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somu00 블로그홈 | 로그인
림금산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홈 > 문학작품

전체 [ 131 ]

131    달을 감상하는데는 말이 필요없다 댓글:  조회:2500  추천:1  2016-04-04
  달 1   미의 봉우리는 높디높다 향의 깊이는 깊디깊다 맑음의 길이와 밝음의 넓이는 인간이 만든 자로는 잴수가 없다     달 2          달님이여, 너의 해살같은 싱싱한 미소에 나는 고향 4층바위밑의 가장 맑고 찬 샘치물이 생각난다   달님이여! 너의 해면같은 부드럽고 하아얀 살결에 나의 모든 피로와 우수(忧愁)와 스트레스는  3월의 대동강처럼 싹 다 풀렸다   달님이여! 너의 물같고 사과같고 옥같은 손길에 나의 시들어 주름진 이마와 메말라 죽어가던 수풀은 다시 활기차게 휘날린다   달님이여!! 차가울줄로만 알았던 너의 하얀 성품이 이렇게 내앞에 무르녹는 봄이 되여 나의 혼도 하얘질정도로 춤추며 흘러갈줄 몰랐다 지금 이 시각 종다리가 하늘속에 까불고 매미들이 일제히 귀청을 멍들게 하고 온갖 생명체들이 거창한 교향악에 설레인다     달님이여!!! 너는 모를것이다 너의 열찬 입김에 우주만물이 돌아눕고 강하가 허리굽혀 넘실거리고 어디선가 신령(神灵)한 기운이 파도처럼 나의 머리우에 떨어져 내리는것을 나의 시는 이미 다 익었다 익어서 저 아득한 창공을 향해 시원히 터진다…     달 3   오늘 저녁에도 나는 종이배를 접었다 나는 종이배에 달을 실어 강에 띄운다 종이배에 앉은 달은 사리사리 하얀 빛을 발하며 나한테 미소를 날리고는 물살에 몸을 실어 강따라 흘러흐른다 강아래 어느 마을에는 복사꽃이 만발하다지 그속에는 그녀가 살고있다지 해마다 복사꽃 만발한 저녁이면 그녀는 강가에 나와 조용히 꽃의 노래를 부른다지 달을 담아 띄워보낸 나의 종이배도 언젠가는 그녀의 발아래에 닿아 조용히 그녀의 밤노래에 파묻히겠지 그러면 복사꽃향기 그윽한 그녀의 노래속에 내가 보낸 달도 하얗게 미소하겠지…     달 4   달을 감상하는데는 말이 필요없다 그저 은은하고 신비스런 바이올린 곡이 흐를뿐 지금 내앞에는 부드런 달이 곱다란히 서있다 말이 없이 고요히 서있는다 달의 얼굴은 하염없이 평온하다 저 음악이 소리없이 흘러가듯이 달의 머리에선 지금 천천히 달빛이 부서진다 부서진 달빛이 어깨며 몸에 자연스레 흘러내려 달한테 안개같이 부드러운 흰눈같은 너울을 씌워준다 달은 조금 움직이는데 한손에는 하얀 꽃이 피여있다 꽃은 달의 미소보다 조금 더 크게 웃고있다 허나 요란하지는 않고 웃음이 햇살같다 달은 공손히 다른 손을 입가로 올려 손가락으로 살짝 입술을 누른다 “쉿!” 말이 필요없음을 다시 한번 암시한다 헌데 달의 눈빛만은 유난히 깊이 뿌리내린다 자신의 가슴깊은곳에도 나의 가습 깊은 곳에도…   천천히 음악이 흐름을 늦추고 여음으로 달의 향기를 고요히 잠재운다…   달 5   언제부터 내가 감히 저 하얀 달을 만졌던가? 달의 아지에 기여올라 감히 달의 얼굴을 만지다니 나한테 과연 그런 담량이 생기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달은 그래도 말없이 그저 담담한 미소만 휘뿌릴뿐 막지않는다 그게 나한테는 더구나 송구하고 죄스럽다   그 희디흰 살결을 내가 감히 건드리는게 어쩌면 부담스럽기까지 하지만 다치지 않으면 살수가 없는게 또한 현실이다 달의 얼굴엔 기미 하나 없다 구김살 하나 없다 그래서 나는 더구나 떨린다 가만히 쳐다만 봐도 가슴이 떨려오는데 그 희맑은 살결을 내가 입김으로 녹이다니   너무나 부드러워 나의 손가락이 썩는다 너무나 뽀오얀 색에 나의 눈이 찔린다 너무나 망클하여 나의 손목이 시리다 너무나 해면같아 나의 맘이 뭉클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뜨거워나는 손가락을 찬물에 헹군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알알한 눈을 찬 얼음에 비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저려오는 손목을 끓는 물에 모시수건을 적셔 찜질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쪼개지는 나의 맘을 달아오른 60도술에 불군다……     달 6   나는 지금 또다시 저 신비스런 달세상을 향해 강행군한다 언제 다달을지 모르는 저 요원한 고공(高空) 달의 중심을 찾아 가시밭길을 걸어 생을 걸고 강행군한다 나는 지금 달을 향해 걸으며  마음의 배회도 끝이없다  계속할가 멈출가 먼먼 길에 지치면 어떻할가? 달의 높이만큼은 다달을수 있을가? 달의 경지만큼 도(道)를 닦아낼수 있을가? 달의 깊이만큼 달의 밝음만큼  그토록 맑고 밝게 사색할수가 있을가?? 그래서 나는 지금 맘속에 천군만마를 동원해 군사를 일으켰다 이제 나의 군사는 앞으로 계속 행군하라 호령한다 시인아, 시인으로써 달을 사랑하지 않으면, 달의 모든것을 품어안지 않으면 하늘이 너를 가차없이 극형에 처할것이다 히말라야의 차디찬 얼음괴곡에 처넣을것이다 시인아, 시인으로써 달을 좋아하지 않으면, 달의 어리광에 미치지않으면 너희는 백발의 총살에 맞는다 억천만발의 화살에 맞는다 영영 이 세상에서 문드러져 먼지처럼 형체조차 없어진다 가치없는 저 허허벌판의 쑥대가 될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을 베고 잔다 달을 안고 잔다 달의 겨드랑이를 핥는다 달의 꿈속을 쑤신다 달의 눈동자에 빠진다 빠지다 빠지다 기진맥진하여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래일의 태양이 새싹처럼 돋아오르면 나는 또다시 코피를 씻고 넓은 광야 양떼가 흐르는 저 푸른 초원우에 말을 달릴것이다 달을 찾아 천만리 아득한 탐험의 고개길에 …..                                                                 2016년 봄
130    (문학비평) 달이 노래 부르면 상아는 춤을 추겠지 댓글:  조회:2982  추천:4  2016-03-27
문학비평 달이 노래 부르면 상아는 춤을 추겠지 -임금산시인의 조시 열수에 부쳐   강혜라           자고로 시인 묵객치고 달을 노래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푸른 밤하늘을 흐르 듯이 가며 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켰던 달은, 저 시선 이백의 싯줄에서 뛰놀다가 존 키츠의 싯줄을 휘감기도 하던 달은, 이제 임금산시인의 시 노트에 담겨 둥그렇게 솟아오른다. 그리고 임금산시인은 동시인으로도 소문났지만 문학을 시작할 때는 멋진 성인시를 펑펑 쏟아내던 분이다. 작은 눈으로 너른 세상을 훑어보고, 작은 가슴에 풍진세월을 품기도 하며, 작은 키로 큰 하늘을 떠이고 드팀없이 문학의 길을 매진해온 임시인의 시적행보는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되는 임금산시인의 조시묶음은 세월 속에서 헹구어낸 우리 민족의 가락과 시인의 나이테로만이 해석이 가능한 인간세상의 다양한 모습이 웅건한 울림이 되어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잘 길들여진 리듬감과 각고의 탁마 끝에 비로소 얻어진 보석같은 시어들로 해서 자칫 단숨에 읽힐지 모르지만 함부로 쉽게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편편주옥들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그러면 이제 다 같이 탁배기맛 시에 젖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자.     달이 내게로 와서 노래가 될 때   은 조시 의 머리시 격으로 큰 스케일로 달에 대한 전방위적인 찬사를 유감없이 구가하고 있다. , , , , , , 등 거창한 시어들이 시의 스케일을 대변해주고 있거니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우주정신 등 교감을 통해 우주질서를 견인해내면서 인간세상을 관조하고 있다. 하면서도 시는 지나치지 않은 잔잔한 시어로의 시적감흥을 밑그림으로 깔아주면서 거창함과 유연함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시 독자들의 달 조시에 대한 몰입에 올리브유를 쳐주며 강렬한 구독을 부채질해주고 있는 것이다. 에 이르면 달 잔치를 빌어 나의 달 사랑을 잦은 휘모리로 표현해보이고 있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시적흐름으로도 숨가쁜 달사랑을 확인할수 있으며 입, 가슴, 머리칼, 팔, 다리, 눈썹, 귀 등 온몸으로 표현되는 달사랑은 수천억번의 키스를 가능케 하며 달 키스의 순결성에 공감하게 만든다. 그 많은 키스가 하나로 되어 내 가슴을 쭉 가른다는 단연 압권이다. 은 달집이 형상화되고 있다. 달을 찾아가서 만난 달은 달 구멍이 되기도 하고 달 잉태를 낳기도 하며 달집들이 터지고 엉키기도 한다. 달의 냇물, 달의 강, 달의 바다 그것은 시인이 만난 달이며 시인의 시적사고에서 비롯되는 달의 언어인 것이다. 바로 이런 달 언어에 편승하여 달조시의 낭자한 흐름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한편으로 시 독자들을 달 독자로 탈바꿈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는 의 연장선에 있다. 달집에 들어서니 달이 매대 앞에서 달을 판다. 기상천외한 판타지가 가능한 것이 바로 시라는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시인과 함께 달을 안고 달과 사랑을 나누다가 달에 코를 박고 달 꿈에 실려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상아가 달에 오를 때 이런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었으리라. 별다른 시적장치가 없어도 이 시가 지극히 아름답게 안겨오는 것은 바로 달에 대한 넘쳐나는 시인의 사랑이 안바침되고 있음이요 달 아니었던들 상기의 아름다운 풍경은 시적묘술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는 이색적이다. 달의 가는 허리라는 시적상상에 편승하여 거기에서 비롯되는 온갖 현상들이 마침내 시 독자들에게 공감대로 다가서는 것이다. 달의 가는 허리에서 달이 빠져나오고 빠져들어 가면서 봄, 청춘, 황금, 황제, 바람, 낙엽, 귀밑머리, 엄동, 신음, 귀신, 서시 등이 쏟아져 나온다. 거의 카테고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상기 시어들이 왜 여기 나열되어야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달이 충만 되고 이지러지는 일이 거듭되면 마침내 봄이 찾아오게 된다. 봄은 청춘과 통한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기라고 일컫는다. 황금은 황제의 특권이기도 하다. 황제는 늘 바람을 몰고 다닌다. 말하자면 호풍환우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지게 마련이요 낙엽이 진다는 것은 인생의 황혼 즉 귀밑머리의 퇴색을 의미한다. 그렇게 세상은 흐르면서 눈보라에 산천초목이 신음하던 엄동은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겨울의 신음소리는 귀신의 통곡소리를 연상시키고 귀신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귀신은 서시라 해도 대과는 없게 된다. 특히 서시까지의 연상은 월궁의 상아를 떠올리면 금세 안겨오는 시적대상물로 당연한 카테고리인지도 모른다. 자, 이쯤 시인의 상상을 추적해보았다. 가능하고 가능하며 달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채게 될 것이다. 에서는 달을 사랑하던 나머지 내가 달이 되어버린다. 달에 대한 찬사가 이번에는 달을 닮아버린 나의 일상에서 사품쳐 흐른다. 달의 유순함에서 순수의 나무를 키우고, 달의 밝음에서 순정의 샘물을 파내고, 달의 절절함에서 그리움의 싹을 얻는다. 달에 대한 노래가 격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에서는 드디어 우리 민족이 달을 빌어 묘사되고 있다. 하얀 저고리, 하얗게 바래고, 저 여울지는 저고리 고름, 하얀 서리 등 이 시에서는 쉽게 채집되지만 시인이 알심들여 고른 시어들에서 우리는 민족의 혼을 볼수 있으며 세상 어느 민족보다 순결함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 역시 지금껏 달과 함께해왔음을 감지할 수 있다. 에서는 달과 자연의 교감이 웅건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세상으로 보면 온갖 세상만사를 다 겪어온 달의 이야기는 별들이, 나무들이, 풀들이, 빌딩들이, 바람이 안다. 그래서 달을 쳐다보며 숙연해지는 시인의 마음을 우리는 어쩌면 알 수도 있으리라. 에서는 달에 대한 직설적인 고백이 눈물겹다. 달은 둥글어도 이지러져도 시인에게는 애모쁜 사랑의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이며 그래서 어떤 모습이여도 고마운 달은 시인에게 언제나 슬프도록 행복한 존재인 것이다. 행복이 극에 달하면 슬프게 보이는가 슬픔이 극에 달하면 행복해지는가. 잠시 제쳐두고 달에 미쳐 달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만 확인해보는 선에서 일단 만족하자. 에서는 연쇄적인 수법을 활용하여 달을 노래하고 있다. 달 속에서 달이 나오고, 그 속에서 호수가 펼쳐지고, 호수주변에 수림이 설레고, 수림위에 하늘이 열리고, 하늘 속에 흰 구름이 뜨고, 구름너머 아득히 하늘이 또 열리고, 나는 하늘을 휘감고 구름을 휘저으며 간다. 엄마야, 누이야 피터지게 외치는데 그 핏방울들이 흩뿌려져 살구꽃으로 피어난다. 세련된 아름다움이요 수채화 같은 장면이다. 꽃잎은 피로 색을 올려 더더욱 구슬프게 아름답다는 마지막 행에 시인의 달 노래가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조시라는 암시가 숨겨져 있다.     시가 일어서서 춤을 출 때   이상 임시인의 달 조시 10수를 한 수씩 반추해보았다. 달을 노래한 그 많은 시인들 중에서도 유독 임시인의 달 조시가 새삼스러운 까닭은 시의 폭(넓이)과 시의 심도(깊이)가 지금까지의 달시들에 비해 월등히 상위라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아울러 아름다운 시어들의 몸짓이 사푼거리는 내지 너흘거리는 멋스런 춤사위로 우리한테 다가온다는 데서 그 두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터이다. 달을 사무치게 사랑하는 시인의 고아하면서도 설설 격정에 끓는 순수한 마음 앞에서 먼저 경건함을 여미고 접근해보기로 하자. 상기 10수의 시들은 일단 전혀 거리낌없이 달에 대한 시인의 송두리째 되는 고백을 동반하고 있다. 달을 바라보며 미치고 달을 미치도록 사랑하며 달 아니었던들 사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달 사랑을 주절거림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는 시인은 땅 위에서 달을 바라보다가 달에 이끌려 달에 찾아가고 드디어 달로 화하면서 달과 일심동체가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다시 지상에 내려와 눈물겹도록 달을 바라보며 달에 대한 온전한 사랑을 다시다시 확인해본다. 왜 하필 달이었을까? 달보다 밝은 해도 아니고 달보다 기특한 별도 아니고 달보다 아름다운 그 무수히 많은 우주적 존재들을 다 제쳐두고 왜 하필이면 달이었을까? 일상에서 일반인이 바라보는 달은 어둠을 밝혀주는 존재나 시간을 알려주는(상현달이다가 보름달이다가 하현달이 되는) 존재나 기분을 돋궈주는 존재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 비치는 달은 순수하며 깨끗하며 호젓하며 은은하며 내성적이며 독보적이며 이상적이다. 달은 또 여성적(월궁의 상아)이며 소녀적(거의 모든 소년들이 달을 향해 첫사랑의 고백을 중얼거려 보았으리라)이며 할머니적(달밤의 할머니 이야기)이며 애인적(사랑 때문에 우는 사람은 거의 반드시 달을 보며 왜 너는 비추는 내 애인을 나는 볼 수 없냐고 원망 한 마디 쯤 던져 보았으리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시인에게 있어 달은 사랑과 더불어 시적 창작의 원천으로서 간과할 수 없는 신적인 존재이며 아름다움의 절정으로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양인들에게 달의 존재는 저 비너스, 아폴로디테, 마돈나 등 유럽의 다양한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들에 비견되는 존재로서 자고로 달에 대한 음풍영월은 단 한순간도 멈춰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 달이 임시인의 시붓에서 조시로 떠오르며 새롭게 거듭났는 바 여기에는 임시인의 시적 내공이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일상어인듯 아름다운 조화(폭력적 조합이 아닌 티없이 순수한 리얼적인 조합)를 이루는 시어들의 행진은 단아하면서도 격정이 있고 사품치면서도 이지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시의 아름다움은 시어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것이며 시어의 아름다움은 시인의 사상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만큼 임시인의 심적 상태가 순수하고 깨끗하며 말숙하고 선량하며 폭포처럼 거창하면서도 깊은 소처럼 여울을 만들기도 하고 두루미처럼 끼끗하면서도 학처럼 도고함을 잃지 않는다는 방증이 되겠다. 시의 삼박자에서 시의 흐름과 시어들의 배렬과 시의 사상은 언제 어떤 시인의 어떤 시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 될 것이다. 임시인의 달 조시가 단순히 달에 대한 찬가에 그쳤더라면 시의 넓이와 높이와 깊이에서 아쉬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기 10수의 시들을 부벼보면 거기에는 민족적인 맑은 영혼이 살아 숨 쉬고 그래서 우리는 임시인의 달시에서 우리 민족의 혼을 호흡할 수 있는 것이다. 민족적인 시대적인 미래적인 높이와 깊이와 넓이의 시는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라 해야겠다.   달은 저쯤에서 노래 부르고 상아는 저리 사푼거리며 춤을 추고 있다. 임시인은 술잔을 잡은 채 시붓을 비스듬이 꼬나들고 있다. 이제 임시인의 조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달의 노래가 끝나지 않는 한, 상아의 춤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기만 해도 무방할 터이다. 모처럼 아름다움의 경지를 보여준 임시인께 박수와 응원을 섞어보낸다.  
129    달노래 댓글:  조회:2676  추천:0  2016-03-25
조시   달노래                                             림금산    달 1   달아, 너를 보는 순간 나의 마음의 저 끝간데 없이 가없는 바다는 다시 아득한 파도를 몰아왔다 룡같이 구불거리며 거세차게 룡의 꼬리로 저 억천만년 굳어진 바위를 갈겼다.   달아, 너를 보는 순간 대지는 더욱 넓어지고 하늘은 더욱 높이 날아오르고 태양은 유사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찬란히 황홀히 빛을 발사했다. 나의 눈에 찔려오는 저 불덩이 태양빛에 나의 눈은 멀었다   달아, 너를 보는 순간 이 세상 제일 급수가 높은 지진이 내 심혼에서 터져일어났고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눈사태가 일제히 나를 덮어버렸다. 숨막혀서 견딜수가 없었다   달아, 너때문에 나의 삶은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고 나의 마음은 드디여 마지막 우주전철을 탈수 있었다 나는 지금 우주속의 아득한 하나의 새 우주로 반공중 한복판을 가른다   달아, 너의 웃음에 한창 우수(忧愁)에 잠겨있던 이 세상의 꽃과 나무와 산은 다시 싱싱히 살아 찬연히 빛을 발하고 이 세상의 신과 온갖 인간들은 간장이 다 녹아 물렁물렁 물처럼 도도히 흘러간다   달아, 너의 언약에 지구촌은 멈춰서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억만창생(亿万苍生)들은 비로서 자기의 질서를 찾아가고 풍운(风云)의 세례속에서 옷깃을 여미고 다시금 노을비낀 호수같이 고요를 찾았다 가벼이 가벼이 산들바람에 마음을 다리미질 한다…   달 2   어느날 달들이 잔치를 벌인다 잔치 한복판에는 달이 곱다란히 서있다 달의 머리에도 달의 가슴에도 달의 팔다리에도 모두가 달이 매달려 있다 달은 달을 쥐여뿌리기도 하고 달은 달을 삼키기도 하고 달은 숱한 달을 막 뜯어다 입속에 넣는다 달이 가슴에 흘러들어 가슴가득 달이 피여있다 넘쳐나는 달은 고운 입으로 다시 뿜겨져 나온다 토해진 달은 가슴으로 가서 가슴이 되고 팔다리로 가서 잎이 되고 머리칼에 가서 머리칼속의 하얀 서기로 된다 달이 오리오리 머리칼을 센다 오리오리 머리칼이 달을 휘감는다 지금 저어기서 달이 긴- 행렬을 지어 걸어온다 달의 행렬속엔 내가 서있다 나의 팔과 다리엔, 머리와 눈섶과 귀와 입엔 온통 달이 피여난다 나는 달속에서 달의 꿈을 꾼다 달들한테 키스를 날린다 수천억번 키스를 날려도 달의 키스는 순결하기만 하다 나중엔 그 많은 키스가 하나로 되여 나의 가슴을 쭉—가른다…     달 3   오늘도 나는 달을 찾아간다 어느집앞에 가서 똑-똑 노크한다 달빛이 노크소리에 사방으로 튕긴다 환한 달이 반기는 얼굴속으로 문을 밀고 들어서니 한구들 가득 달들이 앉았다 나는 달들을 뚫어져라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민망할 정도로, 뻔뻔스러울정도로 들여다보니 나의 눈동자가 알알해 난다 아린 눈동자속에 달들이 가득 매달린다 큰 달속에 작은 달이 봉긋이 솟아오른다 달들은 자기들이 들어갈 달구멍도 다 안고 있다 그 구멍속으로 나도 비집고 들어간다 달이 하나 낑겨서 튕겨나온다 다른 달이 고 사이로 쭉- 들어간다 다시 나온 달은 하얀 달이 되여 뱅그르 돌아간다 그 재미로 숱한 달들이 그 구멍속에 비집고 들어간다 달집이 달땜에 터진다 터진 달집은 또다시 새로운 달집으로 엉킨다 터졌다 모였다 모였다 터지는 달집 내내 하얀 달들로 도도히 흐르는 저 집 달의 내물, 달의 강, 달의 바다 그속에 숱한 언어들이 넘실거리고 나는 달의 언어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달4   동그란 달집의 문을 밀고 들어서니 달이 매대앞에서 달을 판다 달을 사갖고 다시 달집을 나서니 휘영청 달이 밝다 달을 안고 달빛밟아 돌아오는 길에 달이 바래여 준다 환한 달의 빛발속에 나무도 지붕도 모두가 달이 되여 나를 환호해준다 비록 달의 사랑속에 염글어가는 나지만 달의 약속은 늘 내 가슴에 새로운 달로 되여 싱싱타 저 달이 가득 열린 나무가 달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집에 돌아와 달집이 아닌 내집문을 밀고 들어가니 어느새 내집도 달집이 되였다 덩실한 달이 구들 한복판에 앉아 달을 만진다 하루해 달에 지쳐 달을 안고 누우니 안은것도 달이요 벤것도 달이요 누운것도 달이라 온통 달의 세계에 포로되여 나는 달에 코를 박고 달꿈에 실려 서서히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달 5   달의 가는 허리로 달이 빠져나온다 달의 가는 허리로 달이 빠져들어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봄이 돋아오른다 달의 가는 허리로 청춘이 춤을 춘다 달의 가는 허리로황금 (黄金)이 걸어들어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황제(皇帝)가 휘감긴다 달의 가는 허리로 바람이 휘몰아친다 달의 가는 허리로 락엽(落叶)이 진다 달의 가는 허리로 귀밑머리 희여진다 달의 가는 허리로 엄동(严冬)이 지나간다 달의 가는 허리로 신음이 활보한다 달의 가는 허리로 귀신(鬼神)이 통곡한다 달의 가는 허리로 서시(西施)가 웃는다   달 6   달을 친한 나도 언제부턴가 달이 되였다 달의 성품과 달의 개성에 옮아들었다 함께 오래 하다보면 서로 닮아가는가 달의 유순함에서 순수의 나무를 키웠고 달의 밝음에서 순정의 샘물을 파냈다 달의 절절함에서 그리움의 싹을 얻었고 그 싹을 틔우면서 세상이 아직도 싱싱하고 희망있음을 느꼈다 자. 이제부터 우린 시작이다   달 7   어느날 나는 고향의 강가를 거닐었다 달이 강에 빠져 풀어지고 있었다 먼저 하얀 저고리가 달의 앞가슴에서 풀어져 하늘거리며 강우에 날리고 있었다 달의 피부향이 넘치는 저고리는 하얗게 바래여 지며 여울지고 춤추고 있었다 그 향이 강에서 걸어나와 나와 함께 산보하고 그 여울지는 저고리 고름이 나의 허리에 감겨 달의 은은한 속삭임을 전달했다 온 몸이 달의 배려에 부풀어 오를때 락엽 한잎이 강물우에 떨어져 말없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하얀 서리가 락엽우에 지친 생각을 얹었다 도란도란 파도는 어디론가 속삭이며 내처 흘러가고 나는 강가를 계속해 산보하고 있었다 서녘하늘이 붉게 붉게 물들기 시작할때 나의 쉰고개도 피빛 강물과 함께 그리고 지금껏 나를 친구해주는 달과 함께 강을 딪고 강복판에 걸어나가 가벼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달 8   얼마나 많은 그물들이 달이란 하얀 물고기를 낚으려 들었더냐? 구름이 뭉게치며 덮쳐왔고 소나기가 줄포를 놓았지 차디찬 눈덩이, 우박덩이가 부딪쳐왔지 지어는 비행물체(飞行物)들까지 분주히 나타나 달의 부드런 몸을 이리 저리 오리오리 저몄었다 하지만 달은 하얀 살결을 긁히우지도 않고 다시 조각해 그물속을 요리조리 빠져나왔다 그리곤 옷깃을 여미고 머리결 곱게 빗고 오연히 저 앞 노을이 불타는 거리로 서서히 걸어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저 달을 우러르면 가슴이 무거워진다 세월을 주름잡아 내처 걸어낸 달의 눈물겨운 행정 별들이 안다, 나무들이 안다 풀들이 안다 빌딩들이 안다 바람이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저녁에도 저 달을 올려다 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   달 9   오늘저녁 저 달이 왜 저리 밝지? 가슴이 다 뭉클한다 아픔에 마음 모서리가 이지러질땐 내 가슴이 쓰렸는데 .. 그 쓰린 내가슴을 우중충 산그림자로 비껴주더니 그 기슭에 강을 만들어주고 강의 흐름속에 노래도 얹어주고 하더니 완전 진짜 오늘밤엔 저렇게 높이 떠서 환한 미소를 뿜겨주는구나 고맙다 달아, 모든 우수는 제맘에 묻어버리고 너무나 태연하게, 오연하게 성큼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나의 달아 오늘 저녁 내마음은 슬프도록 행복하다… …    달 10   밤을 패며 달을 쓰는데 달속에서 또 달이 흘러나오고 그속에 호수가 펼쳐지고 호수주위엔 수림이 설레고 수림우에 하늘이 열리고 하늘속에 흰구름이 뜨고 구름너머에 아득히 아득히 천층만층 구만층의 하늘이 또 열리고 그래서 나는 하늘을 휘감고 구름을 휘저으며 엄마야— 누이야---웨치고 웨치다 목이 터지고 피터져 수천의 소리의 부스러기들은 하얀 눈송이로 대지를 감싸고 그 우에 피방울이 뿌려져 슬프고 이쁜 살구꽃을 그린다 가지에 달이 앉은 살구꽃 꽃잎은 피로 색을 올려 더더욱 구슬프게 아름답구나…            
128    (시평) 림금산의 새 "아리랑" 댓글:  조회:2458  추천:0  2016-03-15
시평 림금산의 새 “아리랑”                                             우상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하나의 집단무의식적인 원형상징. 그런만큼 그것은 하나의 아리랑군을 형성하고 우리 민족 시인의 시적령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많은 시인들이 아리랑을 불러왔고 지금도 부르고있는줄로 안다. 그럼 우리 여기서 림금산의 새 “아리랑”(조시)을 감상해보도록 하자.   림금산에게 있어서 “아리랑”은 무엇이던가.        “조시1”-그것은 온 육신이 물러나는 소리가 나는 어려운 이주정착의 노래. 거기에는 가난이 깃들어 있고 피눈물이 슴배여있다. 그대로 두만강 민족적서정은 피여난다.       “조시2”-거기에는 가난속에서나마 전원목가적인 랑만이 깃들어있다.      “조시3”-조선족을 상징하는 모아산, 해란벌, 해란강 같은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좀 스산하다. “헐벗은 해란벌”, “짜개진 논밭”이 보이고 “구슬픈 곡조 익어가는 강끝”-“해란강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 여기에 “모아산”으로 대변되는 조선족이 떠나련다.       “조시4”-아리랑은 우리의 령, 육, 혼이 하나로 아우러지는 경지. 바로 이런 경지속에 우리의 뼈대가 세워진다. 그것은 “조상이 피를 토하”는 한 맺힌 “민족의 국제가”로 우리의 하나의 집결점이 되고 기치가 된다.   전반적으로 볼때 림금산의 “아리랑”은 주로 우리 조선족의 아리랑, 우리 조선족의 이주정착 및 현실적삶의 역경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민족의 국제가”로 승화됨으로써 “세계공통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희망적이기도 하다.        림금산의 “아리랑”은 시적형식에 있어서 매 “조시”, 례컨대 “아리아리 아리랑(조시1)”, “아리랑 아라리요…(조시2)”, “아리랑 아라리요…(조시3)”, “아리랑 아리랑 윙-위잉—위이잉…//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나 주소…(조시4)”,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조시5)”에서 보다싶이 전통적인 아리랑의 “후렴구”를 넣음으로써 일종 전통민요 “아리랑”의 패러디양상을 나타내고있다. 이로써 전통적인 포스트모던적인 시창작특색을 나타내고있다.      매 “조시”의 이런 후렴구들이 서로 호응하고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새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감을 준다. 매 “조시”의 시구들도 보면 몽롱시나 현대파시의 경우처럼 별로 난해하거나 헛갈리지도 않는다. 평이한 가사에 가깝다고도 말할수있다. 특히 “조시1”에서 전반 시적이미지나 경지를 “소리”로 전환함으로써 애초에 “노래”분위기를 잡는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구의 산문적의미 련결 및 토씨가 분명히 따라붙고 종결어미가 구전한 산문적어감 그리고 시구의 길이로 놓고볼때 일종 산문시적인 특색을 가지고있다. 그러면서 산문시도 시인만큼 다양한 시적인 수사법을 구사하고있다. 례컨대 “손가락에서 소리가 난다”보다 이것을 념두에 둔 “손가락에서 소리가 흐른다”는 표현은 청각을 시적으로 전환한 통감적적표현 및 “할배의 수염발이 몸을 후려치는 숨결이다”에서 시각을 청각으로 전환한 통감적표현 그리고 “모아산이 잠에서 부어오른 눈을 비비며/멀리 바다쪽 하늘 우러른다…”를 보면 기표에서는 “눈을 비비며”, “우러른다”로 의인법, 기의에서는 “모아산”으로 조선족, “바다쪽 하늘”로 고국을 상징하고있다. 이외에 “가난이 가득 흘러내리던 소리”, “헐벗은 해란벌”, “짜개진 논밭”의 의인, “령혼속에 바위가 세워진다/바위속에 뼈가 세워진다/뼈속에 쇠쪼각이 세워진다”는 반복적인 틀속에서 “바위”, “뼈’, “쇠쪼각”의 중간꼬리법(顶针法), “아침안개 서려올라 무명저고리가/벗은 산허리를 둘러주고 저녁연기 타래쳐올라/초가삼간을 배불리던 이야기다”의 대구, “조시1”에서의 “소리를 낸다”, “소리다”의 각기 여러구에서의 반복 등등은 그 보기가 되겠다.      이제 림금산의 새 “아리랑”은 끝나는듯하다. 그런데 여운은 남는다. 새로 또 시작할듯하다. 그것은 우리의 영원한 멜로디이니깐. 기대해도 좋겠다.
127    (수필) 어느날 갑자기 시골이 그리워 댓글:  조회:1474  추천:0  2016-03-06
어느날 갑자기 시골이 그리워                                                  림금산  어느날 갑자기 국자가가 싫어지고 옛친구가 살던 시골이 그리워 진다 그래서 먹기싫은 아침도 아예 뭉때버린채 무작정 친구가 살던 그 마을로 향하는 뻐스에 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세수도 하지 않은채다. 한식경이나 몸을 흔들리우며 먼지가 이는 시골길로 달리다 보니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아침 한때를 걸러서 배고픈걸가? 아님 덜렁거리는 뻐스땜에 더 시장기가 빨라진걸가? 암튼 배에서 연신 나오는 꼬르륵 소리보다 친구가 살던 마을모습이 그립고 거기에 거친풀처럼 그냥 남아있을 친구의 숨결이 더 간절하다 굽이 굽이 자아올라 깊이 파고 들어가니 칙- 하고 뻐스도 숨찬지 서버렸다. 친구네 집 울타리가 보인다 그만 고심하고 뻐스에서 내려버렸다.   겅정겅정 걸어서 친구네 집 사립문을 열었다. 인기척이라곤 없다 그저 고양이 한마리가 여느때와 마찬기지로 야옹거리며 두리번 거리다가 저 쪽으로 사라지고 이웃집 황둥개가 비린내를 확- 풍기며 꼬리젖는다. 하지만 친구는 없다 아니 없는걸 알고서 일부러 온것이 아닌가? 딱히 친구를 만나보자는것보다 이 거친 풀숲과 저기 저 강, 저나무숲속 옛추억의 향기나 맡아볼 양으로 온것이 아닌가. 7년전 친구의 안해가 숨막힐듯 정막한 이 시골이 싫어져 한국에 날아간것이 다시는 무소식이 돼버렸다…그후 우리는 서로서로 몇편의 시쪼각을 잡지나 신문에 낸것이 인연이 되여 마치도 옛친구나 만난것처럼 대하자부터 허물없는 친구가 돼버렸다.   친구가 이사간지도 벌써 거의 2년은 되여온다. 헌데 뜨락은 모든것이 예전 그대로다. 좀 더 초라해진 벼짚이영과 그리 빤빤하지 않은 앞마당이며 바자밑의 능쟁이 풀까지 다가 그대로다. 이 스산한 집에서 이 고적한 마당에서 이 인적기 드문 시골에서 그와 나는 열렬하게 중국인기 시인들인 해자며 로향이며 흑마의 시들을 열변했고 익지도 않은 시구를 목에 피대를 세우며 하늘에 별들이 도글도글 여물때까지 토론했었다. 헌데 그는 지금 여기에 없다 그래도 도회지가 살아가는데 나을듯 싶어 집은 “팔집”이란 간판을 내달고 훌쩍 A시로 이사가 세방살이를 한다. 참 좋은 결단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괜한 짓을 햇다고나 할지? 나로서도 판단하기가 좀 그렇다. 그는 한낫 농사군 후예이고 시골에서 잔뼈를 굳혔다지만 농사일에는 별로 재미를 붙이지 못한것 같다. 그 친구의 밭은 이미 다른 주인을 찾은지가 오래다 마당의 채마전이나 조금 남아있을뿐이다 그래도 시골티가 나고 시골냄새가 나는 글은 몇편 멋있게 조겨낸 그였다. 아마도 안해없는 살림에 문학은 그의 애인으로 둔갑한것이나 아닌지? 도회지에 가서 여기저기 눈동냥 귀동냥하면서 각종 문학세미나같은데 참가하면서 전전한것이 밑천이 되여서 그냥 그게 재밋다고 도회지의 한쪽 구석에 발을 묻었는가 보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겠기에 도회지의 어느골목에 풍막을 치고 신수리를 하고있는게 나한테는 자꾸만 마음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도 나생각엔 어쩐지 이 시골이 그한테는 안성맞춤한 삶의 토양이라고 늘 생각되여온 터다 그래도 그의 글에서 황소의 씩씩 거리는 숨결소리가 나고 흙내가 나고 땀내가 나는건 바로 이 한적한 시골의 생활경력때문이 아닐가고 생각해 본다. 뒤뜨락엔 아직도 그가 예전에 심었던 오이씨가 싹터올랐는지 오이넌출이 그냥 기여가고 있었는데 손가락 두개만큼한 오이가 몇개 댕그랗게 걸려있다 배고프던 차라 몇개를 따서 먹어보니 오이냄새와 더불어 친구의 냄새가 묻어난다. 나는 스적스적 걸어서 마을앞 시내가로 갔다 맑은 시내물이 나더러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듯 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세수도 안했음을 알고 맑은 물에 세수를 했다 몹시도 차고 시원하였다. 이 물가에서 그가 “천렵놀이”이란 수필을 건진건 아닐가? 그리고 이 물가에서 그가 미나리를 뜯던 장면을 “들나물캐기”란 글로 묘사한것은 아닌지? 참미나리들이 누구도 뜯어가지 않아 무성하게 자라올랐다 나는 손가는대로 미나리 한묶음을 뜯었다 그날밤 나는 나의 심방을 파고드는 이 시골의 신령한 정취와 친구의 묻어나는 그 추억속에 감싸여 아예 려관집을 찾아 하루밤 지새웠다. 친구의 생각에 또 시골의 고요한 밤장막속에서 잠시나마 속세를 잊을수가 있고 홀로인 나만의 공간에 잠길수가 있어 더없이 편하고 좋았다 산을 맘껏 느끼고 달의 향기를 맘껏 마시고 곤충들의 합창을 맘껏 듣고 …또 며칠전 내가 다녀왔던 경기도 안성부근의 숲속에 조용히 깃들어있던 조병화시인님의 문학관도 다시금 새김질해 보았다.그리고 빛과 바람과 이슬과 그리움에 대한 시도 몇편 긁적거려 보았다…   지금 친구는 정녕 A시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있을가? 매일같이 펼쳐지는 여러가지 문학이벤트속에 잠겨서 들뜬 기분에 행복한건가? 아니면 분위기가 제대로 안된듯하던 시골을 활활 털어버린데서 나오는 자유로운 기분일가? 아님 문학을 한답시고 번마다 이쁘게 단장하고 행사에 나와 웃음을 날려주는 그 해반주그레한 녀성문학도들을 대하는 기분좋은 멋 때문일가? 나는 새벽까지 시골의 햇달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풀었다 감았다 해보았다… 이튿날 나는 논두렁옆에서 한송이의 이슬묻은 이쁘장한 풀꽃을 꺾어들었다 어쩌면 그 풀꽃이 이 순간 도회지의 녀성문학팬들보다 더 진한 싱그러움을 나한테 속삭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삽시에 멀리로부터 나의 몸을 안아주는 차고 시원하고 부드런 시골바람이 내달아 와서 나의 얼굴이며 온 몸을 속속들이 애무해 주어 한결 가쁜하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여 이 돈주고도 못사는 시골의 청신한 바람으로 나의 페부를 가셔냈다. 나는 되회지가 숨막혀서 시골로 내리달리고 그는 시골이 싫어서 도회로 올리달리고 우린 서로 다른 분위기를 찾고있는거나 아닌지? 정오가 되여오는때 뻐스가 저만치서 빵빵-하고 나를 부른다 나는 거의 하루반동안 이곳에서 친구의 그림자와 시골의 정취와 함께 놀았으니 이젠 돌아갈때도 됐다고 생각하고 뻐스있는데로 걸어갔다… 문뜩 어느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다   …쩌린 몸을 활- 털어보려고 도회지를 떠나 시골로 올때는 시골의 밝은 달이 좋아서 내달아 왔거늘 한적한 시골 그 적막의 밤을 몇일 지나고 나니 샨데리야 불빛이 번쩍거리는 도회지가 또 생각난다 … …   그렇다, 나도 이제 어느날 갑짜기 또 이 시골로, 친구가 가고 없는 이 시골로 달려올것이다. 그러면 논두렁옆의 풀꽃이며 시내물속에 빠진 둥근달이며 저 꼬불길로 달려오는 황둥개가 또 나를 짜릿하게 맞아줄것이다…하지만 거푸 몇밤을 못지나 또다시 인간들 오염속에 돌아눕는 도회지로 올라오고 말것이다. 인간의 심성이란 원래는 이같이도 미련한것일가?…                                                                        (연변일보. 2014년 6월)  
126    (수필) 옥천행 댓글:  조회:1602  추천:0  2016-03-06
                                                                     림금산   바곤이 여섯개밖에 안달린 작은 렬차가 옥천역에 도착하니 옥천역 자그마한 건물에 “명시 “향수”의 고향입니다.” 라는 그리 크지않은 현수막 글발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려보자- 이번까지 세번째로 오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곳이 바로 내가 그토록 그리던 옥천땅, 대시인 정지용님의 고향이 여서 올때마다 새로운 감수를 받아안게 되니 말이다!) 나는 청주에서 일하는 동생을 만나러 함안에서 “시조경창대회”행사가 끝나는 길로 상행차를 잡아탔지만 결국 동생이 있는 청주먼저 옥천땅에 내려버렸다. 깨끗한 려객휴식실을  빠져나오니 역광장 남쪽으로 치우쳐 조용한 “정지용시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자를 보니 2003년에 세워진 시비여서 그런지 그리 물이 낡지않았고 깨끗하고 우아한 멋이 다분히 풍기였다. 옥천읍쪽으로 향한 남쪽면엔 동시 “할아버지”가 반듯하게 새겨져 있었고 역전을 마주한 면엔 명시 “고향”이 새겨져 있었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힌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고향”을 읽으면서 나는 어쩐지 좀 쓸쓸한 분위기에 차분히 말려들었다.  그렇다 고향이라고 찾아왔어도 그 색동꿈 곱던 오색찬연한 고향일수가 없고 스산하고 망가진 동네일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래도 태를 묻고 이역만리 넘나들다 그리워 달려오던 고향임은 숨길수 없고 자나깨나 베개머리에선 고향기슭을 누볏음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리라. 생가로 가는길엔 촉촉히 싸락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온몸에 옥천의 비를 맞으면서 마음까지 촉촉히 적셨다. 생가는 3년전 보던 모습 그대로인데 삽작문이 반쯤 열려있고 웃방문이 활짝 열려있어 마치도 지용님께서 나더러 어서 오라고 부르시는것 같았다. 생가로부터 “정지용문학관”으로 가는 소로길은 온통 짚부스러기에 묻혀있었다. 게다가 비까지 촉촉히 내리다 보니 나의 신발엔 짚부스레기들이 가득 게발렸다. 문학관 정문앞에서 나는 신에 게발린 짚을 다 떨어버리고 정중히 문을 열고 문학관에 들어섰다. 나젊은 남성접대원 두명이 달려와서 반가히 맞아주었다. 나는 신을 벗고 끌신을 갈아신은다음 먼저 정지용님 동상앞에 가서 꾸벅 90도 경례를 드리고 다시 접대원실에 들어섰다. 나는 중국에서 올때부터 혹시나 해서 준비해온 “중국조선족소년보”를 꺼내서 접대원한테 정중히 드렸다. 그날 우리 신문엔 “정지용문학관”을 상세하게 소개한 나의 글이 실려있었던 것이다. 접대원은 아주 고맙게 우리 신문을 넘겨받아서는 유심히 들여다 보는것이였다. 그리곤 향기롭고 따뜻한 록차를 가져왔다. 조금후 다른 접대원이 증정본으로 갖만들었다는 “정지용시선집”을 선물했다. 받아보니 정지용님의 동시들도 거기에 실려있어 나는 더 기뻤다. 여러해 문학편집을 해오면서도 나는 정지용님의 동시들을 우리 신문에 소개하지 못하여 늘 민망한 마음을 안고있던 차라서. 문학관을 자세히 돌아보면서 나는 다시한번 지용님의 시세계에 포근히 잠겨버렸다. 문학관내에는 나외에 또 지식인인듯한 늙은 부부가 이쪽저쪽 거닐면서 사진자료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를 더욱 기쁘게 한것은 내가 지용문학상을 타서 찍은 나의 수상시집도 진렬대에 정연히 놓여있었다… 나는 시낭송실에 들어가서 이어폰을 귀에 걸고 목청돋우어 “향수”랑 읊으면서 오래만에 시예술의 향연에 포-옥 젖어 온몸을 시흥으로 가뿐히 샤워하였다… 내가 알고있는 원옥천군문화원장 박효근님을 찾아 떠난것은 그날 오후였다. 골프련습장을 꾸리고 있는 박원장댁에까지 찾아가니 원장님께서 반가이 맞아주셨다. 나는 중국서 갖고갔던 흰술한병과 조선명태를 인사로 내여놓고 박원장님이 차례주는 술상을 마주하고 긴 회포를 풀었다... 자유시장으로 가니 무우, 홍시, 배추 등이 우리 연변과 별반 차이없이 팔리고 있었다. 상냥한 얼굴을                                한 아줌마들이 곰살궂게 굴었다. 나는 팥죽집에 들어가 2천원을 내고 팥죽 한그릇 맛보았는데 그렇게 향기로울수가 없었다. 저녁엔 또 옥천역앞에 있는 보리밥집에 들어가 보리밥에 된장국을 맛나게 먹었다. 진짜 조종의 음식맛(순맛) 그대로여서 뼈속으로 우리맛을 느껴봤다. 청주에 있는 “동양일보”에 전화를 넣으니 조철호 회장님께서 함께 진천군에 있는 조명희시비를 보러 가자고 했다. 나는 문학을 즐기는 나의 동생도 데리고 가겠다고 하니 너무 좋다고 하셨다. 편집 실장 유영선님이랑 함께 간단다. 보고싶었던 얼굴들이다. 나는 지용님의 고향을 떠나는 마음이 퍼그나 서운했지만 또 포석님의 생가에 안길걸 생각하니 마음이 또다시 설레이기 시작했다…    
125    (수필) 빨래하는 저 처녀 댓글:  조회:1422  추천:0  2016-03-06
빨래하는 저 처녀                        림금산 나의 감정세게에는 빨래하는 처녀의 모습도 꼭 우리 민족 처녀여야만 될것같은 기분이다. 만약 빨래하는 처녀가 다른 민족 처녀라고 가정해보면 어쩐지 나의 정서적 마당에선 잘 안어울린다. 소풍하느라 스적스적 강뚝을 거닐때도 그렇다. 저기 어디서 빨래질소리가 나니깐 넌지시 눈길을 던져보니 푼더분한 한족녀인이 제맘대로 앉아 빨래를 뭉개고 있었다. 나는 저도 몰래 얼굴을 돌리고 종종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버렸다. 내가 기대했던 화면은 거의 없는 강가산책이였으니깐 말이다. 물론 나의 강뚝 산책이 기막히게 성공할때도 있긴 하다. 일이 될라고 그랬던지 그날따라 강뚝의 어린 백양에는 단풍이 노랗게 들어 잎사귀마다 그대로 서정시로 되여 나의 머리에 큰 기대를 뿌려주었다. 강가엔 많지도 적지도 않게 몇몇 녀인들이 빨래를 하고있었는데 초가을이라 물이 너무 맑아 그네들이빨래하는 모습이 그대로 물에 비껴 찬란하다. 헌데 그중에서도 삐여나게 이쁜 처녀가 녀왕인양 가운데앉아 열심히도 방치질 하고있었다. 나는 그녀한테 깊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은근히 찾고싶었던 빨래하는 조선족처녀의 모습,딱 내가 보고싶어하던 상상속의 그 모습이다. 화가나 촬영가들은 고운 미인이 맞띄우면 모델이라도 만난듯 눈길이 빛나오르면서 재빠르게 오간다.헌데 난 화가도 촬영가도 아닌데 나의 눈길이 자꾸 미인만 쫓아다니는게 좀 이상하다. 복잡다단한 주위환경이나 일상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자주 눌리워 그냥 신음하던 나에게 그녀의 출현은 실로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나는 시치미를 뚝 따고 뻔뻔스레 그녀한테로 다가갔다. 그녀와 가까와 질수록 마음은 즐거워 나고 저으기 흥분되기까지 했다. 나는 퍽 태연한 기색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늬였다. “아가씨, 거 비누 좀 씁시다…” 나는 그녀옆에 쭈크리고 앉아 손을 씻으며 넌지시 알은체를 했다. 그녀는 나를 할깃 쳐다보더니 거품이 게발린 비누를 맑은 물에 깨끗이 헤워서 나한테 건네주며 평온하고 부드럽게 그러나 알릴듯 말듯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대단한 미인이였다. 진짜 전형적인 조선족처녀였다. 크고 호함진 두 눈동자는 록음속에 거울처럼 반짝이는 그윽한 호수 그대로였다…하아얀 목이 시원하게 빠지고 방울크고 복성스런 귀방울, 긴 머리채는뒤에 올려 가볍게 쪽졌다. 앉은 키로 보아도 서면 미츨한 채격일 것이였다. 비록 치마저고리는 안입었지만 팔랑이는 꽃바지에다 수박색 적삼을 받쳐입은 그녀다. 종아리 너머까지 꽃바지를 걷어올린 두 다리는 반나마 맑은 물에 불리워 있었는데 희디흰 살결은 맑은 물을 더욱 맑게 려과해주는듯 했다. 나는 부풀어오르는 기슴을 눅잦힐 방법이 없어 부자연스럽게 일어나 저어쪽 강아래로 걸음을 옮겼다.얼마 안가 나는 담배를 한대 꼬나물었다… 맑은 강바람, 맑은 물빛, 그우에 깨끗이 흐르는건 빨래하는 그 처녀의 향기다. 그녀의 맑은 두눈에서 떨어지는 물기와 그녀의 고르로운 숨결에 뿌려지는 더운 속심과 그녀의 하아얀 다리에서 풀어져 흐르는우리 민족 여인의 맛, 이성의 정이다. 빨래하는 조선족처녀, 그것도 삐여나게 아름다운 미녀, 도시가 각일각 오염되고 심신이 메말라드는 이때 (이미 강가 빨래터도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되였다) 이녀야 말로 고향의 강 맑은 물을 아니, 메말라가는 고향의 정을 매일매일 세탁해주는 강의 천사다. 그날 나는 온 하루 강가에서 헤매이였다. 내마음은 그냥 물고기되여 그녀의 향기가 떠흐르는 물에 하루해 샤와를 했다…                                                                                                               1998년 가을    
124    (수필) 렬차속의 미녀 댓글:  조회:1375  추천:0  2016-03-06
  렬차속의 미녀                                       림금산   기자사업을 시작해서 얼마 안되던 때의 일이다.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25년전의 일이겠다… 도문-북경행렬차에 몸을 던졌는데 렬차안엔 시루속의 콩나물처럼 온통 사람천지다.  장춘역을 지나니 모두 하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피곤기가 갈마들어 시들어갔다. 온 차바곤은 생기라곤 없고 차체는 거의 죽은 뱀이 그냥 꾸물거리며 기여가는상 싶다…  심양역에서 한 25-30세쯤 되여보이는 미모의 녀인이 우리 차바곤에 올랐다. 사람들이 너무많아 앉을 자리는커녕 설자리조차 거의 없는데 그녀가 미니스커트를 따악 받쳐입고 우리옆에 다가와 멈춰섰다.  그녀의 몸과 머리에선 진한 향수냄새가 가득 풍겨나와 주위의 오염된 공기를 세탁해주고 있었다. 하아얀 신다리까지 미끈하게 올리신은 스타킹과 두귀에 달랑거리는 귀걸이며 더우기 호수같이 찰랑이는 눈동자는 온 차바곤을 환히 비춰주었다.  줄곧 내앞자리에 앉아 끄떡끄떡 졸고있던 한 사십대의 사나이가 깨여나더니 푸접좋게 일어나 그녀한테 자리를 권하는것이였다. 그분도 아마 이 천하절색인 처녀가 그냥 서있는것이 못마땅하다고 생각되였던 모양이다.  피곤에 몰리고 로독에 주눅이 들던 려객들이 그녀의 출현으로 하여 차츰 기분이 피여나기 시작했다. 지독한 쌈지담배도 그녀앞에선 말아물기 점직해하는 려객이 있는가하면 자기의 흩어진 자세를 바로 잡느라 어색하게 움직이는 치들도 있었다.  서있던 그녀가 앉으니 앉은 자세 또한 별멋이다. 진짜 선녀가 내려앉은것 같다. 복장모덜들은  서있는것도 멋지지만 걷는 자세나 지어 엉뎅이를 삐딱거리는것까지 아름다운것과 같은 리치이리라.  여기서 피끗 저쪽에서 피끗 꽃같은 그 얼굴을 감상한다. 한번 피끗 보고는 그냥 눈감고 오래오래 그 꽃맛을 새김질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좀 수준이 낮은 치들과 뻔뻔스런 치들은 지어 5분내지 10분까지도 남들의 어깨너머로 그냥 퀭-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하건만 그녀는 도고하지도 않고 뽐내지도 않고 아주 자연스럽고 평온하게 오래오래 꽃같은 얼굴에 부드런 빛만을 달고 있는게 고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사건이 생겼다. 그녀가 귀걸이 하나를 살짝 뽑아 이리저리 들여다보더니 그만 부주의로 떨궈버렸다. 몇천원은 잘될것 같은 귀중품이니깐 그녀는 저으기 당황해했다. 주위사람들이 하나 둘 자기의 의자밑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누구든 그 귀걸이를 감히 자기가 주어가지려는 기색은 없었다. 이 아름다운 녀인을 위해 저그나마 자기들의 성의를 보이고 싶어하는 낌새였다. 이 경우 만약 다른 그 어떤 불청객이 이렇게 귀걸이를 떨구었다면 서로 찾아주기는커녕 임자가 찾는것마저 짜증낼것이다. 허나 이 녀왕앞에선 누구도 유순한 지원자의 손길을 내미는게 퍼그나 흥미로왔다.  바로 내옆에 앉은 나그네가 자기의 의자밑 멀리에 반짝거리는걸 발견하고는 환성을 올렸다. 뿐만아니라 그녀를 눌러 앉히고 자기가 손수 허리를 깊이 구부려 손을 뻗쳐서는 그 귀여운 귀걸이를 짚어내여 옷소매에다 살살 문질러 그녀에게 공손히 바치는것이였다.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하고 머리를 까땍인다.  두어시간만에 처음 뿜어낸 그녀의 음성, 실로 사과같이 맛있는 사근사근한 음성이다…  미인이 웃고있는 렬차는 화기애애하다. 미인이 많은 민족은 행복하다. 미인을 존중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남자는 진짜 멋진 남자다.  뿡- 렬차는 미인을 싣고 평화를 싣고 동북평원을 쭉-가르며 화북평원에 들어선다…     
123    (수필) 깨여나는 고향에 한포기의 풀이라도 댓글:  조회:1179  추천:0  2016-03-06
깨여나는 고향에 한포기의 풀이라도                                                             림금산 고공7700메터, 지금 구름층을 뚫고 대한한공기는 북으로 북으로 난다. 오늘따라 기창밖날씨가 특별히 좋아 구름들이 여러가지 어여쁜 자태를 뽑낸다. 고층빌딩만큼이나 키높은 구름들이 서로 서로 엉겨져 마치도 희고 아름답고 우중충한 구름나무숲속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크나큰 눈덩이같이 너무나 호함지고 탐스런 구름속을 누비며 비행기는 연길하늘로 자꾸자꾸 날아간다. 헌데 한 시간쯤 날았을가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면서 비행기가 부르르 몸을 떤다. 비행기는 연길공항상공에 와서도 착륙하지 않고 다시 한바퀴 크게 더 돌아서야 연길공항활주로에 착륙한다. 딱 일주일만에 돌아오는 려행이다. 지난 5월 9일에 갔다가 오늘 5월 16일에 돌아왔다. 해마다 5월이면 거행되는 한국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문학제(제25회)참가차 향수의 고향 옥천군에 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헌데 기창밖의 풍경이 말이 아니다. 인천공항서 비행기에 탑승할때만도 그렇게 맑고 푸르던 하늘이 연길에 도착하니 얼어붙은듯 퍼러딩딩하고 이미 착륙한 기창에 가끔 차가운 비방울이 튕긴다. 비행기의 스피카에서 흘러나오는 공중아가씨의 말소리. “… 오늘 연길 날씨는 섭씨 16도입니다…” 인천은 23도, 연길은 16도. 인천은 맑고 푸르른 날씨, 연길은 궂은 날이고 비내리는 날이다. 인천공항은 환하고 너르고 밝은 신형의 국제공항이고 연길공항은 너무나 작고 초라하고 낡고 어두운 “창고”같은 국제공항이다. 인천시는 그렇게 록화가 잘되였고 문화분위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여러가지 현대적 시스템과 현대적 문화이벤트같은것이 아주 잘 조화부리는 활역과 랑만의 도시였고 연길시는 아직은 어리고 어둡고 록화가 판부족한 어딘가 뒤쳐진 중국동북변경의 한 작은 산간도시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가 내가 나서자란 고향이다. 내가 태여나서 태를 묻고 글공부하고 30여년 울고 웃으며 시를 써온 죽도록 사랑한 나의 피묻은 고향이다. 여기에는 나의 조상의 산소가 있고 나의 부모님이 계시고 나의 동창생, 나의 친구들, 나의 동료들이 있는 나의 모체이다. 헌데 고향의 초라한 모습은 거짓말이 아닌 진실이고 엄연한 현실이다. 그 어떤 사상이나 리념, 철학을 떠나서 아주 객관적으로 너무 뒤쳐져 있다. 한시간전에 인천서 본 풍경과 한시간후에 본 연길의 풍경, 도시의 크고 작고를 떠나서 인간생활의 질적향상면에서 볼때 확실히 큰 차이를 보이는건 어쩔수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볼때부터 너무나 가슴아파 이제 고향에 내리면 나무하나라도 더 심고 풀한포기라도 더 옮겨야겠다고 속으로 재삼 다짐했다. 아마 그래서 이 시각도 새벽을 달리는 시침을 붙잡고 이렇게 뭔가 두두리며 더운 숨결을 토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정지용의 고향 옥천역 작은 광장에 세워진 지용시비에는 시 “고향”이 새겨져 있다. 시 “고향”은 정지용시인이 1932년에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휘문고보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시절에 쓴 지용의 시이다. 지금 이 시각 시 “고향”을 읊조려보는것이 별로 이 순간의 분위기에 알맞을것 같은 심정이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려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립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당시 고향에 돌아온 정지용시인이 빼앗긴 향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정과 또 빼앗기였기때문에 너무나 가슴 한구석을 꼭 물어뜯을듯 그리운 정한의 심정, 또 고향잃은 쓸쓸한 마음때문에 “떠도는 구름”처럼 헤매이는 기분을 이 시는 잘 읊어냈다. 아직은 우뚝 일어서지 못한 걸음마 타는 나의 고향-연길 하지만 다시 머리돌려 개혁개방전의 말라붙은 고향과 종적으로 비해볼때 고향은 그래도 세찬 모래바람을 맞받으며 종래로 없던 공항을 앉혔고 일반공항을 국제공항으로까지 부상시켰으며 크게 한바퀴 돌아누웠다. 여기저기에 공간만 있으면 꽉 차 메여지는 자가용들… 이제는 깨여난 고향이다. 희망이 보이는 고향이라 해야겠다. 하지만 아직도 떨쳐 일어나야 하며 분발해서 달음박질치며 살아야 할것이다. 고향의 발빠른 래일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계속 이땅을 지켜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는 밤잠을 좀 더 적게 자고 좀 더 희질긴 악땀을 흘려야겠다…                                2012년 5월 16일.                                                                
122    달 28 댓글:  조회:1647  추천:0  2016-03-05
달 28 밤을 패며 달을 쓰는데 달속에서 또 달이 흘러나오고 그속에 호수가 펼쳐지고 호수 주위엔 수림이 설레이고  수림우에 하늘이 열리고 하늘속에 흰구름이 뜨고 구름너머에 아득히 아득히 천층만층 구만층의 하늘이 또 열리고 그래서 나는 하늘을 휘감고 구름을 휘저으며 엄마야- 누이야- 웨치고 웨치다 목이 터지고 피터져 수천의 소리의 부스러기들은 하얀 눈송이로 대지를 감싸고 그 우에 피방울이 뿌려져 슬프고 이쁜 살구꽃을 그린다 가지에 달이 앉은 살구꽃 꽃잎은 피로 색을 올려 더더욱 구슬프게 아름답다... ... 달 29 언제부터  달한테도 손이 생겼나? 하얗고 동실한 손이 달의 품에서 나와  나의 얼굴을 만지작거린다 너무나 부드럽고 촉감이 좋았다 금시에 내 마음엔 5월의 하얀 배꽃밭이 펼쳐졌다 나풀나풀 흰나비, 노랑나비를 불러들이는 배밭 나는 그속에서 달의 손길에 받들려 마악 도도리를 한다 고즈넉한 저녁 달은 다시 손을 걷어들이고 저만치 높이 떠서 미소로 나를 내려다 보겠지 나는 달을 우러러 발을 동동 구르며 다시 그 하얀 손길을 펼쳐달라고 애걸했다 하지만 달은 은은한 빛살만 실실이 드리워 나의 머리를 어루쓸어주고는 가실길을 재우쳤다 오늘 저녁 하늘공중에서 서서히 흐르는  저 달을 다시다시 우러르니 나의 볼을 만지작이던 달의 손길이 지금도 내얼굴에서 식지않고 웃고있다...
121    춘삼월 댓글:  조회:1622  추천:0  2016-03-04
벌써 저어기서 냄새가 풍깁니다 당신의 혼솔기를 따라 향기를 느낄수가 있네요 언제나와 함께 진한 체취를 보내주시는 당신 그래서 나도 여린 숨결이나마 정성담아 보내드립니다 당신이 휘젖는 지휘봉에 함 맞춰볼게요 당신앞에서 진짜 제일 소중한 춤사위를  저 하늘 구름에 싸서 선물할게요 잠간 내품에 머물러 가는 당신이기에 더욱 소중한 꽃묶음임을 나는 압니다 그래서 나의 눈을 다시  깨끗이 씻어서 가장 민감한 별빛을 모아 당신의 초점에 맞출겁니다 그 렌즈속에 감히 뛰여들어 나의 거치른 숨결 다듬게 함을 허락만 해주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라일락 터지는 그 뜨락에서 나의 소중한 숨결을 흐들지게 피워올릴게요 옴짝 말고 기다려 주세요  마음에 날개를 달아서라도 당신의 귀한  눈동자속에 날아들게요 언제나와 같이 나의 그 한자리만을 당신의 눈동자속 그 우거진 눈초리의 수풀속에  포옥 안아주세요 무릎꿇고 빕니다
120    달 26 댓글:  조회:2806  추천:1  2016-02-25
어느날 나는 고향의 강가를 거닐었다 달이 강에 빠져 풀어지고 있었다 먼저 하얀 저고리가 달의 앞가슴에서 풀어져 하늘거리며 강우에 날리고 있었다 달의 피부향이 넘치는 저고리는  하얗게 바래여지며 여울지고 춤추고 있었다 그 향이 강에서 걸어나와 나와 함께 산책하고  그 여울지는 저고리 고름이 나의 허리에 감겨 달의 은은한 속삭임을 전달했다 온 몸이 달의 배려와 관용(宽容)에 부풀어 오을때 락엽한잎이 강우에 떨어져 말없이 조용히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하얀 서리가 락엽우에 지친 생각을 얹었다 도란도란 파도는 어디론가 속삭이며 내처 흘러가고 나는 강가를 계속하여 산책하고 있었다 서녘하늘이 붉게붉게 물들기 시작할때 나의 쉰고개도 피빛강물과 함께 그리고 지금껏 나를 친구해준 달과 함께 강을 딛고 강복판에 걸어나가 가벼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달 27 얼마나 많은 그물들이 달이란 하얀 물고기를  낚으려 들었을가? 구름이 뭉게치며 덮쳐왔고 소나기가 줄포를 놓았지 차디찬 눈덩이, 우박덩이가  네먼저 내먼저 부딛쳐 왔지 지어는 비행물체들까지  분주히 나타나 달의 부드런 몸을  이리저리 오리오리 저몄었다 하지만 달은 하얀 살결을  긁히우지도 않고 다시 조각해 그물속을 요리조리 빠져나왔다 그리곤 옷깃을 여미고 머리결 곱게 빗고  오연히 저앞 노을이 불타는  거리로 서서히 걸어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저 달을  우러르면 가슴이 무거워 진다 세월을 주름잡아 내처 걸어낸 달의 눈물겨운 행정 별들이 안다. 나무들이 안다. 풀들이 안다. 빌딩들이 안다. 바람이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저녁에도  저 달을 올려다 보며 마음이 숙연해 진다...                        2016년 2월 25일 새벽
119    豆满江 댓글:  조회:1769  추천:0  2016-02-05
박달나무 얼어튀는 엄동의  한복판 쭉- 가르며 두만강은 얼음으로 흐른다 숨가쁜 발자국으로 흐른다 신음과 눈물로 흐른다 배고픔이 등에 찰싹 붙어 맥진해 기여서 간 자리 넘 추워서 동태되여 뒹군 자리 그대로 겨울의 막바지를 톺는다 엇저녁 강안마을에 도적이 들었다 널어놓은 명태가 다 거덜났다 이웃집 왕개네도 새끼양  두마리나 잃었다 누가 한 짓일가? 하나씩 둘씩 끼리끼리 남부녀대하고 굶주림 안고 떼여가는 발걸음이 얼어붙는다 19세기 초엽의 그 엄동의 모습들 눈앞에 방불히 스친다 하얀 쌀밥이 폭포로 흐르는 곳은  바로 언덕넘어 저-기 고기국이 파도치는 북국의 락원엔 매화꽃이 만개(满开)하다 걸음걸음 취위를 뚫고  겨울을 깨여가는 이 길 바람이 세차다 귀뿌리가 빠진다 땅-따당땅-땅- 설기분을 찬바람에  띄우는 폭죽소리도 이따금씩 얼음튀는 하늘에 울려간다 음력세밑으로 깊이깊이  빠지는 북국(北国)의 혹한...
118    고향 길가의 리발사 댓글:  조회:1861  추천:0  2016-01-14
                             왕단단 지음                               림금산 옮김 거울 하나에 걸상하나에  면도칼 하나와 가위하나에 한생을 보낸 하나의 인생 이렇게 한생동안 남들의 머리에 세월을 꽃피운 사나이 시종 자신의 봄만은 찾지 못했다 20여년이 강물처럼 흘러가 길가에 펼친 리발가게엔  수많은 손님들이 다녀갔지만  그는 그들의 이름이나 성씨도 제대로 모른다 그는 그저 태양의 수염을  잘 깎아버리면 세상은  많이 젊어질거라고 생각할뿐이다 모진 풍상고초를 다 겪은 손에서는 오늘도 면도칼이 날파람을 일구지만 살같이 날아가는 세월의 물결은 못따른다 그가 만졌던 이마들에는  절간에 높이 모신 정중한 혼이 있는가 하면 황토에 그냥 묻힌 무주고혼도 있어 아직도 그런 사람들의 온기가 그의 손에 남아 눈시울을 촉촉히 적시기도 한다 오, 혹시 그가 깎은건 머리털만이 아닌 얼마 남지않은 몇가닥의 세월일수도 있다 이젠 그의 물낡은 리발솜씨도 사가는 길손이 얼마 안된다 바로 어저께다 그는 거울을 마주하고 자신의 귀밑에 가득 흘러내린  흰눈서리를 가위로 다듬었다 헌데 거울속에 비쳐든것은  뒤산언덕을 꽈악 채운 들풀뿐이다
117    반격 댓글:  조회:1783  추천:0  2015-12-23
                         주아평  지음                          림금산  옮김 나의 념원은 곧 나를 떠나간다 그들은 나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 나의 반대편에 선다 나의 반대편엔 어두운 빛과  망설임과 어렴풋함이 투명하게 비껴있다 몽롱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의 극치다 나는 숨까지 죽이고 눈길을 앞으로 주려 하나 흐릿함은 무겁게 제자리에 드팀없이 드리워있다
116    녀무당 댓글:  조회:1693  추천:0  2015-12-22
                       우   향  지음                        림금산  옮김 나는 나이 많아서 어느 누구나의 증조할머니로도 될수있다 내가 오른손에 탈을 들고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면 나는 진짜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오랜 재간으로 능히 늙은 쥐의 수염을 밀어버릴수 있고  촉대를 부시여 표범에게 먹일수 있고 온 거리를 극도로 상심하게 할수 있다 이미 산산히 흩어진 사람들을 사분오렬시킬수도 있고 부끄러운 의식도 치를줄 알며 애끓는 감정을 참을줄도 안다 그래서 태양이 산마루에 솟아올라 무대중앙을 찬란히 비출때면 나는 전통이 되여 누구도 뛰여넘을수 없다 제가 제기를 높이 들자 그안에서 유령의 피가 뿜겨져 나온다 그러면 나는 비록 인간들속에서는 수치를 참아내야 하지만 사상계의 최대의 지혜이고  최소의 총명이다 또 좌우의 눈을 바꾸어 자비로움과 사악함을 감춘다 하지만 매번 정확한 시간이 요청될 때 나는 방직기뒤에 가서 눈물을 만들어 바꿔온 돈을 저축해둔다 지금 나는 퇴임하려 작심한다 그래서 평범하고 해롭지 않은 사람으로 되련다
115    날아온 노란 새 댓글:  조회:1851  추천:0  2015-12-21
                 정   령   작                   림금산  옮김  매화가 피여나는 때 베란다는 온통 봄이다 자그마한 공간에는 생기가 약동한다 노란 새가 날아온다 새는 날마다 베란다를 잊지 못한다 새가 있으면 심산은 그대로  우리 집에 들어앉는다 한마리의 음부가 아래우로 날며 높낮게 뜀각질 한다 그러면 유곡의 샘물이 방울방울 골짜기밑으로 옥구슬처럼 흐른다 아침노을이 비끼면 금빛해살은 흐르는 샘물과 어울려 조용히 노래한다 그 노래는 산밖의 번화함을 쓸어버리고 나의 성장과 로쇠를 날려주고 나의 모든것을 다 깨끗이 벗겨버린다 그 노래는 또 나로 하여금 지난 추억을 영원히 잊어버리게 한다
114    시월의 연주(弹奏) 댓글:  조회:1777  추천:0  2015-12-16
                             두   아    작                              림금산   옮김 또 하나의 갈바람이 말쑥하게 불어온다 만물은 더욱 명랑해 지고 구름은 가벼이 흐른다 수림은 고요하고 장중하면서도 어딘가 유화(油画)의 우울를 동반한다 담모퉁이 빠알간 봉선화도 거울을 마주하고 얼굴화장에 바쁘다 한낮이면 글읽는 아이들의 랑랑한 소리 교정에서 들려오고  농군들은 전야에서 마을로 알곡을 실어나른다 그네들은 낮에는 해볕쬐임을 하고 저녁이면 뜨락에 들어온다 밤하늘에 총총히 뿌려진 별밭은 말이 없고 시간은 천만년 불변의 깊이를 열어놓는다 나는 매일같이 산책에 나서는데 한낮이나 오후나 숲속길은 하루가 멀다하게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백양나무들은 열심히 색상을 바꾸고 있다 마을과 마을사이에서 그들은 인류(人类)의 신념이다 매일의 일상이 이렇다 가을한 후의 전야는 풍요하지만 평탄하고 농군들은 마을에서 곡식을 말리거나 낟알을 털며 일상을 보낸다 나는 그들의 시간을 스쳐지나 가을의 찬란한 빛갈에로 걸어들어간다 대지의 광활함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언어의 창고이다 때로 나는 북방을 눈주어 바라보면서 나의 그 시절 깊은 추억에 잠간 젖어본다 그러다 머리우의 노란 잎이 바람따라 떨어지면 나도 떠나간다  나무들만이 거기에 그냥 남아있는데 그들은 아마도 이 가을날의 성곽(城池)이 될것이다                                             (《양자강 》2014년 제2기에서 ) 
113    다시 한번 주유소를 지나며 댓글:  조회:1813  추천:0  2015-12-15
                                      리소락  작                                        림금산  옮김 그날 오후 나는 다시 한번 주유소를 지났다 주유소 주위에는 회색꽃이 만발했다 그 꽃은 녹쓴 공업의 꽃인데 휘발유향기가 넘 싱그러웠다 나는 다시 한번 주유소를 지났다 주유소 뒷골목의 그 오솔길을 걸어 너와 함께 류숙했던 심야의 려인숙에 갔다 홰나무와 백양나무가 그때의 잎을 흔들거렸다 나는 라이타를 꺼내 너한테 한가치의 오후의 담배를 권했다 그리곤 창문을 마주하고 너를 바라보았다 낮은 유리  연기는 싱그런 향기를 따라 함께 솟아올랐다 우리는 오솔길을 따라 제방뚝으로 갔다 나는 또다시 강이 흘러지났던 낮은 곳에 다가섰다 이때에도 주유소는 내 뒤에서  회암색 황혼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모호한 들끓는 꽃을 ... ...                                           (《중국시가》 2014년 제3기에서)
112    겨울밤 댓글:  조회:2155  추천:0  2015-12-12
               소려(苏黎)  작                림금산     옮김   한마리 노새가 풀더미에 웅크리고 앉았다 한랭함이 땅에 내려 서리로 빛난다   반쪽인 달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았다   강가의 살얼음을 소리나게 밟는건 아마도 가만히 도망치는 바람이겠지   멀리에 비껴가는 개짖는 소리 밤추위에 쐐기를 박는다   나는 두팔을 꼭 여며 몸을 옹송그리는데 밤바람은 나의 머리카락을 어루쓴다   너는 강저쪽에 살고 나는 강이쪽에 살고 우리는 강을 사이두고 서로 바라만 보는 두개의 별이구나                  (《시간. 상반월간》2014년 7월호)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