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월 2025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낯설게하기란 기존의 코트를 해체, 파괴하는 용감한 행동이다
2017년 11월 15일 23시 39분  조회:2367  추천:0  작성자: 죽림




열린시론/“낯설게 하기”
글쓴이 최갑표(어울림교회 목사,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 강사)    [2014년2월호]    

물리적인 시간을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에 특별하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성찰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의미도 깊어진다. 갑오년인 올해에도 설날을 맞이했다. 설날은 음력 새해의 첫 시작이다. 묵은해를 정리하여 떨쳐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첫날이다.‘설날’은 순수 우리말로써 그 말의 뜻에 대한 해석이‘서럽다’에서 연유했다는 것과 나이를 댈 때 사용하는‘살’에서 비롯되었다는 등등 구구절절 하다.‘설익다’에서 유래했다고 하기도 하고, 겨울이라서 눈을 볼 수 있어서‘설(雪)날’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선다’라는 말에서 연유한 것으로‘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선날’이 연음화 되어 ‘설날’로 변했다는 것이다. 또는‘삼가다’,‘사리다’또는‘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간의 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언행을 삼가하고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날에 대한 그 많은 해석 중에 나는‘낯설다’는 말에서 나왔다는 해석에 가장 공감한다. ‘설다’‘낯설다’의‘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왔다는 것이다.‘새해에 대한 낯설음’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해석이다.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혹은‘거리두기’(distanciation)란 용어가 있다.‘익숙해져 있는 사물을 낯설게 하면 그 사물의 본질이 보인다’는 것으로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문학용어이다. 우리의 지각이 보통은 습관화된 틀 속에 갇혀있어 일상적인 삶과 사물은 본래의 의미를 잃고 퇴색하여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낯설게 하기’는 이러한 인식의 틀을 깨고 낯설게 하여 사물의 본래의 모습을 찾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뜻의 개념이다. 우리가 낯설음을 잃고 익숙해지면 대하기가 쉽고 편하다. 그러나 점점 편해지고 익숙해지면 그냥 모든 것에 순응하고 더 이상 세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며 불의한 현실에도 저항하지 않는다. 꿈을 잃어버린 채 체념과 절망에 길들여진다. 그렇게 되면 삶의 어떤 모험도 감행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한 것만 받아들이는 동안 침묵과 방조를 통해 거대한 사회 구조의 폭력에 동조할 수도 있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전부로 알고, 그것을 재고의 여지없이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으려고 할 때 무리가 발생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와 경험이 세계의 모든 현상을 해명해줄 수 있다는 믿음은 극단주의를 낳고, 그 극단주의는 충돌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불행하게도 오늘 한국은 그런 극단의 논리들이 횡행하고 있다. 한편의 시각에서 다른 한편을 일방적으로 규정해버린 데서 불행한 역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북극권에서 발생하는 신기루 현상인데, 특정 기상 조건이 발생하면 빛의 반사로 인해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이 반사되어 하늘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다거나 숨이 가빠지는 것을‘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지금 부정선거로 등장한 불의한 권력의 정치 조건이 만드는 현상은 보이지 않아도 될 것들은 너무나 잘 보이고 잘 보여야 할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되어 국민들이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렵다. 정치적 억압은 한시도 쉬지 않고 있으며 국민들을 길들이고 체제 순응을 강요하고 있다. 국민들이 서로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상호멸시와 반감을 품게 한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국민의 삶이 위협 받는 세상, 국민을 그만두고 싶다는 표현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설날을 맞이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낯설게 해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보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세상과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을 새롭게 보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을 찾는 일이고, 그로부터 사실이라고 버릇처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밝히고, 그 길에서 착각하게끔 만든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맞닥뜨린 여러 가지 낯선 사건들은 이해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사건도 있지만 인간의 이해와 계획을 벗어나기도 한다. 우리는 낮과 밤의 교차, 계절의 순환, 꽃의 피고 짐, 달의 차고 기움 등과 같이 우리가 아는 것과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우주 창조, 신, 죽음과 같이 낯설고 모르는 것들을 안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는 두렵고 설레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일상과 낯설게 하기’이다. 두렵지만 설레는 여행, 때로는 당혹스럽지만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잘 아는 사실을 접하고, 늘 반복되는 삶을 사는 가운데서도 분명히 삶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낯설고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새롭게 누리는 기쁨은 우리의 삶을 더욱 매력적이고 풍요롭게 한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낯선 이들을 찾아, 낯선 곳으로 떠나며 우주와 자연과 사람에 대한 통찰이 깊어질수록 나날이 살아서 숨 쉰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낯설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우리가 겪은 경험의 세계로는 결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되는 데서 오는 두려움과 당혹감이 있지만 동시에 그 낯선 상황을 경험하고 알아 가는 큰 즐거움이 있다. 영화가 재미있는 까닭은 현실과 다른 낯선 맥락을 끌고 들어오기 때문이고, 축제가 즐거운 이유는 낡은 일상을 낯설게 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져 있는 것을 낯설게 하면 그 본질이 보인다. 낯설게 하기는 기존의 코드를 해체하는 것이다.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고 그 너머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낡은 관념의 틀을 깨고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질서가 갖고 있던 낡은 형식을 파기하고 새로운 시대를 예견하는 인간 해방적 삶의 태도이다.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하고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여 우리의 삶에 진정한 반전과 새로움과 황홀감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50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란 "어린이"라고 해요... 2017-11-13 0 3272
849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쓰기에 최고가 될수 있어요... 2017-11-13 0 2992
84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요 동시를 자꾸 써봐야해요... 2017-11-13 0 2718
847 [작문써클선생님께] - 동요 동시에 "꼬까옷" 입히기... 2017-11-13 0 3067
846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야기 시"란?... 2017-11-13 0 3154
845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유아들에게 읽어줘야 할 동시류형... 2017-11-13 0 3376
844 동시야, 동시야, 어디에 숨었니... 머리꼬리 보인다야... 2017-11-13 0 3028
843 [노벨문학상과 시인]-"20세기후반 영어권에서 추앙"되는 시인 2017-11-13 0 2980
84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설교하지 않는" "언어봉사" 교수 시인... 2017-11-13 0 3010
84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아프리카인과 유럽인"을 넘나든 시인 2017-11-13 0 3338
840 윤동주눈 "나"를 고백한 시, "너머"를 상상한 시를 쓰다... 2017-11-13 0 2463
839 시작할때 형이상학적 이미지들 언어로 시적성채를 빚어야... 2017-11-13 0 3058
838 우리가 전혀 몰랐던 지구 반대편 아메리카의 시단 알아보기... 2017-11-13 0 2143
837 [노벨문학상과 시인] - 라틴아메리카 대표적인 "외교관"시인... 2017-11-13 0 3440
836 시야, 시야, 넌 도대체 무엇이니?!... 2017-11-13 0 2356
835 시는 "경계의 눈"을 가진 비평가를 만나는것이 즐거운 일이다... 2017-11-13 0 2161
834 시작은 하찮은것에서 소중한것을 길어내야... 2017-11-13 0 2342
833 [노벨문학상과 시인] -"서정적 비가"시인, "학교중퇴생" 시인... 2017-11-13 0 2296
83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초현실주의적 "외교관" 시인... 2017-11-13 0 2187
83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인민시인"으로 추대되였던 시인... 2017-11-13 0 1989
830 시의 령혼이 빛나고 있는 곳은 실재계, 상징계, 영상계에 있다 2017-11-10 0 2167
829 [노벨문학상과 시인] - 력사를 "시적인 론문"으로 쓴 시인... 2017-11-06 0 4502
828 [노벨문학상과 시인]젊은이들속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시인... 2017-11-06 0 3770
827 [노벨문학상과 시인] - "자유시의 대가"인 시인... 2017-11-05 0 3506
826 [노벨문학상과 시인] - 음악가로부터 문학의 길을 택한 시인 2017-11-05 0 3918
825 [노벨문학상과 시인]소설가인 년상(年上) 녀인과 재혼한 시인 2017-11-05 0 4248
824 문인들 컴퓨터의 노예가 되다... 2017-11-03 0 3500
823 "가짜 詩"와 "진짜 詩"... 2017-11-03 0 4951
822 [노벨문학상과 시인]"유대인 민족의 비극을 대변한" 녀류시인 2017-11-03 0 3464
82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촉망되는, 촉망받은" 외교관 시인 2017-11-02 0 3435
820 [노벨문학상과 시인] - 고향을 "서사적인 힘"으로 노래한 시인 2017-11-02 0 3417
819 [그것이 알고싶다] - 일본 녀고생들은 윤동주를 어떻게 볼가?... 2017-11-02 0 2321
818 "배추잎같은 엄마의 발소리 타박타박"... 2017-11-01 0 2796
817 [노벨문학상과 시인] - 중국 상하이, 베이징 주재 외교관 시인 2017-10-31 0 3679
816 [노벨문학상과 시인] - "모더니즘 시인들 운동"의 지도자 시인 2017-10-31 0 3746
815 [노벨문학상과 시인] "벌거벗은 시"로 리행과 리정표가 된 시인 2017-10-31 0 3331
814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메달 출시되다... 2017-10-31 0 2138
813 시성 타고르의 시와 그리고 오해, 진실... 2017-10-30 0 3987
812 천년의 그리움이 만년의 강 따라 흐르고... 2017-10-30 0 3145
81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아세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탄 시인 2017-10-30 0 4357
‹처음  이전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