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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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메스껍다”
2008년 01월 13일 08시 35분  조회:5591  추천:57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
제3부  조선족의 언어변화실태에 대하여     

3. “자기야"…"메스껍다”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필자는 작년 겨울 조선족문제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취재 차 사람들이 모여서 마작을 노는 연길시 00노인활동실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 거기서 다음과 같은 눈길을 끄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국에서 수년 간 체류하고 귀국한 젊은 두 조선족여성이 한국말 어투로 대화를 나눈다. 곁에 있던 한 남자가 “저것들이 한국에나 갔다 왔다고 한국말 하면서 티를 내는 꼬락서니를 못 봐주겠다.”라고 싱거운 소리를 한다. 잠시 후에 두 젊은 남녀가 들어오더니 서로 “자기야”하면서 말을 주고받는다. 다른 한 남자가 “저것들도 한국에 다녀왔다고 메스껍게 노네(조선족들은 비위에 거슬리는 언행을 메스껍다고 표현한다).”라고 면박을 준다. 또 다른 한 남자가 “우리 안까이(아내)두 한국에 갔는데 전화 오면 글쎄 나를 ‘자기야’고 부른다니까, 더러워서 나 원 참.”라고 떠든다. 

 이는 조선족들이 한국나들이를 통해 언어가 변화되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선족의 고유 말과 한국어 사용이 갈등을 격고 있다는 증거라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언어도 문화와 같이 물의 흐름처럼 높은 곳(선진적인 것)에서 낮은 곳(후진적인 것)으로 유입됨에 따라 ‘힘이 센 언어’는 점점 넓게 퍼져가는 데 반해 ‘힘이 약한 언어’는 점차 유실되어가는 사례가 허다하다. 물론 이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이 소요되며 또 이 과정에서 자 언어와 타 언어 간의 갈등이 심각하게 드러난다.

 10여 년래 조선족은 200만 중에 한국에 다녀간 사람과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을 합치면 무려 50만 명이 된다. 이 어마어마한 수자가 한국나들이를, 또한 많은 한국인이 중국나들이를 통해 한국어가 조선족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조선족언어가 점차 한국화 되어가고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추세이다.
 문제는 한국어도 장단점이 있고 조선족언어도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조선족들이 일방적으로 한국말을 받아들이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말하자면 부부간의 “자기야”라는 호칭은 서로 “야, 자.”하는 내림 말을 사용하는데서 생겨난 것을, 부인이 남편에게 존대 말을 쓰고 남편이 부인에게 보통 말(소, 오)을 사용하는 조선족에게 있어서 “자기야”라는 호칭에 대해 거부감이 크게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아이들도 보편적으로 부모들에게 “야, 자”라는 내림 말을 사용한다. 한국위성방송이 조선족가정안방에 침투되었고 한국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이 왕창 늘어남에 따라 조선족어린이들도 부모에게 “야, 자”라는 어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 현상이 잘못된 언어흡수라고 본다. 왜냐하면 조선족어린이들이 본래 부모에게 존대 말을 쓰는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서 계속 지켜가야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한국인 친구한테서 들었던 얘기다. 그 친구는 15세와 9세의 아들딸이 있는데 절대 부모에게 내림 말을 사용 못하게 교육시켰다고 한다. 어느 날 네 식구가 택시 타고 가는데 애들이 하도 부모에게 꼬박꼬박 존대 말을 쓰니까 택시기사가 “요즘 세월에 이런 애들이 참 드물다”고 칭찬하면서 택시요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독자들도 잘 알리라고 믿는다. 

 현재 조선족이 한국을 본받아 ‘스트레스’, ‘섹스’ 등등의 외래어를 쓰는 것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리고 한국 말 어투를 사용하거나 본래 조상의 언어가 상실되었던 어휘의 회복, ‘저, 저희’와 같은 낮춤 말, ‘드리다, 하시다’와 같은 존대 말의 회복은 바람직하다. 허나 조선족 언어에 족보가 없는 “자기야”라는 호칭이거나, 아이들이 부모한테 내림 말을 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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