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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술 한잔 권하는 詩
2016년 02월 20일 03시 55분  조회:4864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치미 떼는 시 / 신형철


의뭉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윤제림의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


무릇 좋은 시란 ‘분단된 영혼의 내전’ 같은 것이어서 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종군기자처럼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단어 하나, 구두점 하나, 행갈이 하나에서조차 화약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시들은, 어이 기자 양반, 카메라 내려놓고 술이나 한잔해, 이런다. 머쓱하고 유쾌하고 나른해진다. 그런 시집을 최근에 읽었다.
윤제림의 다섯 번째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문학동네, 2008). 안 그래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터라 술 한잔 권하는 이 시집이 더욱 청량했다.
이 시집은 서정적 시치미 떼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털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을 ‘시치미’라 한다.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갖고 싶으면 시치미를 슬쩍 떼면 된다.
시에서도 시인이 시치미를 떼는 순간이 있다. 알고도 모르는 척, 아프면서 안 아픈 척, 웃기면서 안 웃긴 척하는 순간이 있다. 그게 잘만 되면 시는 의뭉스러워지고 천연스러워진다. 본래 의뭉스러움(엉큼함)과 천연스러움(꾸밈없음)은 반대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게 이렇게 동석할 때가 있다.


싸리재 너머
비행운 떴다


붉은 밭고랑에서 허리를 펴며
호미 든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남양댁
소리치겠다


“저기 우리 진평이 간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몬다."
―‘공군소령 김진평’ 전문



이 시에서 시치미를 뗀 곳은 말할 것도 없이 마지막 두 행이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몬다.” 이 의뭉스럽고 천연스러운 문장 앞에서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 편 더 읽자.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 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


재춘아, 공부 잘해라!
―‘재춘이 엄마’에서


이 시에서 시치미를 뗀 곳은? 물론 “재춘아, 공부 잘해라!”다. 재춘이는 실로 부담스럽겠지만, 이 문장에 일격처럼 붙어 있는 느낌표에서 우리는 기분 좋게 웃는다.
짧은 시 세 편 엄선해서 옮긴다.


어느 날인가는 슬그머니
산길 사십 리를 걸어내려가서
부라보콘 하나를 사먹고
산길 사십 리를 걸어서 돌아왔지요.


라디오에서 들은 어떤 스님이야긴데
그게 끝입니다.
싱겁지요?
―‘어느 날인가는’ 전문



스님의 ‘싱거운’ 욕망이 무구하다.



꽃이 지니 몰라보겠다.


용서해라.
련(蓮).
―‘목련에게’ 전문



‘목련에게’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아무래도 꽃 시절을 다 보낸 첫사랑 여인이라도 만난 것 같다.


부여중학교, 오늘도
이층 창가에 서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저 여선생을 이기려면


나는 아무래도, 여기
표 파는 여자나 되어야 할까봐요.
정림사지 오층석탑
당신을 흔들자면.
―‘춘향가’ 전문



‘석탑’ 같은 당신과 여선생과 매표소 직원의 이 춘향(春香) 같은 삼각관계.
윤제림의 시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짧은 시가 대체로 체통을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정이 뛰어놀 운동장이 좁아서일 것이다. 시에서 감정은 문장들을 갈기갈기 찢어낼 정도로 격렬하게 방출되거나 그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게 문장들 속으로 꼭꼭 여며져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라는 것을 파괴해버리거나 아예 모른 척해버려야 한다. 어중간하면 흉하다. 어중간할 때, 감정은 더러 자기애 쪽으로 끌려간다. ‘제림’은 필명이고 본명은 ‘준호’다. 서울예술대학 광고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예창작학과가 아니고? 본래 좋은 카피는 한 줄짜리 시이기도 하니까.


―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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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경계 / 백무산








경계

백 무 산

누가 이런 길 내었나
가던 길 끊겼네
무슨 사태 일었나 가파른
벼랑에 목이 잘린 길 하나 걸렸네

옛길 버리고 왔건만
새 길 끊겼네

날은 지고
울던 새도 울음 끊겼네

바람은 수직으로 솟아 불고
별들도 발 아래 지네

길을 가는 일은 언제나 길을 버리는 일
새 길은 길에 있지 않고 발끝에서 일어나네

나 이제 경계의 길을 가려네

아스라히 허공에서 일어나는 길
나 이제 모든 경계의 길을 가려네




백무산 시집 <인간의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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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꽃 / 백무산













백 무 산

내 손길이 닿기 전에 꽃대가 흔들리고 잎을 피운다
그것이 원통하다

내 입김도 없이 사방으로 이슬을 부르고
향기를 피워 내는구나
그것이 분하다

아무래도 억울한 것은
네 남은 꽃송이 다 피워 내도록
들려줄 노래 하나 내게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 가슴을 치는 것은
너와 나란히 꽃을 피우는 것은 고사하고
내 손길마다 네가 시든다는 것이다

나는 위험한 물건이다
돌이나 치워주고
햇살이나 틔워 주마
사랑하는 이여


백무산 시집 <인간의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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