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란 유일무이한 그릇에 유일무이하게 헌것을 새롭게 담는것...
2016년 10월 28일 20시 56분  조회:3774  추천:0  작성자: 죽림
 
 

30년 전-1959년 겨울 ―서정춘(1941∼ )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면, 누구든 이 시를 만날 수 있다. 서정춘 시인의 이 작품은 그곳 스크린도어에 적혀 있다. 그런데 누가 서울역에 이 시를 배정했는지 몰라도 그 감각은 정말이지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역에서 읽게 되는 시 ‘30년 전’이라니. 기차에서 막 빠져나온, 지친 심신이 읽는 ‘30년 전’이라니. 집에서 편히 앉아 읽을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서울역과 이 시의 조합은 잔잔하던 마음마저 요동치게 만든다. 

시인은 1941년에 태어났는데, 이 시의 부제는 ‘1959년 겨울’이라고 되어 있다. 계산해 보면 1959년의 시인은 열아홉 살이다. 그리고 마치 열아홉이란 고향을 떠나기 위한 나이인 것처럼, 고향을 떠나왔겠다. 그는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었고, 아버지는 많은 돈을 쥐여줄 수가 없었다. 돈 대신 걱정을, 돈 대신 마음을, 돈 대신 기원을 줄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배부른 곳이 고향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가난한 고향을 돌아보지 말고, 그리워하지도 말고, 너 배불리 잘살라는 말씀이다. 자식이 어디 가서 배곯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바람이 참 절절하다. 

이후 아버지의 말을 입에 물고 시인은 살아 왔다. 얼마나? 이후 30년이나. 시의 제목 ‘30년 전’이 1959년을 의미하니까 이 시가 창작된 시점을 추측하자면 1989년, 시인의 나이 쉰을 바라보고 있을 즈음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당부는 열아홉 살 청년을 중년이 되도록 지탱해 주었다. 그뿐일까. 아마도 칠순을 넘긴 지금에도 시인은 당부하던 아버지의 얼굴, 목소리, 분위기를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서울역은 어느 때보다 붐빌 것이다. 그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시가 묻는다. ‘나는 고향이 있는가.’ 귀향기차를 탈 모든 사람에게는 물론 고향이 있다. 그런데 시가 묻는 것은 출신 지역이 아니다. ‘나는 나를 살게 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이 짧은 시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 목소리를 보러 가는 명절이 되면 좋겠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3 <<네오아방가르드>>--~(아이고나 머리가 뗑...) 2015-02-18 0 4656
42 <<최첨단 현대시론(?)>>과 <<아방가르드 시론>> 2015-02-18 0 4300
41 열린 시 운동과 公演詩 2015-02-18 0 3910
40 하이퍼텍스트 시의 지향 2015-02-18 1 4675
39 詩作과 자작시 해설 2015-02-18 0 4765
38 디지털시의 현장성 2015-02-18 0 4858
37 문제 시집, 시와 현대시 동향 및 그 新모색 2015-02-18 0 4549
36 디지털시대와 글쓰기 방법론 2015-02-18 0 4838
35 하이퍼시와 디지털시대 2015-02-18 0 4151
34 詩와 기호(記號) 2015-02-18 1 4537
33 하이퍼시와 젊은 시 운동 2015-02-18 0 4386
32 하이퍼시와 포스트 구조주의 2015-02-18 0 4313
31 하이퍼시와 형이상시 2015-02-18 0 4502
30 하이퍼시와 무의미시 2015-02-18 0 4603
29 문덕수와 심상운 2015-02-18 0 4742
28 하이퍼시는 單線에서 多線에로... 2015-02-18 0 5180
27 하이퍼시에서 상상, 공상 2015-02-18 0 4386
26 하이퍼시와 탈관념과 상상 이미지 2015-02-18 0 4183
25 모더니즘시 고찰 2015-02-18 0 4669
24 시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 2015-02-18 0 4525
23 하이퍼로 가는 문 2015-02-18 0 4439
22 변화하는 詩 2015-02-18 0 4819
21 김파와 김몽 2015-02-17 0 4531
20 하이퍼시와 심상운 2015-02-17 2 5143
19 하이퍼시의 해명 2015-02-17 0 4887
18 중국 시인 시선 2015-02-16 1 4623
17 "시인이란 명칭은 줄곧 있었다... " --- 시인 牛漢 2015-02-16 0 5137
16 중국 현대시 류파 2015-02-16 0 5171
15 시작법 1 2015-02-16 0 4831
14 현대시 흐름과 대표시 감상 2015-02-14 0 5385
13 1960년대 녀성시 고찰 2015-02-13 0 5093
12 마광수 시평 2015-02-12 0 4547
11 디지털 시대와 시의 전망 2015-02-11 0 5262
10 90년대 이후 시흐름... 2015-02-11 0 5554
9 재확인하는 시집 2015-02-11 0 5522
8 詩壇과 그 뒷소문... 2015-02-11 0 4735
7 詩의 10개 봉우리 2015-02-11 0 4681
6 동시와 기호학 2015-02-04 0 5480
5 명동시와 그 해설(1, 2, 3, 4) ㅡ최룡관 (시인, 동시인, 평론가) 2015-02-04 0 5694
4 하이퍼시에 대한 탐색 ㅡ 최룡관 (시인, 평론가) 2015-02-04 0 4337
‹처음  이전 52 53 54 55 56 57 5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