지고 있는 원리가 발전되어 중세시대의 천문시계가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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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계의 역사는 ‘아스트롤라베’의 이론적 구조의 가장 단순한 방법인 태양의 방향에서 파악되는 해시계에서부터 물이 흘러가는 수량을 측정하는 설수형(泄水型)과 흘러들어오는 수량을 측정하는 수수형(受水型)으로 구분되는 물시계가 고대시대에서부터 활용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력과 기계식 부품으로 이루어진 천문시계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후 수력을 이용한 부분이 겨울이면 얼어붙는 문제를 수은으로 대체하여 해결하였으며 또한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이용한 유체역학으로 동력을 만들어 첨단과학시대의 오늘날에도 놀라운 천문시계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천문시계의 최초 발명은 중국 송나라의 천문학자인 ‘소송’(蘇頌. 1020~1101)이 1090년 허난성 카이펑(開封)에 설치한 하늘로 오르는 계단이라는 뜻을 가진 티엔티(天梯) 천문시계이었습니다. 이 시계는 무려 120m의 거대한 건축물로 제작된 시계이었습니다. 시인이면서 광학, 천문학, 의학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에 통달하였던 그가 인류 최초의 천문시계를 만들면서 사용한 체인 형태의 탈진기(Escapement)는 기술이라는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발명이었던 것입니다. 탈진기란 쉽게 톱니바퀴로 일정한 진동을 가능하게 하는 부품으로 특히 시계와 같은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탈진기의 발명은 곧 기계 기술에 있어 다양한 응용과 발전이 이루어지는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소송’(蘇頌)의 선구적 발명이 중국의 우주개발에 대한 정신적 바탕으로 놓여 있음도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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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여러 기록을 종합하여 보면 인류 최초의 기계식 시계의 원형을 발명한 사람은 이슬람 시대의 예술가이며 장인이었던 ‘이스마일 알 자자리’(Ismailal-Jazari,1136~1206)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을 마감한 해 1206년 기계식 코끼리 시계(Elephant clock)와 성곽시계(Castle clock)를 연이어 발명하였습니다. 그의 성곽시계는 중력을 이용한 기계식 부품으로 만들어진 3.4m 높이의 대형시계로 달의 변화를 나타내는 천문시계의 기능과 함께 매 시간 자동으로 문이 열리며 음악이 울리면서 인형이 등장하는 오늘날의 뻐꾸기시계와 같은 놀라운 기능들이 망라되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그의 대표적인 발명품인 수압과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진 코끼리 시계(Elephant clock)는 상단과 하단에 설치된 두 개의 물탱크를 이용하여 시간 표시와 함께 정확한 시간을 조정하기 위한 제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매 시간 드럼을 울리고 심벌즈를 치는 정교한 기술적 구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러한 코끼리시계의 제작에 대하여 중국의 ‘소송’(蘇頌)이 발명한 천문시계를 바탕으로 인도에서 여러 시계가 제작되었으며 이러한 기술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계가 만들어졌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시계에 구성된 내용에서 코끼리는 인도와 아프리카 문화를 상징하며 용은 중국문화를, 그리고 불사조 피닉스(Phoenix)는 페르시아 문화를 대표하며 물의 표현은 고대 그리스 문화를 대표하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른 뜻을 담았음을 기술하였습니다.
이러한 시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계가 가지는 정밀한 정확도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내용이 바로 1656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가 발명한 이른바 추시계의 원리인 진자시계(pendulum clock)의 등장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과학의 시대로 달려온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필자: 이일영, 시인.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