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동시야 놀자]- 쫑마리
2016년 03월 07일 21시 54분  조회:3819  추천:0  작성자: 죽림

원앙새 새끼들이 막 둥지를 떠나 물로 가려 하고 있다. 날이 새기 전 새벽녘, 뱀이랑 족제비가 일어나기 전에 온 식구가 얼른 느티나무 속 둥지에서 뛰어내려 냇물로 가야 한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일곱 마리 새끼가 모두 뛰어내렸는데 막내 원앙이만 꾸물대고 오지 않는다. “싸기싸기 내려오니라.” 엄마 원앙이는 자꾸 꾸무럭거리면 떼놓고 간다고 막내에게 겁을 준다. “엄마두 인제 몰러. 오든지 말든지 맘대루 햐.” 엄마 원앙이가 기다리다 못해 최후통첩을 하고 언니 오빠들을 데리고 앞장서자 드디어 막내 원앙이도 풀쩍 뛰어내린다. “엄마 같이 가. 하냥 가자니께.” 하면서.

이소, 떠날 리(離) 둥지 소(巢). 보금자리를 뜻하는 소(巢) 글자는 나무 위에 둥지가 있고 그 위에 새가 세 마리 들어앉아 있는 모양새다. 송진권 시인의 ‘이소’는 새끼 원앙이들이 다 자라 둥지를 떠나는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했다.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평화롭게 살던 둥지에서 넓은 세상으로 훌쩍 건너가는 순간이다. 막내를 재촉하는 엄마의 충청도 사투리가 맛깔스럽고, 원앙이들의 행렬이 한 폭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때가 되면 사람도 둥지를 떠나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둥지를 못 떠나고 맴돈다. 둥지에 머물기엔 너무 커버렸지만 둥지 밖에 알맞은 거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둥지를 나와서도 경계에서 장기간 대기 상태로 있으면서 기약 없는 시도만을 되풀이하는 청춘도 있다. 둥지를 떠나 자기 몫의 한 생을 지내고 나서 지친 몸을 쉬러 안온한 보금자리로 귀소(歸巢)하려 할 때도 막막해진다.

/김이구 문학평론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403 詩와 자연의 축복 2016-05-06 0 6152
1402 연변작가협회에서 회원들 작품집 출간 전력 2016-05-05 0 4275
1401 [한밤중 詩 읊다]- 詩 몇쪼가리 2016-05-05 0 4868
1400 정호승 - 별들은 따뜻하다 2016-05-01 0 4838
1399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2016-05-01 0 4776
1398 박인환 - 목마와 숙녀 2016-05-01 0 4246
1397 문정희 - 한계령을 위한 연가 2016-05-01 0 4607
1396 기형도 - 빈집 2016-05-01 0 4651
1395 박용래 - 저녁눈 2016-05-01 0 4626
1394 최승호 - 대설주의보 2016-05-01 0 4795
1393 노천명 - 사슴 2016-05-01 0 4497
1392 오규원 - 한잎의 여자 2016-05-01 0 5093
1391 곽재구 - 사평역에서 2016-05-01 0 4893
1390 서정주 - 동천 2016-05-01 0 4611
1389 김춘수 - 꽃 2016-05-01 0 4791
1388 황동규 - 즐거운 편지 2016-05-01 0 4829
1387 이성복 - 남해 금산 2016-05-01 0 4501
1386 김수영 - 풀 2016-05-01 0 4423
1385 박두진 - 해 2016-05-01 0 4260
1384 김삿갓 竹詩 2016-05-01 0 4117
1383 나래를 펴는 엉뚱한 상상 2016-05-01 0 4170
1382 詩作은 온몸으로 하는것... 2016-05-01 0 3992
1381 [밤중 詩를 읊다]- 詩 몇토리 2016-05-01 0 4604
1380 소월 시 음미해보기 2016-04-26 0 4869
1379 내 문학의 고향, 어머니의 詩心 2016-04-25 0 4317
1378 [출근족들 왁짝지껄 하는 이 시각, 詩 한컷]- 늦봄 2016-04-25 0 4437
1377 [詩 미치광이]- 메아리 2016-04-25 0 4087
1376 [기온차가 심한 아침, 詩 한컷]- 문신 2016-04-25 0 3717
1375 [詩로 여는 월요일 아침]- 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2016-04-25 0 4240
1374 공룡아~ 발자국을 가져가거라... 2016-04-23 0 4075
1373 한 <단어>앞에 문득 멈춰서게 하는... 2016-04-23 0 3536
1372 흑과 백, 문밖과 문안 2016-04-23 0 3825
1371 [詩와 詩評으로 여는 토요일]- 봄 셔츠 2016-04-23 0 3669
1370 김수영 시인 대표작 시모음 2016-04-22 0 6533
1369 다시 떠올리는 전위시인 - 김수영 2016-04-22 0 4327
1368 [밤에 올리는 詩 한컷]- 아이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다 2016-04-22 0 4419
1367 [詩로 여는 금요일]- 앞날 2016-04-22 0 3646
1366 [안개 푹 낀 아침, 詩놈팽이 한컷]- 명함 2016-04-22 0 4084
1365 자루는 뭘 담아도 슬픈 무게로 있다... 2016-04-21 0 4242
1364 詩는 쓰는것이 아니라 받는것 2016-04-21 0 4516
‹처음  이전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