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인은 시작에서 첫행을 어떻게 잘 쓸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2017년 02월 08일 18시 19분  조회:2888  추천:0  작성자: 죽림

5-4. 행(行)과 연(聯)에 대하여


5-4-1. 시의 첫 행

모든 일이 처음이 잘 되면 끝까지 순조롭게 잘 풀려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의 첫 행은 시 쓰기의 성공에 대단히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인들이 첫 행을 쓰는데 많은 고심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산문에 있어서는 서두의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중요합니다. 논문이나 설명문, 보고서, 평론문 등에서는 기승전결(起承轉結) 구도에서 서론에 해당하는 서두로서 산문의 개요를 파악하거나 주제에 대한 상황이 설정되는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시의 첫 행도 이와 같이 시의 출발이며 시작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시의 첫 행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표준이라고 할까, 무슨 원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시창작에는 뚜렷한 공식이 없는 것처럼 결국 시인들 각자의 개성이나 관습되어진 체질에 맞도록 연습하면서 숙달시키는 도리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의 첫 행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① 나타내고자 하는 주변 상황부터 주의 깊게 표현한다.
② 주제가 되는 글귀나 주제를 포괄하는 말이 되도록 주의 깊게 써 본다.

이러한 두 가지의 방법 말고도 더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시 쓰기의 혼란을 초래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우성 이 두 가지 방법만으로 연습을 하면 시 쓰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① 번처럼 사물의 주변 상황을 시의 첫 행으로 나타낸 작품들을 살펴봅시다.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알으고 있는
나뭇잎  
                       -- 정한모의 [가을에] 첫 연중에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노천명의 [사슴] 첫 연

지금 가시(可視)거리엔 밀려온 안개뿐이다
                         --졸시 [근시안] 첫 연

이 세상 마지막 날 저녁처럼
붉은 노을이 무겁게 떨어지던 오후
유채꽃 가득 핀 들판을 걷다가
                         --尹石山의 [유채꽃 가득한 들판에서] 첫 연

오늘도 어머니는
강물을 훔쳐 와
한 자락씩 줄에 너신다
누런 호박오랭이 썰어 말리듯이
                          --서지월의 [江물과 빨랫줄] 첫 연

무량수불전 앞 댓돌 밑을
눈 비비며 기어 나온
꽃뱀 한 마리
                           -- 김원길의 [개안(開眼)] 첫 연

이처럼 위의 작품들에서 보면 ‘가을’이나 ‘사슴’, ‘안개’, ‘유채꽃’, ‘빨래’ 그리고 ‘개안’이라는 시적인 소재나 주제의 주변을 먼저 접근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말이 첫 행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게 시 쓰기에서 이런 방법으로 첫 행을 꾸미는데 첫 행 쓰기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시 전체가 길어질 염려도 함께 있습니다. 왜냐하면 첫 행으로부터 시적인 상황을 열거하고 주제를 접근하기 때문에 진술이 늘어질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사물의 주변이나 상황의 설정만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시가 짧아질 수도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면 다른 시인들은 첫 행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예를 들어 봅시다.

아아, 사람은 약한 것이다. 여린 것이다. 간사한것이다.(한용운의 [이별])
개구리 울음만 들리던 마을에(박남수의 [밤길]
나 하늘로 돌아가리(천상병의 [귀천])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박재삼의 [추억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김춘수의 [꽃])
뭐럭커노, 저 편 강기슭에서(박목월의 [이별가])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이육사의 [절정]
강은 흐르면서 산다(박명용의 [은총])
마을이 떠나가도록 쓰르라미야 울든말든(이상호의 [증인])

한편 ②번과 같이 주제나 이미지가 포괄되는 말을 시의 첫 행으로 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창작의 단계에 까지 발전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시의 첫 행이 어떤 이미지나 상징으로 강하게 나타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純情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理念의 푯대 끝에
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대는
                             -- 유치환의 [깃발]

골목은 
흔들리는 木船이다
잠들은 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빠져 나가지 못한 매운 바람은
미친 듯 회오리치다가
그대로 나자빠진다
                              -- 문덕수의 [골목] 첫 연

온몸이 뜨거워질 때
책 속으로 길을 찾고
聖 . 프란체스코가 걸어간 길엔
눈물이 빗줄기로 때려치고
세찬 눈보라 
온몸을 마비시키더라도
조용히 맞아드리리라
                             -- 장윤우의 [꿈과 겨울의 詩 . 1] 첫 연

시작과 끝이 없는
신비의 발자국
상처 깊은 가슴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끝
                              -- 박후자의 [하늘은] 첫 연

얼마나 바램이 깊어야 맞닿을까
한 방울씩 떨어진 시간이 싹터
그 싹이 자라는 동안
태고의 얼굴은 먼 여로에 올랐다
                              -- 백경애의 [온달동굴에서] 첫 연

이 작품들의 제재는 ‘깃발’과 ‘골목’, ‘꿈, 겨울, 시’, ‘하늘’, ‘온달동굴’이지만 맨 처음 착상되거나 발상된 이미지 혹은 여러 이미지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이며 ‘골목은 / 흔들리는 목선’입니다. 그리고  ‘온몸이 뜨거워질 때 / 책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이며 ‘시작과 끝이 없는 / 신비의 발자국’이요 ‘얼마나 바램이 깊어야 맞닿을까’하는 의문입니다. 
이 중에서 문덕수, 장윤우, 박후자 시인의 경우는 둘 째 행까지 첫 행으로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창작의도가 한 개의 낱말이나 한 행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입니다.


아무튼 시의 첫 행은 시의 내용을 파악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

 

 

령(零) 
―이현호(1983∼ )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
뜬눈의 밤
매우 아름다운 한자를 보았다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조용히 오는 비 령(零)

마침 너는 내 맘에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므로
령, 령, 나의 零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비에 씻긴 사물들 본색 환하고
넌 먹구름 없이 나를 적셔
한 꺼풀 녹아내리는 영혼의 더께
마음속 측우기의 눈금은 불구의 꿈을 가리키고
零, 무엇도 약정하지 않는 구름으로
형식이면서 내용인 령, 나의 령, 내

 

 

영하(零下)

때마침 너는 내 맘속에 오고 있었기에
그리움은 그리움이 고독은 고독이 사랑은 사랑이 못내 목말라
한생이 부족하다
환상은 환상에, 진실은 진실에 조갈증이 들었다

령, 조용히 오는 비

밤새 글을 쓴다
삶과의 연애는 영영 미끈거려도       
      

 

 

피란길에 부모를 잃은 꼬마소녀가 임시로 보호받고 있던 한 농가에서 군인에게 인계돼 기차역에서 저를 실어갈 기차를 기다리다가 인파 속으로 달려가 사라지던 프랑스 영화 ‘로망스’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어디선가 들리는 “미셸!” 소리에 “미셸!?” 중얼거리며 두리번거리다 순식간에 튀어나간 것이다. 미셸은 그 마을에서 소녀를 보살피고 사랑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소년의 이름이다. 소녀가 ‘미셸’이라는 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문득 감정을 민감하게 자극하고 영혼을 움직이는 글자가 있다. 상상력을 건드리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말의 힘!

화자는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우연히 ‘조용히 오는 비 령(零)’을 발견하고 그 글자에 홀린다. 영(零)은 ‘떨어지다, 부슬부슬 내리다, 비 오다, 숫자 0’을 뜻하는 한자다. 첫 글자를 ‘ㄹ’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현재 우리글 문법의 두음법칙을 무시하고 굳이 ‘령’이라 함은, ‘영’보다 ‘령’이라는 발음이 더 생동감 있고 음악적이어서일 테다. 어쩌면 화자로 하여금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뜬눈의 밤’을 보내게 하는 사람의 이름이 ‘령’으로 끝나는지도 모른다.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하는 사랑하는 자의 고독이, 언어에 대한 섬세한 감각으로 자우룩이 펼쳐진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70 시인은 작품속에 삶의 몸부림과 고통을 버무려야 한다... 2017-04-03 0 2749
369 당신은 왜 시인의 험난한 길을 걸어가려 하십니까?... 2017-04-03 0 2399
368 시는 누구나 쓸수 있으나 아무나 시인이 되는것은 아니다... 2017-04-03 0 2567
367 시인은 시상(詩想), 시정(詩情), 시흥(詩興)을 깨울줄 알아야... 2017-04-02 0 2459
366 시인은 시상이라는 "낚시 찌"에 전신전령을 기울려야... 2017-04-02 0 2883
365 시인은 詩나무그루터에 오줌을 싸고 있었다... 2017-04-02 0 2485
364 형이상시에서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폭력조합시켜라... 2017-03-29 0 3006
363 형이상시는 불협화음속에서 기상천외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2017-03-29 0 2794
362 시인은 언어를 잘 다룰줄 아는 고급동물이다... 2017-03-29 0 2597
361 형이상시는 즉물시와 사물시를 포괄한 제3류형의 시이다???... 2017-03-29 0 2894
360 형이상시에서 객관적 상관물의 발견으로 통합된 감수성을... 2017-03-29 0 2440
359 형이상詩는 21세기의 시운동의 모델이라고???... 2017-03-29 0 2623
358 시인은 자연과 타인의 생을 기웃거리는 촉매자이다... 2017-03-29 0 2736
357 시에서 아방가르드 정신을 꿈꾸는 자는 늘 고독하다... 2017-03-29 0 2621
356 [시문학소사전] - 시쓰기에서 알아야 할 용어들 2017-03-29 0 3126
355 현대시는 탈관념의 꿈꾸기이며 언어적 해체인것이다... 2017-03-29 0 2685
354 후기산업혁명사회의 현대인들의 병을 시로 치료하라... 2017-03-29 0 2551
353 시란 희노애락을 부르짖는 소리이다... 2017-03-29 0 2950
352 "전통시인"이나 "실험시인"이나 독자를 외면하면 안된다... 2017-03-29 0 2463
351 현대시쓰기 전 련상단어 100개 쓰기부터 하라... 2017-03-29 0 3196
350 현대시의 실험적 정신은 계속 진행형이다... 2017-03-29 0 2469
349 현대시의 흐름을 알고 시작(詩作)을 시작(始作)하자... 2017-03-29 0 2401
348 현대시는 "단절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2017-03-29 0 2619
347 시는 추상적인 표현과 원쑤지간이다... 2017-03-29 0 2928
346 시심의 모든 밑바탕은 지, 정, 의를 근본으로 한다... 2017-03-29 0 2334
345 시가 "디지털혁명시대"와 맞다들다... 2017-03-27 0 2576
344 프랑스 시인 - 폴 엘뤼다르 2017-03-27 0 3495
343 시어는 삶과 한 덩어리가 된, 육화적인 언어로 련금술해야... 2017-03-27 0 2501
342 시는 한점의 그늘 없이 화창해야 한다... 2017-03-27 0 2639
341 시인아, 어쨌든 있을 때 잘해야지...그리고...상투는 없다... 2017-03-24 0 2207
340 시인의 "적막한 키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것인가... 2017-03-23 0 2536
339 시와 련관성이 없는 "무의미시"의 낱말로 제목화할수도 있어... 2017-03-22 0 2602
338 이순신 장군 시 모음 2017-03-21 0 3215
337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것들이 많단다... 2017-03-21 0 2698
336 류시화 시 모음 2017-03-21 0 6213
335 새가 나무가지를 못떠남은?!ㅡ 2017-03-21 0 2708
334 <새(鳥)> 시 모음 2017-03-21 0 2897
333 시제는 그 시의 얼굴로서 그작품의 질과 수준을 예감할수도... 2017-03-21 0 2980
332 시의 제목을 첫행이나 끝행으로 할수도 있다... 2017-03-20 0 2653
331 시의 제목에 의하여 시의 탄력이 생긴다... 2017-03-18 0 2737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