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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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미국에서 살아보니(2)
2010년 05월 05일 11시 03분  조회:5202  추천:40  작성자: 김광림



  
                               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                        

김 광림의 버클리통신 12

 


   
             미국에서 살아보니(2)


 

인재가 모이는 나라

  미국에 와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가운데 하나가 이 나라에 인재가 많이 모여 온다는 사실이다. 내가 방문학자로 미국에 와 있는 사이, 중국, 한국, 일본의 최고의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왔거나, 유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취직한 엘리트들을 아주 많이 만났다. 내가 방문학자로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학에는 중국출신의 유학생이 500여명이 된다고 하는데, 그 중 100여명 이상이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알려진 청화대학교의 졸업생들이라고 한다. 이 대학교의 한국유학생은 600여명이 되는데 대학원생들은 다수가 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졸업생들이었다.


  
 
외국에서 미국에 인재가 많이 모여온다는 것은 객관적인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외국 유학생이 약 60만명이 공부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의 유학생수에 비하여도 그 수자가 월등히  많은 것이다. 외국 유학생수 제2위인 영국의 유학생수가 약 32만명으로 미국의 절반수준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외국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나서 미국에서 취직하거나 정착하는 비율도 높다는 것이다. 내가 본 어느 자료에 의하면, 80년대 이후부터 일본과 독일에 유학하여 이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유학생의 약70%가 미국에서 취직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외에서 공부한 인재들도 미국에 와서 취직하고, 정착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취직하고, 정착한 사람들은 만나보고 그들의 모국의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국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젊은 사람들이 미국에 유학와서 결국 미국의 인재가 되어가는 상황이기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손쉽게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을 미국에 유치하고 미국을 위하여 공헌하게 하고있는 셈이다.


 
해외인재들이 미국에 많이 모이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있다고 생각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학의 화학연구실에 포스터닥으로 와있는 일본인 젊은 연구자를 만났는데, 그가 얘기하는데 의하면 같은 분야의 일본이나 중국의 연구실 설비는 꼭 미국만 못한 것이 아니거나 더 훌륭할 수도 있는데  미국의 실험실에는 세계 정상급 과학자가 많이 있고, 그런 사람들 밑에서 좋은 성과를 낼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최고의 두뇌가 우수한 인재들을 불러들인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서울대학교를 마치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실리콘밸
리의 IT기업에 취직하게 된 유학생을 만났는데, 그가 하는 얘기에 의하면 미국의 기업에서는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창의력을 잘 발휘할수 있는데  한국의 기업에서는 수직된 인간관계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잘 돌아가지 않는 이유중에는 미국의 자유로운 정치적, 사회적인 환경에 끌리우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안젤스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의 유명한 연구소에 취직한 30대 초반의 한국유학생을 만났는데, 그가 받는 월급이 9천불 정도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내 나이가 40대후반이고 일본에서 대학교수를 10년을 했는데도 월급이 5천불이 약간 넘는데 박사학위를 받고 취직한 초임금이 나보다도 훨씬 많다니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미국에는 특히 과학기술분야의 해외인재가 많이 모이는데 그만큼 이런 분야의 임금이 다른나라들보다 높고 그것이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팁과 고속도로

   미국에서 잘 적응되지 않는 것이 팁문화이다. 팁은 서양사회에서 보통 존재하는 사회관습이라 하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팁이 광범위하게 요구되고 있다. 식당, 호텔, 택시, 미용원 등 거의 모든 서비스업종에서 팁을 받고 있다. 즉 누구한테서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팁은 보통 지출한 비용의 15%를 내야 하는데, 팁까지 포함하면 미국의 서비스분야의 물가는 결코 값싼 것이 아니다. 나자신은 여지껏 동아시아에서 살아오면서 팁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팁에 대한 당혹감이 적지 않아, 주어야 할 것을 주지 않거나 적당히 주어도 될 것을 많이 주는 일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아시아계 이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팁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소 다혹감을 가지고 있고, 미국에서는 너무 많은 서비스분야에서 팁을 받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타보면 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미국에는 고속도로가 워낙 많은데 미국전체 고속도로중에서 6.4%의 도로에서만 요금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대부분 고속도로가 무료이고, 그 때문에 여기서는 가까운 길을 가는 경우에도 손쉽게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고, 고속도로가 마치도 동아시아에서 말하는 국도처럼 사용되고 있다. 금년 2월에 나는 관광버스를 타고 일주일간 미국 서부지역 관광을 다녀왔는데 그 사이에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요금을 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미국에 여행다녀온 사람들중에 미국의 좋은 점으로 고속도로가 무료라는 점을 드는  이들이 꽤 많다.

 

의외로운 보수성과 어두운 구석들

   대체 미국하면 개방적이고 글로벌화한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는데 여기서 살아보면 의외로 보수적인 단면을 볼 수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도량형 (Measurement) 제도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도량형에 있어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미터, 킬로미터, 킬로그램, 섭씨를 사용하지 않고, 인치, 마일, 폰드, 화씨를 사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해외에서 미국에 오게 되면  이 점에서 혼돈이 생기기 쉽고, 특히 매일의 생활과 관계되는 일기예보시에는 화씨를 계산공식에 의하여 섭씨로 바꾸어 이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수준이 오히려 뒤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2008
년 가을에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제불경기를 초래하면서
현재 미국의 경제사정은 좋지 못하다. 미국 전체의 실업률이 약 10%에 이르고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아시아계 이민들을 만나보면 불경기를 한탄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 인구 약 10만명 정도의 도시) 의 시내 주요도로를 따라서 다녀보면 많은 가게들이 페업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실업률이 높다보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노숙자들을 양산하게 된다. 아침이나 저녁에 시내 거리를 다녀보면 여기저기에 노숙자들이 밖에서 날을 새는 것을 보게 된다.


  
여기의 기독교단체의 사회봉사활동으로 두번 노숙자들은 찾아간 적이 있다. 작년 연말에 버클리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수용시설에 찾아가서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에 참가했는데 그 시설에만 노숙자가 40여명이 있었다. 이런 시설에 들어가면 기본적인 생계문제는 해결되지만 수용인원과 수용기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노숙자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금년 봄에 또 한번 공원에 모여있는 노숙자들한테 식사를 제공하고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에 참가했는데 그 공원에만 노숙자가 수십명은 모여있었다. 특히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노숙자중에는 젋은이가 꽤 있고, 그 들중 마약중독자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마약사용자가 제일 많은 나라로 알려지고 있고, 마약때문에 일생을 망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볼 수 있다. 버클리시 주변에는 미국에서도 범죄률이 높다고 알려진 RichmondOakland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 도시에서는  마약과 총기에 의해 범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 개방적이고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나라인가 하면, 다른 한면으로는 빈부격차가 심하고, 선진국중에서는 국민의료보험제도가 뒤떨어지고, 총기와 마약의 문제가 심각한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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