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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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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21--25
2015년 09월 07일 12시 07분  조회:1851  추천:0  작성자: 림금산
달 21
 
 
달이 나한테 폰전화를 걸어왔다
폰에서 달의 향기 싱그러웠다
달은 계수나무잎을 따서 나한테 선물한단다
계수나무 밑을 바장이는 그 걸음걸이가
눈앞에서 보이는듯 했다
달한테 날아가고 싶었지만
술상에 앉아있어서 그럴수가 없었다
나는 달을 그리워하며 술잔에 비낀 달을
그대로 마였다 달이 마음에서 오래도록
빛발쳤다. 결국 나는 달에 취해 달을 찾아갔다
달한테서 계수나무잎을 선물로 받았다
싱그런 그 냄새에 더 취했다
나도 지상에서 달한테 줄 선물을 준비했다
지상에서 제일 진귀한 금붙이를 준비했지만
금쪼각이 어찌 계수나무잎의 향기와 비길수가 있으랴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우리 사는 땅나라 동네에선
최고라고 하는 것이니…할수없군
그래서 달이 좋아할지 내내 두근닥근……
 
 
 
달 22
 
결국 가을은 왔다
가을 달은 더욱 밝기만 하다
어두웁고 처량한 가을 달이
왜 이다지도 밝기만 할가?
뭐가 아쉬운데? 뭐가 아직도 미련인데?
가을달은 가을달 답게 밝기만 하다
소슬한 바람에 스치우는 그 아픔을
만끽하느라 저토록 밝기만 할가?
오, 가을달이여! 처량하면 처량함의 깊이만큼
밝아다오
쓸쓸하면 쓸쓸함의 넓이만큼 밝아다오
언제나 밝은 가을달님이여!!
 
달 23
 
그날 너를 만났을때
옥수수는 익었다
그날 너를 안았을때
첫 서리는 벌써 약속돼 있었다
그래서 가을물은 달을 싣고
그렇게 맑디맑게 흘렀구나
그래서 가을 단풍은 서리를 안고
그렇게 붉디붉게 웃었구나
인제야 알것 같다
가을달아, 네가 있어 이 세상은
가셔지고 닦여지고 씻어졌구나
가을달아, 네가 있어
청춘은 부담없이 중년에 흘러가고
여름은 그래서 가을의 품속에 녹아드는구나
 
달 24
 
님아, 제발 오늘 저녁엔
나 좀 혼자있게 해줘
지금쯤 술이 나한텐 제일 좋은 친구야
술과 달과 달의 그림자와 나와 넘 좋은 친구야
그래서 님아, 오늘만은 나좀 놔줘
나의 설레임과 개탄과 활랑거림을 좀 그대로 나줘
달이 지금 달려오고 있잖아
나와 한잔 기울이자고 달이 지금 하늘길에서
급급히 내려오고 있잖아
만약 저 달이 없다면 님아, 우리한텐
사랑도 허명뿐이야
만약 저 달이 비추지 않는다면
님아, 우리사인 언녕 버성겼을거야
그러니 오늘 저녁 속속들이 나를 찾아드는
저 달만은 쫓지 말아다오
이 세상에 달이 많다고 내가 늘 말했잖아
이 세상에 달은 꼭 하나뿐이라고 내가
또 힘주어 말했잖아
그러니깐 오늘 저녁만은
나더러 달과 함께 울고 웃고 좀
내버려둬…부탁한다
 
 
달 25
 
오늘저녁 저 달이 왜 저리 밝지?
가슴이 다 뭉클한다
아픔에 마음 모서리가 이지러질땐
내 가슴이 쓰렸는데 ..
그 쓰린 내가슴을 우중충 산그림자로
비껴주더니 그 기슭에 강을 만들어주고
강의 흐름속에 노래도 얹어주고 하더니
완전 진짜 오늘밤엔 저렇게 높이 떠서
환한 미소를 뿜겨주는구나
고맙다 달아, 모든 우수는 제맘에 묻어버리고
너무나 태연하게, 오연하게
성큼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나의 달아
오늘 저녁 내마음은 슬프도록 행복하다… …

               -----<장백산> 2015년 6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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