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이자스민 만들자'… 총선앞 뭉치는 中동포들
분열됐던 19대때와 딴판
이번 4월 총선에서 ‘중국동포판 이자스민’을 배출하기 위한 중국동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중국동포(조선족) 인구가 80만 명을 돌파한 만큼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후보군도 구체적으로 거론될 정도다. 이자스민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다문화가정 몫으로 공천한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동포만 출마하고 투표할 수 있으며 국내 13만여 명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동포 정치 세력화의 중심지는 서울에서 중국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영등포구 대림1, 2, 3동과 구로구 가리봉동이다. 이곳에는 10만여 명의 중국동포가 살고 있다.
이 지역구 표밭을 공략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중국동포의 비례대표 공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중국동포 사회는 한껏 고무돼 있다. 19대 총선에서 이자스민 의원 외에 탈북자 출신 조명철 의원도 공천을 받은 만큼 이번에는 중국동포 출신 비례대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총선에서 중국동포 비례대표 의원이 나오지 않았던 까닭은 3, 4명만 모이면 단체 하나를 만든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쉽게 뭉치지 못하는 중국동포들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림동과 가리봉동에서 활동하는 중국동포 단체만 해도 60여 개에 이른다.
출신 지역별로 갈등이 컸던 것도 한몫했다. 지린(吉林) 성, 헤이룽장(黑龍江) 성 출신 동포들이 서로 반목하는 경우도 있다. 헤이룽장 성 출신 조모 씨(53·여)는 “모두 돈 벌러 나온 같은 처지인데 상대적으로 잘사는 지린성 출신들이 헤이룽장 성 출신을 얕잡아 보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중국동포 내에서 영주권자와 귀화자가 따로 어울리는 것도 그들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60여 개에 이르렀던 단체들은 점차 통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단체 대표를 선출할 때도 후보가 난립했지만 이번엔 합심해 단독 출마 후보를 선정하며 단합하고 있다.
황귀범 중국동포유권자연맹 선관위원장은 “9일 구로구청에서 진행할 회장 선거에는 단독 후보가 나온다. 내부부터 단합이 안 돼 비례대표를 배출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동포 지역신문 대표 전모 씨는 “지난해 11월 각기 흩어진 단체들을 모아 위원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선거로 대표를 뽑았다. 이제는 하나로 뭉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4년 전보다 중국동포 사회 구성원의 교육 수준과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도 그들이 정치 세력화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나춘봉 흑룡강신문 한국지사장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젊은이, 고학력 동포들이 대거 한국에 들어오고 있어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말부터 앞다투어 포럼, 세미나를 열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영등포을)이 주최한 ‘서울서남권민간협의체’나 ‘사단법인재한동포총연합회’는 지난해 말부터 간담회를 열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국회의원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비례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발언이 공공연히 나오기도 했다.
입에 오르내리는 후보에는 영등포, 구로구 일대에서 식당을 하며 부를 쌓은 중국동포도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이해응 서울시 명예부시장,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회장, 김성학 연변냉면 사장, 김숙자 사단법인재한동포총연합회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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