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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하기란 기존의 코트를 해체, 파괴하는 용감한 행동이다
2017년 11월 15일 23시 39분  조회:2363  추천:0  작성자: 죽림




열린시론/“낯설게 하기”
글쓴이 최갑표(어울림교회 목사,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 강사)    [2014년2월호]    

물리적인 시간을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에 특별하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성찰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의미도 깊어진다. 갑오년인 올해에도 설날을 맞이했다. 설날은 음력 새해의 첫 시작이다. 묵은해를 정리하여 떨쳐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첫날이다.‘설날’은 순수 우리말로써 그 말의 뜻에 대한 해석이‘서럽다’에서 연유했다는 것과 나이를 댈 때 사용하는‘살’에서 비롯되었다는 등등 구구절절 하다.‘설익다’에서 유래했다고 하기도 하고, 겨울이라서 눈을 볼 수 있어서‘설(雪)날’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선다’라는 말에서 연유한 것으로‘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선날’이 연음화 되어 ‘설날’로 변했다는 것이다. 또는‘삼가다’,‘사리다’또는‘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간의 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언행을 삼가하고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날에 대한 그 많은 해석 중에 나는‘낯설다’는 말에서 나왔다는 해석에 가장 공감한다. ‘설다’‘낯설다’의‘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왔다는 것이다.‘새해에 대한 낯설음’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해석이다.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혹은‘거리두기’(distanciation)란 용어가 있다.‘익숙해져 있는 사물을 낯설게 하면 그 사물의 본질이 보인다’는 것으로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문학용어이다. 우리의 지각이 보통은 습관화된 틀 속에 갇혀있어 일상적인 삶과 사물은 본래의 의미를 잃고 퇴색하여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낯설게 하기’는 이러한 인식의 틀을 깨고 낯설게 하여 사물의 본래의 모습을 찾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뜻의 개념이다. 우리가 낯설음을 잃고 익숙해지면 대하기가 쉽고 편하다. 그러나 점점 편해지고 익숙해지면 그냥 모든 것에 순응하고 더 이상 세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며 불의한 현실에도 저항하지 않는다. 꿈을 잃어버린 채 체념과 절망에 길들여진다. 그렇게 되면 삶의 어떤 모험도 감행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한 것만 받아들이는 동안 침묵과 방조를 통해 거대한 사회 구조의 폭력에 동조할 수도 있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전부로 알고, 그것을 재고의 여지없이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으려고 할 때 무리가 발생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와 경험이 세계의 모든 현상을 해명해줄 수 있다는 믿음은 극단주의를 낳고, 그 극단주의는 충돌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불행하게도 오늘 한국은 그런 극단의 논리들이 횡행하고 있다. 한편의 시각에서 다른 한편을 일방적으로 규정해버린 데서 불행한 역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북극권에서 발생하는 신기루 현상인데, 특정 기상 조건이 발생하면 빛의 반사로 인해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이 반사되어 하늘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다거나 숨이 가빠지는 것을‘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지금 부정선거로 등장한 불의한 권력의 정치 조건이 만드는 현상은 보이지 않아도 될 것들은 너무나 잘 보이고 잘 보여야 할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되어 국민들이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렵다. 정치적 억압은 한시도 쉬지 않고 있으며 국민들을 길들이고 체제 순응을 강요하고 있다. 국민들이 서로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상호멸시와 반감을 품게 한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국민의 삶이 위협 받는 세상, 국민을 그만두고 싶다는 표현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설날을 맞이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낯설게 해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보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세상과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을 새롭게 보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을 찾는 일이고, 그로부터 사실이라고 버릇처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밝히고, 그 길에서 착각하게끔 만든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맞닥뜨린 여러 가지 낯선 사건들은 이해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사건도 있지만 인간의 이해와 계획을 벗어나기도 한다. 우리는 낮과 밤의 교차, 계절의 순환, 꽃의 피고 짐, 달의 차고 기움 등과 같이 우리가 아는 것과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우주 창조, 신, 죽음과 같이 낯설고 모르는 것들을 안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는 두렵고 설레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일상과 낯설게 하기’이다. 두렵지만 설레는 여행, 때로는 당혹스럽지만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잘 아는 사실을 접하고, 늘 반복되는 삶을 사는 가운데서도 분명히 삶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낯설고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새롭게 누리는 기쁨은 우리의 삶을 더욱 매력적이고 풍요롭게 한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낯선 이들을 찾아, 낯선 곳으로 떠나며 우주와 자연과 사람에 대한 통찰이 깊어질수록 나날이 살아서 숨 쉰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낯설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우리가 겪은 경험의 세계로는 결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되는 데서 오는 두려움과 당혹감이 있지만 동시에 그 낯선 상황을 경험하고 알아 가는 큰 즐거움이 있다. 영화가 재미있는 까닭은 현실과 다른 낯선 맥락을 끌고 들어오기 때문이고, 축제가 즐거운 이유는 낡은 일상을 낯설게 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져 있는 것을 낯설게 하면 그 본질이 보인다. 낯설게 하기는 기존의 코드를 해체하는 것이다.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고 그 너머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낡은 관념의 틀을 깨고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질서가 갖고 있던 낡은 형식을 파기하고 새로운 시대를 예견하는 인간 해방적 삶의 태도이다.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하고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여 우리의 삶에 진정한 반전과 새로움과 황홀감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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