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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사람
2015년 05월 23일 11시 56분  조회:2512  추천:0  작성자: 行者金文日
   매주 일요일이면 불교연구회에 나가서 강의를 한다. 법당의 스님께서 나더러 강의를 해보라고 적극 추천하셔서 시작한것이 어언 10년가까이 된다. 다행인것은 비록 아마추어 거사(居士)가 대신하고 있는 강의지만 매번 법당에는 청강을 위해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내일모레가 부처님 오신날이라서 이것저것 준비로 시끄럽다. 법우님들의 준비열정 또한 대단해서 나는 별로 신경을 쓸데가 없다. 어는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새 나도 참 많은걸 배웠다.
  옛말에 남을 가르치려면 자신이 먼저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듯 싶다. 오전에 법문이 끝난후 법당에서 쓸 전자피아노를 사려고 악기상점들을 두루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나는 악기들이 그렇게 비싼줄 알았다. 하기야 특수제품들이니까 가격을 많이 받는것은 당연하겠지만 어떤것은 그 가격에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였다. 법당에서 찬불가 교실을 만들려고 전자피아노를 사놓으려고 했는데 너무 엄청난 가격에 그만 주춤하고 말았다. 법당의 경비로는 엄두도 못낼 거금이였기 때문이다. 다음에 개인적으로 사서 법당에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일이 내내 머리를 돌며 마음이 산란해났다. 그냥 발심을 했을때 샀어야 하는데 하면서 후회를 했다. 잠간 책을 뒤적이는데 둘째아들 윤민이가 금방 ‘야생사자 엘자’라는 책을 다 읽었다면서 다른 책을 추천해달라고 졸랐다. 책장에서 ‘별나라 손님’(ET) 이라는 책을 꺼내 주려다말고 ‘위쨔와 꼬스쨔’라는 책을 꺼내주었다. 내가 어릴적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러시아(구 소련) 작가 ‘엔 노쏘브’의 아동소설이다. 아직 4학년밖에 안된 아들놈이 잘 읽을수 있을가 걱정하면서 건네줬는데 재미있는듯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다행히 두 아들놈은 모두 책귀신들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독서를 좋아해서 그만한 다행이 또한 없다. 나 또한 책을 통해서 많은걸 배웠고 또 책을 통해서 인생관이 수립되고 또 책을 통해서 삶의 태도를 바꾸게 된것이기 때문이다.  
잘난척만하던 나에게 존경할만한 사람이 생긴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누구를 존경하냐고 물어보면 어릴때는 막연하게 부모님이라고 했는데 부모님은 가족으로서 필수 우리가 아끼고 존경해야할 상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사람은 사회인인것만큼 사회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을 찾지못했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음이 틀림없다. 돈을 벌고 세속적인 명예를 잠시 얻을지는 몰라도 영혼심처의 발전은 더 이상 있을수 없기때문이다.
  내가 초등하교 졸업할때쯤에는 인물전기를 읽고 중국의 주은래총리를 참 존경했었다. 정치인으로서는 훌륭한 업적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몇년전에 우연히 책 한권을 선물받았는데 그 책이 나의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법정스님이 쓴 ‘버리고 떠나기’라는 책이였다. 산문집이였는데 그 구절구절에서 스님의 ‘무소유’의 정신이 묻어나면서 존경하는 마음이 그대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어딘가에게 종속된 삶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자유인으로서 사는법이 적혀 있었다. 글을 읽는 내내 순간순간 내 영혼의 깊이에 던지는 주옥같은 말씀들은 순수와 인간의 본질의 세계를 발견하는 영적 지침서같은 책이였다. 그렇게 법정스님과 인연을 맺어서 그분의 책을 많이 찾아 읽었다. 그때 ‘텅빈충만’을 읽었고 ‘무소유’를 읽었다.
  홀로 강원도 산골 작은 오두막에서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시는 그분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한국에로 출장갈때마다 한번 찾아뵈였으면 하고 생각을 했지만 그분의 책에서 묻어난 그대로 홀로 수행하고 계시는 분의 청정한 수행을 깨뜨릴것같아서 그러한 인연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서운함이 가득하다.
그런 법정스님의 본명은 박재철이다. 1932년10월8일 전라남도 해남(海南)에서 태어났다. 1956년 전남대학교 상과대학3년을 수료한뒤, 같은해 통영 미래사(弥来寺)에서 당대의 고승인  효봉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셨다.  그로부터 1970년까지 많은 수련을 하시다가 그해 송광사 뒷산에 직접 작은 암자인 불일암(佛日庵)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면서 홀로 살았다. 1994년 부터는 순수 시민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끄셨다. 1996년에는 서울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를 세우고 회주로 있다가 2003년 12월 회주직에서 물러났다.
그분은 아름답고 쉽게 읽히는 정갈하고 맑은 글로 많은 책을 출간했는데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 책중 ‘버리고 떠나기’를 내가 받아보게 된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그분의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 나한테 준 영향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런 법정스님 또한 책을 통해서 삶을 정하셨다고 한다. 법정스님이 쓰신 ‘내가 사랑한 책들’을 사서 보는데 제일 첫장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월든)가 쓴 ‘월든’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소로우가 쓴 "월든"을 사서 읽었다. 소로우는 철저한 무소유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이였다. 그리고 사람들의 무리를 떠나서 월든호수가에서 홀로 살면서 청빈의 즐거움을 만끽한 사람이였다.
 법정스님은 수년전에 두차례 월든호수를 방문한적있다. 소로우의 삶을 반영한 월든이 준 영향이 스님에게는 엄청난 것이였던가 본다.
  소로우는 “나는 시간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는것이 건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소로우 자신의 체험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는 숲으로 둘러싸인 연못가에 오두막을 세우고, 콩을 심어 생활하였다. 독신으로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고 당시 노예제도를 승인하는 국가(미국)에 대해 납세를 거부했다. 그때 기록한 “숲의 생활”이란 책에 씌여있는 말이 앞에서 말한 그 말이다.
칸트는 ‘나는 고독하다. 나는 자유이다. 나는 스스로의 왕이다.’라고 말했으나 소로우는 그것을 실행했다.
<인생이 누리는 시간은 짧다. ‘그대는 생명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라고 프랭클린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만 시간을 사용하는 사치는, 고독에 견디는 강한 인간에게만 허락된다는것이다.
 우리같은 범인(凡人)들에게는 소로우처럼 ‘타인과 교제하는 일은 곧 심심해져 맥이 풀린다.’라는 심경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적어도 하루 중 잠간만이라도 고독한 시간을 자신에게 할애해보는것이 좋다. 그러면서 지나온 과거와 돌아올 장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다면 더 멋진 인생을 설계할수도 있을듯 싶다. 
소로우는 하버드를 졸업할때 졸업장을 위한 수수료1달러를 내기 거부했다. 졸업장이 양가죽으로 만든것이기 때문이었다. “양가죽은 양들이 갖고 있게 내버려두라”고 그는 말했다.
문명사회를 떠나 자연속에서 자주적인 삶을 실천하는것이 목표였던 그는 “내가 숲으로 들어간것은 삶을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 보기 위함이 었다. 다시 말해 오직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만을 마주하면서, 삶이 가르쳐 주는 것들을  내가 배울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또 산다는것은 그토록 소중한 일이기에 나는 진정한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그런 소로우의 정신을 이어서 참소유가 무소유임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 우리 곁에서 한시대를 살고 계셨다는것이 다행스럽고 영광스럽다.
작년 겨울 한국출장갔을때 법정스님의 책들을 한가득 사가지고 돌아왔었다.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과 친지들에게도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난(2010년) 3월11일에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셨다. 누군가가 선물한 한포기의 난(兰)을 키우다가 부주의로 난이 죽자 홀연이 이 세상의 덧없음을 깨우치고 무소유를 실천하시게 되셨다는 스님의 말씀과, 당신이 쓰신 글로서 유명세를 타자 그것마저도 욕심이라고 버리시고 깊은 산골 오두막을 찾아가서 직접 화전을 일구시고 땔감을 주어서 때면서 홀로 외롭게 수행을 해오셨다.
그런 스님같으신 분들이 이 세상에 계시기에 우리 사회가 맑고 향기롭게 되는것이 아니였는가 싶었는데 그렇게 가셨다니 그 허전함과 아픔이 뭐라 말할수 없다. 돌아가신후 돌아보니 가진것이라고는 고무신 한쌍과 입고 계시던 낡은 옷 그리고 나무로 대충 만든 의자가 전부였다고 한다. 아끼던 책마저도 사람들에게 선물했고 330만부나 팔려나간 ‘무소유’ 책에 대한 인세는 본인이 아닌, 대학교를 다닐 등록금이 없던 학생들을 위해 주위분들을 통해 전달되였다고 한다.
삶 전체가 무소유셨기에 ‘아무것도 갖지 않을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옵니다.’라는 말씀을 부끄럼없이 할수 있기에, 우리는 그 말씀에 머리가 숙여지는것이다.
법정스님께서 열반에 드셨다는 소식을 중국에서 얻어듣고 비애와 함께 한가득 떠오르는 시가 있어서 법정스님 영전에 바쳐본다. 제목은 “부러운 사람”이라고 달았다.
 
유혹을 물리치는 그 사람이 부럽습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그 분이 부럽습니다.
빈공간에 가득채우신 그분이 부러워
오늘도 잠을 못 이룹니다.
 
다 가지려고 해도
다 가질수는 없겠죠.
다 버리려고 해서 다 버린님은
그렇게 다 가지고 가셨습니다.
그래서 너무 부럽습니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고
그렇게 가르치고 당신은 갔습니다.
마무리도 아름답게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그렇게
사뿐히 우리곁을 떠나셨습니다.
 
책을 사랑했어도 그책을 주셨고
글을 사랑했어도 그 글을 버리셨습니다.
이따금씩 가슴을 조여오는 이 비애는
부러워서 입니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하셨죠
또 그 순간순간이
새로운 시작이라고도 하셨죠
삶에서는 삶을 다 하셨고
죽음앞에서는 죽음을 다하셨습니다.
그래서 부럽습니다.
 
다 버리고 가시고
텅빈 마음만 남기셨습니다.
그 텅빈충만속에 울리는 메아리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그 여운이 오래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울림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님을 부러워할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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