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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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산 예찬
2011년 08월 30일 09시 33분  조회:2492  추천:5  작성자: 안병렬

   오늘도 모아산엘 다녀왔다.

  이번 여름 거의 매일이다시피 모아산을 오른다.
 

  매일을 올라도 싫증이 나지 않은 산이 모아산이다. 매일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어 매일 새로운 것이다. 그러기에 싫증을 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산이 높거나 골이 깊어서 그런 게 아니다. 높거나 깊다면 우리 같은 노인들은 오르지 못할 것이다. 정상이라야 겨우 해발  800m 내외, 거기다 산 중턱까지 버스가 오르니 아무리 노인 걸음이라도 1시간이 안 걸린다. 정상이 힘들면 산 둘레를 도는 게 좋다. 쉬엄쉬엄 쉬어가며 걸어도 두 시간이면 산 중턱 한 바퀴를 거의 돌 수 있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우리를 유인하는 것이다. 마치 노인을 위하여 마련하여 놓은 산인 것 같다. 더욱 친근감이 간다. 그래 매일 오르는 것이다. 오른다고 하나 정상을 오르는 게 아니고 그냥 숲길, 오솔길을 걷는 것이다. 그리고 숲에서 쉰다. 공기가 더없이 맑아 한껏 마시고 싶어서이다. 다 같은 숲이라 하여도 소나무 숲이 더 좋은 것이다. 모아산은 소나무 숲이 아주 짙다. 70세가 넘은 노인이신 소설가 류원무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자기들이 대학 다닐 때 나무를 심었다고 하였다. 그럼 벌써 50년은 넘는 것이다. 이 50년 넘은 소나무들이 빽빽하여 운치를 더할 뿐 아니라 공기를 그렇게 맑게 하여 주는 것이다. 이 모아산은 정말 연길의 보배이다. 연길은 분지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다 산이 있다. 그러나 아가자기하기가 모아산만한 산은 없다. 하긴 그래서 국가공원이라 지정을 받았으리라.
 

  하지만 이 모아산에도 두 가지 흠이 있다. 첫째는 개울이 없는 것이다. 졸졸 흐르는 조그만 개울이라도 있으면 참 좋으련만 그게 없어 아쉬운 것이다. 그러나 대신하여 샘이 많다. 내가 아는 샘만도 일곱 개나 된다. 다 좋은 물이 나온다. 조물주는 이 산에다 개울 대신 샘을 주신 것이다. 다음의 흠은 온 산에다 여기 저기 마구 포장을 하여 놓은 것이다. 산을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흙을 밟자는 것인데 아예 흙을 못 밟게 돌로 혹은 나무로 또는 시멘트로 길을 포장하여버린 것이다. 포장을 하여도 좀 좁게 하여 흙으로도 다닐 수 있도록 배려를 했으면 각자 자기 취미대로 걸을 수 있어 좋으련만 아주 널따랗게 온 길을 다 덮어 흙길을 밟을 수가 없도록 하였다. 마치 흙은 밟으면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게 되는 듯 조심을 시키는 것 같다. 4, 5년 전인가? 처음 이를 만들 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는데도 기어이 강행하여 이렇게 망쳐 놓은 것이다. 그러나 망쳤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 같은 사람의 일방적인 생각이요 이렇게 만들어 놓은 후에 유람객이 몇 배가 되도록 더 많아졌으니 역시 정부의 안목이 높고 바른 것인가? 판단이 헷갈린다.  

 

  이렇게 좋은 모아산을 나는 처음엔 너무 얕다고 깔보고 잘 오르지를 않았다. 등산대원들을 따라 더 높고 더 먼 데 있는 산을 즐겨 찾았다. 그러나 내 체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남에게 짐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 아쉽지만 그만 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하는 수 없이 꿩 대신 찾은 닭이 모아산이었다. 그러나 몇 번을 다니다 보니 그만 정이 붙었다. 또 동행자가 많이 생겼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는 등산 팀을 만들었다. 대부분 한국인이나 한 두 사람이지만 조선족도 있고 한족도 있다.
 

  얘기가 좀 빗나간다만, 팀에서는 매 주 토요일, 일 년 열두 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을 오를 뿐만 아니라 산을 좀 깨끗하게 하자며 쓰레기를 줍는다. 이 일에는 팀 책임을 맡은 함갑주 선생이 적극적이었다. 그가 작고한 이후에는 지금의 고석문 대장이 벌써 6, 7년째 맡아 팀을 이끌어 열심히 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연변 TV에서 몇 번인가 취재하여 방송한 일도 있었다. 그 덕분인가 산 관리하는 곳에서도 유급으로 사람을 써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하여 이제 모아산은 제법 깨끗하여졌다. 그러나 아무리 줍고 치워도 시민의식이 동반하지 않고는 실효가 적다. 아직도 음식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모아산은 그래도 많이 났다. 연변대 뒷산, 주덕해의 기념비가 있는 근처엘 가면 악취가 코를 찌른다. 그 어른에 대하여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토록 연변을 사랑하시다 가신 분이라 이렇게도 산을 더럽히는 연변의 무리들을 보며 얼마나 한탄하시지 않으실까? 길 건너 혁명열사 기념관 앞산도 마찬가지이다. 또 소하룡 천년송 뒤편으로 가면 역시 같은 현상이다. 천년송 유람구는 입장료를 받는데도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천년송 근처만 빠끔하게 치울 뿐 조금만 들어가면 아예 쓰레기더미이다. 이런 곳들을 더러 가서 치우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또 보면 대학생들이 더러 와서 치우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역부족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 따위 몰염치한 짓들을 하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사람을 고용하든 어떻게 하든 모아산 만큼이나마 깨끗하여진다면 다행이련만 언제나 그렇게 될는지 참으로 딱하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자.
 

  내가 이렇게도 좋은 모아산에 대하여 처음 들은 것은 99년 연변으로 오던 해이다. 그 해 화룡 숭선에 학부 교수회에서 놀이를 갔는데 그곳의 산 하나를 가리키며 군함산이라고 하였다. 이 산골에 웬 군함인가 의아하여 물었더니 군함같이 생겼으므로 군함산이라 한다고 하며 연길의 모아산과 같은 이치라고 하였다. 그럼 모아는 무엇이냐 하니 모자라 하였다. 그렇다면 모자산이지 왜 모아산이야 하니 중국어로 모아가 모자란다. 그런가 하였는데 나중 중국어를 조금 배우고 자세히 보니 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이른바 얼화(兒化) 현상으로 생긴 말이었다. 그러니 이 산은 정확하게 중국어로 말하려면 “마오얼산”이어야 하고 조선어로 정확히 말하려면 “모자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말도 조선말도 아닌 중간쯤의 말 “모아산”은 어인 연고인가? 중국어로 “마오얼산(帽兒山)”이라 쓰여진 것을 그대로 조선 음으로 읽어버리니 그만 “모아산”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니 “모아산”이란 말은 중국말도 아니고 조선말도 아니고 철저히 연변 언어인 것이다. 그래 더욱 정감이 가는 것이다.
 

  중국도 아니고 조선도 아닌 것, 그리하여 순수 연변의 것이 돼버린 것, 그것은 “모아산” 뿐만 아니라 또 하나 “사과배”란 것이 있다. 이는 사과도 아니고 배도 아닌 것이다. 순수 연변의 과일 “사과배” 인 것이다. 연변으로 대표되는 조선족의 정체성이 바로 이 “모아산”과 “사과배” 이런 것이 아니던가? 다행히도 모아산 기슭엔 이 사과배가 몇 십리가 넘게 뻗어 있다. 이야말로 연변의 자랑이요, 상징이다. 그래 모아산을 찬양하여 보았다. 영광스럽게도 월간지<<연변문학>>에서는 지난 6월호 표지에다 이를 실어 주었다.

 

                              모아산 찬가

 

                                  모아산은

                                  조선족이다.

 

                                  마오얼산도 아니고

                                  모자산도 아니고

                                  모아산이다.

 

                                  멀리 백두산을 우러러

                                  굽어 두만강을 그리며

                                  해란강, 부르하통하

                                  끌어안고 버텨앉아

                                  사과배 품어 기르며

                                  모아산은 모아산으로 살아간다.

 

                                  역시

                                  모아산은

                                  조선족이다.

 

                            

  백두산과 두만강으로 상징되는 모국을 그리면서도 의연히 조선족으로 조선족의 상징인 사과배를 품어 기르며 버티어 살아가는 장한 우리 동포, 그게 바로 모아산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모아산을 사랑한다. 모아산 같은 우리 동포를 사랑한다. 존경한다. 모아산이여, 영원하라.

       

  201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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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shand
날자:2011-09-03 12:01:17
저도 이번 8월에 연길에 회의차 갔다가 모아산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선생님과 친구와 함께 등산을 갔었습니다. 정상에서 산 아래에 흐르는 해란강을 난생처음으로 보고. 우리에겐 정이 가는 산과 강들~
안병열 교수님 지금껏 연길에 계셨네요. 블로그에 들어 다른 글도 잘 읽었습니다.
항상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셔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하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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