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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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호작가를 말한다
2009년 09월 07일 23시 15분  조회:9098  추천:79  작성자: 박문희
 

유순호작가를 말한다

 

--칼럼집 <사람살이 때맛나는 세상>에 부쳐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유순호 작가의 칼럼집 "사람살이 때맛나는 세상"이 출간된다면서 서문을 몇자 적어달라는 부탁을 직접 유순호 작가로부터 받았다. 내가 쓰는게 적합하겠냐고 했더니 "선생님에게는 저그만치 30년이라는 기자생활을 해온 경력이 있지않는가"면서 재차 요청해왔다.

   그런데 30년 기자경력보다는 이제 사귄지 겨우 얼마 안되는 유순호 작가, 그것도 인터넷상으로 만났고, 인터넷상으로 유순호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오면서 나는 유순호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짬짬의 시간을 타내어 그의 대량의 작품을 두루 섭렵하게 되었다. 그만큼 유순호 작가의 작품들은 매력적이며 특히 중국의 조선족 출신 작가들속에서는 독특하게 빼여난 작가임을 나름대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음을 먼저 밝히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다.

   그동안 내가 읽은 유순호 작가의 작품은 소설, 수필, 칼럼을 포함해서 다양하다. 특별히 이번에 계열로 출판되는 "유순호문학전집"중 칼럼집에 실리게 되는 50여편의 칼럼속에는 내가 공개 마당에서 긍정적인 인상담을 발표한바 있는 글도 여러편이 있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서 나는 이 칼럼집에 서문을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미 인터넷상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순호 작가의 칼럼에는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체제인 나라에서 수많은 사상문제점들을 야기시킬수 있는 글들이 적지 않으며 실상 중국의 조선족 독자들은 유순호 작가에 대하여 서로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유순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나를 포함해 다수인 반면에 유순호 작가를 상당하게 미워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바, 그들은 주로 중국 조선족 문화분야의 기득권세력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최근 몇 달사이에만도 유순호 작가는 그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죄목들을 선사받았는데 그런 죄목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무슨 "악질반화세력"이니 "미국망명작가"니 그 외에도 수두룩한 "반화작가", "반중국작가", "반체제작가", "반혁명분자", "달레라마를 두둔한 작가", "경외불순세력", "공산당을 반대하는 작가" 등 죄목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듣기에 따라서는 참으로 열 두번도 더 기절초풍할만한 것들이었다. 적어도 나는 이런 죄목들이 생겨나게 된 문제의 칼럼들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주고싶었다. 그것이 다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나의 직업적 의무이기도 하겠지만,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한 작가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우리 사회가 절대로 집단적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싶어서였다.

   주지하는 바이지만 유순호 작가는 중국 조선족 출신 작가로 2002년에 미국으로 이민갔으며, 미국에서 지내는 지난 7년동안 그의 문학작품에서는 일대 비약이 일어났다. 특히 생계수단으로 신문사에 몸 담고 지내면서 수량상 적지만은 않게 써온 1천여편의 신문기사, 칼럼, 인터뷰, 기행, 논문 등 여러 가지 장르의 글에서 선정한 이 50편의 칼럼은 현재 변화중에 있는 중국 전역의 문화환경속에서도 여전히 고집스레 변화를 거부하고있는 조선족문단의 기득권세력이 저들의 기득이익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얼마든지 저들에게 위협으로 간주되는 유순호 작가를 사경으로 몰아가기에 좋을듯싶은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본 유순호 작가의 칼럼, 말하자면 본 칼럼집에 수록된 이 50편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수량의 칼럼 전체에서 흐르고 있는 경향은 결코 반중국이 아닌 짙은 친중국 성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른바 유순호 작가를 "반중국, 반체제작가"로 비판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글들로 "티베트사태 유감" , "정치는 야누스의 얼굴" , "베이징 올림픽을 결산한다"와 같은 글속에서도 대부분 유순호 작가의 자기 조국과 고향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과 사랑을 읽을수 있었다.

   예컨대 제목만 읽어도 느낌이 섬뜩해보이는 "중국공산당은 개혁을 다시 개혁해야 한다"는 칼럼에서도 유순호 작가는 공산당의 일부 시책을 비판하지만 공산당이 집정하고 있는 중국정부에 대한 사랑과 애정으로 넘쳐있는바, 정부를 이끌고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사회주의 언론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숨기기만 하고 감추기만 하는 언론이 항상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손자병법에도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고 했는데, 남도 아닌 자기의 상황과 문제점도 과감하게 드러내놓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기도 아닌 남과 싸워서 이길수 있겠는가"고 묻고 있다.

   또 유순호 작가는 중국공산당은 일찍 2002년 제 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사회주의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할데 관한 몇 가지 중대한 결정"을 지었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으나, 입 가진 당 간부들이 회의 때마다, 연설 때마다 입만 열면 부르짖는 소리가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가 되었지만, 진정으로 무엇이 조화로운 사회인지를 많은 공산당원들이 아직 제대로 터득한 것 같지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정강이 태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오히려 중국사회의 현실 속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그리고 인간, 자연과 정권이 얼마나 서로 조화롭지 못하고 불편하며 서로를 적대시하고 서로를 기시하게 되었는가를 여실하게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유순호 작가는 이렇게 된 원인을 ‘공산당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에서 찾고있다.

   유순호 작가의 이 칼럼속의 몇 단락을 돌아보기로 하자.

   "마르크스에 의해 집필되어 23쪽 짜리 정치팸플릿에 담겨 이 세상으로 나올 때의 세계가 바로 그랬다. 산업혁명 후 자본가들에 의해 생산수단이 독점되면서 노동자들이 마땅히 가져야할 잉여가치를 자본가들이 모두 독식하여버리고 말았다. 굶주림과 압제에 시달리다가 죽느니 몸부림이라도 쳐보고 죽겠다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심정을 이 ‘공산당선언’이 대변하였고, 이 선언을 품에 안고 싸워왔던 공산주의자들은 노동자, 농민의 무산 대중, 즉 프롤레타리아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자본가도 때려잡고 국가도 전복시켜야 했다."

   "레닌과 스탈린은 이 혁명을 완성하기 위하여 거짓말이나 방화를 불사하였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이념을 철저하게 실천으로 옮겨갔다. 1956년 2월 소비에트 전당대회에서 소련공산당의 새 지도자 후루시쵸프가 폭로한바에 의하더라도 스탈린은 1936년에서 1938년 사이에, 10월 혁명 이전에 공산당에 입당한 사람 90%를 죽였고 그 후에 입당한 사람은 50%를, 군 장성급 60%를 처형시켰다고 하니, 이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자본가들의 압박과 착취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와 후과를 초래하게 되었던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칼럼에서 소련에 이어 신흥공산대국이었던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철두철미한 마르크스 레닌주의 숭배자였던 모택동은 역시 공산주의 혁명을 핑계로 중국인민들을 도탄속에서 허덕이게 만들었고 자신의 가장 절친한 동지였던 류소기를 비롯한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을 핍박한다. 이와 같은 전제와 폭력하에서도 죽지 않고 오또기마냥 살아남았던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하에서도 계급없는 사회, 모든 소유를 골고루 나눠가지고 평등하게 잘사는 지상천국 유토피아는 없었다. 그런 천국을 만들기 위해 자본가를 때려잡고 노동자, 농민, 무산 대중이 주인이 되어 돈과 재물을 공동 분배하자던 생산력의 모든 시스템이 다시 자본가의 손으로 슬슬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들 자본가, 기업가들에 대한 명칭도 중국 공산당의 당장속에서는 ‘선진생산력’으로 바뀌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등소평과 강택민, 호금도 등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들은 인간은 생태적으로 "소유욕"을 가지고 태어났고  "내 것"을 갖기 원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것"이 안 되고 "소유욕"을 만족시킬수 없을 때 누구도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지 않으며 누구도 창의력을 발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부르조아가 권력을 잡으나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잡으나 인간의 탐욕은 마찬가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탐욕들이 한 때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퇴치되는듯도 했으나, 사상운동만 하다보니 아무리 인민공사를 만들고 대약진운동을 하고 강제 노동을 시켜도 생산력은 올라갈 리가 없었다는 것이며, 결과 순수했던 공산주의는 모욕되었고 경제는 바닥이 났으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거대국가로 전락하고 말지 않았던가고 반문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불과 30여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미국과도 능히 대적할만큼의 위대한 경제강국으로 다시 부흥시킨 중국 공산당에 대하여 충분하게 긍정하기도 한다. 이 칼럼에서 작가는 중국의 13억 인구중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이 못사는 가운데 잘사는 선진생산력이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노동생산력의 잉여가치를 너무 많이 독식하는데서 그 어떤 강대한 파괴력을 가진 보다 무서운 사상이 새로 생겨날가봐 우려하면서 중국공산당에 바란다. 많이 가진자가 자각적으로 못 가진자에게 내놓지 않으니 이럴 때야말로 공산주의 혁명전통을 발휘하여 강압적으로라도 잘사는 자들의 세금을 많이 징수하여 못사는 농민들에게 나눠주어야 할 때가 왔으며, 그냥 나눠만 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절로 부유해질수 있게끔 돈도 주고 또 땅도 팔고살수 있게끔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개혁개방 이후, 문화대혁명이 결속된지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 중국의 일부 조선족 지성들은 극좌사상의 復古主義에 깊이 물젖어 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법이 없이 모든 현존 질서를 미신하며 이미 중공의 개명정책에 의해 관후한 언론환경이 상당정도 마련되어있음에도 낡은 사유방식에다 자신을 꽁꽁 묶어놓고 하고싶은 말과,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도 진실한 말을 할수 없게 구박한다. 말을 하는 것은 소통하는 것이고 소통해야 관계도 원활해지고 사상도 원활해진다는 것이 이 칼럼집에 담겨있는 모든 칼럼들의 주장이다.

   세상과 부딪치는 유순호 작가의 감히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깊이 파고들면서 보면 한편한편 자기 조국과 자기의 고향, 그리고 자기의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애정을 읽을수 있게되어 감동을 받는다.

   그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일부 시책에 대하여 비판할 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이 몸 담고 살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강도같은 나라", "도둑놈 같은 나라"라고 거침없이 매도한다. 바로 칼럼집 제목으로 선정된 "사람살이 때맛나는 세상"에서 미국식의 민주주의라는 것도 알고보니 "천박하다 못해 비속하기까지 하다"고 한탄한다. 또 "미국은 다극화 시대를 새롭게 대비해야 한다"는 칼럼에서는 미국이 "강압적인군사력은 뒤로 숨기고 강대한 경제력으로 ‘하드 파워’와 더불어 세계적인 인적교류 확대를 강화하고 일본이나 영국 독일 같은 잘 사는 나라들보다 저개발국지원을 대대적으로 늘이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적어도 가난한 북한을 독려할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 풍요로운 미국 땅에 남아도는 쌀과 기름과 고기를 그대로 썩이지 말고 없는 자에게 나눠주어야 한다"는 등 유토피아적 천진하면서도 아름다운 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시종 중국 국내에 몸을 담고 장기간 중국공산당의 언론사에서 평기자로부터 시작하여 부주필, 부사장으로, 이제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나는 유순호 작가의 칼럼들을 읽으면서 간단없이 충격을 느껴온것이 사실임을 고백한다. 중국체제의 입장에서, 그리고 중공당원이란 나의 입장에서 볼 때 유순호의 칼럼들에 문제점이 없는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바깥세상에 별로 습관되지 않은 우리가 반드시 버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작가의 글 한두편으로 또는 한 두 단락으로 문장 전체를 쉽게 부정해버리는 나쁜 습성이다. 이런 악성종양과도 같은 폐습에서 헤어나오면 우리는 한발 앞서 세상밖으로 나가 있는 유순호 작가의 보다 넓은 시각을 볼수 있게 된다. 활짝 트여있는 시각에서 자기 조국이 좀 더 잘하여 세계무대에서 가장 선진적인 리더국가로 성장하여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읽게될 때 어쩔수 없이 가슴이 뭉클해남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글 구석구석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유순호 작가는 분명하게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신봉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유순호 작가를 반공산주의 작가, 반사회주의 작가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목표가 미국에서 10년동안만 살면서, 서구문학을 배우는 것이라고 나에게 고백한바 있는 유순호 작가는 아마 철저한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때문에 10년 뒤에는 또 어디서 무슨 일로 살아가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그때에도 여전히 유순호 작가의 매력적이면서도 시원한 칼럼을 계속 읽을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그때 가서도 유순호 작가의 자기 고향과 자기 조국, 그리고 자기 민족에 대한 사랑은 여전할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온갖 유혹과 풍파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문학정신에 충직하고 자신만의 삶의 원칙에 충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그의 칼럼을 읽으면서, 그의 내일에 계속 쏟아져나오게 될 또 다른 칼럼들에서 작가의 한 길로 평생을 살아갈수 있는 바른 비결이 구경 무엇인지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낼수 있을 날이 이제 바로 눈앞에 다가오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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