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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작에서 첫행을 어떻게 잘 쓸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2017년 02월 08일 18시 19분  조회:2861  추천:0  작성자: 죽림

5-4. 행(行)과 연(聯)에 대하여


5-4-1. 시의 첫 행

모든 일이 처음이 잘 되면 끝까지 순조롭게 잘 풀려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의 첫 행은 시 쓰기의 성공에 대단히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인들이 첫 행을 쓰는데 많은 고심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산문에 있어서는 서두의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중요합니다. 논문이나 설명문, 보고서, 평론문 등에서는 기승전결(起承轉結) 구도에서 서론에 해당하는 서두로서 산문의 개요를 파악하거나 주제에 대한 상황이 설정되는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시의 첫 행도 이와 같이 시의 출발이며 시작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시의 첫 행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표준이라고 할까, 무슨 원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시창작에는 뚜렷한 공식이 없는 것처럼 결국 시인들 각자의 개성이나 관습되어진 체질에 맞도록 연습하면서 숙달시키는 도리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의 첫 행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① 나타내고자 하는 주변 상황부터 주의 깊게 표현한다.
② 주제가 되는 글귀나 주제를 포괄하는 말이 되도록 주의 깊게 써 본다.

이러한 두 가지의 방법 말고도 더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시 쓰기의 혼란을 초래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우성 이 두 가지 방법만으로 연습을 하면 시 쓰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① 번처럼 사물의 주변 상황을 시의 첫 행으로 나타낸 작품들을 살펴봅시다.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알으고 있는
나뭇잎  
                       -- 정한모의 [가을에] 첫 연중에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노천명의 [사슴] 첫 연

지금 가시(可視)거리엔 밀려온 안개뿐이다
                         --졸시 [근시안] 첫 연

이 세상 마지막 날 저녁처럼
붉은 노을이 무겁게 떨어지던 오후
유채꽃 가득 핀 들판을 걷다가
                         --尹石山의 [유채꽃 가득한 들판에서] 첫 연

오늘도 어머니는
강물을 훔쳐 와
한 자락씩 줄에 너신다
누런 호박오랭이 썰어 말리듯이
                          --서지월의 [江물과 빨랫줄] 첫 연

무량수불전 앞 댓돌 밑을
눈 비비며 기어 나온
꽃뱀 한 마리
                           -- 김원길의 [개안(開眼)] 첫 연

이처럼 위의 작품들에서 보면 ‘가을’이나 ‘사슴’, ‘안개’, ‘유채꽃’, ‘빨래’ 그리고 ‘개안’이라는 시적인 소재나 주제의 주변을 먼저 접근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말이 첫 행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게 시 쓰기에서 이런 방법으로 첫 행을 꾸미는데 첫 행 쓰기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시 전체가 길어질 염려도 함께 있습니다. 왜냐하면 첫 행으로부터 시적인 상황을 열거하고 주제를 접근하기 때문에 진술이 늘어질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사물의 주변이나 상황의 설정만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시가 짧아질 수도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면 다른 시인들은 첫 행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예를 들어 봅시다.

아아, 사람은 약한 것이다. 여린 것이다. 간사한것이다.(한용운의 [이별])
개구리 울음만 들리던 마을에(박남수의 [밤길]
나 하늘로 돌아가리(천상병의 [귀천])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박재삼의 [추억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김춘수의 [꽃])
뭐럭커노, 저 편 강기슭에서(박목월의 [이별가])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이육사의 [절정]
강은 흐르면서 산다(박명용의 [은총])
마을이 떠나가도록 쓰르라미야 울든말든(이상호의 [증인])

한편 ②번과 같이 주제나 이미지가 포괄되는 말을 시의 첫 행으로 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창작의 단계에 까지 발전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시의 첫 행이 어떤 이미지나 상징으로 강하게 나타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純情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理念의 푯대 끝에
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대는
                             -- 유치환의 [깃발]

골목은 
흔들리는 木船이다
잠들은 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빠져 나가지 못한 매운 바람은
미친 듯 회오리치다가
그대로 나자빠진다
                              -- 문덕수의 [골목] 첫 연

온몸이 뜨거워질 때
책 속으로 길을 찾고
聖 . 프란체스코가 걸어간 길엔
눈물이 빗줄기로 때려치고
세찬 눈보라 
온몸을 마비시키더라도
조용히 맞아드리리라
                             -- 장윤우의 [꿈과 겨울의 詩 . 1] 첫 연

시작과 끝이 없는
신비의 발자국
상처 깊은 가슴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끝
                              -- 박후자의 [하늘은] 첫 연

얼마나 바램이 깊어야 맞닿을까
한 방울씩 떨어진 시간이 싹터
그 싹이 자라는 동안
태고의 얼굴은 먼 여로에 올랐다
                              -- 백경애의 [온달동굴에서] 첫 연

이 작품들의 제재는 ‘깃발’과 ‘골목’, ‘꿈, 겨울, 시’, ‘하늘’, ‘온달동굴’이지만 맨 처음 착상되거나 발상된 이미지 혹은 여러 이미지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이며 ‘골목은 / 흔들리는 목선’입니다. 그리고  ‘온몸이 뜨거워질 때 / 책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이며 ‘시작과 끝이 없는 / 신비의 발자국’이요 ‘얼마나 바램이 깊어야 맞닿을까’하는 의문입니다. 
이 중에서 문덕수, 장윤우, 박후자 시인의 경우는 둘 째 행까지 첫 행으로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창작의도가 한 개의 낱말이나 한 행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입니다.


아무튼 시의 첫 행은 시의 내용을 파악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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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零) 
―이현호(1983∼ )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
뜬눈의 밤
매우 아름다운 한자를 보았다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조용히 오는 비 령(零)

마침 너는 내 맘에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므로
령, 령, 나의 零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비에 씻긴 사물들 본색 환하고
넌 먹구름 없이 나를 적셔
한 꺼풀 녹아내리는 영혼의 더께
마음속 측우기의 눈금은 불구의 꿈을 가리키고
零, 무엇도 약정하지 않는 구름으로
형식이면서 내용인 령, 나의 령, 내

 

 

영하(零下)

때마침 너는 내 맘속에 오고 있었기에
그리움은 그리움이 고독은 고독이 사랑은 사랑이 못내 목말라
한생이 부족하다
환상은 환상에, 진실은 진실에 조갈증이 들었다

령, 조용히 오는 비

밤새 글을 쓴다
삶과의 연애는 영영 미끈거려도       
      

 

 

피란길에 부모를 잃은 꼬마소녀가 임시로 보호받고 있던 한 농가에서 군인에게 인계돼 기차역에서 저를 실어갈 기차를 기다리다가 인파 속으로 달려가 사라지던 프랑스 영화 ‘로망스’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어디선가 들리는 “미셸!” 소리에 “미셸!?” 중얼거리며 두리번거리다 순식간에 튀어나간 것이다. 미셸은 그 마을에서 소녀를 보살피고 사랑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소년의 이름이다. 소녀가 ‘미셸’이라는 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문득 감정을 민감하게 자극하고 영혼을 움직이는 글자가 있다. 상상력을 건드리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말의 힘!

화자는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우연히 ‘조용히 오는 비 령(零)’을 발견하고 그 글자에 홀린다. 영(零)은 ‘떨어지다, 부슬부슬 내리다, 비 오다, 숫자 0’을 뜻하는 한자다. 첫 글자를 ‘ㄹ’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현재 우리글 문법의 두음법칙을 무시하고 굳이 ‘령’이라 함은, ‘영’보다 ‘령’이라는 발음이 더 생동감 있고 음악적이어서일 테다. 어쩌면 화자로 하여금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뜬눈의 밤’을 보내게 하는 사람의 이름이 ‘령’으로 끝나는지도 모른다.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하는 사랑하는 자의 고독이, 언어에 대한 섬세한 감각으로 자우룩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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