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요즘, 시를 감상하기..
2018년 02월 02일 02시 08분  조회:2388  추천:0  작성자: 죽림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아름다움이다 .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

-----------------------------------------

 

 

기형도의 삶과 문학ㆍ그로테스크

 

|딱딱한 태양

시인으로서의 기형도의 힘은 그가 가난과 이별을 체험을 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체험에서 의미 있는 하나의 미학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그 의미 있는 미학에 나는 크로테스크grotesque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이것은 그로테스크한 의미지들로 시를 만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일상 생활에서 보기 힘든 괴이한, 부정적 이미지들을 지칭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가령, 기형도의 시에 나오는,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비유하는 이미지나,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서로 엉키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비연대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나,

 

"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에서 딱딱함이라는 의미소 주변으로 모인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그의 시가 그로테스크한 것은 아니다

그의 시가 그로테스크한 것은, 그런 괴이한 이미지들 속에, 뒤에, 아니 밑에, 타인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해져, 자신 속에서 암종처럼 자라나는 죽음을 바라다보는 개별자, 갇힌 개별자의 비극적 모습이, 마치 무덤 속의 시체처럼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는 데에 있다

시인은 우선 그의 모든 꿈이 망가져 있음을 깨닫는다

가난과 이별은 그 망가진 꿈의 완강한 배경 그림이다

꿈의 환멸은 삶을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방점과도 같은"것으로 느끼게 한다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 방점! 책 읽기와 잘못 강조된 삶의 교묘한 삼투

그래서 시인은 자기가 이미 늙었자고 느낀다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그러나 그는 열심히 살려고 한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진눈깨비처럼 나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집요하게 시달린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이 도저한 자기 인식은, 젊어서 이미 지나치게 늙어버린 희귀하게 예민한 사람의 자기 인식이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나는 어디로 가는 것읽ㆍ, 돌아갈 수조차 없이/이제는 너무 멀리 떠새려온 이 길/나를 찾지 말라"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 쓴다

글쓰기에 대한 이 미친 듯한 정열

그것이 우울한 정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쓴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정거장에서의 충고》"

이미 늙은 시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된다

죽음만이 망가져 있지 않은 시인의 유일한 꿈이다

 

기형도의 시가 아주 극단적인 비극적 세게관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부정성을 그 이전에 보여준 시인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비극적인 세계관에 침윤되어 있더라도, 대부분의 시인들은 낙관적인 미래 전망의 흔적을 보여준다

(김현, 문학평론가/1989)

 

나는 미래를 차단시킨 사람이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을 기형도 시와 관련시켜 보고자 한다

시에서 "이미 늙었다"는 말을 자주 하는 데, 작품 속의 화자는 분명히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의 입에서는 자신이 "늙었다"라는 것이다

늙었음을 강조하는 것은 인생의 비밀을 그가 젊은 나이에 벌써 다 알아버렸다는 의미도 될 것이고, 따라서 생에 대한 의욕이 더는 없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정신이 미래를 지향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래를 생의 도표에서 차단시킨 사람에게 남는 것은 과거뿐이려니와 과거만이 누군가의 생을 지배한다는 것은 바로 지금이 이 시점이 그에게는 생이 마지막 지점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정효구, 문학평론가/1992)

 

|아름다움

기형도나 벤야민이나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아름다움이란 '자신의 언어로 빚어낸 세계에서 괴로워하는 권리'같은 것(김경주)

 

《포도밭 묘지2》의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 수 없는 이유는 신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기형도 시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핵심적인 구절

(하재연)

 

그는 한때 시 쓰기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해야 하는 '불행한 쾌락'이라고 말했으니까(박해현)

 

가장 행복한 독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독자다

시인에 대한 이미지가 깨지는 것은 둘째 문제다

시인과 대화를 나누었거나, 시 낭송을 들었다면 그때부터 낭패다

그때부터 그 시인의 시를 자기 방식으로 읽기가 어려워진다 (이문재)

 

 

|저녁 풍경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치는"(《입 속의 검은 잎》) 서울이 두렵고 지겹고 힘겨운 사업살이에서 도망쳐 호수로 피난 온다

그러고는 하릴없이 물가에 앉아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의 전언을 경청하고 노을에 비낀 붉은 구름 떼와 푸른 호수 물결과 무성한 나뭇잎들이 어울리는 고즈넉한 저녁 풍경에 잠기곤 한다

노을이 지면, 사치와 환락을 뽐내는 공원 앞 빌딩들의 이마엔 저마다 형형색색의 현란한 네온 불빛들이 켜지는 것인데, 그 번들데는 욕망의 빛들은 저 자신을 주체 쉼 없이 호수 속으로 무자맥질한다

인적이 뜸해진 밤이 오면, 풀벌레 소리 소소한 호숫가엔 낯선 가난한 혼령들의 허덕임 소리 조금씩 들려오고, 나는 한밤의 호숫가에서 "저 공중의 욕망은 어둠을 지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종교는 아직도 지상에서 헤매"(《포도밭 묘지2》)고 있음을 본다(임우기)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10 시는 마음속의 뜻을 말로 조각해내는것... 2018-03-29 0 2528
1009 산문시는 고리끼 "해연의 노래"가 전범(典範)이다... 2018-03-29 0 2346
1008 글 농사는 뼈를 깎는 고행이다... 2018-03-29 0 2457
1007 "한알의 모래속에서 천국을 본다"... 2018-03-29 0 3572
1006 "태초부터 시인이 있었었다"... 2018-03-29 0 2557
1005 "최고의 정신적 보물을 젊은이들과 더불어..." 2018-03-28 0 2074
1004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2018-03-28 0 2504
1003 그대들은 "단발머리"를 떠올려 보았는가... 2018-03-28 0 2546
1002 그대들은 "내 귀에 캔디"를 먹어봤는가... 2018-03-28 0 2668
1001 그대들은 "오르막길"을 톺아봤는가... 2018-03-28 0 2324
1000 그대들은 "1178"를 불러봤는가... 2018-03-27 0 2378
999 그대들은 "그 겨울의 찻집"을 아는가... 2018-03-27 0 2374
998 그대들은 "총맞은것처럼" 아파봤는가... 2018-03-27 0 2703
997 그대들은 "빨간 맛"을 맛보았는가... 2018-03-27 0 2374
996 "보이지 않는것도 있는거야"... 2018-03-27 0 2488
995 "새는 하느님이 만든 가장 고운 악기"... 2018-03-24 0 4408
994 "응아 하면, 엄마 얼굴엔 웃음꽃 피지요"... 2018-03-23 0 2546
993 "골목대장이 된 바람" 2018-03-22 0 2450
992 "아가는 생살을 찢고 열달 은총의 문 나서다"... 2018-03-22 0 2547
991 다리를 천천히 건너는 사람과 다리를 발빨리 건너는 사람 2018-03-20 0 2396
990 [작문써클선생님께] - "과학동시"를 어떻게 쓸가ㅠ... 2018-03-19 0 4525
989 "어머니는 모든것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2018-03-19 0 2515
988 [작문써클선생님께] - 산문시를 어떻게 쓸가ㅠ... 2018-03-19 0 4698
987 미국 시인 - 맥스 어맨 2018-03-19 0 3892
986 {장시} - 강천 려행 떠난 바람 이야기 / 박문희 2018-03-18 0 2613
985 <하늘> 시모음 2018-03-14 0 2325
984 산문시와 러시아 문호 뚜르게네프 2018-03-14 0 2541
983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2018-03-13 0 2586
982 한편의 가사를 위해 2만편의 시를 쓰다... 2018-03-10 0 3932
981 "나는 너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2018-03-10 0 2303
980 노르웨이(스웨덴)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 에릭 요한슨 2018-03-07 0 7286
979 "얘야, 그건 날개가 아니란다"... 2018-03-07 0 3417
978 "백만장자 되는것보다 문맹의 인디언이 되는게 낫다"... 2018-03-06 0 2438
977 "보리밥방귀", 뿡, 뽕, 빵 그립다... 2018-03-05 0 3594
976 {자료} - 우리 조선민족 시단은 다원화 창작으로... 2018-03-04 0 2491
975 {자료} - 우리 조선민족의 시단에 귀한 시인들 있는한... 2018-03-04 0 2211
974 {자료} - 우리 조선민족의 문학의 희망적 사항은... 2018-03-04 0 1947
973 [동네방네] - 독립운동가 문사 송몽규는 죽지 않았다... 2018-03-04 0 3089
972 <고난> 시모음 2018-03-04 0 2684
971 <탐욕> 시모음 2018-03-04 0 3979
‹처음  이전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