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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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시리즈] ➀ 토템과 신화
2008년 01월 04일 05시 57분  조회:5771  추천:107  작성자: 박문희

[칼럼시리즈]우리 민족은 어디서 왔는가?(4)

 

➀ 토템과 신화

 

얼마 전 토템과 신화 문제를 가지고 중국과 한국의 사이버공간이 조금은 시끌벅적했다. 지난해 10월 31일 한국 梨花女大 중문과의 정재서(鄭在書)교수가 론문《중국신화속의 한국신화》를 발표한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정교수는 론문에서  “산해경중 염제, 치우, 과보, 풍백 등 동이계 신들이 고구려 고분 벽화에 출현함을 확인함으로써 우리는 잃어버린 한국신화에 한발 접근할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며 “공간적 차원에서 중국신화는 한 민족, 한 국가의 신화라고 할수 없으며 중국신화는 사실상 아시아의 다양한 신화를 뭉뚱그린 ‘동양신화’다”1)라고 주장했다.

 

이 론문 발표에 앞서 정재서교수는 《한국신화의 원형을 찾아서》란 글에서 “우리 민족은 지금의 한반도에서만이 아니라 드넓은 대륙을 무대로 살아온만큼 진정한 한국신화의 원형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빈약한 국내 문헌자료에 구애되지 말고 자료분석의 시야를 중국의 다양한 신화자료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론을 편적도 있다.

 

그의 론문이 공개되자 중국의 일부 매체들은 당일로 “정재수가 한국의 신화가 중국신화의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고 발표하여 중국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을 유발, 정교수를 비꼬는 글들이 넷사이트에 빗발쳤다. 이에 대해 정재수교수는 중국언론의 “왜곡보도”로 중국네티즌들이 그의 론문내용을 오해하고 있음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공교롭게도 작년 7월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중국신화학회 회장 엽서헌(葉舒憲)이 새책 《곰토템—중국 선조신화의 뿌리를 찾아서》를 발표, “황제집단곰토템설”을 펴면서 “곰토템은 동북아지역의 공동한 현상”이라며 나아가 “단군신화는 황제족과 한민족의 연결고리”이며 “(단군신화에 나타나는) 곰토템 신앙과 신화의 기술내용은 황제-화하(華夏)민족을 조선-한민족의 상고시대 문화기억과 연결시켜 주는 공동의 끈”2)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책이 나온지 4개월 만에 한국의 매체가 “단군신화의뿌리가 황제집단의 곰토템이라는 주장이 중국 연구기관의 한 신화학자에 의해 제기됐다”며  葉舒憲의 주장은 “단군조선을 부정하고 단군신화를 ‘한(漢)문화의 영향을 받은 중국문화의 반응’으로 폄하하고 신화, 전설시대를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라고 매도했다. 그러자 한국의 네티즌들도 엽서헌의 주장에 강렬히 반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일부 매체는 한국이 중국의 조상신화연구를 공격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그럼 정재서와 엽서헌의 학술주장이 과연 중국과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을 살만큼 잘못된 것인가? 그들의 론문과 저서를 들여다 보면 저자들의 의도와 저서의 실질적인 내용이 매체들에 의해 상당정도 오해 혹은 왜곡되고 있으며 설사 각자의 견해표달에 일부 토론해야 할 점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의 주장에 뚜렷이 드러난 중요한 공통점에 대해서는 매체들이 완전히 간과하고 있음을 금방 알수 있다.

 

공통점이란 무엇인가? 신화연구의 시야를 자국내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국외, 나아가 동북아, 유러시아까지 넓히고 있다는 점, 또는 그것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정재서교수는 “한국신화연구도 한반도 혹은 국내 자료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적 범주에서 다양하고 풍부하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엽서헌도 “곰토템은 유라시아대륙 및 북아메라카 전사시기 종교신앙의 공동한 주제의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글에서 대방 민족과 국가에 대한 비하나 불존중의 의도를 찾아볼수 없으며 오히려 서로간의 련결고리를 찾으려는 뜻깊은 노력을 감지할수 있다.

 

기실 현재 두나라와 민족과 민족간에 아직 불신감과 일부 감정의 장벽이 놓여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련결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매우 귀중한것이라고 봐야 한다.

 

일이 이쯤 벌어진 이상 우리는 이 토템과 신화문제를 그저 간단히 지나칠수만은 없다. 여기서 토템과 신화를 동시에 제기하는 것은 이 량자를 떼여놓고 말할수 없기 때문이다. 토템과 신화의 관계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천명한 사람으로는 아마 프랑스의 사회학파 창시자 E. 뒤르켐(涂尔干)을 짚을수 있을것 같다. 

 

뒤르켐에 따르면 토템이란 바로 부족 각계통의 표징이자 사회의 상징물이다. 토템의 神聖性은 토템동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원시인류의 자연에 대한 무지와 위구심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며 그것은 개체에 대한 사회의 초월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회는 성스럽고도 신비한 힘이다. 토템에 관한 이야기자 바로 신에 대한 이야기 즉 신화인데, 결국 그것은 사회에 대한 서술에 다름 아니다.3)

 

물론 뒤르켐의 견해와 다른 견해도 있다. 토템문화 연구는 1791년에 시작되여 지금까지 200년 남짓한 력사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학자들이 근거로 삼은 자료가 다르고 연구의 각도가 같지 않으므로 각자가 얻어낸 결론에 차이가 생기는것은 조금치도 이상할것 없다. 토템문화가 발생한 시간이 아득히 먼 옛날인데다가 사회의 발전에 따라 토템도 많이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뒤르켐의 론술에 대한 다음과 같은 리해에 커다란 흥취를 갖는다.

 

“사회의 상징물로서의 토템은 피부와 눈으로 느낄수 있는 형상으로 씨족군체내의 동질감을 제시하여 군체의 응집력을 강화하고 공동한 문화혈맥을 이어가며 공동한 문화기억을 보존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따라서 토템동물(조상)의 사적을 서사화(敍事化)한 신화는 사회문화기억을 유지하는 사회적기능을 가짐으로써 부족군체가 세세대대로 전하는 공동한 신앙으로 승화되는것이다.” 4)

 

신화는 허황한 것이라서 믿을수 없다는 과거의 생각은 오늘 많이 바뀌여 있다. 이전에는 하왕조와 상왕조까지도 신화시대로 취급되였었는데 그런 견해는 언녕 뒤집히고 지금은 염제, 황제, 치우 지어 그 전의 인물들도 실재인물(여러 사람의 사적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사례를 포함해서)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신화가 아주 허망한 이야기가 아니고 력사사실을 상당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고고학발견으로도 많이 증명된 터이다.

 

그러나 필자가 여기에서 관심이 쏠리게 되는것은 단순히 우리 민족 조상들의 토템이나 신화 그 자체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그것을 오늘날 부득이 련계시켜 보지 않으면 안되는 중국과 한반도, 그리고 우리 민족 자체의 현실문제와 련계시켜 생각해 봄으로써 오래 동안 우리를 곤혹케 해온 일부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보자는 것이다. 토템과 신화에 대한 진일보의 연구가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될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상고시대 우리 민족 선인들의 행적을 추적함에 있어서 우리는 토템과 자주 만나지 않을수 없으며 그것이 때론 추적의 관건적 고리로도 된다. 토템에 대해 여기서 장황한 해석은 면하고 필요시에만 구체문제와 결부해서 토론하려 하며 단 근래에 자주 거론된 토템의 품종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기로 한다. 실상 한국의 연구교수들이 토템의 범위는 대체로 그려 놓았으므로 우리의 인식에 별 무리는 없다. 

 

례컨대 한국 梨花女大의 허흥식교수는 “한국 고대신화의 토템은 범, 곰, 사슴, 고니 등 야생동물 뿐 아니라 해와 달과 북극성 등 천체를 내포한 천신이 있고 말과 소, 돼지 등 가축과 산천과 바위와 고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과 무생물이 포함되였다. 이 가운데서 맹수인 곰과 범은 불교에 의해서도 소멸되지 않은 대표적인 토템이고 그 가운데서 범은 곰보다 실제로 우세한 토템이였을 가능성이 크다.”5)고 하였고,

 

죽계선생은 《한국신화의 체계화방안 연구》란 글에서 “마을을 지켜줄수 있다고 믿어서 숭배하는 부락신의 형태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산, 바위, 연못 등의 자연물이나 나무, 바위, 뱀, 호랑이, 두꺼비 등의 동식물이 있는가 하면 상상의 동물에서부터 산신령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양상의 존재로 나타난다. 이러한 부락신화들은 신계에 있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하늘신이거나 강림한 신이 아닌 토템적인 성향을 지닌 신이라고 할수 있다”고 하였다.

 

송기정교수는 “또한 의자왕 20년(660년)에 땅속에서 거북이 나와 그 등을 보니 ‘백제는 둥근 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고 씌여 있었는데 이것은 곧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흥한다는 뜻으로 그 해에 라당(羅唐)련합군에 의하여 백제는 멸망하였다’는 《삼국사기(三國史記)》중 《백제본기(百濟本紀)》의 거북점기록을 볼 때 거북토템의 존재도 예상해 볼수 있다”6)고 하였다.

 

삼족오를 우리 민족의 토템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 여러 사서의 기재로 미루어보아 그것이 우리 민족만의 토템인것 같지는 않다. 기실 집안의 고구려 고분벽화나 한국의 씨름무덤, 쌍영총, 천왕지신총 등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에 많이 그려져 있는 삼족오(三足烏)를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공동히 태양의 신으로 널리 숭배한 전설의 새라는 견해도 많다. 삼족오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전한시대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춘추원명포(春秋元命苞)》라는 책이며 《산해경》에도 “태양가운데 까마귀가 있으니 세발달린 까마귀이다(日中有烏謂三足烏也)”`  `라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4,000년경의 앙소문화 유적지의 토기에서 처음으로 삼족오가 발견된 뒤 감숙성의 제가문화 유적지에서도 발견되였으며 료녕성 조양지구 원태자 벽화묘에도 삼족오문양이 있다. 삼족오가 중국의 신화가 만들어낸 산물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고구려의 삼족오는 그 형태가 중국과는 달리  단순한 까마귀라기보다는 봉황의 모습과 합쳐진 것 같이 독자적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이제 고대 여러 민족(이 가운데는 아직 분명치는 않지만 우리 민족의 선인들도 섞여있을 것으로 본다)의 토템을 간략해서 살펴보면, 하족(夏族)의 토템으로는 돌, 곰, 물고기, 룡 등 다수가 있고 화족(華族)의 토템으로는 꽃, 상족(商族)의 토템으로는 현조(玄鳥) 등 새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족(周族)은 룡, 새, 거북, 기린, 개, 곰, 자라, 벼, 호랑이 등, 진족(秦族)은 현조(玄鳥), 초족(楚族)은 곰, 자라, 양, 봉황, 물고기, 룡, 호랑이 등을 토템으로 했다. 북방의 고대민족중 흥안령 서쪽에서 바이칼호에 이르는 지역의 유목민들은 곰, 사슴, 개, 이리, 뱀과 새 등을 토템으로 숭배하였고 선비족의 토템은 일반적으로 사슴이라고 알려져있으며 거란인의 토템은 청우(靑牛)와 백마, 돌궐족계의 토템은 암이리, 흰매, 수리, 사냥매, 새매, 산양, 청응(靑鷹), 눈(雪), 사자, 수락타 등이 있으며 고대 강인(羌人)토템으로는 양, 호랑이, 모우, 백마, 삼랑(參狼), 원숭이 등이 있고 남방의 고대민족중 월인(越人)들은 주로 새와 뱀을 토템으로 삼았다 하며 남만(南蠻)민족은 주로 개를 숭배하였고 야랑인(夜郞人)들은 대나무, 파인(巴人)은 호랑이, 남조인(南詔人)들은 호랑이를 숭배하였다 한다.

 

이런 토템들이 거개가 신화를 산생했으며 그중에는 오늘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들도 많다. 《산해경》에 기록되여 전해진 신화만도 그 수가 적지 않은것이다.

 

고대부족들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토템신앙현상을 통해 우리는 각 부족 토템물의 상이(相異)함과는 무관하게 여러 부족 모두는 부동한 지역에서 역시 같거나 다른 동물 혹은 기타 자연물을 토템으로 삼으며 비슷한 방식으로 삶을 살았었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하지만 보다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것은 두말할것없이 우리의 직계 조상과는 다른 부족이 우리의 조상과 동일한 토템을 가지고있는 경우이다. 특히 대표적인, 혹은 중요한 토템이 동일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 토템으로는 아마 곰과 새를 들수 있을 것이다. 새를 대표적토템의 하나로 보는것은 새를 토템으로 한 蚩尤, 少昊가 우리 민족이 속하는 동이족의 수령이라는 견해에서 비롯된다.

 

지금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중국의 사학계에서 炎帝, 黃帝, 蚩尤를 중화민족의 3조(三祖)로 취급하고 있고 우리 민족의 상당수 학자들도 염제, 치우를 우리 민족의 조상으로 간주하고있다는것이다. 그리고 엽서헌씨는 유웅씨 황제의 영향이 심어준 상고적 기억이 동아시아의 가장 완벽한 곰토템신화인 단군신화를 산생시켰을수 있음을 암시하고있다. 그러나 이로 해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한 역발상적 해석이 가능하기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분명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커다란 의문을 던져주고있다--

 

“炎, 黃, 蚩는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인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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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梨花女大 정재서,《중국신화속의 한국신화》, 한국 비교민속학회《한국신화의 정체성을 밝힌다》학술대회 발표,  2007, 11, 1

2) 葉舒憲:《熊圖騰-中國祖先神話探源》, 上海文艺出版总社,  2007, 8

3) 刘宗迪:《图腾、族群和神话─涂尔干图腾理论述评》,《民族文学研究》,2006年第4期

4) 同上

5) 한국학중앙연구원 허흥식,《단군신화와 동아시아 민족신화의 토템에서 범의 위상》, 만주학회 제11차 학술대회 발표 론문집, 2005년 9월

6) 한국 리화녀대 송기정,《신화의 상상력과 문화-한국문화속 동양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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