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숟가락> 시모음
2018년 02월 11일 01시 32분  조회:2399  추천:0  작성자: 죽림
다가오는 설명절, 중국 산시에 찾아온 명절 분위기!


<숟가락에 관한 시 모음>  

+ 외할머니의 숟가락 

외갓집은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여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을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의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쓰는가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고 마실을 가는가 
들은 바는 없지만, 그 지엄하신 신조대로라면 
변변찮은 살림살이에도 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 그릇의 따순 공기밥이어야 한다 
그것도 꾹꾹 눌러 퍼담은 고봉밥이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십년 만에 찾은 외갓집 
상보처럼 덮여 있는 양철대문 앞에 서니 
시장기부터 먼저 몰려온다 나도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출출하겠는가 
마실간 주인 대신 집이 
쥐여주는 숟가락을 들고 문을 딴다 
(손택수·시인, 1970-) 


+ 숟가락 

숟가락을 드는데 
어제는 
누가 사용했을까? 
누구의 입에 들어갔던 것일까? 
사용한 자국도 없이 
잘 씻기고 
반짝반짝 닦여서 
얇은 종이에 싸여 있지만, 
입과 입을 연결시키며 
우리들 모두 
한솥밥 나눠 먹는 
형제들로 만들고 싶어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따라 
밥을 뜨는 내 숟가락에는 
훈훈한 사랑이 구수하게 솟아나며 
내 입맛을 돋우는 것이었다. 
(박일·시인, 1969-) 


+ 목이 부러진 숟가락 

어머니는 목이 부러진 
내 알루미늄 숟가락을 버리지 않으셨다 
부뚜막 작은 간장종지 아래에다 놔두셨는데 
따뜻해서 갖고 놀기도 좋았다 눈두덩이에도 대보고 
배꼽 뚜껑을 만들기도 했다 
둥근 조각칼처럼 생겼던 손잡이는 
아끼기까지 하셨다 고구마나 감자를 삶을 때 
외길로 뚫고 간 벌레의 길을 파내시는 데 
제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내 몸은 
탄저병에 걸린 사과나 굼벵이 먹은 감자가 되어 
한 켜 껍질이 벗겨지는 것 같다 
숫제, 내가 한 마리 벌레여서 
밤고구마나 당근의 단단한 속살을 파먹고 있고 
내 숟가락은 아직 생기지도 않았고 
어머니는 외할머니 댁 추녀 밑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그런 벌레 알 같은 생각을 꼼지락거리기도 한다 
숟가락 손잡이로 둥글고 깊게 
나를 파고 나를 떼내다가 
지금은 없는 간장종지 아래에 
지금은 없는 내 목 부러진 숟가락을 
모셔두고 온다 
(이정록·시인, 1964-) 


+ 딱 한 가지 

숟가락 하는 일은 
딱 한 가지 

하루 종일 
놀다가 
아침 저녁 잠깐씩 
밥과 국을 떠 
입에 넣는 일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 한 가지가 
사람을 살리네 
목숨을 살리네 

고마운 숟가락 
밥숟가락!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숟가락 

너는 참 좋은 일만 한다 
내 몸에 좋은 것을 넣어 주려고 
매일 매일 내 입 가까이 
와서는 한 발 들여놓았다가 
다시 나가지 

아예 쑥 들어왔다가 
놀다 가는 것도 아니고 
먹을 것만 쏘옥 넣어 주고 
슬쩍 사라졌다가는 
다시 와서 한 입 주고 가지  

입맛 없을 때는 먹기 싫은데  
꼭 한 입 넣어 주고야 마는 너는 
참 대단한 녀석이야 
식사가 끝나면 시치미 뚝 떼고 
네 자리에 
얌전하게 들어가  
다음을 기다릴 줄도 아는 넌 
역시 멋진 녀석이야 
(한선자·아동문학가) 


+ 떡잎  

씨앗의 숟가락이다 

뜨겁지 않니? 
햇살 한 숟갈 

차갑지 않니? 
봄비 한 숟갈 

씨앗의 첫 숟가락이다 

봄이 아끼는 
연둣빛 숟가락 
(조영수·아동문학가) 


+ 수저  

아이가 두 시간째 주방에서 달그락거리고 있다 
몸져누워 먼 세상일인 듯 듣는 아득히 낯선 소리 
서툴게 부딪는 숟가락 소리, 
살아있다는 건 누워서 듣는 
달그락거리는 수저소리쯤 될까 
죽은 후에도 저 하나쯤 가져가고 싶은 소리 

숨이 끊어진 뒤에 마지막까지 남는 건 청각이라는데 
문득, 아버진 무슨 소릴 가져갔을까 궁금하다 

호흡기 떼기도 전에, 
글쎄, 시트 밑에서 통장이 여섯 개나 나왔는데 
우리도 모르는 통장이, 
관리는 누가 하냐 첫째는 멀리 있어 안 되고 
둘째는 좀 불안하고, 너는 생전에 아버지 애 먹여서 안 되고, 
아버지의 일생을 가볍게 들었다 놨다, 

마지막까지 통장통장 하던 소리, 육남매 덜걱대는 소리, 
태어나서 시작되고 
죽을 때 거두어가는 게 수저소리일 텐데 
그 소리 대신,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통장을 다 가져가신 셈이다 
(이규리·시인, 1955-)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50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란 "어린이"라고 해요... 2017-11-13 0 3381
849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쓰기에 최고가 될수 있어요... 2017-11-13 0 3057
84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요 동시를 자꾸 써봐야해요... 2017-11-13 0 2869
847 [작문써클선생님께] - 동요 동시에 "꼬까옷" 입히기... 2017-11-13 0 3213
846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야기 시"란?... 2017-11-13 0 3317
845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유아들에게 읽어줘야 할 동시류형... 2017-11-13 0 3506
844 동시야, 동시야, 어디에 숨었니... 머리꼬리 보인다야... 2017-11-13 0 3227
843 [노벨문학상과 시인]-"20세기후반 영어권에서 추앙"되는 시인 2017-11-13 0 3144
84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설교하지 않는" "언어봉사" 교수 시인... 2017-11-13 0 3152
84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아프리카인과 유럽인"을 넘나든 시인 2017-11-13 0 3433
840 윤동주눈 "나"를 고백한 시, "너머"를 상상한 시를 쓰다... 2017-11-13 0 2570
839 시작할때 형이상학적 이미지들 언어로 시적성채를 빚어야... 2017-11-13 0 3190
838 우리가 전혀 몰랐던 지구 반대편 아메리카의 시단 알아보기... 2017-11-13 0 2313
837 [노벨문학상과 시인] - 라틴아메리카 대표적인 "외교관"시인... 2017-11-13 0 3531
836 시야, 시야, 넌 도대체 무엇이니?!... 2017-11-13 0 2464
835 시는 "경계의 눈"을 가진 비평가를 만나는것이 즐거운 일이다... 2017-11-13 0 2247
834 시작은 하찮은것에서 소중한것을 길어내야... 2017-11-13 0 2458
833 [노벨문학상과 시인] -"서정적 비가"시인, "학교중퇴생" 시인... 2017-11-13 0 2401
83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초현실주의적 "외교관" 시인... 2017-11-13 0 2386
83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인민시인"으로 추대되였던 시인... 2017-11-13 0 2072
830 시의 령혼이 빛나고 있는 곳은 실재계, 상징계, 영상계에 있다 2017-11-10 0 2229
829 [노벨문학상과 시인] - 력사를 "시적인 론문"으로 쓴 시인... 2017-11-06 0 4662
828 [노벨문학상과 시인]젊은이들속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시인... 2017-11-06 0 3878
827 [노벨문학상과 시인] - "자유시의 대가"인 시인... 2017-11-05 0 3606
826 [노벨문학상과 시인] - 음악가로부터 문학의 길을 택한 시인 2017-11-05 0 4048
825 [노벨문학상과 시인]소설가인 년상(年上) 녀인과 재혼한 시인 2017-11-05 0 4396
824 문인들 컴퓨터의 노예가 되다... 2017-11-03 0 3665
823 "가짜 詩"와 "진짜 詩"... 2017-11-03 0 5076
822 [노벨문학상과 시인]"유대인 민족의 비극을 대변한" 녀류시인 2017-11-03 0 3644
82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촉망되는, 촉망받은" 외교관 시인 2017-11-02 0 3688
820 [노벨문학상과 시인] - 고향을 "서사적인 힘"으로 노래한 시인 2017-11-02 0 3628
819 [그것이 알고싶다] - 일본 녀고생들은 윤동주를 어떻게 볼가?... 2017-11-02 0 2421
818 "배추잎같은 엄마의 발소리 타박타박"... 2017-11-01 0 3039
817 [노벨문학상과 시인] - 중국 상하이, 베이징 주재 외교관 시인 2017-10-31 0 3879
816 [노벨문학상과 시인] - "모더니즘 시인들 운동"의 지도자 시인 2017-10-31 0 3888
815 [노벨문학상과 시인] "벌거벗은 시"로 리행과 리정표가 된 시인 2017-10-31 0 3468
814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메달 출시되다... 2017-10-31 0 2227
813 시성 타고르의 시와 그리고 오해, 진실... 2017-10-30 0 4207
812 천년의 그리움이 만년의 강 따라 흐르고... 2017-10-30 0 3237
81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아세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탄 시인 2017-10-30 0 4520
‹처음  이전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