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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작법 펑펑펑...
2016년 01월 10일 05시 57분  조회:6017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적 경험과 시 쓰기

고재종(시인)



1. 경험과 소재 


서거정은 “시는 마음에서 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마음 속의 情이건 意건 그것을 일으키는 데는 대상이 있다. 이 대상은 사물이건 사람이건 현상이건 사건이건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만나고 부딪히고 사랑하는 가운데 생기는 체험의 산물이다. 동양시학의 논리 가운데 先景後精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도 풍경에 대한 체험이 먼저 있고서야 감정이나 정서가 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체험에는 일상적 삶의 체험, 독서 체험, 여행 체험 등이 있는데 이런 근원적이고 감각적인 체험 소재들이 지성, 언어, 의식 작용 등을 거쳐 경험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런 경험의 소중함에 대하여 릴케가『말테의 수기』에서 한 말을 보자. “젊을 때 시를 쓰는 일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다. 시는 언제까지나 끈질기게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일생동안 그것도 70년 또는 80년 걸려서 우선 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열 줄의 훌륭한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다. 시가 만일 감정이라면 젊어서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는 바로 경험인 것이다.” 
시가 감정의 발산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질타 때문에 한 얘기이지만 그렇더라도 경험의 핍진성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시적 경험은 자잘한 일상사에서부터 도저한 정신적 사유에까지 다양하다. 어쩌면 총체적 삶 자체가 우리의 시적 경험 소재가 아니겠는가.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자잘한 일상사 하나가 시인의 시적 카메라에 스냅사진처럼 잘 포착된 시를 보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 

<인연> - 최영철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자장면집 한켠에서 짬뽕을 먹는 남녀 
해물 건더기가 나오자 서로 건져주며 
웃는다 옆에서 앵앵거리는 아이의 입에도 
한 젓가락 넣어주었다 
면을 훔쳐 올리는 솜씨가 닮았다 

이 시의 주인공 남녀는 아마도 결혼기념일을 맞았거나 어느 한쪽의 생일을 맞아서 외식을 나온 모양이다. 한데 그 특별한 날 온 곳이 기껏해야 자장면집인 걸로 보아 노동자나 서민의 삶을 면치 못한 부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해물건더기가 나오자 서로 건져주며 웃는 걸로 보아 아직도 그들 사이엔 꿋꿋하고 씩씩한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 더구나 그들에겐 옆에서 앵앵거리는 아이도 있지 않는가. 한데 아이에게 한 젓가락 넣어주자 그 면을 훔쳐 올리는 솜씨가 부모를 닮았다고 하는, 그 사실을 포착해내는 시인의 예리한 눈을 보라. 
참으로 흔하디 흔하게 겪는, 그리고 그냥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일상의 한 장면을 시적 경험으로 포착하여 우리에게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수일한 시다. 

<그믐밤> - 장석주 

커피 물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 불을 켠다 
새벽 네시다 
가스레인지의 스위치를 비트는 하얀 손이 
낮엔 복숭아나무 죽은 가지 두어 개를 툭툭 분질렀다 
아주 가까운 둔덕에서 소쩍새가 운다 
그믐밤인가 보다 
내가 청혼했던 여자의 잠도 깊겠다 
내겐 벌써 
저기 아득히 흘러가 버린 과거가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매우 숭고한 
쓰라린 과거다 

이 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시인은 새벽 세시에 홀로 깨어나 커피 물을 끓인다. 낮엔 밭에서 복숭아나무를 손질한 손으로 말이다. 그때 가까운 데서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주 깜깜한 그믐밤 홀로 그 소리를 듣다가 한때 청혼까지 했을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다. 쓰라린 과거지만 그럼에도 그 과거가 숭고했다고 말하는 시인을 보라. 우리는 부끄럽고 괴롭고 힘들었던 과거들을 떠올리기 싫어하고 오히려 어서 빨리 지워버리려 하지만 시인은 이를 숭고하게까지 여기는 것이다. 
어쨌거나 위의 두 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경험한 사소한 일을 가지고 삶의 외로움과 사랑을 적절하게 표현함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山頂墓地․1> -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天上의 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이 시는 조정권의「산정묘지․1」의 일부분이다. 이 시는 보다시피 분명히 풍경의 서술이다. 그러나 또 풍경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육체의 감각기관이 포착한 풍경이라기보다는 어떠한 도저한 정신이 투사하는 내면풍경이기도 하다. 
통속과 허영만이 난무하고, 기품 없고 향기도 없이 썩은내만 진동하는 지상의 저자에서 시인은 孤高지향의 淸淨의지를 꿈꾼다. 그러므로 겨울 산을 오르며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을 노래하는 것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는 것이 산정의 실체라는 것을 말하고자함이며, 시인이 고고와 청정의지를 꿈꾸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이란 경구적 구절은 이렇게 해서 태어난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기본적 충동의 하나로 주어진 자연상태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가 있다. 사람들이 옷가지를 걸치려는 것, 또 문자 획득 이전의 사회에 산 사람들이 몸에다 색칠을 했던 것 등도 그 때문이다. 억제하기 어려운 슬픔을 당했을 때 사람들이 동물적인 비명이나 육체언어에 고스란히 자기를 떠맡기기보단 이를 억제하고 조정하려는 것도 모두 자연으로부터 문화로의 이행이라는 오랜 훈련과 양식화의 결과일 것이다. “금수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는 준열한 상기는 동양문화권에서 가장 유서 깊은 지엄한 윤리적 수사였다. 
이런 문화와 윤리의 정립 속에서도 오히려 금수보다 더한 인간이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시인이 지향하는 고고와 청정의지는 필요하고 또 필요하다. 시적 경험은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서부터 이렇듯 도저한 정신의 사유 속에도 편재 돼 있는 것이다. 

<史記에서>-이시영 

세상에서 이처럼 단순한 기록을 남긴 왕도 있다. 

惠王의 이름은 季이며 明王의 둘째아들이다. 昌王이 세상을 떠나자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2년(599)에 왕이 세상을 떠났다. 시호를 惠라고 했다. 

말하자면 왕이 된 그 즉시 세상을 떠났으므로 아무런 치적도 패악도 남길 새 없었다. 
깨끗하다. 백제 제 28대 왕. 

이 시는『삼국사기』를 읽고 쓴 시다. 시적 화자는 1연에서 독자들을 삼국사기로 인도한다. 그리고는 2연에서 백제 제28대 왕의 기록을 사기 기록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왕은 왕위에 오른 즉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런 뒤 3연에서 다시 시인의 직접서술이 나오는데, 그런 왕이었으므로 세상에 아무런 치적도 패악도 남기지 않은 깨끗한 왕이었다는 것이다. 
흔히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자들은 세상에 자기의 치적을 남기고자 과욕을 부리기 마련이다. 특히 독재자일수록 그 치적과 질서를 조장하기 위해 각종 억압과 착취의 행위를 일삼기 마련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한마디로 그런 지배자들에 왜곡되어 민중들의 고통만이 가중되어 왔다. 이 시는 그 지배자들에 대한 통렬한 일갈로 그 의의를 다한다. 
한데 나는 여기에서 이 시의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는 독서 경험을 통해서도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직업을 가진 일개 존재로서 모든 삶을 경험할 수는 없다. 또 우리는 우리의 많은 경험을 가지고도 그것을 표현할 세계관이나 지식의 한계 때문에 시적 형상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 독서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면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이다. 그는 사후에 “20세기 중후반의 모든 인문과학의 사조가 그에게서 출발했다”라는 극찬을 받는 사람이다. 그는 어릴 적 집안의 도서관에서부터 문학교수와 도서관 사서 그리고 나중엔 국립도서관의 관장을 역임하기까지 평생을 도서관에서 살았다. 그는 영국의 브리태니커, 프랑스의 디드로, 독일의 브록하우스 등 그동안 출간된 모든 백과사전을 외우다시피 반복해서 읽었는데,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실제세계와 백과사전 중에서 선택하라면 백과사전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장님이 되기까지 한 그 왕성한 독서력을 통해 ‘20세기의 창조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깊은 사유의 작품들을 발표하여 오늘날 수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그는 “모든 곳은 도서관이다”라고 했는 바, 그렇다면 우주란 “신이 쓴 하나의 거대한 책”이겠다. 
물․불․공기․흙의 4원소에 대한 ‘물질 상상력’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금세기 최고의 시인 철학가로 불리는 가스통 바슐라르 역시 독서광이었다. “새로운 책들은 우리들에게 얼마나 가득한 덕을 베풀어주는가! 젊은 이미지들을 말하는 책들이 하늘에서 내 바구니에 매일같이 가득히 쏟아져 내렸으면 싶다. 이 기원은 자연스러운 것, 이 기적은 손쉬운 것, 저 위의 하늘나라에서 낙원이란 다만 거대한 도서관이 아니겠는가?” 라고 말한 그는 독서를 통해 상상력의 끝간데까지를 가보았다.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은『하얀 성』에서 “편도 마차 승차권으로는 한번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는 삶이라는 마차에 오를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책을 한 권 들고 있다면, 그 책이 아무리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당신은 그 책을 다 읽은 뒤에 언제든지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음으로써 어려운 부분을 이해하고 그것을 무기로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라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소설『새로운 인생』의 첫 문장은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인생은 바뀌었다.”로 시작된다. 그는 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통해 보르헤스처럼 깊고 드높은 사유의 힘으로 세계와 우주를 통찰할 수도 있고, 바슐라르처럼 상상력의 무한한 시공간을 넘나들 수도 있으며, 파묵처럼 새로운 인생이해의 길로 나갈 수도 있다. 또 누군 소박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다른 세계를 간접체험하기도 할 것이다. 나는 말년에 장님이 된 보르헤스의 ‘책 읽어주는 사람’으로 고용되어 독서에 탐닉한 알베르토 망구엘이 그 독서경험을 바탕으로 지은『독서의 역사』란 명저를 통해 책과 독서에 관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그 위대한 승리의 6000년 간의 역사를 본다. 이 책을 보면 “결국 세계는 한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 시인 말라르메의 말이 되새겨진다. 
요새 영상의 시대를 운운하며 책의 종말을 얘기하지만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다. 어쩌면 우주보다 더 오래 남을 그 언어의 기록, 곧 헤르만 헤세의 말대로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한 수많은 세계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것인 책의 세계”가 인간세상에서 어찌 사라지랴. 

<寄港地 1>- 황동규 

걸어서 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중의 어두운 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港口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數三 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이 시는 낭만적 우울에 바탕을 둔 낭만적 동경이 현실과 교섭하는 과정을 빼어나게 보여주는 시다.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라는 첫 구절은 이 시가 젊은 날의 방랑과 관련된 나그네의 입장에서 쓰여진 시임을 알 수 있다. 동반자 없이 혼자 무전여행을 하는 것 같은 젊은 나그네는 물론 일상의 단조로움과 권태로움을 넘어 모험과 멀리 있는 것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하여 항구에 도착했을 것이다. 경험과 모험에의 충동은 특히 젊은 날엔 에로스의 충동과 연결되는데, 항구는 멀리 있는 것에 대한 확실한 시적 기호일 것이다. 지상의 끝이자 다시 먼 출발을 약속하는 지점이며 나그네에겐 이국정서를 환기해주는 곳이기에. 
한데 그 항구에 막상 도착해보니 찬바람은 길게 불어 바다 앞의 녹슨 집들을 흔들고 하늘은 눈이라도 내릴 듯 음산히 내려앉아 불빛마저 낮게 낮게 비친다. 그래도 지전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 곧 돈과 관련된 세상의 합리적 사고나, 또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그러니까 이제 어두워진 하늘이 지워버리는 그림자처럼 어떤 절망이나 운명에 대한 생각도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그런데 웬걸, 정박 중의 배들은 그 머리를 거북선의 거북처럼 쳐들고 모두 육지를 향해 있는 것이다. 육지 끝으로 걸어온 나그네가 만난 것은 오히려 바다 끝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용골인 것이다. 곧 낭만적 동경이나 모험이 현실적 경험 속에서 새로운 눈을 얻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래도 젊은 나그네에게 허망함이나 황량함, 그리고 아픔은 남을 터. 어두운 하늘에 수삼개의 눈송이가 떠돌고 그것을 새들이 따르고 있다는 풍경의 묘사는 바로 그것이 사실적이기보다는 喚情的인 만큼 시방 젊은이의 마음 속에 자리하는 황량한 아름다움과 제휴되어 있는 것이다. 
이 시는 황동규의 젊은 날의 여행체험에서 얻어진 시다. 이 시인은 시 쓰는 일과 강의 외엔 거의 모든 날들을 여행에 바쳤다 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해서 이후 그 속에서 건져진 수많은 시들을 낳았고, 그 중에서도『풍장』 같은 연작시는 그 시적 성과도 만만치 않다.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도저한 정신의 사유에까지 뻗쳐있는 각종 경험과 독서 및 여행 체험이 어떻게 시적 형상화를 입는가에 대해 몇 편의 시를 통해 알아보았다. 여러분의 삶의 나날을 모두 시적 텍스트로 보는 눈을 통해 시는 탄생한다. 여러분은 그런 나날을 늘 응시하고 그것을 언어화하는데 게을리 하거나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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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이런 詩 / 박목월

 

 

 

     

 

     

 

 

 

 

 

 

 

이런 시詩

 

                    박목월

 

슬며시 다가와서

나의 어깨를 툭치며

아는 체 하는

그런 詩.

대수롭지 않게

스쳐가는 듯한 말씨로써

가슴을 쩡 울리게 하는

그런 詩.

읽고 나면

아, 그런가부다 하고

지나쳤다가

어느 순간에

번개처럼

번쩍 떠오르는

그런 詩.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詩.

슬며시

하늘 한자락이

바다에 적셔지 듯한,

푸나무와

푸나무 사이의

싱그러운

그것 같은

그런 詩.

밤 늦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쳐다보는,

갈라진 구름 틈서리로

밤하늘의

눈동자 같은

그런 詩.

 

 

< 심상 > 197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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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4월의 노래 / 박목월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박목월 시집 < 크고 부드러운 손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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