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소설 ‘즐거운 사라’로 알려졌던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빈소는 차분했다. 문우나 동료들보다는 그의 제자들과 죽음을 안타까와하는 이들의 발길이 발인을 하루 앞둔 6일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가족들과 친지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마 전 교수의 빈소에서는 이날 누나와 조카 등 친지들과 제자들이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엿보였다.
대학 때 그에게 배웠다고 밝힌 한 추모객은 “사실상 사회와 경직된 법이 마 교수님을 죽음으로 몰고간 만큼 사법 살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교수님이 기억해주시지 않겠지만 이렇게 가시는 길에라도 꼭 찾아뵈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누군가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 했다고도 말했다.
그가 몸담았던 연세대 국문과 졸업생들의 학번이 기재된 화환이 빈소 앞을 둘러쌌고 출판계 대표들의 추모화환도 빼곡했다.
마 전 교수가 연세대로 옮기기전 재직했던 홍익대 시절 제자라는 그룹사운드 블랙테트라 고상록씨도 빈소를 찾았다. 고씨는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평소 연락을 드리면 외롭고 아프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책도 잘 팔리지 않더라라는 푸념도 하셨는데 그게 교수님의 넉살이 아닌 이렇게 큰 고통이 묻어나는 말이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고씨는 “교수님이 강의실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진취적으로 음악을 열심히 하면 더 큰 성취를 이룰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며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씀하셨던 교수님이 정작 자신의 뜻을 못 펼치신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교수님의 팬이라고 소개한 김상일 변호사는 “예술과 외설의 구분, 창작과 표현의 장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던 ‘즐거운 사라’ 재판은 문학에 대한 사법살인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하늘나라에서 교수님이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마 교수가 세상을 등지기 직전까지 10여쪽 내외의 단편소설 21편으로 이뤄진 새 소설집 출간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마 전 교수의 죽음으로 유고 소설집이 되고만 새 소설집 ‘추억마저 지우려’(어문학사)는 이르면 이달 중 출간된다.
마 전 교수는 5일 오후 1시 51분쯤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는 자신의 시신을 발견한 가족에게 유산을 넘긴다는 내용 등이 담긴 유언장이 발견됐다. 유족은 7일 오전 영결식을 치르고 시신을 화장하기로 했다.
/배성민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