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녀성의 립장에서 쓴 시와 남성의 립장에서 쓴 시...
2017년 08월 28일 22시 42분  조회:2539  추천:0  작성자: 죽림

 

문정희 시인과 임보 시인의 은근하고 재밌는 시, 시~~

 

 

 

/문학소녀

 

 

 

 

 

몇 년 전 문정희 시인의 <치마>라는 시가 알려지자, 그 시에 답시를 한 임보 시인의 <팬티>가 알려지고,

 

 

그것이 마치 시 배틀인 양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또한 이들을 중재한다며 중재하는 시인의 시도 몇 편 나왔던 걸로 안다. 다시 읽어봐도 어쩜 이리 적나라한 듯, 야한 듯, 예술인 듯, 능청을 부리는 듯, 술술 쓰셨는지... 웃음도 나고, 고개도 주억거리게 된다.

 

 

이런 식의 화답시틀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16세기에 백호 임제와 기생 한우가 주고 받은 시, 역시 16세기에 송강 정철과 기생 진옥이 주고 받은 완전 찐한 시... 어쨌든 의도하지 않아도 이런 시 배틀, 순수한 시로 화답하는 문인들의 글들이 가끔씩 나와 준다면 시가 어렵고, 시가 재미없는 사람들에게 시를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인 대결로 국한하지 않고,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어서 하나의 주제나 소재로 시를 짓고 다양하게 화답시를 짓는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혼자 생각해 보고 상상해 본다.

 

 

1947년생인 문정희 시인, 1940년생인 임 보 시인... 고향이 전라남도이신 두 분 시인은 완전 솔직하신 게 공통점 같다. ㅎㅎ 여성의 입장에서 쓴 시, 남성의 입장에서 쓴 시...라는 게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블로그 이웃님들 중에서도 이미 아시는 분이 많이 계시겠지만, 이런 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실 지 자못 궁금하다. 재밌는 두 시를 읽다가 쏟아지는 햇빛이 참 눈부셔서 잠시 눈을 감아보는 오후다.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

 

 

팬티 - 임보

 

 

-문정희의「치마」를 읽다가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0 시는 산문적 운문(韻文)으로서 문학의 가장 핵심 장르이다... 2017-05-22 0 2530
489 윤동주론 / 김호웅 2017-05-20 0 2800
488 [그것이 알고싶다]-윤동주 비석에 새겨진 비문을 알아보다... 2017-05-20 0 2972
487 시인 윤동주의 녀동생 윤혜원녀사는?... 2017-05-20 0 2892
486 [그것이 알고싶다] - 윤동주 사진 살펴보다... 2017-05-20 0 2703
485 시인은 일상적 시각으로부터 탈피해야... 2017-05-20 0 2191
484 "어머니,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2017-05-20 0 2582
483 시작할 때 남의 글을 흉내내지 말아야... 2017-05-20 0 2459
482 [작문써클선생님들께]-(자료) 중고생들과 문학 대화하고싶다... 2017-05-20 0 3977
481 시는 극점에 달한 미적 언어이다... 2017-05-19 0 2803
480 훌륭한 시작품은 부단한 습작에서 얻은 시행착오의 결과물... 2017-05-17 0 2571
479 시를 통하여 시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지름길을 찾아라... 2017-05-17 0 2400
478 [쉼터] - 우리 말의 가치와 그리고 그 반성... 2017-05-15 0 2506
477 시어란 일상적 언어가 시작품의 재료로 선택될 때 일컫는 말... 2017-05-15 0 2985
476 시의 목표는 언어의 순수성과 일관성이다... 2017-05-13 0 3050
475 시는 찰나, 비극적 불확정적인 하나의 세계이다... 2017-05-13 0 3136
474 시인은 자화자찬에 빠지지 말아야... 2017-05-12 0 2751
473 "윤동주앓이" 2017-05-11 0 2736
472 시인의 특권은 감정의 표현을 누리는것이다... 2017-05-11 0 2711
471 시인은 습작에 습작을 거듭하는 아픈 작업을 련속 걸쳐야... 2017-05-11 1 2756
470 시인은 그 어떠한 령혼을 흔들수 있는 시를 써야... 2017-05-11 1 2646
469 시는 쉽고 군더더기 없는 시어로 다듬어야... 2017-05-11 1 2478
46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마음을 다스리는 글귀들... 2017-05-06 0 3954
46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파스칼 명언... 2017-05-06 0 3753
466 시인은 시의 구절구절 섬세한 언어적 쾌감을 줄줄 알아야... 2017-05-06 1 2588
465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7) 2017-05-06 0 2580
464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6) 2017-05-06 0 2511
463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5) 2017-05-06 0 3259
462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4) 2017-05-06 0 2788
461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3) 2017-05-05 0 2198
460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2) 2017-05-05 0 2834
459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1) 2017-05-05 0 2670
458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0) 2017-05-05 0 2648
457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9) 2017-05-05 0 2767
456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8) 2017-05-05 0 2552
455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7) 2017-05-05 0 2556
454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6) 2017-05-05 0 2531
453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5) 2017-05-05 0 2701
452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4) 2017-05-05 0 3518
451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3) 2017-05-05 0 2681
‹처음  이전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