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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모든 리익과 다툼에서 손해보는 사람이다...
2016년 12월 31일 23시 43분  조회:3470  추천:0  작성자: 죽림

 

<민속도>

 

 






옛 중국 시인들의 노래가 있다. 들어본 듯 익숙한 노래도 있고, 생경한 노래도 있다. 어떤 노래는 삶에 대한 하소연이고, 어떤 노래는 관조다. 이 책에서는 하소연의 노래를 ‘시인의 노래’라고 하고, 관조하는 노래를 ‘어부의 노래’라고 했다.

시인은 다툼에서 지고, 이익 앞에서 손해를 자처하는 사람이다. 모든 생명은 한 그루 나무에서 피고 지는 꽃들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책은 같은 나무에서 피고 지는 모든 생명의 아픔을 옛 사람들이 어떻게 승화시켰는지 보여준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옛 시인들의 서정시를, 그 배경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꽃들이 피고 지는, 웃고 우는 유아지경을 말한다. 뒷부분에서는 나와 남, 세상과 내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시적 무아지경을 이야기한다.

이백, 백거이, 두보, 설도, 어현기, 이욱, 송휘종, 이청조, 소식, 도연명, 맹호연, 왕유 등의 시를 담고 있다.

「棄我去者昨日之日不可留(기아거자작일지일불가유)

亂我心者今日之日多煩憂(난아심자금일지일다번우)

長風萬里送秋雁(장풍만리송추안)

對此可以酣高樓(대차가이감고루)」

이백 -‘宣州謝朓樓餞別校書叔雲’(선주사조루전별교서숙운)- 중에서

이백의 시 ‘선주의 사조루에서 교서 이운을 전별하다’는 시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작품이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방식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나를 버리고 가 버린 어제는 머물게 할 수 없고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오늘은 근심만 많다

긴 바람은 만 리에 가을 기러기 보내는데

이렇게 마주하니 흥겨워라 높은 누각」

글자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한문의 글귀에 엄격하게 얽매이기보다는 우리말의 운율과 느낌에 맞추어 감각적으로 번역한다. 이런 식이다.

「나를 두고 가 버린 지나간 세월/

남은 것은 내 마음 휘젓는 오늘/

아득한 가을바람 기러기 난다/

풍경을 마주하고 술잔을 들자」

중국 당나라 290년 동안 207명의 여성 시인이 있었다. 이 숫자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단 한 편이라도 시가 전해오는 여성 시인들만 챙긴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시인이 설도(768∼832)다. 설도는 유채춘, 어현기, 이야와 함께 당대 4대 여성 시인이었다. 생활고에 쫓긴 설도는 16세에 모친의 권유로 기녀로 등록했다.

설도는 재능이 뛰어났다. 절도사로 온 사람의 눈에 띄어 관청의 공문서를 관리하는 직책을 얻기도 했다. 그녀는 42세에 장안에서 감찰어사로 내려온 대시인 원진(779∼831)과 일생일대의 사랑에 빠졌다. 시간이 흘러 원진은 장안으로 돌아갔고, 출세한 원진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데다 기녀인 설도를 돌아보지 않았다. 설도는 원진에게 시를 지어 보냈다. ‘春望詞'(춘망사)다.

「꽃이 펴도 함께 즐길 수 없고/ 꽃이 져도 함께 울 수가 없네/ 묻노니 그리운 이 어디 계신가/ 꽃은 피고 그 꽃 또한 지고 있는데/ 풀 뽑아 묶어 보네 사랑의 약속/ 동심초 그대에게 보내려는데/ 봄의 슬픔 한없이 가슴 아플 때/ 봄 새도 목이 멘 듯 구슬피 우네/ 꽃잎은 하루하루 바람에 지고/ 우리가 만난 날은 아득하구나/ 어째서 사랑은 묶지 못한 채/ 공연히 동심초만 묶고 있을까/ 어쩌랴 가지마다 가득한 저 꽃/ 날리어 그리움만 더하는 것을/ 거울 보며 흘리는 두 줄기 눈물/ 아느냐, 봄바람은 알고 있느냐」

연작시인 이 애달픈 노래 중 세 번째 시 '꽃잎은 하루하루 바람에 지고/ 우리가 만난 날은 아득하구나/ 어째서 사랑은 묶지 못한 채/ 공연히 동심초만 묶고 있을까'는 김성태 작곡의 우리나라 가곡 ‘동심초’가 됐다. 물론 번역한 사람이 다른 만큼 가사는 다르다.

지은이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삶의 순간순간, 어떤 사람은 그 느낌을 글로 남기고 어떤 사람은 다른 것으로 남길 뿐이다. 사는 동안 남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면 그가 바로 시인이다. 남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달려간다면 그가 바로 시인이다. (중략)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이 있을 때 별말 없이 부축해 주고 떠나는 사람, 다툼이 생겼을 때 기꺼이 지고, 이익이 되는 줄 알면서 때로는 손해를 자처하는 사람,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고, 자신의 작은 성취에 만족하는 사람, 낮은 목소리로 얘기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시인이다”고 말한다.

지은이 안희진은 단국대학교 중국어과 교수로 있다. 어린 시절 조부에게 천자문을 배웠고, 한문에 익숙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서예공부를 했다. 그 모든 경험들이 중국 시에 빠져드는 배경이 됐다고 한다.

가끔 틈 날 때마다 아무 쪽이나 펼쳐 읽으면 좋을 성싶은 책이다.

「위성 마을 아침 비에 흙먼지 젖고/ 객사에는 파릇파릇 버들잎 핀다/ 그대여 가득한 술 한 잔 더 들라/ 양관 밖 서역 가면 아는 이 없네.」 -왕유, 위성곡(渭城曲)-

원이(元二)라는 관리가 조정의 발령을 받아 안서도호부(현재의 신장 위구르 지방)로 떠나게 됐을 때, 친구들이 자리를 만들었고 왕유가 시를 썼다. 384쪽, 1만8천원.

 

/조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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