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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자구"...
2018년 04월 16일 22시 41분  조회:2469  추천:0  작성자: 죽림

<병[病]에 관한 시 모음> 


+ 병에게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生)의 외경(畏敬)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는 무슨 일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說服)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조지훈·시인, 1920-1968) 


+ 병력(病歷) 

하루쯤 앓게 되면 
육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한 열흘쯤 앓게 되면 
목숨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고 

한 달포쯤 앓게 되면 
이 세상 삼라만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게 된다 

앓아 본 적이 없는 자여, 
어찌 삶의 깊은 맛을 짐작할 수 있으리 
(임보·시인, 1940-) 


+ 설사를 하며 

내 눈과 입이 모르고 섭취해 들인 것을 
내 몸의 레이더는 잘 감지해 처리한다 

독성을 지닌 음식물 
세균에 감염된 식품 

이들이 유입되면 몸의 레이더는 
경계경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수만 개의 장의 문들을 차단하고 
이들을 몸 밖으로 격렬히 추방한다 

몸 속에 저장된 수분들을 역으로 끌어내 
일시에 홍수를 만들어 이들을 퇴치한다 

이것이 설사 
내장의 청소다 

몸의 신비여 
배우지 않고도 이미 알고 있는 생명의 섭리 

까마득한 우주가 
내 몸 속에도 있다 
(임보·시인, 1940-) 


+ 병든 사람 

몸이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어려운 방정식을 푼다 
풀어야 한다 
혼자서 
하염없이 외롭게 
혼자서. 
(황인숙·시인, 1958-) 


+ 몸이 많이 아픈 밤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가주었습니다 
산이 늘 정신을 기대주었습니다 
태양은 낙타가 되어 몸을 옮겨주었습니다 
흙은 갖은 음식을 차려주었습니다 
바람은 귓속 산에 나무를 심어주었습니다 
달은 늘 가슴에 어미 피를 순환시켜주었습니다 
(함민복·시인, 1962-) 
  

+ 독감 

누군가를 
더 사랑하라며 타오르는 
몸뚱이. 
누군가를 더 그리워하라며 
타오르는 불길! 

너처럼 눈물 흘리리라 
너처럼 뜨거우리라 
사랑하리라 
불덩이 
고열로 
투쟁하리라 
(최종수·신부) 


+ 감기 

여름 내내 헹구어 내지 못한 
그리움 있어서 
그리움처럼 감기를 앓는다. 

바이엘 아스피린 한 알로도 
달래지지 않는 그리움이 
두통을 몰고 
모닥불로 내 온몸을 끓여 간다. 

창밖엔 우수수 우수수 
바람이 나무의 옷을 벗기고 
가을은 저 혼자서 깊어 가는데 
나는 지독한 감기를 앓는다. 
독한 그리움을 앓는다. 
(박명근·장애우 시인) 


+ 요통 

물통을 들다가 중심이 무너졌다. 
허리는 구부정해지고 
모든 길들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구부정해진 허리를 세우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부러진 곳은 없는지 x-ray를 찍었다. 
통증이 허리를 지배하는 동안 
조심스럽게 걷고 통증을 피해 누웠다. 
허리가 모든 것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요통이 나를 끌고 다니는 길에서 
문득 생각해 본다. 
통증도 없이 구부정해진 생각이 
나를 구부러진 길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의 척추를 세우는 일에 
너무 게을렀던 것은 아닐까? 
(박승우·시인, 1962-) 


+ 간(肝)의 반란(叛亂) 

60 먹은 노인과 마주 앉았다. 
걱정할 거 없네, 
그러면 어쩌지요? 
될대로 될 걸세...... 

보지도 못한 내 간(肝)이 
괘씸하게도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쪼무래기가 뭘 할까만은 
아직도 살고픈 목숨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원래 쿠데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수습을 
늙은 의사에게 묻는데, 
대책이라고는 시간 따름인가! 
(천상병·시인, 1930-1993) 


+ 뼈아픈 직립 

허리뼈 하나가 하중을 비켜섰다 
계단을 뛰어내리다가 
후두둑 
직립이 무너졌다 

뼈를 맞췄다 
삶의 벽돌이야 한 장쯤 어긋나더라도 
금세 다시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이었구나 
유충처럼 꿈틀대며 갔던 길을 
바로 서서 걸어돌아왔다 

온몸이 다 잠들지 못하고 밤을 새워 아프다 
생뼈를 억지로 끼워 넣었으니 
한 조각 뼈를 위하여 
이백여섯 뼈마디마디가 
기어코 몸살을 앓아야 했다. 
(윤성학·시인, 1971-) 


+ 손가락 한 마디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 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 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한하운·시인, 1919-1975) 


+ 벌(罰)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罰이올시다. 

아무 法文의 어느 조항에도 없는 
내 죄를 변호할 길이 없다. 

옛날부터 
사람이 지은 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없는 이 하늘 밖에 내세워놓고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罰이올시다. 
(한하운·시인, 1919-1975) 


+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마음보다 먼저 몸이 절벽이네 
몸에도 절벽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겠네 
절벽에 서니 
내 의지 오히려 약하지 않네 
병동은 드높고 흰옷들 눈부셔 
바람 없는 나의 생각들 나를 감당하네 
주유하는 주유소처럼 
링거를 꽂던 간호사들 
다른 병실로 옮겨가고 
나 아직 
뼈를 가는 어둠을 가졌으니 
두근거리며 오는 것은 두통이나 오한뿐 
병은 나를 지배하려 드네 
몸이 발전소는 아니었던 것이네 
침묵보다 병이 무거운 시간 
회의란 할수록 회의적이네 
무슨 문제가 내게 있었던 것일까 
문제라면 
몸에 병 없기를 바란 것이 문제라네 
병 없기를 바라 몸에 탐욕이 생긴 것이네 
그래서, 내가 나에게 말하기를 
병고(病苦)로써 나를 다스리라 하였네. 
(천양희·시인, 1942-) 


+ 몸살 

딱히 찾아올 사람도 없어 
이따금 외로움이 밀물지는 때 

불현듯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너 

끈질기게 들러붙어 
몸이야 많이 괴롭더라도 

너와의 꿈결 같은 
몇 날의 동거(同居) 중에는 

파란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는 정신 

왜 살아가느냐고 
무엇을 사랑하느냐고 

너는 말없이 
화두(話頭) 하나 던지고 가지 
(정연복,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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