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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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고향
2020년 08월 31일 09시 59분  조회:2127  추천:0  작성자: 오기활
글 | 오수란 · 방송 | 구서림
   9월이 되면 2학년생이 되는 딸애가 새학기부터 우리네 한어교재를 안 쓰고 한족아이들이 배우는 어문교재를 배우게 된다고 한다. 13년 7월생 애를 일찍 붙여놓고 1학년 내내 고생했던 나인지라 겁부터 덜컥 났다. 전번학기 한어도 가까스로 통과하고 겨우 안도하던 마당에 교재를 바꾸게 되면 이 여리여리한 아이가 과연 따라갈 수 있을가 하는 로파심에 방학엔 아예 1학년부터 2학년 한어 어문교재를 모두 구입해다 선행학습을 시작했다. 날마다 과문을 읽히다 보니 저도 몰래 발견되는 사실이 있었다.
   모어를 조선어로 하는 애들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우리 한어교재는 기초단계의 훈련문제들이 풍부했다. 병음부터 필획 익히기, 한자 익히기, 한자로 단어 만들기… 우리가 영어를 배우고 일본어를 배울 때 거쳐야 하는 기초단계처럼 우리 한어교재에는 제2언어 습득으로서 거쳐야 할 단계들이 차곡차곡 배렬되여있었다. 그러나 중국 어문은 다르다. 중국 어문은 한어를 모어로 하는 애들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교재라서 한어기초가 전혀 없는 우리 애들에게 썩 친절하지가 않았다. 필획이나 편방이나 이런 기본기를 훌쩍 뛰여넘어 바로 내용 분석하기, 주요 내용 알아보기로 진입하는 거다. 마치 모어를 조선어로 하는 우리 애들을 위해 설계된 조선어문교재랑 비슷했다. 조선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애들에게도 우리 조선어문교재는 썩 친절한 교재가 아닐 것이다. 왜냐, 이 교재는 우리말에 익숙한 조선족아이들을 위한 교재니까. 단순한 언어습득 차원에서 출발한 교재가 아니라 문화교양까지 목적으로 하는, 말 그대로 어문교재인 것이다.
   새학기부터 교재에 시작되는 이런 변화, 아이들의 성장엔 득이 될가? 독이 될가?
   이 문제를 답하기 전에 먼저 이런 이야기를 하고저 한다. 
   1968년 1월 미국의 상하의회에서 통과된 《이중언어교육법》에 당시 존슨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미국의 중소학교에서 시행되게 되였다. 사실 미국에서는 애초에 비표준영어를 사용하는 군체에 영어교육을 보급하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들여 표준영어를 유일한 언어기준으로 하는 단일언어교육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실시해온 이 단일언어교육은 실패로 끝이 났다. 자신의 부모에게서 배운 모어가 학교에서 부정 당하면서 아이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생활에 위축되고 흥미를 잃고 결과적으로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책이 바로 《이중언어교육법》이다. 
   이 법안은 첫째로, 학생들의 중도탈락을 막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였고 학습지진아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이며 시골벽지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법안이였다. 둘째로 이 법안은 모어가 영어가 아닌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서 그 어린이들로 하여금 학교에서 좀더 나은 출발, 좀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였다. 즉 “그들의 인종이나 거주지역이나 부모의 수입에 관계없이 모든 소년, 소녀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나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이중언어교육은 지역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였던 셈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이 변강지역의 안정에 유리하다는 이 점 말고도 또 떠오르는 점이 있다. 바로 내 고향, 도문시 월청진이다.
   내 고향은 월청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도문시 월청진 석건촌이다. 석건은 시골이라고는 하나 촌에 종이공장에 석유정제공장이라는 두개의 큰 공장이 있었고 학교소속의 인쇄공장까지 가지고 있는 꽤 큰 동네였다. 아버지는 석건소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계셨고 어머니는 학교소속 인쇄공장에 출근하셨다. 문학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아이들 작문지도도 잘해주셔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생기로 들끓던 연변의 여느 시골들처럼 석건도 생기와 희망이 숨쉬였고 꿈과 기대가 자라는 동네였다. 그랬던 석건촌이 지금은 잡초만 자라는 황페한 마을로 되여버렸다. 석건이 아니라 월청진 자체가 몰락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람이라고 찾아보기 힘든 빈집들 뿐이니 말이다. 언제부터가 시작이였을가? 
   시작은 아이들이 사라지고 학교가 페교되면서부터다. 석건소학교에 학생 열댓명이 남아있을 때까지도 석건에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석건소학교를 월청중심소학교와 합병해버리면서 석건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결국 월청중심소학교 교장으로 되였다. 그러나 성격이 괴벽하고 고집이 강한 아버지는 늘 상급부문의 령도들과 맞지를 않았다. 물론 나는 그게 교육사업에 대한 애착이라고 생각을 해주지만 자신을 거역하는 사람을 좋아할 령도는 없었다. 아버지는 결국 진정부의 누군가와 다투고 진정부 문교부라는 곳에 이름을 걸어둔 채 강제퇴직을 당하게 된다. 교장선생님이 하루아침에 내 아버지로만 남게 된 거다. 그 후 월청중심소학교도 페교되면서 월청진은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되여갔다. 
   학교는, 교육은 나무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뿌리가 시드니 가지와 잎이 죽어버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석건소학교와 중심소학교가 사라지면서 월청진은 이내 인가가 없는 빈 마을이 되여갔고 공장들도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당연히 어머니네 인쇄공장도 페쇄되여 어머니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였고 아버지와의 모순으로 힘들어하던 진정부의 어느 분도 결국은 존재 가치가 사라져갔다. 사람이 없는 동네에 령도가 웬 말일가. 당연히 그 분도 어느 순간 아버지처럼 령도 타이틀을 내려놓고 민간인으로 돌아가 아무개 아버지로 남게 되였다.
   물론 기인우천식의 걱정은 좋은 일이 아니다만 한때의 영광이 한순간 텅 빈 추억이 되여 빈 껍데기만 남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을가.
   다시 돌아와 오늘을 생각하자. 사실 이렇게 많은 걱정을 늘어놓은 건 별것 없다. 일곱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의 걱정과 시름과 불안이다. 나는 21세기를 살아갈 내 아이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한어는 한족처럼, 조선어는 조선족답게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어도 잘 배우고 일본어나 로씨야어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언어들을 모두 잘 배웠으면 좋겠다. 왜냐, 우리에게 우세란 언어적인 것, 문화적인 것 이것 뿐이니까. 우리는 태여나서부터 한어와 조선어 두가지 언어를 들으면서 자란다. 완벽한 이중언어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건 실내수업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주변엔 일본이나 로씨야 같이 린접국들이 있고 접촉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 언어학자나 뇌과학연구자들이 모두 증명했다 싶이 12세 이전부터 시작해서 배운 언어는 모두 모어 수준으로 장악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모어를 완벽하게 장악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중언어인으로의 성공사례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까이로 보면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 역시 성공한 이중언어 사용자이다. 일본에서 태여나 어렸을 때 영국으로 이주하여 일본어와 영어 두가지 언어와 문화권에 익숙했던 그는 작품 창작에서 자신의 태생적 우세를 충분히 활용하여 영국성과 일본성, 서구성과 동양성이 혼종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세계인의 인정을 받았다. 또 200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4 브라질월드컵 주제가를 부른 유명가수 샤키라(夏奇拉) 역시 레바논계(아랍) 아버지와 스페인(카탈루냐)-이탈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여난 환경우세를 리용하여 아랍과 라틴계 등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요소들을 통합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음악색채를 형성했고 그게 세계에 통하게 되였다.
   사람은 자기답게 살아야 경쟁력이 있고 민족도 자기가 잘하는 걸 해야 한다. 가장 민족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 건 아직까지 통하는 론리다. 부디 경계에서 태여난 이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도 밝고 순탄한 진달래 꽃길이 펼쳐질 수 있기를… 


  참여 안내:
   “달팽이 약속”에 투고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QR코드를 스캔하시고 친구추가 해주세요! 받은 작품은 심사후 발표 여부를 결정합니다.
 


 
 
监制:金光永

审稿:赵香兰
编辑:具瑞琳
制作:崔月丹
하단의 “阅读原文”을 클릭하시면 “아리랑쇼(阿里郎秀)”프로그램을 시청할수 있습니다.
阅读原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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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吴基活
  • 删除未精选
  • 참훌륭한 글입니다.우리 민족교육을 보존하기 위하여 중책을 지고있는 우리민족간부들이 민족의 사명을 지니고 제구실을 해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우사모를 지키느라 상급의 지시릏 그저 예예하면서 따르지만 말고 모주석의 "10대관계를 론함"을 무기로 나서야 합니다. 만약 하늘나라에 계시는 주덕해, 리정문, 김학철...등 민족간부들과 민족을 지키는 문학가...들이 이 글을 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파할가요? 주1급어르신들과 연대령도, 학자들이 우리민족을 지키기에 주저없이 용맹히 떨쳐 나서시오...
  • 吴基活
  • 删除未精选
  • 이문제에서 우리민족만 나서면 협애한민족문제라는 모자를 씌우거나 쓸수있는데 유지한족들이 나서서 "민족문제와 외교에는 작은일이 없다"로 적극 나서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민족의 대언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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精选留言
  • 莲粉
  • 1
  • 우리 민족의 언어와 글, 나아가 민족 력사와 문화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 내지 고뇌... 누구나 깊이 사고해야 할 과제가 아닐는지?
  •  
  • 图腾诗人 南永前(朋友)
  • 1
  • 是的,如何搞好两种语言教育是个大课题,现在的状况不能不令人担忧!
  •  
  • 冠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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