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를 받은 사람은 행운아다. 그러나 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할 때 입국자들은 또 한 번 미국 이민관을 만나게 된다. 대사관의 면접관이 해외 공관에서 미국의 관문을 지켜선 첫 <파수꾼>이라면 허리춤에 권총과 범인용 수갑에 곤봉까지 찬 미국 공항의 이민관들은 미국의 관문을 지켜선 두 번째 <파수꾼>이다. 한 <파수꾼>은 해외 공관에서, 다른 한 <파수꾼>은 문전에서 미국을 지킨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입국 시 체류 기간을 찍어 준다. 미국 비자를 받으면 만사 대필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미국 비자를 받아도 입국 허용 여부와 체류기간 설정은 미 연방이민국 이민관의 소관이기에 입국 시 미국의 두 번째 파수꾼에게 입국이 거절당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 입국자들에겐 <긴장의 연속>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한 것은 비자 받을 때부터 입국까지 긴장 상태가 이어지니까.
입국 시 미국 영주권자이지만 미국 생활 중 주차 위반 벌금을 한 번 내지 않은 기록이 있어 재입국이 거절당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값비싼 골프채를 가지고 입국하다가 골프 치고 골프채를 여자 친구한테 그냥 두고 귀국할 것이라고 했다가 이민경향자로 취급되어 입국 거절을 받은 사람도 있다. 지어 입국 시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서도 이민관이 묻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예스>, <노>만 불러 입국에 차질을 빚은 황당한 일도 있다.
가령 이민관이 당신은 <미국 방문기간 취업할 타산이 있는가?> 고 묻는 말에 <예스>하거나 <당신은 언제 귀국할 예정인가?> 는 물음에 <노>라고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가. 이민관은 먼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당신을 정밀 조사실로 보낼 것이다. 정밀조사를 2차 조사라고 한다. 2차 조사는 입국 시 이민관의 현장 판단에 따라 받는 경우가 있고 승객이 비행기에 탑승한 후 미 연방 이민국이 항공사로부터 승객의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정보를 사전해 입수해 심사한 후 공항 도착 전 이미 2차 조사 대상으로 분류된 경우도 있다. 9.11 테러사건이 발생한 후 입국자들에 대한 2차 조사가 강화되면서 비행기당 입국심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났다. 항공사 관계자들의 소개에 따르면 미국 내 장기체류가 빈번한 방문객이나 해외체류기간이 긴 영주권자의 경우 정밀조사를 받는 확률이 높다.
지금 미 연방이민국은 정확한 미국 방문 목적과 체류지에 대한 구체적인 주소를 원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입국자는 입국 신고서에 체류지에 대한 구체적인 주소를 적어야 한다. 주소를 잘못 적거나 엉뚱한 주소를 적었다가 발각되면 곧바로 정밀 조사에 넘겨진다. 한국의 한 관광객이 미국 내 체류 주소를 기억 못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주소를 그대로 옮겨 썼다가 이민관에게 발각돼 2차 심사에 넘겨져 4시간 동안 곤욕을 치렀다.
미국이 테러국가로 인정한 나라를 방문한 기록이 있는 사람도 정밀조사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조선을 방문한 기록이 있으면 정밀조사에서 이민관은 방문목적에 대해 묻는다. 내 경우엔 조선을 수 차 방문했지만 매번 입국통행증을 사용해 여권에 조선 비자를 남기지 않아 그 것을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섯 번째 미국 입국에서 영문 모르게 나도 정밀조사 대상이 되었다. 한국 같은 나라는 여러 번 나들면 세관 관원이 그냥 입국 날짜를 찍어주면서 좋은 여행 되십시오하고 인사를 하지만 미국은 자주 나들수록 인사는커녕 좀은 이상하게 보는 모양이다. 그 날 이민관은 내게 뭐라고 몇 마디 물었지만 나는 그저 영어를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만 가로저으면서 왕복 항공권을 내밀었다. 영어를 못하는 나에겐 왕복 항공권은 난 그냥 왔다 귀국하는 사람이지 불법 체류할 사람 아니야라는 뜻을 이민관에게 내비치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왕복 항공권을 보고난 이민관은 뒤에 대고 손을 한 번 들었다. 그러자 인차 거 쿨진 체구의 경찰 한 명이 나한테 다가와 나를 경관복을 입은 두 사람이 컴퓨터 조회를 하고 있는 대기실로 안내했다. 그 곳이 바로 정밀 조사를 받는 곳인 줄 후에야 알았다. 일본인 중국인 여러 명이 말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 일본인 여자는 영어를 몰라 통역을 대절해 뭔가 열심히 해석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영어를 모르는 나에게 뭔가 물으면 나도 통역을 대절해 달라고 해야 하겠는데 그 말조차 영어로 하지 못하는 신세니 참으로 코 막고 답답한 일이다. 영어를 배우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다행히도 그 날 나는 컴퓨터 조회만 받고 질문 한마디 받지 않았다. 질문을 받지 않았기에 지금도 정밀조사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없다.
후에 안 일이지만 미국에서 대통령도 법에 따라 탄핵이 가능하지만 유독 이민관한테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민관들의 처사가 법에 어긋나더라도 재고를 요구할 뿐이지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게 미국이다. 자신의 판단력으로 비자신청을 결정해 버리는 이민관은 법치 국가인 미국에서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권력자다.
미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2008회계연도 (2007년 10월 1일-2008년 9월 30일) 비 이민 비자 발급 현황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지구촌 전체에서 871만여 건이 신청돼 660만 건이 발급됐다. 신청서 가운데 211만 건이 거부돼 24.2%의 기각률을 보였다. 미국비자 신청자들 중에서 4명당 1명꼴로 거부당한 셈이다. 우리 내외가 비자를 신청하던 당시 하루에 북경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찾는 비자 신청자가 6백여 명이었다. 그 중 비자를 받은 비율은 20% 정도였다. 대부분이 기각되었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번 돈 계산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 비자 수수료가 인민폐 820원이었다. 그럼 600명이라 치면 하루에 북경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만 비자 수수료가 50만 원 가량도 흘러 들어간다. 그 중 비자 받은 비율이 20%에 그친다면 비자 거절당한 480명은 거의 40만원에 달하는 돈을 그냥 던지는 셈이다. 40만원씩 일주일에 닷새면 200만원, 한 달이면 800만원, 그럼 한 해면? 입이 딱 벌어지는 수자라 계산도 하지 말자. 지금 미국 비자 수수료가 인상돼 인민폐로 거의 천원을 육박하고 있다. 비록 비자 받는 비율이 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비자 신청에서 거부당하는 비율이 상당이 높은 것만 사실이다. 내 친구 한 분은 여섯 번이나 미국 비자 신청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며칠 전 메일로 마지막으로 비자 신청하러 심양 미국 영사관으로 간다고 했다. 이번만은 비자 신청에 성공하라고 좋은 기원을 담아 메일을 보냈더니 사흘 후 <제기랄>이란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왔다. 메일 보지 않아도 또 돈만 팔고 미역국을 먹은 것이다. 비자 신청에 관한 조언을 주었더니 이번엔 제목을 단념セ이라고 달았다. 미국행을 아예 포기한 것이다. 내 친구 경우 비자 신청이 거절당할 이유가 없다. 조선족 문단에서 크게 이름이 났고 중국 연극계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다가 환갑 나이니 이민경향을 의심할 사람도 아닌데 왜 여섯 번이나 미역국을 먹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저 이민관 판단 착오에 그 원인을 미룰 수밖에 없다.
이민관의 판단 착오는 미국 비자 신청자들에게 피해를 가져다준다. 비자 거절로 비자 신청자들이 받는 피해 사례는 많고도 많다. 비자 거부로 친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사례나 결혼 상대와 견우직녀 신세가 된 사례 같은 건 개인적인 피해에 국한되겠지만 비자 거부로 양국 간 민간 교류에 영향을 미친 사례, 지어 외교 마찰까지 초래한 사례는 미국 이민관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사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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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읍니다. 많은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영주권을 따고 또 이후에 시민권을 취득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시민권을 신청할 때 공산당에 가입하지 않았고 공산주의 운동을 않하며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혀야 되는 데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중국인들은 다 이런 사람들 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