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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시인과 독자와 그리고...
2019년 09월 18일 22시 52분  조회:3492  추천:0  작성자: 죽림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시집이 읽히지 않는다는 지적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굳이 통계를 내지 않더라도 지하철이나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시집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집이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미디어에 노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쇄, 3쇄 발간도 어렵지 않다. 이는 출판계가 시름 앓는 현 시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과연 이 시집이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았어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어쩌면 시인과 독자는 미디어의 도움 없이는 만나기 어려운 관계까지 와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승하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독자와 시인의 멀어진 거리감’을 꼬집으며, 그 원인을 탐색해보는 자리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3층 세미나실에 마련됐다. 지난 1일 한국시문학아카데미와 심산문학진흥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이승하 중앙대학교 교수의 특강 “21세기 우리 시단의 문제에 대하여”이다.
...

행사를 시작하며 이승하 교수는 “권혁웅 평론가는 서정시의 시대는 갔다며 미래파를 거론”했으나, 미래파는 우리 시에 공로보다는 과오를 많이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며 이 교수는 전 고려대 교수인 최동호 시인의 “미래파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미래파의 등장 이후 시에서는 난해성이 심화됐으며, 독자와의 거리가 멀어져 오히려 미래성이 상실됐다는 진단이다. 더해 이승하 교수는 요즈음의 시는 지나치게 장형화, 산문화 되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동시에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김혜순의 “피어라 돼지”나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코쿠”, 김경주의 “기담”, 장석원의 “아나키스트”, “태양의 연대기” 등 미래파 시인들의 시집에는 이 두 가지 문제가 함께 드러난다고 예로 들었다. 10페이지가 훌쩍 넘는 시가 다수 수록되어 있으며 해석하기 어려운 복잡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하 교수는 “요즘 시집들은 되게 무겁다. 열 쪽이 넘는 시도 더러 있고 시 한 행, 한 행이 정말 어렵다.”며 “현대의 바쁜 삶 속에서 이런 시집을 열독하는 독자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중앙대학교 백일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승하 교수는 학생들이 산문시를 종종 써서 낸다며 “학생들이 쓴 산문시는 내재율조차 없는 일기에 가까워서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유행에 영향을 받은 학생들의 시가 운율과 함축성 등, 시의 본질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표명이다. 

<이승하 교수가 책을 읽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렇다면 독자와 시인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승하 교수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5.7.5조의 극도로 짧은 시 ‘하이쿠’가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옥타비오 파스나 파블로 네루다, 프랑스의 구조주의자이자 언어학자인 롤랑 바르트 등은 자신의 저서에서 하이쿠를 예찬했다는 것. 이 교수는 국내에도 하이쿠처럼 쉽게 이해되는 성질과 함축성, 리듬감을 가진 문학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17세기에 형식이 정립된 하이쿠보다 500년이나 긴 역사”를 자랑하는 향가나 고려가요, 민요, 경기체가 등의 ‘시조’이다. 

이승하 교수는 시조 시인들은 현재 20여 개의 문예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등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매캔 교수는 시조에 매료되어 한정판 영문 시조잡지 “Sijo”를 직접 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며 “일본이 하이쿠에 들이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시조를 알리는 데에 힘을 쓴다면, 우리 시문학 전반에 대한 외국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 교수는 바로 시조 시인들을 보며, 시인들은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의 시에도 쉽게 이해되는 성질과 간결한 함축성, 운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대는 인터넷으로도 대부분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시대이기에 더욱이 그러하다. 산문에 가까운 분량과 이해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난해성은 스마트폰을 든 독자들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 

<이승하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승하 교수는 시인과 문예지는 사람들이 시집을 외면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시조 시단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시인들은 모더니즘의 물결을 헤쳐 오며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신기하고, 기이하고, 세련된 것만을 써온 것은 아닌가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며 “시를 좋아하는 독자와 창작자가 멀어지는 이 문제에 대해 함께 탐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물론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생겨난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승하 교수는 “시를 널리 알려주려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무단으로 글을 퍼가거나 타이핑한 시를 웹사이트에 올리는 행위가 독자들이 시집을 구입하지 않고, 원작이 엉망으로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에 대한 이승하 교수의 시 “혜초의 시간”은 “해초의 시간”이라는 바다냄새 물씬 풍기는 제목으로 둔갑해 현재까지도 인터넷을 표류하고 있다. 

또한 시가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를 구분할 수단이 없어, 시인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일례로 이승하 시인은 “한 번은 평생교육원의 제자가 멋모르고 동명이인의 시집을 사와서는 ‘선생님 사인해주세요’라고 해서 당황한 적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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