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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2015년 03월 07일 15시 44분  조회:1864  추천:0  작성자: 行者金文日
   방송국의 정기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채방을 하겠다는것이다. 청소년 관련문제에 대한 녹음이 있으니 시간을 내달라는 것이다. 정기자와의 인연은 몇년전 내가 진행하는 리더십강의인 에치투오 강의부터였다. 에치투오 리더십강의를 듣고나서 더 열정적으로 살게 되였다면서 가끔씩 찾아와서 차 한잔 하면서 한담도 나누곤 했었는데 그렇게 된 인연으로 나의 방송국 출입이 오히려 잦아졌다. 거의 2년넘게 정기자에게 붙들려 매주 한번씩 창업관련 생방송에 나가야 했던것이 작년까지 일이다. 그러다가 사업이 너무 바쁘고 출장이 잦은 관계로 금년에 들어와서는 그냥 한달에 한두번꼴로 방송에 나간다.
간단한 녹음을 마치고나서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다. 우리 지역의 청소년문제에 대한 취재였는데 그 이야기로부터 나온 주제였다.
  내가 연변의 현재 청소년들은 가장 불행한 시기에 태여난 한세대라고 말했더니 정편집(PD)도 그 점에 동의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국과의 수교로 인한, 물질을 위한 조선족의 대 이동으로 말미암아 엄청나게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버리고 외화벌이에 나섰다. 그런 그 한세대의 어린이들이 벌써 이제는 청소년으로 자라났다.
일부는 청년줄에 들어섰다. 부모의 사랑한번, 따뜻한 품에 한번 안겨보지 못하고 자란 고아가 아닌 고아들인것이다. 미국의 경제붕괴로 말미암은 전세계적인 경제공황이 중국의 각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때 방황하는 이 세대, 이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무료봉사 방송을 해달라는 요청이였다. 그럴때 보면 정편집은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물론 방송의 필요로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항상 지역사회를 걱정하고 조선족 사회의 청소년들을 걱정하는 그 마음을 읽을수 있어서 자못 흐뭇했다. 이제는 서로 친해져서 무람없는 사이라 그렇게 부탁을 하겠지만 나한테는 큰 부담이 되는 선택이다. 선뜻 대답을 못하고 돌려보냈지만 하루종일 그 부탁이 떠올라서 마음이 편치않았다.
  내 성격상 어떤일을 맡게 되면 잘 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더 걱정이 크다. 요즘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속에서 우리 회사도 편하지만은 않다. 여러가지로 신경 쓸 일들이 한두가지 아니여서 방송에나가 생방송으로 계속 상담을 해줄만한 여유가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는것이다. 나는 겨울도 무척 좋아한다. 풍요로운 가을을 거쳐 겨울에는 나눔과 여유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벌써 겨울을 거쳐 새해 봄이지만 봄같지가 않다. 외국에서 일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환율이 떨어져서 힘들어한다.
  자식들을 버리고 먼먼 외국땅에 가서 돈이라도 많이 벌었으면 그나마 좋겠는데 그것마저 안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옛날 책 “대학”(大學)에는 이런 말이 있다. <富潤屋 德潤身>이라는 말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부는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한다> 이다. 그 뒤를 계속 보면 이런말이 잇는다. <따라서 군자는 반드시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로 돼있다. 문뜩 머리속에 대학의 이 구절이 떠오른데는 이유가 있을듯 싶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많은 재산이 있으면 그 집의 모양을 훌륭하게 꾸밀수 있다. 덕을 갖추고 있으면 안으로 살펴 꺼림직한 곳이 없게 되어 마음은 언제나 넓어지고 몸도 편안하여 안정된 태도가 된다. 따라서 군자는 언제나 성의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의있는 사람이란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은 남을 속일수 있을지라도 자신을 속일수는 없다. 자신의 본심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뜻을 진실로 하는 길이며 자기를 닦는 첫걸음인것이다.
   내가 비록 조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아직 할수 있다면 적극 남을 돕은 일에 나서야 한다는 나자신에게 주는 대답이나 다름없다. 내 맘속에는 두가지가 싸우고 있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 내 집과 내 가정을 윤택나게 하는것과, 좀은 어렵더라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시간과 돈과 열정을 쏟아부을것인가와의 충돌이다.
  하늘을 우러러 보니 보름달이 어느새 환히 빛난다. 주위에 작은 별들도 차겁게 빛을 뿌리고 있다. 별없는 밤보다 별있는 밤이 항상 사람들에게 더 안전감을 준다. 그것은 별 있는 밤에는 희망의 빛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희망의 끈을 놓지말라고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이제 누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그 별빛이 되여주고 달빛이 되여 줄것인가? 그이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심어줄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선족사회는 아직도 이성을 찾지 못했다. 많은 지식인과 학자들이 대성질호 하고 있지만 강력한 물질의 충격하에 이성을 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할듯 싶다. 그러나 이미 부모들이 곁에 없는 상황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은 PC방과 게임방, 그리고 도박과 마약등에 절어들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가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자녀를 두고 멀리 떠난 부모들은 언제인가는 후회를 하게 될것이다. 우리 학원에 다니는 한 초등학생 처녀애는 어머니가 금방 외국으로 돈벌러 갔다고 한다. 그 애는 어머니 말만 나오면 눈물을 펑펑 쏟는다. 그런데 이제는 중학교 3학년이 된 한 남학생은 부모님 둘다 외국에 나간지 7년이 된단다. 이제는 부모에 대해서 물어봐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다. 부모님들이 용돈을 잘 보내고 이제는 제법 크고보니 부모님의 관섭이 없이 자유롭고 편하니 그만한것이 없는듯 싶은것이다.
지난번 언젠가 그애의 부모가 전화가 와서 받는것을 옆에서 우연히 듣게 되였던적 있다.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다나니 오래동안 자식을 보지못해서 많이 보고 싶었나본다. 그래서 전화를 했나 싶었다. 한국에서 이번에 고용허가제도가 나와서 중국에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그 애가 하는말이 걸작이다.
“지금 중국도 물가 올라서 먹구살기 바쁩니다. 오느라 하지 말고 거기서 몇년 더 버세요.” 라는것이다.
아직 어린애라 깊이 생각없이 한 순진한 말이지만 우리에게 경종을 주는 말이다. 부모에 대한 보고싶은 마음이나 정은 없고 이제는 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인것이다.
  옛날 ‘고려장’이야기를 모두 다 잘 알고 있을것이다. 늙은 부모를 버리는 나쁜 풍속을 가지고 있었던 고려시절에 늙은 부모를 버리러 지게에 메고 갔던 아버지가 낡은 지게를 버리고 돌아오는데 뒤따라갔던 어린 아들이 그 지게를 메고 돌아오니 그 지게를 버리지 그러느냐 했더니 아이가 하는말 “이제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로 버려야지 않겠어요.” 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버지가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늙은 부모를 지게로 집으로 모셔와서 잘 모셨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 현대 조선족 사회에는 그와 다른듯하지만 비슷한 사연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돈을 위하여 자식을 버리고 외국에 가서 돈을 벌어오지만 더 이상 자식과의 깊은 정과 사랑의 관계는 없다. 돈을 가득 벌어온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몇십년전까지만 해도 조선족은 중국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던 민족이였다. 그만큼 전반적인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도 자식농사에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말 속담에 소팔아서 자식 공부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의 옛날 어르신들은 소팔고 집팔아서라도 자식 공부를 시켰다. 그만큼 자식들의 교육에 힘을 쏟은것이다. 그래서 다른 민족들에게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였었다.
  가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작은 사회조직이지만 그 작은 사회조직이 전반적으로 붕괴되면 전반 사회가 죽어가는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식농사를 망치면 인생농사를 망치는것이나 다름없다. 단순한 유교적인 사상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식덕에 살겠냐고 하지만 잘못된 후대때문에 나머지 인생내내 후회하고 걱정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산다면 어찌 성공된 인생을 운운할수 있을것인가. 진정 우리 아이들이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줄수 있는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라는 미국의 학자는 이런 말을 한적있다. <부모는 두가지 책임이 있다. 하나는 양육의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자부심을 키워주는 책임이다.>라고 했다. 양육한다는 사육한다는 말과는 다르다. 먹을 음식이나 던져주고 키우는 동물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조차 우리는 애정을 가지고 돌보아주는 정신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 하물며 우리의 어린 아이들에게 얼마나 부모의 사랑과 애정어린 가슴이 필요할까?! 조선족부모님들이 찾아야 하는 이성이 여기에 있는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지 그 이상 필요한것이 없다. 사랑과 관심이 자부심을 만들어 주는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부모님들은 아직도 사랑에 목마른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 배고프지? 아빠 엄마가 외국에 가서 돈 많이 벌어 나중에 맛있는 빵 가득 사줄께.” 사랑에 목마른 사람에게 물질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목마른 사람에게 빵을 주는것 만큼 잔인한 행동이 어디 있을까?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반성해볼 필요가 있는것이다. 글을 쓰다가 보니 내 마음은 그래도 이 지역과 이 민족과 이 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가정을 사랑할줄 모른다고 한다. 사랑을 가지지 못한 자가 사랑을 줄수도 없다는 말이다. 가정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민족을 사랑할수 있겠는가? 민족을 사랑할줄 모르는 사람이 어찌 국가를 생각할수 있겠는가? 자신앞에 주어진 책임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서 할때 비로서 복과 덕이 겹치는것이다.
  내일은 아침일찍 정기자에게 전화를 넣어야 겠다. 누군가가 해야하고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라면 미루지 말아야지. 내 작은 사랑이 목말라 헤매는 저 길거리와, PC방과, 오락실을 전전(轉戰)하는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갈증을 풀어줄수 있다면 내가 빵을 좀 적게 먹는다 한들 뭐가 대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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