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월 2025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콩나물> 시모음
2018년 01월 09일 20시 08분  조회:2222  추천:0  작성자: 죽림

<콩나물에 관한 시 모음>  


+ 콩나물은 서서 키가 큰다 

콩나물이 그렇다. 
대개 머리가 위로 올라가면서 
키 크는 것과 달리 
발이 뻗으며 
키가 큰다. 

하늘을 넘보지 않고도 
할 일을 다 하는 셈이다. 

단순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법을 깨친 
수도승처럼 
담담하고 단호하게 
발을 뻗는다. 

콩나물은 서서 키가 큰다. 
(김성옥·시인) 


+ 숨쉬는 일에 대한 단상 

항아리 속 검은 보자기 아래 
노란 꽃술들, 
살짝살짝 보자기를 들어올리며 
고르게 숨을 쉰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끼얹을 때면 
하루가 다르게 살 차 오르는 
둥글 달을 보는 것 같은데 
물관부를 따라 물길어 나르는 
노랫소리에 맞춰 
4분 음표들, 방안을 뛰어 다닐 것 같은데 
        
숨쉬는 일이란 
틈새를 비집고 촘촘한 영토를 다스리는 일, 
고개를 떨군 채 
生을 수직상승 시키는 일이다 
(이가희·시인, 1964-) 


+ 콩나물에 묻다 

무엇에 놀란 삶이기에 
저토록 노랗게 질린 얼굴일까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삶이기에 
저토록 무거운 머리를 이고 있을까 

온몸이 뿌리가 되어버리고도 
어떤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저토록 힘든 모습일까 

얼마나 지독한 사랑을 앓았기에 
저토록 허연 뱃속까지 드러나 있는 것일까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토록 일생을 고개를 떨구고 들지 못하는 것일까. 
(이용채·시인) 


+ 콩나물 시루  

추, 추, 추, 요강에 오줌을 누며 
할머니가 치를 떨었다 
잠든 콩나물시루에 몇 바가지 물을 내리고 
할머니는 다시 누웠다 

콩나물 무수한 대가리들이 
노란 부리를 벌려 물을 받아먹었다 
콩나물의 몸을 빽빽하게 빠져나온 물이 
밑 빠진 독의 구멍을 타고 흘렀다 

방안은 깊은 동굴이 되었다 
똑, 똑, 똑,..... 
콩나물 시루의 물방울소리 
식구들의 잠을 뚫고 
억만 년 동안 떨어졌다 

천장에서 무수한 石柱들이 내려왔다 
(정병근·시인, 1962-) 


+ 다시 나에게 쓰는 편지 

콩나물은 
허공에 기둥 하나 밀어 올리다가 
쇠기 전에 머리통을 버린다 

참 좋다 

쓰라린 새벽 
꽃도 열매도 없는 기둥들이 
제 몸을 우려내어 
맑은 국물이 된다는 것 

좋다 참 
좋은 끝장이다 
(이정록·시인, 1964-) 


+ 콩나물국, 끓이기 

사내는 뚝배기 속으로 
지휘봉을 가져간다 
도에서 끓기 시작한 뚝배기 속의 음표들을 
사내는 지휘하듯 휘휘 내젓는다 
음계는 금세 높은음자리로 음역을 높인다 
이 음악은 너무 뜨거워 맛보기가 힘들다 
사내는 입술을 오므려 솔,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이 뚝배기 속으로 뛰어든다 
음악소리가 완전히 익기까지는 
시간을 조금 더 끓여야한다 
사내는 잠시 식욕을 닫고 
기다리는 동안 창 밖을 바라본다 
창 밖 나뭇가지가 세상을 휘젓는다 
공중 부양하는 수많은 손바닥들 
손대기에도 너무 뜨거운 세상 때문이다 
땅의 뚝배기 속에 떨어지기도 전에 
나뭇잎이 몸을 굴린다 
사내가 삶의 안쪽으로 몸을 돌린다 
뚝배기가 심장처럼 펄펄 끓어오른다 
뚝배기를 식탁 쪽으로 옮긴다 
사내는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에 숟가락을 끼운다 
뜨겁게 김이 오르는 음표들을 입으로 분다 
음표들이 낮은 음계에 도달한다 
뒷모습이 콩나물인 사내가 
음악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한 소절의 생이 고스란히 입안에서 씹힌다 
창 밖 저녁노을이, 
얼큰하다 
(이동호·시인) 

------------------------------------------------------ 
+ 콩나물에 대한 예의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대가리 쥐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복효근·시인, 1962-) 


+ 콩씨네 자녀 교육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정채봉·아동문학가, 1946-2001) 


+ 콩나물 가족 

아빠는 회사에서 물먹었고요 
엄마는 홈쇼핑에서 물먹었데요 
누나는 시험에서 물먹었다나요 

하나같이 기분이 엉망이라면서요 
말시키지 말고 숙제나 하래요 

근데요 저는요 
맨날맨날 물먹어도요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 
(박성우·시인, 1971-)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내 연못에서...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 ///[연합뉴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10 근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 - 소쉬르 2017-10-30 0 3440
809 시는 낱말의 조합으로 초자연적인 길을 열어야... 2017-10-30 0 2229
808 [타산지석] - 100年 = 100人 2017-10-30 0 2850
807 시인은 예언적 신앙심으로 모든것에 사랑을 심어야... 2017-10-30 0 3044
806 [노벨문학상과 시인] - 문예부흥운동을 주도한 "상원의원"시인 2017-10-30 0 3980
805 [노벨문학상과 시인]생전 수상 거부, 죽은후 수상자가 된 시인 2017-10-29 0 3344
804 [노벨문학상과 시인]지도자 계급의 어용문인으로 전락된 시인 2017-10-29 0 3064
803 [노벨문학상과 시인] - 문학과 언어학의 부흥을 주도한 시인 2017-10-29 0 3505
80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제1회 노벨문학상 주인공으로 된 시인 2017-10-29 0 4126
801 [노벨문학상과 시인]비평가들로부터 절대적 인정을 받은 시인 2017-10-29 0 3526
800 [노벨문학상과 시인] - "새로운 시"의 동의어를 만들어낸 시인 2017-10-29 0 3588
799 시작에서도 싱싱한 화면으로 시정짙은 공간을 펼쳐보여야... 2017-10-28 0 3337
798 시작에서도 조각적 회화공간의 미를 창조해야... 2017-10-28 0 5748
797 시작에서도 선과 리듬으로 독자들을 끌어야... 2017-10-28 0 3033
796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알을 깨고 새세계를 연 시인 2017-10-25 0 7346
795 [노벨문학상과 시인] - 남아메리카 칠레 녀류시인 2017-10-25 0 3586
794 "마지막 잎새에도" 그는 "빛"이였다... 2017-10-25 0 2584
793 단 한번도 반복되는 하루는 두번 다시 없다... 2017-10-22 0 2736
792 "삶은 짧지만 하나의 강렬한 축제" 2017-10-21 0 2588
791 20세기 최고의 독일 시인 중 한 사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7-10-21 0 4245
790 "나는 내가 가진 모든것들을 당신에게 빚졌습니다"... 2017-10-21 0 2312
789 " 머리가 어질어질 뗑하게 만드는" 러시아 시인들 이름... 2017-10-21 0 2331
788 러시아 투사시인 - 표드르 이바노비치 츄체프 2017-10-21 0 3149
787 독학으로 배운 언어로 시를 쓴 노르웨이 과수원 농부시인... 2017-10-20 0 2504
786 시인 김용제는 "그림자", 시인 윤동주는 "빛"... 2017-10-20 0 2461
785 시작에서도 정적인것을 동적인것으로 출구를 찾아 표현해야... 2017-10-17 0 2113
784 [그것이 알고싶다] - 어린이들은 "어린이"를 알고 있는지요?... 2017-10-17 0 4196
783 "어린이"와 방정환 그리고 "강도" 2017-10-17 0 4953
782 "내 쓸개를 잡아 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2017-10-17 0 2142
781 시비(詩碑)에 또 시비(是非)를 걸어보다... 2017-10-17 0 2731
780 "반달할아버지"가 "반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다?!... 2017-10-17 0 2014
779 "반달할아버지"와 룡정 2017-10-17 0 2057
778 "반달" = "하얀 쪽배(小白船)" 2017-10-16 0 3487
777 시인이라고 해서 다 시인이다?... 아닌 이도 있다!... 2017-10-14 0 1833
776 시인은 용기를 내여 치렬하게 작품을 쓰라... 2017-10-14 0 2312
775 [쟁명] - "꾸준히 실험시를 써보라"... 2017-10-14 0 2131
774 "반달"과 "반달 할아버지" 2017-10-14 1 3076
773 한줄기의 빛이었던 시인 - 윤동주 2017-10-13 0 2284
772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한 아이디어, 한 이미지를 갖고 써라... 2017-10-10 0 2111
771 "현대시는 암소, 하이퍼시는 암퇘지"... 2017-10-10 0 2476
‹처음  이전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