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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서울 마포구의 한 도서관에 연 북콘서트에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쓰기 스타일이 대화 소재로 등장했다. ‘대통령의 글쟁이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북콘서트에 이들 대통령을 글로 보좌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특별 게스트로 북콘서트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평화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연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을 집필한 김택근 작가는 “김 전 대통령은 시대의 언어감각이 만연체로 흐르는 시대에 살았고 노 전 대통령은 급하게 급소를 찔러야 감동하는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두 전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면서 질문·답변을 할 때 보면 그 눈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말 속에 진실이 담겨 있다”며 “실수도 안 하고 이야기를 할 때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녹여 말씀을 했다. 그런 면에서 요즘처럼 말이 가볍고 독이 있는 시대에 그 분의 글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작가는 “김 전 대통령은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설명하는 글이고 노 전 대통령은 주장하고 논박하는 글이라 글 자체 성격이 다르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찾아서 했고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서 욕을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딱 한 마디로 누가 더 잘 쓰냐고 하면 노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택근 작가가 ‘반박’에 나섰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난 뒤 남긴 일기를 봤는데 정말 단문으로 쓰신다”며 “여든 살이 넘었는데 핵심을 가지고 그런 글을 썼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본인 이야기만 하고 앞서 갔다”며 “김 전 대통령은 ‘반발짝 먼저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두 작가 간 의견이 갈리자 양 전 비서관이 ‘중재’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의 글쟁이들을 모셨는데 자리가 너무 무거워질 것 같아서 미리 짠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전문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독서와 많은 사색을 하면서 절제하고 스스로 제어할 줄 아는 품성이 (글에) 드러난다”며 “참모들이 써준 글을 가필하는 수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식과 문제의식을 쭈욱 불러주고 어떤 키워드는 꼭 넣으라는 식으로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용광로에 넣어 딱 중간으로 하시는 분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보수와 중도, 진보세력이 양분되는 것을 보고 합쳐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러한 씨줄, 날줄을 엮을 사람은 양 전 비서관이다. 4년 후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연대, 연합을 잘하자”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이 문 대통령 당선 뒤 해외에서 지내는 것에 대해선 “문 대통령 성공을 위해 반드시 양 전 비서관이 필요하다”며 양 전 비서관의 청와대 입성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전 비서관은 조만간 출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더 훌륭한 사람이 돼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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