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술 한잔 권하는 詩
2016년 02월 20일 03시 55분  조회:4871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치미 떼는 시 / 신형철


의뭉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윤제림의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


무릇 좋은 시란 ‘분단된 영혼의 내전’ 같은 것이어서 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종군기자처럼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단어 하나, 구두점 하나, 행갈이 하나에서조차 화약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시들은, 어이 기자 양반, 카메라 내려놓고 술이나 한잔해, 이런다. 머쓱하고 유쾌하고 나른해진다. 그런 시집을 최근에 읽었다.
윤제림의 다섯 번째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문학동네, 2008). 안 그래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터라 술 한잔 권하는 이 시집이 더욱 청량했다.
이 시집은 서정적 시치미 떼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털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을 ‘시치미’라 한다.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갖고 싶으면 시치미를 슬쩍 떼면 된다.
시에서도 시인이 시치미를 떼는 순간이 있다. 알고도 모르는 척, 아프면서 안 아픈 척, 웃기면서 안 웃긴 척하는 순간이 있다. 그게 잘만 되면 시는 의뭉스러워지고 천연스러워진다. 본래 의뭉스러움(엉큼함)과 천연스러움(꾸밈없음)은 반대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게 이렇게 동석할 때가 있다.


싸리재 너머
비행운 떴다


붉은 밭고랑에서 허리를 펴며
호미 든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남양댁
소리치겠다


“저기 우리 진평이 간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몬다."
―‘공군소령 김진평’ 전문



이 시에서 시치미를 뗀 곳은 말할 것도 없이 마지막 두 행이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몬다.” 이 의뭉스럽고 천연스러운 문장 앞에서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 편 더 읽자.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 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


재춘아, 공부 잘해라!
―‘재춘이 엄마’에서


이 시에서 시치미를 뗀 곳은? 물론 “재춘아, 공부 잘해라!”다. 재춘이는 실로 부담스럽겠지만, 이 문장에 일격처럼 붙어 있는 느낌표에서 우리는 기분 좋게 웃는다.
짧은 시 세 편 엄선해서 옮긴다.


어느 날인가는 슬그머니
산길 사십 리를 걸어내려가서
부라보콘 하나를 사먹고
산길 사십 리를 걸어서 돌아왔지요.


라디오에서 들은 어떤 스님이야긴데
그게 끝입니다.
싱겁지요?
―‘어느 날인가는’ 전문



스님의 ‘싱거운’ 욕망이 무구하다.



꽃이 지니 몰라보겠다.


용서해라.
련(蓮).
―‘목련에게’ 전문



‘목련에게’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아무래도 꽃 시절을 다 보낸 첫사랑 여인이라도 만난 것 같다.


부여중학교, 오늘도
이층 창가에 서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저 여선생을 이기려면


나는 아무래도, 여기
표 파는 여자나 되어야 할까봐요.
정림사지 오층석탑
당신을 흔들자면.
―‘춘향가’ 전문



‘석탑’ 같은 당신과 여선생과 매표소 직원의 이 춘향(春香) 같은 삼각관계.
윤제림의 시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짧은 시가 대체로 체통을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정이 뛰어놀 운동장이 좁아서일 것이다. 시에서 감정은 문장들을 갈기갈기 찢어낼 정도로 격렬하게 방출되거나 그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게 문장들 속으로 꼭꼭 여며져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라는 것을 파괴해버리거나 아예 모른 척해버려야 한다. 어중간하면 흉하다. 어중간할 때, 감정은 더러 자기애 쪽으로 끌려간다. ‘제림’은 필명이고 본명은 ‘준호’다. 서울예술대학 광고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예창작학과가 아니고? 본래 좋은 카피는 한 줄짜리 시이기도 하니까.


― 신형철 (문학평론가)

=================================================================

262. 경계 / 백무산








경계

백 무 산

누가 이런 길 내었나
가던 길 끊겼네
무슨 사태 일었나 가파른
벼랑에 목이 잘린 길 하나 걸렸네

옛길 버리고 왔건만
새 길 끊겼네

날은 지고
울던 새도 울음 끊겼네

바람은 수직으로 솟아 불고
별들도 발 아래 지네

길을 가는 일은 언제나 길을 버리는 일
새 길은 길에 있지 않고 발끝에서 일어나네

나 이제 경계의 길을 가려네

아스라히 허공에서 일어나는 길
나 이제 모든 경계의 길을 가려네




백무산 시집 <인간의 시간> 중에서
--------------------------------------------------------

263. 꽃 / 백무산













백 무 산

내 손길이 닿기 전에 꽃대가 흔들리고 잎을 피운다
그것이 원통하다

내 입김도 없이 사방으로 이슬을 부르고
향기를 피워 내는구나
그것이 분하다

아무래도 억울한 것은
네 남은 꽃송이 다 피워 내도록
들려줄 노래 하나 내게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 가슴을 치는 것은
너와 나란히 꽃을 피우는 것은 고사하고
내 손길마다 네가 시든다는 것이다

나는 위험한 물건이다
돌이나 치워주고
햇살이나 틔워 주마
사랑하는 이여


백무산 시집 <인간의 시간>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3 <<네오아방가르드>>--~(아이고나 머리가 뗑...) 2015-02-18 0 4657
42 <<최첨단 현대시론(?)>>과 <<아방가르드 시론>> 2015-02-18 0 4304
41 열린 시 운동과 公演詩 2015-02-18 0 3910
40 하이퍼텍스트 시의 지향 2015-02-18 1 4675
39 詩作과 자작시 해설 2015-02-18 0 4765
38 디지털시의 현장성 2015-02-18 0 4858
37 문제 시집, 시와 현대시 동향 및 그 新모색 2015-02-18 0 4550
36 디지털시대와 글쓰기 방법론 2015-02-18 0 4839
35 하이퍼시와 디지털시대 2015-02-18 0 4151
34 詩와 기호(記號) 2015-02-18 1 4539
33 하이퍼시와 젊은 시 운동 2015-02-18 0 4386
32 하이퍼시와 포스트 구조주의 2015-02-18 0 4313
31 하이퍼시와 형이상시 2015-02-18 0 4502
30 하이퍼시와 무의미시 2015-02-18 0 4603
29 문덕수와 심상운 2015-02-18 0 4743
28 하이퍼시는 單線에서 多線에로... 2015-02-18 0 5180
27 하이퍼시에서 상상, 공상 2015-02-18 0 4387
26 하이퍼시와 탈관념과 상상 이미지 2015-02-18 0 4185
25 모더니즘시 고찰 2015-02-18 0 4671
24 시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 2015-02-18 0 4525
23 하이퍼로 가는 문 2015-02-18 0 4439
22 변화하는 詩 2015-02-18 0 4821
21 김파와 김몽 2015-02-17 0 4533
20 하이퍼시와 심상운 2015-02-17 2 5143
19 하이퍼시의 해명 2015-02-17 0 4887
18 중국 시인 시선 2015-02-16 1 4623
17 "시인이란 명칭은 줄곧 있었다... " --- 시인 牛漢 2015-02-16 0 5137
16 중국 현대시 류파 2015-02-16 0 5173
15 시작법 1 2015-02-16 0 4831
14 현대시 흐름과 대표시 감상 2015-02-14 0 5385
13 1960년대 녀성시 고찰 2015-02-13 0 5094
12 마광수 시평 2015-02-12 0 4547
11 디지털 시대와 시의 전망 2015-02-11 0 5265
10 90년대 이후 시흐름... 2015-02-11 0 5556
9 재확인하는 시집 2015-02-11 0 5523
8 詩壇과 그 뒷소문... 2015-02-11 0 4735
7 詩의 10개 봉우리 2015-02-11 0 4681
6 동시와 기호학 2015-02-04 0 5480
5 명동시와 그 해설(1, 2, 3, 4) ㅡ최룡관 (시인, 동시인, 평론가) 2015-02-04 0 5694
4 하이퍼시에 대한 탐색 ㅡ 최룡관 (시인, 평론가) 2015-02-04 0 4339
‹처음  이전 52 53 54 55 56 57 5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