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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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교육생들의 빛과 그늘
2012년 05월 31일 09시 27분  조회:5280  추천:2  작성자: 김정룡

기술교육생의 빛과 그늘

 

법무부가 동포신규입국제도를 실시함에 따라 2011년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 한 달 사이 24만 명의 조선족이 신청했고 1차 추첨에 의해 방문취업(H-2) 3만 명, 기술교육생 1만2천 명이 한국에 오게 되었다. 기술교육추첨에 있어서 나이를 만48세로 제한하여 평균연령이 젊어졌고 실제로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한국에 많이 입국함에 따라 재한조선족사회가 한층 젊어지고 있다. 모택동은 젊은이를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에 비유했다. 젊은이들은 앞으로 재한조선족사회를 이끌어 갈 주력이다.

젊은 기술교육생들을 보면 희망이 보인다.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뜻이다. 동시에 어두운 면도 있다. 그것을 빛과 그늘로 표현하고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기술교육생으로 한국에 온 젊은이들은 외모가 세련되었다. 한국드라마가 중국조선족 안방에 진입된 지가 20년이 흘렀다. 현재 20대중후반부터 30대초중반 조선족젊은이들은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성장해왔고 알게 모르게 한국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그들 중 일부는 어릴 때 HOT를 비롯한 한류스타들의 사진을 집에 모셔놓는 등 한류에 대해 굉장한 동경을 안고 성장해왔다. 따라서 지금 조선족젊은이들은 패션이 세련되고 언어도 기성세대들과 달리 방언이 적고 한국어표준어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한국에 오자마자 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더욱 세련되어 보인다. 부모형제자매 및 삼촌고모이모들의 후광을 업고 있어 경제난에 쪼들리지 않아 외모가 더욱 세련되어 보이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버스,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 나타난 조선족은 한눈에 알아볼 만큼 촌스런 ‘티’가 물씬 났다. 이에 비해 현재 조선족젊은이들은 공공장소에 나타나도 한국인인지, 조선족인지? 티가 나지 않는다. 세상이 그만큼 재빨리 변화되고 있고 젊은이들은 그만큼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

외모와 언어 면에서 한국에 빨리 적응해가고 있고 세련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속이 여물지 못한 어두운 폐단도 있다.

기술교육생 중 2/3의 수는 열심히 수업을 들으면서 배우려는 자세가 좋다. 이에 비해 1/3의 수는 수업에 굉장히 게으르다. 아예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 소질도 큰 문제이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끄지 않고 볼펜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등 영 말이 아니다. 강의 도중에 들락거리거나 지문을 먼저 찍으려고 수업이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맘대로 뛰쳐나가는 등 소질이 형편없다. 소수이긴 하지만 점심이면 술을 잔뜩 마시고 교실에서 헛소리 하는 자도 드문드문 있다. 6주라는 아까운 시간을 중이 종 치듯 아무 의미가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안타깝다.

수업에 있어서 사회통합프로그램이 한국생활에 도움이 크다. 하지만 1/3의 수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무리 강의가 재미있어도 강의자체를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학원생들이 과연 한국생활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개개인의 자아소개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1/4의 수가 밖으로 뛰쳐나가기 바쁘다. 사람이 사람 앞에 선다는 것은 큰 단련의 기회가 된다. 그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면 회피한다. 이런 소질을 갖고 앞으로 취직하여 일정시간 경과 후 하다못해 팀장, 반장, 등 어떻게 ‘장’노릇 하겠는가? 한평생 ‘머슴’으로 살 수밖에 없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약 1/4의 수가 조선족가문전통으로 이어온 ‘본’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본’도 모르고 있는 젊은이들한테 과연 정체성을 운운할 수 있을 것인가? ‘본’도 모르고 있는 젊은이들은 과연 조선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젊은이들의 탓만 아니고 조선족부모들의 자녀교육이 따라 가지 못한 것이 큰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선족부모들이 자녀를 한국에 보내는 것이, 혹은 한국에 있으면서 자녀를 데려오는 것이 돈 벌 목적도 좋지만 고국에 보내면서 혹은 데려오면서 최저한도로 ‘본’을 가르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얼굴이 고와야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노래 가사가 있듯이 외모가 세련되면 사람이냐? 속이 여물어야 사람이지.

한국에 입국하는 조선족젊은이들은 ‘表’를 가꾸는 동시에 ‘里’도 채우기를 바란다. 그래야 앞으로 재한조선족사회를 짊어지고 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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