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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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곡 (외 3수)
2021년 06월 24일 10시 09분  조회:1161  추천:0  작성자: 박문희

귀향곡 (외 3수)


박문희

 

넋 놓고 쳐다보는 노을의 꽃날개
바위숲 아래 북소리로 끓어 번지오
가는 구름 잡아 묶어 뱃놀이 하고
두 별 사이에 길 빼고 드론 날리오
 
배고픈 달구지냄새 노랗게 덥고
배부른 다리미숯불 빨갛게 맵소
땅속에 박힌 마당발 암초로 굳었지만
가지로 불거진 조막손 백년하늘 닮았소
 
살진 봄바람에 타들어가는 시간
취기어린 귀향시대 대문 두드리오
신들린 보석 풀어헤친 가슴
희대의 꽃무리로 타오르오
 
 
 

석 양
 

빛의 포물선 익는 소리
부채살에 매달리고
풍화된 폭포의 화석
백발의 비단 잉태하네
 
노을을 등에 지고
곤두박질하는 저녁 해
신들린 빨간 꼬리로
까만 영상 구워내네
 
달빛에 찍힌 나뭇잎들
밀어 주고받는 사이
바람이 가라앉은 호수
영마루 넘어가네
 
 

 
폭 서

 

피맺힌 가슴속에
눈시린 빙산 끓어번지고
불바람 우거진 바위 끝에
백년이끼 헐떡인다
 
시루에 찐 보석
바닥을 구르며 널뛰는 소리
산등성이에서 골물로 터져내리는
능구렁이 대군
 
투명한 날개 불사르며 달려와
꽃뱀으로 칭칭 감긴다
들숨날숨의 허리 잘라먹으며
빨간 세상 구워낸다
 
 
 
까만 눈동자
 
꽃샘추위 시작될 무렵
어디선가 기어 나온 애고사리에 잡혀
아렴풋한 그림 속으로 끌려들어갔네
 
산 너머 무연한 잔디밭
아지랑이 노는 곳에서
온 머리에 샛별눈 만발한 잠자리
엎어지며 달려오네
침묵이 다반사인 이파리지만
살집은 야무져 탐스럽네
 
살얼음 서걱서걱한 가슴벽위에
한껏 부푼 복수초로 피어났네
복수초로 피었다가
무지개로 사라졌네
 
착한 바람에 피곤한 눈 감고
흩어진 때깔조각 깁고 또 깁네
하얀 밤 빨간 양산 그늘 
동그란 파문의 머리는 가고
한없이 예쁜 눈동자만 남았네
 
눈시울에 앉은 파랑새 놀랠세라
산간 벽수 안개비속에 
소리 죽여 흐느끼네
 


《연변문학》 202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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