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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
김 광림의 버클리통신 (10)
뜻깊게 지낸 추수감사절
차고에서 시작한 거대한 사업
11월26일은 내가 미국에서 처음 맞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다. 추수감사절은 미국과 캐나다 특유의 명절이고, 동양에서 추석 또는 중추절(中秋節)
이 그러하듯이 여기 사람들은 추수감사절에는 온 가족이 모여서 명절을 즐겁게 쉰다고 한다. 미국에서 처음 맞는 추수감사절을 혼자서 어떻게 지낼가 은근히 근심했는데 캘리포니아지역에서 활동하는 대만계 기독교봉사단체의 도움으로 UC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의 중국방문학자들과 같이 추수감사절 하루를 뜻 깊게 지냈다.
추수감사절 아침에 중국에서 온 방문학자 10여명이 Union City 전철역에 모이니 보우(輔友)센터라고 불리우는 대만계 기독교봉사단체의 관계자들이 승용차 3대를 가지고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그리하여 처음 간 곳이 스탠퍼드대학 근처에 있는 휴렛패커드(HP)회사의 사업의 시초가 된 차고(車庫)였다.
1939에 휴렛과 패커드라는 두 대학생 친구가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에서 단돈 538딸러를 들고 민간주택의 자그마한 차고를 임대하여 음향발진기를 연구제작한 것이 휴렛패커드회사의 시작이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지금에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잘 알려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으니 미국 현대산업사의 하나의 징표라 할수 있겠다. 이 차고는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역사적기념명소로 지정되어 있고, 실리콘밸리의 발상지로 불리운다고 한다.
이 차고를 보고나서 나는 거대한 사업이 꼭 거창하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속담이 있다싶이 작은 출발이 거대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상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시작이 맹목적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고 거기엔 창의력과 열정이 따라야 하고 성공으로 이어지자면 지속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스탠퍼드대학과 UC버클리 캠퍼스
휴렛패커드(HP)의 차고견학을 마치고 나서 우리 일행은 스탠퍼드대학 갬퍼스로 향했다. 스탠퍼드대학은 1891년에 설립되었는데,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과 더불어 Big4로 불리우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이고, 캠퍼스가 크기로도 유명하다. 대학 캠퍼스가 약 8000에이커라고 하는데 알기쉽게 말하면 서울 여의도의 10배 정도이니 그 크기를 상상할만하다.
우리는 승요차로 대학 캠퍼스에 들어섰는데 입구에서부터 본관 건물까지 약 2킬로 정도 되는 공간에 건물하나 없이 나무와 꽃, 잔디가 잘 어우려져 아주 큰 공원에 들어선 감이 들었다. 캠퍼스 진입로 양측에는 남방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 종려수가 가지런히 늘어서 캠퍼스의 아름다움을 한결 돋구었다.
진입로를 다 통과하면 커다란 잔디밭이 보이고 그 맞은편에 그리 높지 않은 고풍스러운 본관 건물들이 나타나는데 그 중심에 교회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교회는 기독교의 모든 종파가 집회를 가질수 있는 열려진 종교시설이라 한다.
스탠퍼드대학의 건물들은 대체로 황색 벽에 붉그스레한 색갈의 기와가 특징이고, 캠퍼스 전체가 어딘가 고풍스러움면서 질서정연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다. 미국의 대학들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캠퍼스라는 소문이 헛소문이 아닌 것 같았다. 본관건물 앞 잔디밭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조각상
이 서있었는데 인간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죽음을 앞둔 인간의 고뇌를 잘 표현한 예술작품이 스탠퍼드대학 캠퍼스의 인문경관을 빛나게 하였다.
스탠퍼드대학 캠퍼스를 보고나서 내가 현재 방문학자로 있는 UC버클리 캠퍼스와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1868년에 설립된 UC버클리는 스탠퍼드대학과 달리 캠퍼스가 건물의 모양이나 색채가 통일을 이루지 않고 가지각색이고 한눈에 띄우는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부지가 너무 크지는 않은데 건물이 많이 들어섰기에 캠퍼스가 어딘가 비좁아 보인다. 스탠퍼드대학 캠퍼스가 계획스럽게 만들어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반면, UC버클리 캠퍼스는 좀 산만해보인다. 그러나 100년이상 되어 보이는 고목들이 두개로 갈라진 자그만한 계곡을 따라 울창하게 들어서 마치도 북미대륙의 원시림속에 캠퍼스가 들어있는 느낌도 들며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이라는 것을 감지시킨다.
스탠퍼드대학 캠퍼스의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조각상이 유명하다면 UC버클리의 캠퍼스입구에 세워진 조각상도 꽤 인상적이다. 스페인의 탐험가 Pedro Fages (1734~1794) 가 1760~80년대에 캘리포니아지역을 탐험하고 개척한 사실을 형상화한 조각상인데, 지구덩어리를 둘로 쪼개여 그 내부를 보여주는 조각상이 인간의 과감한 도전정신을 잘 표현하였다.
UC버클리는 구속이 없는 자유분방함이 특징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캠퍼스의 경관속에도 그런 분위기가 녹아 있는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서 말타고 꽃구경
오후에는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정보통신회사 몇 곳을 둘러보았다. 썬마이클로시스템즈, 인텔, 브로드콤, 야후, 애플컴퓨터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기업의 본사였는데 추수감사절 휴일이여서 내부를 둘러보지는 못하고 회사외관만 구경하였다. 다들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본사인데 건물들이 5,6층 정도로 그리 높거나 크지도 않았고. 울타리가 없어 외부인들이 회사건물에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수 있었다. 건물내부를 둘러보지 못하여 딱히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외관만 보면 건물들이 명성에 비하여 수수하게 지어졌고. 개방성이 특징이었다.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첨단기술업체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이런데서 기술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인도인과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외국의 두뇌를 잘 활용하는 미국의 한 모습이 보여졌다.
여러 회사를 견학하면서 차로 실리콘밸리 지역을 달려보니 내가 살고 있는 버클리시보다 거리가 새롭고 환해보였으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들이 눈에 띄었다. 실리콘밸리라는 명성답게 이 지역의 생활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우리는 실리폰밸리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공원에도 들렀는데 공원속에 교회가 있고, 교회 앞마당에는 스텐레스로 조형한 성모(聖母)상이 세워져있었다. 스텐레스의 성모상은 처음 보는데 역시 첨단기술도시 다운 조형물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정
추수감사절에 우리에게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밸리 견학기회를 제공해준 것은 대만계 기독교봉사단체 보우(輔友)센터였다. 보우센터는 중국대륙에서 온 학자, 유학생들에게 저렴한 숙사를 제공해주고 생활상의 편리를 도모해주는 봉사단체인데 1987년에 성립되여 지금까지 많은 선행을 해왔다. 이번 추수 감사절에도 이 단체의 성원들이 서로 분담하면서 10여명이나 되는 중국 방문학자들을 하루 종일 안내해주고 자택에 청하여 점심과 저녁식사까지 대접해주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어 보니 점심식사를 제공해준 분은 중국 광동출신인데 문화대혁명때 강을 헤염쳐 건너 홍콩으로 망명했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아버지가 국민당의 군인이었는데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하여 고향인 중경을 떠나 대만으로 갔다고 한다. 듣고 보면 중국 대륙에 좋은 기억만이 있는 분들이 아닌데도 거기서 온 젋은 학자들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생활의 편의를 많이 도모해주고 있다. 같은 중국인이라는 동포의 정에 기독교의 박애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좋은 분들이었다.
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의 자녀교육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미국의 화인(華人) 이민 1세들은 교육 수준이 높지 못하고 막 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미국에 정착했지만 자녀 교육에는 남다른 정성을 들였고, 그 때문에 자녀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미국의 주류사회로의 진출이 빠르다는 것이었다. 자녀 교육에 중시를 돌리는 것은 중국인들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의 공통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2009년1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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