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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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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시모음
2016년 03월 08일 04시 50분  조회:4531  추천:0  작성자: 죽림
+ 개 짖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들으면
누가 고갯마을 찾아오는지 알 수 있다
동네사람인지 외지사람인지
굵은 빗줄기 재 넘어 오고 있는지
개 짖는 소리의 파장으로
금방 가늠할 수 있다

꼬리 흔드는 개를 보면
마을 손님 어디쯤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청도원인지 먹감나무집인지
동구나무 그늘 빠져나가고 있는지
먼 발소리 듣고
개는 꼬리로 신호를 보낸다

개 짖는 소리에 귀 쫑그리는 고개티사람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산다
(장하빈·시인, 1957-)


+ 개에게서 배우다

개가 사람을 키운다
목숨 같은 밥 때 맞춰 주질 않고
갈 곳 많은데 진종일 묶어 두고
몸 한 번 깨끗이 닦아주지 않으면서
실수해 밥그릇이라도 엎으면 이때라는 듯
눌러 온 속마음 죄다 드러내
욕질 발길질 질질대는 주인더러
사는 게 그리 고달프냐
나라고 이해 못하겠냐며
세상 다 품을 눈빛 실어 보낸다
뼈 부수는 송곳니 잘 감추고
함부로 발톱 내밀지 않고
사랑 받을 생각 없이 제자리 지키며
뭉텡이 외로움 푸르르 털어내
차가운 골방도 포근하게 만드는
걔, 워리가
죽는 날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려면
배고픔도 쓸쓸함도 삭이며 사는 거라고
사람을 가르친다
나, 개를 키우며 배운다
(박하현·시인)


+ 응시

사슬에 매인 루키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
불쌍한 밥그릇 옆에
하염없이 목줄이 매여 묶여 있는 루키
----루키야, 너는 왜 개로 태어났니?

하늘이 비치는 순한 눈동자를 들어
루키는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흰 옷 입고 걸어가던
어머니처럼 인자하게 한번 더 나를 바라보는 루키.
----그런데, 너는 왜 사람으로 태어났니?

루키와 나.
그렇게.
(김승희·시인, 1952-)


+ 개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일 미터 이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오직 세 가지 색깔
대지에 코를 박고 잠들 때 감싸주는 푸른 공기와
낯선 자를 공격할 때 덮쳐오는 까만 어둠
일용할 양식을 들고 오는 아줌마의 흰 앞치마
그 밖의 색깔은 내겐 필요없다
콧등을 어루만지는 다섯 살 배기의 서툰 애정이나
술 취해 귀가할 때만 반기는 주인아저씨의 세상 냄새
함께 집을 지키는 주인아줌마의 외로운 잔소리
코만 들이대면 모든 변덕이 냄새로 감지된다

나는 변방에 머무는 아웃사이더
사람들 세계로부터 소외된 방관자
하느님조차 나와 눈빛을 맞추지 않지만
아무도 키를 낮춰 나와 소통하지 않지만
게릴라처럼 달겨드는 천둥, 번개의 말씀이나
낮은 대지로부터 구름 밖 하늘의 말씀까지
나의 예언은 정확하다
열린 맨홀을 돌아나가라고 경고하는 것도
낯선 이의 통행을 먼저 차단하는 것도
골목의 하루를 점검하며 이웃 파수꾼과 교신하는 것도
모두 나의 하루치 몫
냄새나는 사람들의 하루를 지켜내는 나의 몫
나는 오늘도 경비를 선다
외로워 싸움을 거는 사람들 향해
불을 켜도 어둠을 쫓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김금용·시인, 서울 출생)


+ 개

망둥이를 낚으려고
노을 첨벙거리다가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서도 개는 내 수상함을 간파하고
나를 겁주며 짖는다
내가 여기 더 오래 살았어
네가 더 수상해
나는 최선을 다해 개를 무시하다
시끄러워
걸음 멈추고 개와 눈싸움을 한다
사십여 년 산 눈빛으로
초저녁 어둠도 못 뚫고
똥개 하나 제압 못하니
짖어라
나도 내가 수상타
서녘 하늘에
낚싯바늘 같은 달 떠 있고
풀 꿰미에 꿴 망둥이 댓 마리
푸덕거린다
(함민복·시인, 1962-)


+ 네 발로 걷는 스승

네 발로 걷는 스승이라는 冊이 있었다
거기, 악보를 볼 줄 알고 산수를 하고
천리안을 가진 개들이 있었다
인간이 개의 입장에서 본 이야기였는데
둘 사이에 對話도 가능하다는 것,
물론 나도 개를 사랑하지만, (내 누이는
장애견이나 유기견을 거두고 있지만,
그 중 '자비' 녀석은 忌日까지 기념하지만,
한겨울 뒷산에서 학대와 기아로 凍死 직전에
구출된 '기쁨'이는 다시 얻은 이름 그대로
재활에 성공한 케이스지만,)
오늘 나는 보았다
출가한 것이 분명한 어느 집 개인지 도심의
횡단보도를 단정히 건너는 준법的인 모습을
진화한 개들은 과연 그럴 수 있다

개들이 얼마나 세상을 알려고 하는지
차에 태워보면 안다 슬픈 가축의 歷史,
초롱하기도 하고 그윽한
그 눈이 선량하다
(최병무·시인, 1950-)


+ 개

서라면 서고 앉으라면 앉았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왔다
쫓으라면 쫓고 물라면 물었다
나이가 들어 기운이 빠지자
주인은 개를 개장수한테 팔았다

그리고 그는 살과 뼈가 따로 추려져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식탁에 올랐다
주인도 끔찍이도 사랑하던
제 개의 고기를 먹으며 자못 흡족했다

그 개는 죽어서 헐값의 가죽밖에 남긴 것이 없다
가죽보다 더 값진 교훈을
남겼다는 거짓과 함께.
(신경림·시인, 1936-)


+ 유기견(遺棄犬)

하늘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사람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함부로 개를 버린다

땅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어머니를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대모산 정상까지
개를 데리고 올라가
혼자
내려온다

산이 보시기에도
개를 버리는 일이
전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나무가 보시기에도
개를 버리는 일이
내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거리에
개만 혼자 내려놓고
이사를 가버린다

개를 버리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사람을 보고
자꾸 개처럼 컹컹 짖는다

개는
주인을 만나려고
떠돌아다니는
나무가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다가
바람에 떠도는
비닐봉지가 되어
이리저리
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이 가난해진다

마음이 가난한 개는
울지 않는다
천국이 그의 것이다
(정호승·시인, 1950-)


+ 어떤 죽음

털이 짧고 갈색인 애완견이
며칠 전부터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
가능하면 혼자 있으려고 한다
천성인 듯 사람을 잘 따르고
언제나 경쾌하던 개가
좋아하던 고기나 치즈를 줘도
제 발 위에 올려놓은 턱을 꿈쩍도 않았다
다만 주인의 마음을 안다는 듯
젖은 눈망울을 한번 껌벅이고
스르르 눈꺼풀을 닫는다
15년 함께 한 주인이 가까이 오는 것도 거부하고
혼자 현관 앞으로 가
대문을 향해 엎드린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개와 나 사이가 참 적막했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 자세로 죽어 있었다
저만 갈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이성이·시인)


+ 엘레지

말복날 개를 잡아 동네 술추렴을 했다
가마솥에 발가벗은 개를 넣고
땀 뻘뻘 흘리면서 장작불을 지폈다
참이슬 두 상자를 다 비우면서
밭농사 망쳐놓은 하늘을 욕했다
술이 거나해졌을 때
아랫집 김씨가 나에게 말했다
-이건 오씨가 먹어요, 엘레지요
엉겁결에 길쭉하게 생긴 고기를 받았다
엘레지라니? 농부들이 웬 비가(悲歌)를 다 알지?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30년 동안 국어선생 월급 받아먹고도
'엘레지'라는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날 밤 꿈에서 나는 개가 되었다
가마솥에서 익는
나의 엘레지를 보았다
(오탁번·시인, 1943-)


+ 돈 워리 비 해피

1.

워리는 덩치가 산만한 황구였죠
우리집 대문에 줄을 매서 키웠는데
지 꼴을 생각 못하고
아무나 보고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통에
동네 아줌마와 애들, 여럿 넘어갔습니다
이 피멍 좀봐, 아까징끼 값 내놔
그래서 나한테 엄청 맞았지만
우리 워리, 꼬리만 흔들며
그 매, 몸으로 다 받아냈습니다
한번은 장염에 걸려
누렇고 물큰한 똥을 지 몸만큼 쏟아냈지요
아버지는 약값과 고기 값을 한번에 벌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한성여고 수위를 하는 주인집 아저씨,
수육을 산처럼 쌓아놓고 금강야차처럼
우적우적 씹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씹을 듯했습니다

2.

누나는 복실이를 해피라고 불렀습니다
해피야, 너는 워리처럼 되지 마
세 달만에 동생을 쥐약에 넘겨주었으니
우리 해피 두 배로 행복해야 옳았지요
하지만 어느 날
동네 아저씨들, 장작 몇 개 집어들고는
해피를 뒷산으로 데려갔습니다
왈왈 짖으며 용감한 우리 해피, 뒷산을 타넘어
내게로 도망왔지요
찾아온 아저씨들, 나일론 끈을 내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해피가 네 말을 잘 들으니
이 끈을 목에 걸어주지 않겠니?
착한 나, 내게 꼬리치는 착한 해피 목에
줄을 걸어줬지요
지금도 내 손모가지는 팔뚝에 얌전히 붙어있습니다
내가 여덟 살, 해피가 두 살 때 얘기입니다
(권혁웅·문학평론가 시인,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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