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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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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시모음
2018년 03월 14일 23시 01분  조회:2288  추천:0  작성자: 죽림

<하늘에 관한 시 모음>

+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두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시인, 1917-1945) 


+ 하늘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을 때 
하늘을 쳐다봅니다. 
어머니도 
궂은일이 생기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저도 숙제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셋방살이 방 하나 
우리 집 식구들은 
하늘을 보고 삽니다. 
(박인술·아동문학가) 


+ 가을 하늘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윤이현·아동문학가) 


+ 그래도 하늘은 있다 

산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그리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산 위에 그려져 있다. 

바다 찍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찍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바다 위에 찍혀 있다. 
(이상문·아동문학가) 


+ 하늘 자리 

잎 날 때면 
하늘이 간지러워 
옴찔 
옴찔 
물러나 앉는다. 

한 잎 돋으면 
꼭 그만큼 
두 잎 돋으면 
꼭 그만큼 

하늘이 
자리를 비켜준다. 

비켜 준 하늘 자리에 
꽃이 핀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안개 속에서 

하늘은 늘 거기에 있네 
소리 없이 열려 있네 
구름떼에 뒤덮이고 
눈비에 가리워도 
늘 거기에 열려 
마알갛게 웃고 있네 
지금은 안개 자욱한 
저 산봉우리 너머로 
(안혜초·시인, 1941-) 


+ 하늘 위의 창문 

방패연을 높이높이 
띄웠다 

하늘 위에 커다란 
창문이 하나 
생겼다 

저 창문을 열면 
하늘 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다 내다볼 수 있겠다 
하느님의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이겠다 

방패연은 좋겠다 
저러다 
운이 좋으면 
하느님도 만날 수 있겠다 
(안도현·시인, 1961-) 


+ 엄마의 하늘 

엄마는 
맑은 시냇물에서 
빨래를 하시며 
하늘을 만나십니다. 

엄마의 하늘에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람도 흐르다 멈추는 곳 
거울보다 더 맑은 물 속에 
엄마의 따슨 마음이 
햇솜처럼 펴오르고 

등 뒤에서 잠이 든 
아가의 꿈도 
엄마의 하늘에는 
담겨 있습니다. 

맑은 물에 빨래를 짜듯 
엄마는 날마다 
나의 마음까지도 헹구시며 
엄마의 하늘에다 
비추어 보십니다. 

어둠이 없는 
그 하늘 속에 
내가 우뚝 서 있습니다. 
(함종억·아동문학가, 강원도 홍천 출생) 


+ 하늘 보기 

빚 막음 밥벌이에도 지친 육신 
몸살 깊어 
얼마나 오래 누웠던가 
후줄근히 젖은 몸 일으켜 
방을 나서니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아! 저 환장하게 푸른 하늘 

굳은 듯 바라보다 
눈물나서 
작업도구를 챙긴다 
부끄러워 
땀에 절인 작업복을 챙긴다. 
(김기홍·노동자 시인, 1957-) 


+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시인, 1958-) 


+ 하늘 

한 하늘 아래 
우리가 살고 있어요 

나는 여기에 있고 
님은 구름 저 멀리 계시지만 

님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나면 
가만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님도 지금 저 멀리에서 
내가 보고 싶어 

님도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래신다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요 

하늘 가득 
님의 모습이 있어요 

나를 향해 
살짝 미소지으시는 님 

보일 듯 말 듯 
님의 어여쁜 모습에 

터질 것만 같은 그리움은 
넘치는 사랑의 행복이 되어요 

이렇게 우리는 
한 하늘 아래 

하나의 사랑 안에 
살고 있어요 

나 님이 좋아 어쩔 줄 모르고 
님도 나를 좋아하는 

우리의 
작고 예쁜 사랑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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