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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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시리즈] 우리 민족은 어디서 왔는가?(1)
2007년 12월 18일 23시 05분  조회:5157  추천:127  작성자: 박문희

                                      들어가는 말

 

최근에 남영전의 “토템문화론”에 대한 토론이 진전됨에 따라 “우리 민족은 어디서 왔는가?” 가 주요한 문제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가 평소 범상하게 여기는 것과는 달리 이 문제는 확실히 의론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진로탐구(례컨대 우리 민족과 타민족간의 관계 확인과 태도, 방향 설정문제 등)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근년에 과학적가설과 최신기술수단에 의한 과학연구결과로 현생인류의 아프리카주기원설이 다수 과학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생인류다원발생설(혹은 우리 민족 본토발생설)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바의 “정설론”이 이한 주장을 받쳐주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건대 정설은 없다. 굳이 정설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이다.


구구히 례를 들 필요는 없지만 사회와 과학기술 각 분야가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이른 바의 “定說”이 깨지고 만 사례는 기수부지다. 우리 민족이 東夷에서 왔다는 견해는 필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며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바로 여기서 무수한 리론들이 심하게 부딪치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민족이 동이에서 왔으면 동이는 어디서 왔는가? 동이의 대표적 토템으로 곰과 새가 있는데 이 량자는 서로 무슨 관계인가? 이런 문제들 중에는 견해가 완전히 상반되는 것도 있고 지어 전혀 연구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서래설, 본토설, 동이설 문제 외에도 夏商周문제, 商 민족과 우리 민족 간의 관계, 이와 관련해서 귀복(龜卜)의 비밀문제, 단군신화에 대한 해석 문제, 우리 민족의 토템과 현실의 련계성 문제, 민족의 개념 문제, 우리 민족의 혈통문제, 민족의 융합, 혹은 동화문제, 中朝(韓)日 관계문제, 漢族과 우리 민족 성씨의 관계문제 등 수두룩한데 그중 일부는 알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따져보면 알 수 없는 것들이고 심지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어느 하나 정설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만한 것이 없다.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변화와 발견으로 가득 차있는 시대이며 무수한 리론과 주장이 공존하는 시대이며 서로 상대방의 주장에서 합리한 부분을 수용하면서 간단없이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시대이다. 과거에 존재한 적이 있었던 것처럼 한가지 주장이 다른 한가지 주장을 異端邪說로 몰아부쳐 단매에, 혹은 짜고들어 무자비하게 족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지 한참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런 력사적 교훈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무슨 문제를 가지고 서로간에 대화를 해도 견해 차이를 좁히는 결과를 도출해내기가 과연 힘들며 서로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설탕과 우유의 결합처럼 생산적이고 친화적인 분위기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토론에 림하는 진지한 태도가 십분 중요함은 바로 이에서 기인되는 것이다. 실제 토론현장을 봐도 그렇다. 일부 론자들은 토론에 림할 때 유물론자로 자처하면서도 유물론자답지 않게 토론상대가 제기한 모든 핵심문제들에 대해서 철저히 외면하는 반면 이미 거론된 문제를 이상한 각도에서 끄집어 내여 부각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시각을 흐리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겁한 태도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없을 것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도 초라해지는 건 그 자신일 뿐이다. 그러나 어느 날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꾼다 할 때 안팎의 사정도 확 바뀔 수 있음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오늘부터 필자는 우에 언급한 몇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개인의 견해를 시리즈형식으로 피력하고자 한다. 이 일을 먼 앞날로 미루기보다는 지금 의론하는 것이 나 자신의 혼돈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토론을 통해 서로 간에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으며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익무해하리라는 것, 이것이 나의 소신이다. 생각을 되도록 자유롭게 표달하고자 특별히 선후순서를 합리하게 짜느라 신경을 쓰지 않고 필자 자신의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올릴가 한다. 물론 이런 생각이 반드시 맞으리라는 보장은 있을 수 없다. 재료의 국한성은 말 말고라도 사고방식이나 사고방향에도 문제가 수시로 생길 수 있는 까닭이다.


때문에 모든 비평을 환영한다. 특히 중심문제에서 사실과 리치에 어긋나는 경우 매몰차게 꼬집거나 적당히 풍자하는 것도 기꺼이 접수할 것이다. 비평문장은 물론 도리에 의한 설득이 우선이다. 하지만 글의 생동성을 기해서도 대방의 인격이나 자신의 품위에 손상주지 않는 한 적절한 타매와 알맞는 풍자수법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아주 정상적인 표현으로, 지어 그것을 상대를 높여주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아가 독자들도 그것에서 미적감수를 받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니전투구(泥田鬪狗)식이 아닌 그런 생동하는 비평이 솔직히 매우 그립다.

목적은 단 하나다. 영양가가 있는 토론을 통해 불분명한 문제를 좀더 분명히 하고 그 행정에 사상문화의 수준도 어느 정도 제고할수 없겠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의 문단에 정상적인 비평문화의 풍토가 정착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2007년 12월 18일

장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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