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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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벌어도 부부조차 믿지 못하는 세상…”
2007년 10월 14일 16시 40분  조회:5329  추천:45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
제2부  재한조선족의 삶의 실태      

4."돈 많이 벌어도 부부조차 믿지 못하는 세상..."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지난 일요일(29일) 오후 퇴근시간 무렵, 한 쉰 넘어 보이는 조선족 아주머니가 필자를 찾아왔었다. 무슨 일로 오셨는가 물었더니,

 “저의 친동생의 일이라 말하기가 부끄러워 망설이다가 얘기하기로 결심했어요. 억울하게 이혼당한 제 동생의 사연을 선생님께서 들어보시고 글로 발표해 조선족사회에 ‘경종’이 되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하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의 동생 김철(가명)은 27세(1999년)에 결혼하여 이듬해에 메주 같은 아들애를 낳았다. 그는 앞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려고 한국에 가서 돈을 벌기로 맘을 먹었었다. 출국수속이 의외로 순리로워 아들애가 태어 난지 6개월 만에 한국에 입국하는데 성공했다.

 김철은 몇 년 동안 감옥에 온 셈치고 악착스레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술 담배를 좋아하던 것을 끊었고, 웬만한 거리는 버스비마저 아까워 걸어 다녔으며 건설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휴일이면 친인척의 집에서 보냈다. 동포들이 흔하게 하는 ‘애인 찾기’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여자란 손도 만져보지 못한 채 몇 년 동안 ‘스님’으로 살았다. 그에게 유일한 오락은 한 달에 한 번씩 영화구경을 하는 것, 되도록 소비를 줄이느라 근사한 양복 한 벌조차 사지 않고 부지런히 돈을 모았다.
 이렇게 6년 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번 돈을 꼬박꼬박 전부 집에 부쳐 보냈었다. 아내도 남편이 보내준 돈을 헛되이 쓰지 않고 모아서 아파트도 사놓았고 아들애의 미래 학비로 정기저금도 해놓았다.

 김철은 이렇듯 한 눈 팔지 않고 돈 벌면서 아내와 아들애를 사무치게 그리워했었다. 아내도 마찬가지, 남편이 하루속히 귀국하기를 바랐다.

“인젠 돈도 많이 벌었으니 당신이 더 그리워나네요. 아들애가 더 커서 아빠와 정이 멀어지기 전에 어서 귀국해 우리 세 식구 단란하게 살아요.”

부부의 뜻이 같아 김철은 지난 해 10월 두 번째 고향인 한국을 떠나 귀국했다.

 김철이가 고향에 오니 아내와 아이는, 처음에는 서먹서먹해 하다가 금세 불이 붙을 정도로 화끈해졌다.

 젊은 부부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신혼’을 맞게 되어 몸과 마음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런데 김철은 마음뿐이지 아무리 애써 봐도 거시기가 발기되지 않았다. 밤새껏 시도해보았으나 몸만 지쳤을 뿐 헛수고였다. 이튿날 아침 애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부부가 또 시도해보았으나 역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거시기가 오래 동안 써먹지 않아 병신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의심을 갖고 거침없이 남편에게 따지고 들었다.

“당신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얼마나 여자들과 ‘그 짓’을 많이 했으면 시들어버려 발기조차 되지 않지요?”

 남편은 아내의 말에 화가 상투밑까지 치밀었으나 여하튼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라 아내에게 그동안 정조를 지켜온 과정을 차근차근 이야기 해주었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고, 그냥 남편을 의심하였다.

 부부는 매일 이 일 때문에 크게 다투게 되었고, 다툼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거시기는 끝내 고개를 쳐들지 못한 채 급기야 이혼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남편의 잘못 아닌 잘못으로 이혼하게 된 것, 아내가 아이를 키우는 조건으로 집과 돈을 전부 아내에게 주게 되었다.

 김철은 6년 동안 모국 타향에서 한 눈 팔지 않고 정직하게 살았고 뼈 빠지게 일을 하여 돈을 벌었으나, 앞으로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려던 꿈은 뜻하지 않게 깨졌었다. 그런데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친인척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이 진짜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지나치게 여자를 밝혀서 결국 몸이 상해 아내에게 이혼당한 줄로 믿고 뒤에서 쉬쉬한다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김철은 당지에서 살아갈 체면이 없어 형제들한테서 돈을 빌려 갖고 한국으로 재입국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억울하다고 여겨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치료했다. 기적은 있는 법이다. 그의 거시기의 발기가 회복된 것이다.

 김철은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면 악몽과도 같아 “이제부터 정조고 뭐고 되는대로 살아야지.”라는 삐뚤어진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안한 것도 한 것’으로 인정되는 판에 “차라리…”, 하고 남의 말 듣던지 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 온 조선족 중에 정직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 다녀온 사람은 거개가 ‘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재한조선족사회에 “한 것도 했다하고 안 한 것도 했다고 떠드는 판에 차라리 하고 말 듣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고 한다.

 위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김철의 아내를 나쁘다고 탓할 것인가, 아니면 김철의 비극이 곧 전체 우리조선족의 코리안드림으로 빚어진 비극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김철의 누나는 끝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돈이 무엇인지? 돈을 많이 벌었어도 부부가 서로 믿지 못하는 세상, 이 한심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참으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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