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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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부풀어 오르는 화동 한겨레 사회
2007년 10월 20일 09시 15분  조회:3311  추천:102  작성자: 차한필

 

▲ 중국 경제개발의 상징으로 상하이 푸둥에 세워진 둥방밍주(동방명주) 타워.

 

부풀어 오르는 화동 한겨레 사회


‘마치 고무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상하이(상해)를 중심으로 한 화동지역에서 급팽창하고 있는 한겨레 사회를 두고 하는 표현이다.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를 비롯해 난징(남경), 쑤저우(소주), 우스(무석) 등으로 구성된 창장(장강)삼각주 경제권역인 화동지역은 중국 최대 교통, 물류 중심지이자 금융, 무역, 상업 중심지라 할 수 있다.


화동 경제권은 중국 국민총생산의 27.5%, 대외무역의 55.7%, 소비액의 약 20%를 넘어서는 등 최근 들어 발전의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덩샤오핑(등소평)이 개혁 개발의 상징으로 내세운 광둥 선전의 성공과 함께 중국 경제의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해 추진한 상하이 푸둥 개발이 대성공하면서 중국은 일약 세계 속의 경제 강국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 수도로 꼽히며 상하이 출신 인사들이 베이징(북경) 출신을 제치고 정치 권력에서도 실세로 떠오르게 하는 뒷받침이 됐다.


이 지역에 동포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한국동포는 대기업들이 홍콩이나 대만을 통해 상하이에 금융, 무역 관련 법인을 세우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종산 상하이한국인(상)회 회장 등 1987년부터 중국을 드나들기 시작한 한국 대기업이나 상사 주재원들이 초창기 멤버들이다. 1992년 최초로 서울~상하이 직항로가 개설되고, 한-중 수교가 이뤄지며 한국동포들이 밀려들어왔다. 이에 따라 한국 회사 직원, 여행사 가이드 등으로 진출하는 중국동포도 늘어나게 됐다. 1980년대 중반 대학 졸업 뒤 상하이 안전국에 배치받아 현재 상하이택문실업유한회사 이사장으로 있는 전문길씨 등이 중국동포 1세대로 꼽힌다.


1992년 12월 코트라 중국본부, 1993년 5월 주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이 잇따라 개관되며 삼성, 에스케이, 엘지, 포스코 등 대기업의 진출이 확대되었고, 2001년을 전후로 이우(의오), 쑤저우, 우스 등 상하이 주변지역에 의류, 섬유, 신발, 액세서리 등 노동집약형 한국 중소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무역, 식당, 가게, 민박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국동포의 진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한국과 상해를 오가는 항공편만 해도 매주 60편에 이를 정도로 이곳에서 동포들이 많은 활동하고 있다.


조선족 8만명 한국인 7만여명…2000년부터 본격 진출


화동 한겨레 사회는 현재 10만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트라(KOTRA) 중국본부, 주상하이 한국총영사관, 한국인(상)회, 중국동포 관련단체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중국동포 약 8만명, 한국동포 약 7만여명이 상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에 중국동포 6만명, 한국동포 5만명, 이우에 중국동포 8천여명, 한국인 5천여명, 쑤저우에 중국동포 5천명, 한국인 4천명, 난징과 우스에 중국동포와 한국동포 각 2천여명, 항저우 닝보(녕파)에 각각 1천여명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는 주상하이총영사관, 코트라 중국본부, 한국무역협회, 한국담배인삼공사, 부산시사무소, 경상남도사무소 등 10여개 한국 기관과 단체들이 진출해있으며, 동조살롱, 동방살롱, 기독기업가협회(CBMC) 등 중국동포 기업가 관련단체도 10여개나 활동하고 있다.

 

코트라 중국본부 자료를 보면 한국기업의 화동지역 투자액은 30.38억달러로 전체 대중국 투자액의 30.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품목은 액정설비, 집적회로, 엔진오일, 컴퓨터 부품, 자동차 부품이며, 수입품목은 무선통신 등 전자부품, 철, 비합금의 평면압연제품, 컴퓨터 등으로 교역액이 335.64억달러(수출257.31억달러, 수입78.33억달러)에 이른다.


약 2000여개의 한국의 기업과 기관이 진출해 있는데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5개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도 포진해 있다. 상하이에는 주로 대기업이나 상사 주재원들이 많고, 투자는 주변 장쑤(강소), 저장(절강)지역에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섬유, 의류, 신발 등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제3국 수출형 제조업체가 전체 투자건수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 개방 업종 확대와 내수시장 활성화로 가전, 통신, 기계, 자동차, 유통, 금융 등의 투자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 화동투자액 30.38억달러 대중국 투자의 30% 달해


화동지역은 산둥(산동)성 및 둥베이(동북) 3성에 비해 투자건수가 적은 반면 건당 투자액이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 많다. 우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한 현대하이닉스, 쑤저우에 있는 싱가포르 공단에 4억달러 투자한 삼성전자, 장쑤성 창자(장가)항에 2.4억달러 투자한 포스코 특수강, 난징에 1.2억달러를 투자한 금호타이어, 저장성 자싱(가흥)에 각기 1.7억달러를 투자한 한국타이어와 효성T&C, 난징의 엘지전자, 상하이의 이마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트라 중국본부 이효수 본부장은 “한국 기업의 화동 진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상해는 재고품 또는 사양산업의 이전지가 아닌 최첨단 제품으로 진출해야 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테크산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며 “ 기업운영에서도 이제는 꽌시(관계)보다는 준법경영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동포 기업은 주로 상하이에 무역 서비스업, 쑤저우 우스 등에 신발, 의류, 전자 등 제조업, 이우 등에는 소상품무역, 서비스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상하이 동진그룹, 상하이택문실업유한회사, 상하이금석무역유한회사, 상하이동마국제무역유한회사 등 제법 규모를 갖춘 기업도 100개에 이르며, 식당, 노래방, 민박, 식품가게, 자문업, 부동산 중개소, 소형 제조업체, 무역, 물류회사, 여행사 등이 약 1천개가 넘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하이 룽바이 완커 구베이 등에 코리아타운 형성


한겨레 사회가 가장 먼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상하이 룽바이(룡백), 완커(만과), 구베이(고북) 등 주거지역에 동포 상권이 들어서면서 코리아 타운이 형성됐다.

이곳에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 병원, 학원 등과 같은 편의시설이 많이 몰려 중국어를 몰라도 지장이 없을 정도다. 상하이 민항(민행)구 룽바이 지역은 한국동포와 중국동포가 어울려 사는 전형적인 코리아 타운이다. 10년 전만해도 논이 있던 이곳은 철거민들을 위한 서민 주택으로 개발이 됐다. 1998년부터 중국 동포들이 먼저 이곳에 자리잡기 시작했고 2000년을 전후로 한국동포들이 몰려들었다. 최근엔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부동산 값과 물가가 많이 올라 대기업 상사 주재원을 포함해 한국동포의 수가 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만 한국동포와 중국동포가 각각 2만여명씩 상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등로, 청삼로, 황화로, 홍송로 주변에서 식당, 가게, 민박, 노래방, 부동산 중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황화로에서 김해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옥(56)씨는 가신화원 아파트에만 민박이 10여개나 있으며 룽바이 지역에 100개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

 

구베이 지역에는 현재 한국동포가 약 2만명, 중국동포가 약 1만여명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베이 지역은 1990년대 초 상해로 진출한 한국기업 주재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 곳으로 최초의 한국동포 밀집지역이다. 당시 영사관과 대기업들이 모여 있었고 중국의 정책에 따라 이 지역에 외국인 거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지역에는 일본과 다른 외국기업의 주재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완커는 구베이를 개발한 완커그룹의 이름을 따 이름이 바뀌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8천명, 한국동포는 4천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은 구베이보다 집 임대료가 싸고 녹지가 잘 조성되어 동포들이 적지 않게 살고 있다. 또 한국학교가 한동안 이곳에 있어 한국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동포들이 많이 살았다.

 

푸둥신구에 거주하는 한국동포는 3천여명, 중국동포는 3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푸둥신구가 개발될 때인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곳 거주 동포는 200여명에 불과하였으나 2003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지금은 4천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2003년 6월 개항한 푸둥국제공항과 가깝다는 것과 쾌적한 주거환경 및 원활한 도로교통 등으로 상주인구가 늘고 있다.


중국동포 우리말 교육 및 문화시설 찾기 힘들어

 

상하이지역에 거주하는 한국동포 자녀는 대부분 한국학교(학생수 700명)에 다니며, 주변 한족학교나 국제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학교, 학원 등 교육시설은 제법 갖춰져 자녀교육에는 큰 차질이 없다.


반면, 중국동포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은 있지만 초등학교 이상 교육기관은 전혀 없어 광둥지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자녀를 주변의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어 우리말 우리글 교육이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동포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중국의 교육정책과 현실적인 제약 등으로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1993년 30~40개 업체가 모여 출발한 상하이한국인(상)회(회장 이종산)는 현재 회원사가 3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골프, 축구, 테니스 등 17개의 동호회와 동문회가 있어 이를 중심으로 친목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주변 도시에도 지역별로 한국인(상)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상)회가 현지 한국동포 사회를 이끌며 총영사관 등 정부 관계부서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인(상)회의 주도권을 둘러싼 분쟁과 분파 행동이 끊이지 않는 등 상당한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제대로 조직된 중국동포 단체는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각종 단체나 기구를 자유로이 설립할 수 없는 중국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뭉치려는 움직임은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동조살롱에 10여개 업체, 동방살롱에 30여개 업체, 기독기업가협회(CBMC)에 50여개 업체 등이 모여 각종 행사와 모임을 가지며 교류와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동포사회 일체감 위한 교류활동 활발해


 

이외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한 중국동포 모임이 활발한 편이다. 제4회 장백산컵 축구경기에 8개 팀이나 참석해 앞으로 상하이 중국동포 체육대회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화동지역 한국동포와 중국동포의 교류와 친목도 기업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종산 상하이 한국인(상)회 회장은 “동포는 단순한 물리적인 만남이 아니라 화학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있지만 한층 성숙된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길 상하이택문실업유한회사 이사장도 “동포 관계가 많이 돈독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며 “한겨레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로서 상호 의존, 협력, 발전해가는 일은 당연한 순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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