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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시모음
2018년 02월 06일 00시 57분  조회:2313  추천:0  작성자: 죽림

<자연에게 사죄하는 시 모음>  


+ 목련에게 미안하다 

황사먼지 뒤집어쓰고 
목련이 핀다 

안질이 두렵지 않은지 
기관지염이 두렵지도 않은지 
목련이 피어서 봄이 왔다 

어디엔가 늘 대신 매 맞아 아픈 이가 있다 
목련에게 미안하다 
(복효근·시인, 1962-) 


+ 소스라치다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뭇 생명들 
(함민복·시인, 1962-) 


+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게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 해나 걸렸다. 
(박희순·아동문학가) 


+ 전철 안에서 

잠시 멈춰 선 전철 안으로 
나비 한 마리 날아들었어요 
길을 잃고 날아다니는 나비를 
아저씨 한 분이 
신문지로 내리쳤어요/나비는 
은빛 가루를 흩뿌리고 떨어지고 
사람들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신문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바닥에 떨어져 
날개를 파르르 떠는 나비 위로 사람들이 지나갔어요 
그때 구둣발 사이로 
작고 여린 손이 
나비를 가만히 들어올렸어요 
살랑살랑 봄바람도 일으켰어요 
(고광근·아동문학가, 1963-) 


+ 나무와 사람 

나무들은 개들이 와서 똥을 누어도 
빙그레 말없이 웃는데 
나무들은 개미들이 가지 끝까지 기어올라와도 
아낌없이 자기의 온몸을 내맡기는데 
사람들은 개들이 와서 똥을 누면 
이 개새끼야 하고 냅다 발길질을 해대고 
개미들이 어쩌다가 안방을 기어다니면 
보이는 족족 손끝으로 죽여버린다 
(정호승·시인, 1950-) 


+ 산의 눈물 

아버지랑 산에 가서 
두릅을 따고 
다래순도 따고 
취도 뜯었다 

비빔밥 해 먹으려고 
어머니가 산나물을 데치는데 
냄비 속 물빛이 푸르다 
산 빛깔이 우러나왔다 

산나물이 냄비 속에서 
푸른 눈물을 흘렸구나! 
푸른 피를 쏟아냈구나! 

산에게 미안해서 
슬그머니 산을 쳐다보니 
산은 꿈쩍 않고 푸르다 
(김은영·아동문학가) 


+ 나무에게 사죄하다 

먹고살기 위해 출판사에서 일했어요 
십 년이 넘었지요 
한 권이라도 더 팔리는 책을 내려고 
하이에나처럼 저자와 독자를 괴롭혔어요 
아들을 데리고 
약수터에 물 뜨러 갔다가 
참나무들이 베어져 넘어진 것을 보았어요 
나무는 베어서 뭐해 
뭐 종이도 만들고........ 
그 동안 내가 벤 나무는 얼마나 많을까요 
어쩌면 시베리아의 숲 하나가 사라진 건 아닐지 
나무와 버섯과 사슴과 호랑이가 
내가 만든 책 때문에 죽어간 것은 아닌지 
평생 마시는 물이 수영장보다 크다길래 
샘을 보면 미안한데 
이제 열세 살 난 아들 뒤로 
참나무들이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어요 
(전윤호·시인, 1964-) 


+ 나도 모르는 사이 

술 챈 아저씨 눈엔 
길 건너던 민수가 
안 보였다는데, 

차 사고로 
하늘나라 간 민수 생각에 
땅 보고 간다 

내 발 밑 아슬아슬 피해 달아나는 
개미들 보았습니다. 
엄마 개미, 새끼 개미, 친구 개미.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제 맘대로 달리는 
버스였습니다. 
(장세정·아동문학가) 


+ 내가 몰랐던 일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저녁밥을 기다리던 
수백 개의 거미줄이 나도 모르게 부서졌고 
때마침 오솔길을 횡단해가던 
작은 개미와 
메뚜기 투구벌레의 어린것들은 
내 구둣발 밑에서 죽어갔다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방금 지나간 두더지의 땅속 길을 무너뜨려 
새끼 두더지로 하여금 
방향을 잃어버리도록 만들었고 
사람이 낸 길을 초록으로 다시 쓸어 덮으려는 
저 잔가지들의 애타는 손짓을 
일없이 꺾어서 무자비하게 부러뜨렸다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풀잎 대궁에 매달려 아침 햇살에 반짝이던 
영롱한 이슬방울의 고고함을 
발로 차서 덧없이 떨어뜨리고 
산길 한복판에 온몸을 낮게 엎드려 
고단한 날개를 말리우던 잠자리의 사색을 깨워서 
먼 공중으로 쫓아버렸다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이처럼 나도 모르게 저지른 불상사는 
얼마나 많이도 있었나 
생각해보면 한 가지의 즐거움이란 
반드시 남의 고통을 디디고서 얻어내는 것 
이것도 모르고 나는 산 위에 올라서 
마냥 철없이 좋아하기만 했었던 것이다 
(이동순·시인, 1950-) 


+ 도토리가 내려다보면서 

파란 도토리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란다. 

겨울 양식으로 삼는 
다람쥐도 잘 익을 때까지 
점잖게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장대로 
마구 두들긴다 
참고 기다리라고 
외쳐도 못 알아챈다. 

어린 형제들은 
아프다고 울면서 
살려 달라고 야단인데. 

지난해 그 사람들 
또 와서 죽도록 괴롭힌다 
이 산에 못 오게 할 수 없을까. 
(김상문·아동문학가) 


+ 이 괴로움 벗어 누구에게 

산을 올라가다가 이 괴로움 벗어 
누구에게 줄까 하다가, 
포크레인으로 파헤친 산중턱 
뒤집혀 말라가는 나무들을 보았다 
박명(薄明)의 해가 성긴 구름 뒤에서 
떨고 있는 겨울날이었다 
잘린 바위 틈서리에서 부리 긴 새들이 
지렁이를 찢고 있었다 
내 괴로움에는 상처가 없고, 찢겨 
너덜너덜한 지렁이 몸에는 
괴로움이 없었다 
(이성복·시인, 1952-) 


+ 위대한 스승 -자연에 바치는 노래 

거리에 나서면 
서로 다투어 서있는 드높은 빌딩과 간판들 
술집, 다방, 당구장, 호텔, 오락장, 목욕탕 
약방, 병원, 성당, 교회, 학교, 경찰서 

문명 사회의 통계를 보면 
수천 배 수만 배 늘어난 온갖 범죄와 질병들 
구석구석 병든 지구 위에 
굶주림과 전쟁의 상처 낭자하다. 

노는 문화가 건강을 좀먹고 
약과 병원이 병을 키우고 
성당과 교회가 사랑을 가두고 
경찰서와 법원이 범죄를 보호하고 

마침내 지구는 거대한 정신병동 
온갖 문명의 쓰레기 넘치는 곳에서 
반생명의 과학, 자연을 파괴하고 죽이는 
살인의 지식이 생명을 모독하고 있다. 

자연은 말없는 위대한 스승 
한 잎 풀잎의 속삭임 앞에 
가만히 무릎 꿇고 귀기울일 때 
병은 절로 낫는다. 
흙은 생명의 자양, 
햇살과 공기와 물은 생명의 보약, 
병은 낫는 게 아니라 지니고 산다. 

3백 여개 뼈마디 속마다. 
구절양장 오장육부 구석구석마다. 
은밀한 속삭임 있어 귀기울이면 
동맥을 타고 피가 흐른다 
경락을 타고 우주가 속삭인다. 

병은 생명의 스승 
수억 개 세포와 온갖 세균의 공존공생까지도 
사람을 숨쉬게 한다. 
스스로 치료하는 명의가 되게 한다. 
오 위대한 화타(華陀)여 자연이여 
(문병란·시인, 1935-) 


+ 자연을 위한 기도 

생명의 하느님, 
다른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소서. 
그들이 숲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기억하겠나이다. 
그들이 도시에서 겪는 푸대접을 기억하겠나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보호자, 섭리자의 역할을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주게 하소서. 
우리가 들짐승을 잔인하게 대하지 않도록 금지하소서. 
존경심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을 우리에게 주소서. 
나보다 약한 피조물을 경애하도록 가르쳐 주소서. 
모든 생명의 물줄기는 당신의 생명에서 흘러나오는 것. 
생명이란 지금도 우리에게는 신비일 뿐, 
우리가 짐승과 새와 친하도록 도와주소서. 
그들의 배고픔과 목마름, 피곤함과 추위, 
집을 잃고 헤매는 고통에 공감하도록 도우소서. 
우리의 기도 속에 그들의 어려움도 끼워 넣도록 도우소서. 
(조지 마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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