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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분으로 돌아가다
2014년 05월 23일 10시 11분  조회:1618  추천:0  작성자: 견이
     화담(花潭) 서경덕이 외출을 했다가, 길에서 울고 있는 한 젊은이를 발견했다.
    “넌 무슨 일로 우느냐?”
     그러자 젊은이가 대답했다.
     “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 앞을 못 본 지 20년째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집을 나왔다가 홀연 눈이 떠져 천지만물을 환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뻐하며 집에 돌아가고자 하니 길은 여러 갈래이고 집들도 비슷비슷하여 어느 게 제 집인지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말을 다 듣고 난 화담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집 찾는 법을 가르쳐주마. 너는 오랫동안 장님으로 지내왔다. 그러니 평소처럼 도로 눈을 감으면 저절로 네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젊은이는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려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걸어서 자기 집을 찾아갈 수가 있었다.
 
      **********

      빛과 형체가 뒤바뀌자 기쁨과 슬픔이 작용했으니, 이것이 곧 망상입니다.
      지팡이를 두드려 발이 가는 대로 걷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분수를 지키는 요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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